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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 2016 프로야구 KBO 리그는 이 한 단어로 압축, 요약할 수 있다.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를 제외한 나머지 8팀들이 촘촘하게 늘어서 치열한 순위 싸움을 전개하고 있다. 사상 유례를 보기 드문 혼돈 양상이다.
장기레이스의 ⅓ 지점을 넘어선 6월 9일 현재 선두 두산이 제일 먼저 40승 고지에 올랐고, 2위 NC는 7연승을 구가하며 두산에 5게임 뒤진 채 2강 구도를 만들었다. 2위와 3위의 거리는 6.5게임이다.
3위 넥센 히어로즈와 4위 LG 트윈스가 5할 대 승률 저지선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지만 3위와 10위 한화 이글스와의 승차는 6게임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던 한화의 최근 맹추격으로 인해 생겨난 현상이다.
순위에서 알 수 있듯 두산과 NC는 투, 타 양면에서 가장 안정된 전력을 구축했지만 3위 이하 8개 팀은 저마다 약점을 안고 힘겨운 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10개 구단 가운데 절반인 5팀 감독들의 임기가 끝난다. 김태형(49) 두산 감독(2015~2016년)을 비롯해 김경문(58) NC 감독(2014~2016년), 류중일(53) 삼성 라이온즈 감독(2014~2016년), 김용희(61) SK 와이번스 감독(2015~2016년), 조범현(56) kt 위즈 감독(2014~2016년)이 ‘경계에 서 있는’ 감독들이다. 계약 연장여부가 올해 성적에 달려 있는 만큼 재계약 대상 감독들의 심정은 절박할 수밖에 없겠다.
감독들 가운데 계약기간 2년인 감독이 눈에 들어온다. 3년 계약이 대세인 가운데 2년 계약은 구단이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계약 당시 감독을 전폭 신뢰하지 못한 결과다. 올해 4위 또는 포스트시즌 진출의 마지노선인 5강 싸움이 더욱 관심을 모으는 것은 감독들의 거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2014년 10월 21일에 부임, 전임 송일수 감독 시절 흐트러져 있던 선수단을 조기에 수습하고 초보 감독으로 일약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공로가 혁혁하다. 게다가 올해 초장부터 두산이 큰 흔들림 없이 리그 선두에서 질주, 나무랄 데 없는 성적을 기록하고 있어 구단이 그와 재계약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김태형 감독은 두산 감독으로 오기 전 SK 코치 시절 SK 구단이 미래의 감독 재목으로 점찍어 두었지만 두산이 영입하는 바람에 무산된 일화도 있다. 리더십과 친화력, 운영 능력, 대체요원의 육성과 활용 등 모든 면에서 ‘김태형 호’는 순항하고 있다. 그의 입지는 탄탄대로, 반석과 같다고 해야겠다.
김경문 NC 감독은 올 시즌 직전 “올해는 팀을 잘 만들어서 반드시 우승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사석에서 자신의 결의를 내비친 적이 있다. 그의 지도자로서의 결기와 강단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터. 그의 말대로 김경문 감독에게 필요한 것은 용 그림에 눈을 찍어 넣는 ‘화룡점정(畵龍點睛)’, 바로 숙원의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NC 구단은 2011년 9월 창단 감독으로 맞이했던 김경문 감독의 1차 3년 임기 만료(2014년)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그해부터 다시 3년간 연장 재계약을 했다. 그만큼 김경문 감독에 대한 신뢰가 두텁다. 신생팀을 맡아 단기간에 팀을 강호 반열에 올려놓은 김경문 감독의 지도력에 이견을 다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선수를 보는 눈과 고르는 안목, 경쟁구도를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다. 더욱이 NC 구단은 올해는 삼성에서 나온 FA 박석민을 영입, 김경문 감독에게 더욱 힘을 실어줬다. 이제 남은 것은 그야말로 우승이다.
류중일 감독은 누구 말마따나 애매하다. 지난 2011년 선동렬 감독의 후임으로 팀 지휘봉을 잡은 이래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과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의 공적은 인정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지난해 선수단 도박 파동으로 두산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내줬고 어수선한 가운데 올 시즌을 시작, 아직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해 그의 지도력에 의문부호를 다는 시선도 없지 않다. 팀 리빌딩이 미흡하고 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았느냐는 회의적인 평가가 감돌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할지라도 워낙 그의 지난 5년간 치적을 능가할만한 사례가 없어 삼성 구단도 올해 성적을 떠나 그의 거취를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삼성 구단이 류중일 감독의 우산 아래 커왔던 배영수, 권혁, 박석민 등 이른바 ‘집토끼’를 잡지 않고 내부 육성으로 방침을 돌린 것은 류중일 감독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운 측면이기도 하다.
김용희 SK 감독은 올 시즌 초반 그런대로 잘 나가다가 5월 이후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SK 구단이 장타력 위주의 구장친화적인 팀 색깔로 선수단을 큰 틀에서 재편해나가고 있지만 김용희 감독이 제대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지에 대한 바깥의 평가는 회의적인 게 사실이다.
팀 홈런 수 공동 2위(64개. 1위 두산 65개)에도 불구하고 희생번트가 상대적으로 많은 32개(1위 삼성 37, 2위 한화 36개)의 얼핏 혼란스러운 엇박자를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이는 김용희 감독의 팀 운영의 일관성과 방향성에 의문을 던지는 지표들이기도 하다.
조범현 kt 감독은 지난해 최하위였던 팀이 올해는 더 이상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준 사실 자체만으로도 성공적이다. 비록 초반 강세에서 5월 이후 힘에 부치는 기색을 보이며 고전하고는 있지만 신생팀의 한계와 자원의 부족을 감안한다면 선전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조범현 감독이 새로운 선발투수 주권(21) 등 신진급 선수들을 발탁, 조련하는 능력은 인정해야할 부분이다.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이 SK 감독 지휘봉을 잡은 시절을 돌아보며 전임 조범현 감독의 강훈련이 큰 도움이 됐다고 밝힌 사실은 그의 지도력을 평가할 수 있는 하나의 사례가 될 수도 있겠다.
그나저나, 이제 KBO리그가 중반전에 접어들었다. 감독 개개인의 평가가 너무 이른 시점이기도 하다. 현 시점의 구단별 성적을 판단 기준으로 중간평가를 하자면, ‘재계약 대상’ 감독들의 기상도는 김태형, 김경문 감독은 ‘맑음’, 류중일, 김용희, 조범현 감독은 ‘흐림’으로 그릴 수 있겠다. 물론 구단의 감독 재계약 문제는 시즌 뒤 종합적인 평가 뒤에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