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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낯설다. 삼성의 부진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5년 연속 정규 시즌 1위에 등극하는 등 리그 최강팀으로 군림했으나 7위까지 추락했다. 22일 현재 공동 9위 한화, kt와도 1경기 차에 불과하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는 속담이 무색할 만큼 약체로 전락했다.
삼성의 전력 약화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박석민(NC), 야마이코 나바로(지바 롯데), 임창용(KIA) 등의 이탈로 전력이 약화됐다. 팀 전력의 30%를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들은 죄다 드러누워 있다. 복귀 시점도 불투명한 상황. 오는 23일 kt와의 주말 3연전을 앞두고 1군 무대에 합류할 예정이었던 구자욱 또한 허리 통증이 재발하는 바람에 올스타전(7월 16일) 이전에는 복귀가 힘들다.
이처럼 부진이 장기화된다면 선수단 운용에 변화를 주는 게 바람직하다. 퓨처스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일부 선수들을 파격적으로 기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구자욱이 전력에서 이탈한 뒤 박해민이 1루 수비를 맡고 있다. 리그 최고의 외야 수비를 자랑하는 박해민이 1루 수비를 맡는 건 전력 낭비와도 같다. 1루 수비 능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나 그가 빠진 외야는 아무래도 무게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일 수도 있겠지만 정두산, 나성용 등 퓨처스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거포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삼성은 거포 자원에 목마르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보자. 올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얻을 예정인 최형우가 타 구단으로 이적하고 이승엽이 내년 시즌이 끝난 뒤 현역 유니폼을 벗는다면 그야말로 소총 부대로 전락하게 된다. 장기적인 측면에서도 거포 육성은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정두산, 나성용 등 퓨처스의 거포 기대주들이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선보일 수 있게끔 인내심을 갖고 기회를 줘야 한다. 이들에게 대타 또는 경기 후반 교체 투입보다 일정 기간동안 선발 출장 기회를 제공한다면 의외의 소득을 얻을 수도 있다. 퓨처스 4할 타자 출신 김정혁 또한 "야간 경기에 적응하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내가 가진 능력을 조금 더 보여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들의 수비 능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단점 보완보다 장점의 극대화를 선택해야 한다.
비단 1루 뿐만 아니다. 타 포지션 또한 마찬가지. 예컨데 투수의 경우 점수차가 아주 큰 상황에서 기존의 고참급 추격조를 투입하는 것보다 될 성 부른 떡잎에게 '네 마음껏 한 번 던져보라'고 기회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투수는 얻어 터지면서 성장한다고 말한다. 리그 최고의 셋업맨으로 꼽히는 안지만 역시 처음부터 필승조의 한 축을 맡았던 건 아니었다. 이른바 추격조부터 단계를 밟아가면서 현재의 위치까지 오를 수 있었다.
눈물 젖은 빵을 맛본 이들에겐 절실함이라는 게 있다. 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가 결코 많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러다 보니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침체된 팀 분위기에 상승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혹시나 일정 기간동안 선발 출장 기회를 제공했음에도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그때 괄호 밖으로 내놓아도 늦지 않다. 삼성의 현 상황은 분명히 위기다. 하지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더 이상 나빠질 건 없다. 과감한 선택을 통해 반등의 기회를 마련하는 건 어떨까. /삼성 담당 기자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