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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웹스터·아놀드 레온 부상 이탈 속 정인욱·김기태 잇딴 호투
만년 기대주 김기태, 6월 3경기 2승 평균 자책점 1.62 맹활약
[OSEN=손찬익 기자]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고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게 세상의 이치다.
삼성은 지난해 구자욱이라는 걸출한 스타를 발굴했다. 왼쪽 무릎 추벽 제거 수술을 받은 채태인(현 넥센) 대신 정규 시즌 개막전에 1루수로 선발 출장하는 기회를 얻은 뒤 성공의 날개를 활짝 펼쳤다. 타율 3할4푼9리(410타수 143안타) 11홈런 57타점 97득점 17도루의 빼어난 활약을 펼친 구자욱은 김하성(넥센)을 제치고 신인왕 타이틀을 품에 안았다. 돌이켜 보면 채태인의 부상 악재가 구자욱에겐 도약의 기회였던 셈이다.
올 시즌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삼성은 외국인 투수 앨런 웹스터와 아놀드 레온이 전력에서 이탈해 선발진 운용에 빨간 불이 켜졌다. 전력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투수의 부상 공백은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류중일 감독 역시 한숨만 내뱉으며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찬스 뒤 위기, 위기 뒤 찬스'라고 했던가. 임시 선발로 나선 정인욱과 김기태가 잇딴 호투를 뽐내며 그 공백을 말끔히 지웠다. 정인욱과 김기태의 잠재 능력을 일깨우는 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인욱은 이번 달 4차례 선발 마운드에 올라 1승 3패를 거뒀다. 평균 자책점은 6.43. 수치상 성적만 놓고 본다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다. 14일 대구 SK전과 19일 대구 두산전 모두 퀄리티 스타트를 달성하는 등 안정감있는 투구로 코칭스태프로부터 눈도장을 제대로 받았다. 그동안 마운드에 오를때마다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했으나 이젠 계산이 서는 투수로 탈바꿈했다. 요즘 마운드 위에 서 있는 정인욱의 표정을 보면 여유가 느껴진다.
만년 기대주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김기태는 이달 들어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연패 수렁에 빠진 팀을 구하며 뒤늦게 성공의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번 달 세 차례 선발 등판을 통해 2승을 거뒀다. 평균 자책점은 1.62. 김기태는 23일 고척 넥센전서 5⅓이닝 2피안타 3탈삼진 2사사구 무실점 호투하며 18일 대구 두산전 이후 4연패의 늪에 빠진 삼성을 구했다. 이젠 그의 이름 앞에 만년 유망주 대신 연패 스토퍼라는 수식어를 붙어야 할 것 같다.
정인욱과 김기태가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웹스터와 레온이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게 될 경우 류중일 감독은 오랜만에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선발진의 점진적인 세대 교체가 필요한 팀 상황을 고려한다면 정인욱과 김기태가 선발진의 한 축을 맡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류중일 감독의 성향상 잘 하는 선수가 남고 못 하는 선수가 빠질 듯. 어찌 됐든 웹스터와 레온의 부상이 정인욱과 김기태를 재발견하는 좋은 기회가 된 건 분명한 사실이다. /what@osen.co.kr
[사진] 정인욱-김기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