[OSEN=인천, 김태우 기자]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 뒤 가능성 넘치는 투구로 눈도장을 받은 문승원(27, SK)이 2전 3기 끝에 데뷔 첫 승의 감격을 누렸다.

문승원은 4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94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1피홈런) 4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5-1 승리에 발판을 놨다. 1회 정의윤의 만루포로 4점을 낸 팀이 이 점수차를 끝까지 지켜 문승원의 감격적인 첫 승이 완성됐다.

배명고와 고려대를 졸업하고 2012년 SK의 1라운드 지명(전체 8순위)을 받은 문승원은 일찌감치 빠른 공과 다양한 변화구를 던질 수 있다는 장점을 인정받아 차세대 선발 투수로 뽑혔다. 2013년을 앞두고는 이만수 전 감독이 선발 후보로 고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리를 잡지 못한 문승원은 2013년 16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5.55를 기록한 채 상무에 입대했다.

상무에서 꾸준히 선발로 뛰며 경험을 쌓은 문승원은 올해도 김용희 감독의 선발 기대주로 뽑혔다. 그러나 전지훈련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캠프에서 중도 탈락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대만 캠프와 2군에서 더 강해진 모습을 과시했고 윤희상의 대체자로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해 이날 자신의 프로경력에 큰 발걸음을 내딛었다.

시즌 첫 등판이었던 4월 22일 인천 NC전에서 5이닝 2실점, 4월 28일 잠실 두산전에서 5⅓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던 문승원은 이날도 최고 146㎞에 형성된 빠른 공과 포크볼, 슬라이더 등을 고루 섞으며 한화 타선을 침착하게 상대해 나갔다. 제구가 다소 흔들린 감은 있지만 이날 위력이 좋았던 포크볼과 커브 위주로 재빨리 볼 패턴을 바꾼 이재원의 리드도 좋았다.

1회에는 2사 후 위기가 있었다. 정근우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고 김태균에게는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 결국 우전 안타를 허용했다. 그러나 송광민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무실점으로 1회를 넘겼다.

4-0으로 앞선 2회에는 만루 위기를 잘 넘겼다. 선두 로사리오에게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허용했다. 1사 후에는 하주석에게 몸에 맞는 공, 2사 후에는 이용규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그러나 대타 김경언과의 승부에서 바깥쪽 빠른 공으로 루킹 삼진을 잡아내고 한숨을 돌렸다.

3회에는 선두 정근우에게 좌월 솔로홈런을 허용했다. 이어 김태균에게 볼넷을 허용해 다소 흔들렸다. 그러나 송광민을 유격수 땅볼로 잡아냈다. 로사리오 최진행에게 연속 안타를 맞기는 했지만 하주석의 강습 타구가 자신의 글러브를 맞고 튀었고 유격수 김성현이 재빨리 하주석을 아웃시키며 추가 실점하지 않았다.

4회에는 허도환을 1루수 땅볼로, 이용규를 우익수 뜬공으로, 송주호를 1루수 땅볼로 잡았다. 이용규 타석 때는 원바운드 타구가 아웃 판정이 되는 행운도 따랐다. 4회 투구수를 줄인 문승원은 5회에도 볼넷 하나를 내준 것을 제외하면 안타를 맞지 않고 승리투수 요건을 밟았다. 타선이 더 점수를 뽑지는 못했지만 불펜 동료들이 문승원의 승리를 지켰다. 

경기 후 문승원은 "1회 점수가 독이 됐다. 나도 모르게 도망가는 피칭을 했다. 결과가 좋았지만 과정이 좋지 못했다. 내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라면서 기쁨보다는 냉정하게 보완점을 짚었다. 이어 문승원은 "집으로 돌아가야 실감이 날 것 같다. 그동안 뒷바라지를 해주신 부모님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라고 말했다.

이어 문승원은 "2군 캠프 때 격려해주시고 조언해 주신 감독님과 코치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1군 감독님과 코치분들, 그리고 선후배들 덕분에 평생 잊지 못할 첫 승을 기록한 것 같다. 변화구 제구력을 더 길러 오늘보다 내일이 기대되는 선수가 되도록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