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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경력, 특급 몸값 공통점
부상-구설수로 퇴출, 역대급 먹튀 불명예
[OSEN=김태우 기자] 팀의 기둥이 되어줄 것이라 기대하며 큰돈을 쏟아 부었지만, 결국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부상, 팀 안팎의 구설수, 그리고 방출까지 과정조차 흡사하다. 루크 스캇(전 SK)과 에스밀 로저스(전 한화)가 KBO 리그 역사상 외국인 최고 먹튀 불명예 타이틀을 다투게 됐다.
한화는 24일 구단 공식발표를 통해 로저스의 웨이버 공시 사실을 알렸다. 로저스는 시즌 전부터 팔꿈치 통증으로 고전했으며, 5월 8일에야 첫 등판을 가졌다. 그러나 6경기에서 2승3패 평균자책점 4.30의 성적을 남기고 다시 팔꿈치 부상으로 휴업에 들어갔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우측 팔꿈치 인대에 손상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로서는 큰 충격이다. 지난해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 10경기에서 3번의 완봉승을 기록하며 6승2패 평균자책점 2.97의 빼어난 성적을 냈던 로저스였다. 올해도 한화의 에이스가 되어 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구단도 통 큰 투자를 했다. 이리저리 요구를 한 로저스에게 공식 금액만 190만 달러의 연봉을 안겼다. 하지만 로저스는 단 6경기에 뛴 채 부상으로 한화를 떠났다.
지난해 로저스는 4일 휴식 후 등판을 반복했으며, 많은 투구수를 소화했다. 2015년 8월 16일 포항 삼성전을 시작으로 9월 13일 사직 롯데전까지는 5경기 연속 120구 이상을 던지기도 했다. 성적이 급했고 이미 불펜이 방전된 김성근 한화 감독은 로저스를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고, 로저스도 이닝 옵션에 욕심을 내 벤치에 던지겠다는 의사를 보인 적이 꽤 있었다.
하지만 그때부터 팔꿈치 상태는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결국 팔꿈치 통증이 일어났고, 올해는 지난해만한 구위를 보여주지 못하고 퇴출됐다. 벤치와 개인의 욕심이 만난 참사였다.
지난해 공식 연봉만 80만 달러였던 로저스는 풀타임 첫 시즌 외국인 투수로는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선수다. 공식적으로 190만 달러였다. 그러나 한화는 이 투자 금액을 상당 부분 날릴 수밖에 없게 됐다. 외국인 선수의 실패 위험성이야 항상 있는 것이지만, 200만 달러 가까이를 투자한 외인 선수가 부상으로 6경기밖에 뛰지 못한 것은 역대급 재앙이다. 꽤 오랜 시간 최하위에 떨어져 있는 한화로서는 유독 풀리지 않는 시즌이다.
공교롭게도 야수 중 풀타임 첫 시즌 최고 연봉을 받은 2014년의 루크 스캇도 몸값을 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35개의 홈런을 친 경력으로 큰 주목을 받았던 스캇의 당시 공식 연봉은 30만 달러. 하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SK는 당시 스캇에게 최소 12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상이라고 의심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스캇은 33경기에서 타율 2할6푼7리, 6홈런, 17타점만을 기록한 채 한국을 떠났다. 노쇠화된 기량도 있었지만 역시 부상이 문제였다. 온몸에 돌아가며 부상을 당했고, 조금만 아파도 벤치에 뛰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해 당시 SK 벤치가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구설수가 많았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로저스는 지난해 코칭스태프와 마찰을 일으켜 2군에 내려갔다 온 전례가 있으며, 올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너무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등 자유분방한 행동을 하며 구단을 힘들게 했다. 스캇도 재활이 다 끝난 자신을 경기에 출전시켜 달라며 이만수 SK 감독과 그라운드에서 정면충돌하는 볼썽사나운 꼴을 보인 끝에 결국 퇴출됐다. 두 선수는 좋지 않은 방면에서 희대의 케이스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한 해설위원은 최근 “벤치에 대한 불만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로저스가 한국야구를 봉으로 알고 있다. 어차피 자신에게 목을 매달 수밖에 없는 구단의 사정을 안다. 여기에 연봉도 다 벌어놨으니 급할 게 없다”라면서 “외국인에 끌려가는 KBO 리그의 주소를 단면적으로 보여 준다”라고 혀를 끌끌 찼었다. 결국 그로부터 며칠 뒤 로저스는 한국을 떠났다. 안정적인 카드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두 고액 연봉자는 공교롭게도 모두 먹튀의 오명을 뒤집어썼다. KBO 리그에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아 보인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