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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디다고 탓하지 마라.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 삼성 라이온즈의 대표적인 만년 기대주로 꼽히는 김정혁(내야수)과 김기태(투수)가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의 활약은 올 시즌 주축 선수들의 잇딴 부상에 신음하는 삼성에 한 줄기 빛과 같다.
육성 선수 출신 김정혁은 데뷔 첫해(2011년) 퓨처스 리그에서 4할 타율을 달성할 만큼 타격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땀의 진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선수다. 김정혁의 포철공고 동기 강민호(롯데)는 "(김)정혁이같은 선수는 정말 보기 드물다. 착한 마음씨 뿐만 아니라 진짜 성실하다. 지금껏 그렇게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는 본 적이 없었다"고 엄지를 세웠다.
아쉽게도 1군 진입의 기회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상 속에 퓨처스 무대에서도 제대로 뛰지 못했다. 김정혁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아롬 발디리스, 조동찬 등 내야진의 연쇄 부상 속에 기회를 얻은 김정혁은 4일 대구 한화전서 1군 무대 데뷔 첫 아치를 그렸고 다음날부터 꾸준히 선발 출장하고 있다.
류중일 감독은 "기회가 왔을때 잡을 줄 알아야 한다"고 늘 말해왔다. 한 번의 기회를 잘 살려 주축 선수로 신분 상승하거나 확실한 눈도장을 받으면서 자신의 입지를 점차 넓혀야 한다는 의미. 그만큼 김정혁을 향해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2군서 4할을 쳤던 선수인데 그 모습이 나오는 듯하다. 예전에도 연습경기를 하면 빠른 공을 정말 잘 쳤었다. 스윙이 짧게 잘 나온다. 김정혁이 당분간 3루수로 선발 출장한다". (류중일 감독)
김정혁의 입지는 여전히 불안한 편이다. 아롬 발디리스와 조동찬이 1군 무대에 복귀한다면 그의 1군 엔트리에 남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 팀내 최고의 노력파로 꼽히는 김정혁은 지금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방망이를 휘두르고 또 휘두른다.
2016년 6월 11일. 김기태에겐 평생 잊을 수 없는 하루였다. 삼성은 10일까지 3연패 수렁에 빠진 상황. 전날 윤성환을 투입하고도 패했으니 그 충격은 배가 됐을 듯. 삼성은 종아리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진 앨런 웹스터 대신 김기태를 선발 투입했다. 이에 맞서는 KIA는 좌완 양현종을 내세웠다.
선발 투수의 이름값만 놓고 본다면 양현종의 우세가 예상됐다. 하지만 '야구공은 둥글다'는 말처럼 김기태가 깜짝 호투를 선보이며 3연패 수렁에 빠진 팀을 구했다. 5-1로 앞선 5회 2사 1,2루서 김호령과 나지완에게 연거푸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하는 등 위기에 놓였으나 김주찬을 우익수 뜬공으로 유도하며 한숨을 돌렸다.
이날 5이닝 2실점 호투하며 2006년 데뷔 후 첫 선발승을 신고한 김기태는 "첫 선발승이라 기쁘다. 개인 첫 선발승도 중요하지만 팀 연패에서 탈출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돼 더욱 기쁘다. 내 몫만 하면 야수들이 도와줄것으로 믿었다. 옆에서 도와주신 김태한 코치, 양일환 코치, 조진호 코치님들이 조금이라도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정혁과 김기태의 활약은 퓨처스 무대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후배들 뿐만 아니라 이 시대 청년들에게도 희망과 용기를 불어 넣고 있다. 눈앞의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이들처럼 묵묵히 한 걸음씩 나아간다면 반드시 빛을 보게 된다고. 그래서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다운 법이다. /삼성 담당 기자 what@osen.co.kr
[사진] 김정혁-김기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