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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선호 기자]"모두를 보여주지 말라".
김기태 KIA 감독은 철저하게 헥터 노에시(29)의 투구를 숨겼다. 오키나와 실전에서는 "모두를 보여주지 말고 70~80%의 힘으로만 던지라"고 주문했다. 다양한 구종을 던지지 말도록 했다. 시범경기에서는 조금씩 변화구를 던졌지만 비슷한 기조였다. 그래도 시범경기에서 피안타율이 3할이 넘자 "너무 많이 맞는것이 아니냐"며 걱정이 슬슬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시범경기 평균자책점도 4점대가 넘었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은 "문제 없을 것이다. 사실 전력으로 투구하지 않았다"고 웃어넘겼다. 말 그대로 직구 구위를 점검하면서 시범을 보인 것 뿐이었다. 2014년 화이트삭스에서 풀타임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로 활약했고 메이저리그 107경기의 경력이 어디 가겠느냐는 강력한 믿음이 깔려있었다.
실제로 뚜껑을 열어본 결과 명불허전의 투구를 했다. 그것도 리그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NC 타선을 상대로 2일 첫 등판(마산)에서 7회까지 6피안타 2사사구 1실점으로 막고 첫 승을 낚았다. 8번이나 출루시켰다는 점이 걸리는 대목이었지만 집중타는 맞지 않았다. 분명 시범경기와는 다른 위력적인 볼을 던졌다.
스피드, 변화구, 제구력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 직구는 최고 151km를 찍었다. 볼에 힘이 실려있었고 타자들의 방망이가 밀렸다. 직구 스피드는 시간이 지나면 좀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위기에서 삼진을 잡기 보다는 병살타로 유도하는 등 힘으로만 밀어붙이지 않았다. 탈삼진은 3개에 불과했다.
이날 헥터는 두 개의 변화구를 주무기로 던졌다. 왼손 타자들에게는 체인지업, 오른손 타자에게는 슬라이더를 구사했다. 특히 체인지업의 위력이 뛰어났다. 구속이 130km대 후반을 기록했다. 직구처럼 오다 갑자기 공이 사라지는 것 처름 가라앉았고 헛스윙을 많이 유도했다. 왼손타자들이 당한 삼진은 모두 이 체인지업이었다. NC 타자들은 물론 다른 팀 타자들에게도 경계령이 발동됐다.
반면 슬라이더는 완벽하지는 않았다. 제구가 다소 되지 않는 듯 했다. 그러나 스피드가 140km를 넘겼고 두 횡과 종으로 떨어지는 두 종류를 구사하는 등 위력이 있었다. 슬라이더가 제대로 들어간다면 공략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멘탈도 훌륭했다. 유일한 실점장면이었다. 6회말 회심의 투구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지 못해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다음타자 이호준을 투수 땅볼로 유도하고 불을 껐다. 화를 참지 못하고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질 수 있었지만 오히려 평정심을 보였다. 메이저리거의 풍모를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첫 등판이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