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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식의 베어스터디]에반스 남다른 펀치력, 로메로는 잊어라 야구인사이드

조인식 (onemana***)
2016.06.08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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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 10개 중 비거리 130m만 3개

5월부터 뜨거워진 타격감-홈런 페이스

[OSEN=조인식 기자] “외국인 타자에게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다. 에반스는 시즌 끝까지만 갔으면 좋겠다”

전지훈련 당시 닉 에반스(30, 두산 베어스)에 대한 김태형 감독의 기대치는 이 말 한마디를 통해 알 수 있을 정도로 그리 크지 않았다.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던 에반스를 향해 김 감독은 크게 질책하진 않았지만 별다른 희망을 나타내지도 않았다.

하지만 현재 에반스는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주전 중 하나다. 지난 4월 25일 1군에서 말소되기 전까지는 1홈런에 그쳤으나, 퓨처스리그에 다녀온 뒤로는 28경기에서 타율 3할7푼1리, 9홈런으로 상대 투수들을 위협하고 있다. 5월부터는 거의 3경기마다 홈런이 하나씩 터지는 페이스다.

짧은 홈런도 아니다. 잠실도 훌쩍 넘긴다. 현재까지 에반스가 때린 홈런 10개 중 비거리가 120m도 되지 않았던 것은 단 2개뿐이다. 125m로 측정된 것이 2개였고, 130m의 비거리가 나온 홈런이 3개였다. 잠실에서 장외홈런이 되지 않아 130m로 처리됐을 뿐, 실제로는 130m 이상 날아간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이는 홈런 타구도 나왔다.

스탯캐스트라는 첨단기술을 이용해 1피트(30.48cm) 단위로 타구 비거리를 측정하는 메이저리그와 달리 KBO리그는 어림짐작으로 홈런 비거리를 재는데, 5m 단위다. 예컨대 타구가 132m를 비행했더라도 반올림하면 130m로 처리된다. 130m로 기록됐지만 그보다 멀리 간 것도 있다. 잠실구장 스탠드 상단을 맞는 바람에 경기장에 남은 타구가 있었다. 조금만 높았다면 장외에 떨어져 비거리는 150m로 변했을 것이다.

김 감독도 에반스의 파워를 인정했다. 그는 시즌 중 “내가 좋아하는 타격 폼은 아니지만 펀치력은 정말 다른 선수보다 더 좋은 편이다. 로메로와는 비교할 수 없는 펀치력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76경기에 출전한 로메로가 12홈런으로 시즌을 마친 반면 에반스는 46번째 경기에서 10홈런 고지를 밟았다. 76경기에 출장하면 대략 16~17홈런이 되는데, 5월부터 보인 페이스를 적용하면 더 많은 홈런도 가능하다.

팀 타선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면 에반스의 자리는 6번이다. 오재일, 양의지까지 주전 전원이 선발 라인업에 있을 때 두산은 민병헌-오재일-양의지로 중심타선을 짜고 그 뒤에 에반스와 김재환을 뒀다. 외국인 타자가 6번으로 들어서고 홈런 공동 2위인 김재환이 7번에 배치되는 두산 타선을 만나면 상대 투수는 쉬어갈 곳이 없다. 테이블세터가 출루하고 클린업에 적시타를 내준 뒤 이따금씩 에반스에게 맞는 한 방은 투수에겐 치명상이 된다.

두산은 외국인 선수 3명을 보유할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뀐 2014년부터 총 3명의 외국인 타자를 썼다. 호르헤 칸투는 전반기 18홈런으로 4번 타순을 든든히 지켰지만 후반기 홈런 없이 팀의 몰락을 지켜봐야 했다. 지난해 잭 루츠는 자신의 장점을 발휘하지도 못한 채 퇴출됐고, 로메로는 뛰어난 타격보다 착한 성품으로 더 많이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실력과 인품을 모두 갖춘 에반스는 팀의 선두 독주를 돕는 숨은 공신 중 하나로 팀에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퇴근길에는 통역 없이 혼자서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곤 할 정도로 그는 서울 생활에도 많이 적응했다. 이제 두산도 흘러간 타이론 우즈에 대한 추억만 떠올릴 필요가 없어졌다. 지금과 같은 타격만 보여준다면 잠실에서도 장수하는 외국인 타자를 오랜만에 보게 될지도 모른다.

김 감독은 시범경기 기간에 “외국인 선수는 잘할 때와 못할 때 나와의 거리에서 차이가 있다. 잘할 때는 가까이 온다”고 말하며 웃은 적이 있다. 에반스는 이제 벤치에 있을 때 감독 곁에 앉아도 괜찮을 정도가 됐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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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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