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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Monthly] 로봇심판의 등장 DUGOUTV

dugout*** (dugout***)
2020.08.1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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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대신하는 로봇. 과거 SF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다양한 분야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프로야구도 예외는 아니다. 오심 논란이 끊이지 않은 올 시즌, 결국 KBO는 로봇심판 도입을 논의했다. 당장 눈앞에 다가온 로봇심판의 등장에 기대감을 드러내는 팬들과 달리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술렁였다. 인간을 대신하는 건 말도 안 된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로봇심판이 프로야구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앞으로 대한민국 스포츠에는 또 어떤 변화가 생길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다만 빠르게 미래를 예측하고 혹시 모를 문제에 대비해야 하는 건 분명하다.

 

에디터 송서미  사진 코리아헤럴드, 워싱턴포스트

 

#그들이 나타난 이유

 

‘로봇심판’이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이 있다. 정확한 스트라이크존 판정으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용혁 심판이다. 지난 6월 1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그는 마치 컴퓨터처럼 정확한 스트라이크 콜을 했다. 중계방송의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서나 알 수 있는 스트라이크를 잡아낸 것은 물론 스트라이크처럼 보이는 볼도 캐치해냈다.

 

기사화 될 정도로 그의 활약이 이슈된 이유도 있다. 심판이 잘한다고 칭찬받는 경우가 그만큼 드물기 때문이다. 심판이 잘하는 건 당연하고, 못 하면 맹비난을 받는다. 특히 올 시즌은 시작과 동시에 판정에 대한 비난과 불만이 쏟아졌다. 5월에는 오심을 한 심판 다섯 명이 퓨처스리그로 강등되기도 했다. 그 결과, 다가오는 8월 로봇심판이 등장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로봇심판의 등장은 과연 대한민국 프로야구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빠르면 8월 퓨처스리그에 도입 예정인 로봇심판은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 2군 경기장인 LG 챔피언스 파크와 마산야구장에서 시범 운영된다. 관계자에 따르면 일단 올해 약 20경기에서 먼저 로봇심판을 도입하고, 내년에는 퓨처스리그 전 경기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오심 관련 이슈는 늘 있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개막이 다소 늦어진 올해는 유독 시즌 시작부터 논란이 많았다. 선수가 직접 심판 판정에 대해 일관성 문제를 제기해 심판 징계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형평성 논란이 컸던 탓인지, 도입 논의가 시작된 후 예상보다 빠르게 실제 경기에 로봇심판이 등장하게 됐다. 다만 1군 경기의 경우 현장에서 좀 더 논의를 거쳐 이르면 2022년부터 적용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들의 역할

 

그렇다면 도입이 목전에 있는 로봇심판의 작동원리는 무엇일까. 로봇심판의 정확한 명칭은 ‘자동 스트라이크-볼 판정 시스템’이다. 먼저 카메라와 레이더가 투수의 공 궤적을 추적한다. 이후 컴퓨터가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해 무선 이어폰으로 인간 심판에게 전달한다. 그럼 그 내용을 전달받은 인간 심판이 스트라이크나 볼을 외치게 된다. 주심의 영역을 로봇에게 일부 내어주는 것이다. 로봇심판 도입을 앞두고 KBO는 카메라를 기반으로 하는 투구 궤적 시스템 활용과 홈플레이트 뒤에 로봇을 직접 설치하는 두 가지 방식을 놓고 심사를 했는데, 심사 결과 컴퓨터 프로그래밍 결과를 심판에게 전달하는 쪽을 택했다.

 

KBO가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스트라이크 존의 일관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는 로봇심판의 가장 큰 장점이자 인간심판의 단점이기도 하다. 기존에는 심판마다 스트라이크 존이 달라 선수는 심판에 따라 투구나 배팅 스타일을 다르게 가져가야 했다. 그러나 아무리 선수가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해도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이 오락가락하면 억울함이 생기기 마련이다.

 

오죽하면 ‘퇴근 존’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점수 차가 크게 나는 경기의 경우, 심판들이 경기를 빨리 끝내고 퇴근을 하기 위해 스트라이크 존을 마음대로 정한다며 비꼬아 만든 말이다. 이기고 있는 팀에게는 큰 타격이 없지만 패배를 눈앞에 둔 팀과 팬들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야속하다. 이에 대부분 팬은 로봇심판 도입에 환영하고 있다. 스포츠의 공정성, 경기의 형평성 측면에서만 바라보면 충분히 등장을 반길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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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이면

 

그러나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는 예측 불가능한 매력이 있다. 그 유명한 ‘9회 말 2아웃’ 상황에서도 반전을 만들어내고, 단 한 번의 기회가 승패를 가르는 게 야구다. 사람이 하기에 매력적인 야구에 로봇이 개입한다는 것 자체에 거부감이 드는 이들도 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개인적으로 로봇심판에 반대한다고 공식적으로 말했다. 오심은 고쳐야 할 부분이지만 심판도 사람이기에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자리 감소를 걱정하는 의견도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로봇심판의 등장으로 인력이 줄어들지는 않을 거라는 점이다. 오히려 컴퓨터 시스템의 분석 결과를 전달하는 역할이 필요해 추가적인 인력 창출이 기대된다는 의견도 있다. 물론 이 모든 건 추측일 뿐 장담할 수는 없다.

 

일각에서는 경기 지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금도 9회를 모두 마치려면 적어도 3시간에서 4시간가량이 소요되는데, 볼 판정에 걸리는 시간이 늘어나면 경기 시간도 자연스레 늘어난다는 것이다. 경기 시간의 연장은 선수의 피로도를 증가시킬 우려가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더블헤더 경기가 증가하면서 컨디션 조절이 어려운데, 로봇판정으로 인한 추가적인 소요 시간 증가는 선수에게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

 

이렇게 로봇심판 도입을 앞두고 찬반논란이 있어 에디터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먼저 찬성 입장이다.

 

나상인 에디터: 로봇심판 도입, 신뢰를 회복할 유일한 방법

 

어떤 스포츠 경기든 심판은 정확성과 공정성을 추구해야 한다. 그리고 노자가 도덕경에서 ‘가장 좋은 통치자는 백성들이 그가 있는지도 모르고 있는 상태’라고 말한 것과 비슷하게 심판은 자신의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면 인간심판과 로봇심판 중 누가 더 정확․공정하게 판정하고, 자기 존재가 드러나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 답은 명확해 보인다.

 

누구나 내가 응원하는 팀은 판정에서 손해를 보는 것처럼 느낀다. 그리고 실제로 손해를 볼 때도 종종 있다. 사람은 아무리 최선의 판정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해도 실수를 할 수밖에 없다. 그 실수가 프로야구 40년 역사 동안 누적돼 팬들 사이에선 심판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 잡고 말았다.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때문에 고과평가와 심판 승강제 강화 등은 임시방편밖에 되지 못한다. 신뢰를 회복할 방법은 로봇심판 도입밖에 없다.

 

최윤식 에디터: 공정성을 매력으로 만드는 프로야구

 

‘심판도 사람이다’라는 말은 그저 잘못을 미화시킨 것이다. 사회에 나와 일을 하게 되면 무엇이든 처음이기에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미화시키진 않는다. 심판도 마찬가지다. 판정에 따라 결과가 정해지는 스포츠에서 오심을 한다는 건 업무 과실이다. 그리고 이게 계속 반복된다면 업무 함량 미달로 징계를 받는 게 당연하다. 이런 잘못을 사람이 하는 스포츠의 또 다른 매력이라고 본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

 

프로 스포츠는 팬이라는 고객에게 즐거움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모든 고객은 공정하게 프로야구를 즐길 권리가 있다. 오심은 일종의 서비스 오류다. 이 오류를 두고 보는 것은 팬을 무시하는 행위다. 그렇기에 KBO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로봇심판의 도입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실수를 매력으로 포장하는 것보다 공정함으로 매력을 발산하는 프로야구가 시급하다.

 

반면, 로봇심판 도입에 의구심을 표하는 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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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민 에디터: 로봇보다는 사람에게 경고를

 

로봇심판 도입에 반대한다. 최근 오심이 잦아지며 ‘오심은 경기의 일부다’라는 말조차 통용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로봇심판이 도입될 경우 스트라이크 콜이 느려지고 경기가 전반적으로 늘어질 수 있다. 심판의 판정 역시 이전보다 맥이 빠질 거고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스포츠의 고유성도 훼손할 수 있다. 스포츠가 인기 있는 이유는 첨단 장비를 이용한 세밀함이 아니다. 사람이 직접 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스포츠의 정의 역시 ‘경기 규칙에 따라 승패를 겨루는 신체적 활동’이지, 장비의 이용이 아니다.

 

로봇심판의 도입보다는 심판진의 세대교체와 오심에 대한 확실한 처벌이 필요하다. 몇 경기 2군에 강등하는 것을 징계로 보기 어렵다. ‘삼진아웃제도’ 등을 통해 오심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줘야 한다. 또한 심판의 비디오 판독 번복률을 공지하고 이에 따른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10년 이상의 베테랑이어도 능력이 없으면 KBO에서 과감한 결단을 해야 한다.

 

한편, 로봇과 인간의 공존을 꾀하는 의견도 있었다.

 

조예은 에디터: 로봇심판이 있어도 사람은 필요해

 

경기가 끝나면 항상 루틴처럼 하는 행동이 있다. 그날의 스트라이크 존을 찾아보는 것이다. 석연치 않은 판정이 나오면 스트라이크 존은 항상 화두에 오른다. 한가운데 들어간 볼이 보이면 험한 댓글이 달린다. 공정성의 측면에서 로봇심판의 도입은 환영할 일이다. 선수의 키와 스탠스에 맞춰 스트라이크 존을 완벽하게 조절할 수 있는 컴퓨터라면 지금까지의 논란을 종식할 수 있다. ‘덮밥 프레이밍’으로 비난받는 선수들을 향한 목소리도 없어질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사람 심판은 필요하다. 컴퓨터가 오류를 일으키거나, 처리할 수 없는 상황에 대처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스트라이크 존을 보는 역할에 한정돼있기 때문에 보크나 실책을 판정할 심판의 역할은 계속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로봇심판의 한계다. AI의 발전에 따라 개선될 수도 있겠지만, 당분간은 어렵다.

 

오심이 경기의 일부로 인정되던 시대는 지났다. AI와 로봇은 일반적으로 공평함의 대명사로 불린다. AI 판사를 도입하라는 주장이 그 일부다. 로봇심판은 스포츠의 공정성과 경기력 향상을 어느 정도 이뤄낼 수 있을까.

 

#그들을 향한 고민

 

LG 류중일 감독은 로봇심판 도입에 반대하지만 한편으로는 기대가 된다고 했다. 류 감독은 예전부터 로봇심판 제도를 흥미롭게 지켜봤다며 일단 반응을 보겠다는 입장이다. 기계가 스트라이크 존을 어떻게 설정하는지 궁금한데, TV 중계 S존처럼 설정하면 투수가 불리하다며 투수들에게 존이 더 좁아질 거라고 예상했다. 이어 로봇심판의 콜이 늦어지면 경기가 루즈해질 수 있어서 오직 정확도만을 위해 판정에 시간이 걸려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판정의 신속성과 운용의 묘를 우려한 것이다.

 

그리고 그 우려는 실제 현실이 됐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미 독립리그인 애틀랜틱리그를 통해 로봇심판을 시범 운영했다. 정확히 말하면 자동 스트라이크-볼 판정 시스템을 도입했다. 하지만 주심의 콜 자체가 늦어졌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판정을 내리고 인간 주심에게 전달하는 데 1초 정도가 소요됐다. 또 선수들이 볼이라고 생각한 코스가 스트라이크로 판정되는 경우도 있었다. 포수가 힘들게 그라운드로 떨어진 공을 잡아냈는데,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온 것이다. 시간뿐 아니라 정확도마저 떨어진 셈이다. 이에 미국 언론들도 비난을 쏟아냈다. 미완성의 로봇심판이 독립리그 선수들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KBO에서도 같은 문제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류 감독은 유강남을 예로 들었다. 유강남이 미트질을 참 잘하는데, 로봇심판 제도에서는 허용이 안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볼을 스트라이크로 만드는 것도 엄연한 포수의 능력인데 자로 재듯 기계로 판단하면 포수는 그저 투수의 공을 받아내는 선수가 될 뿐이다. 류 감독 역시 이 부분을 지적하며 야구의 묘미가 사라질까 걱정했다.

 

#그들과 함께할 미래

 

로봇심판의 등장으로 앞으로 프로야구는 얼마나 달라질까. 심판들은 당장은 편할 수도 있다. 판정에 대한 팬들의 비난이 줄어들 것이고 문제가 생겨도 로봇의 탓이 된다. 하지만 멀리 바라봤을 때 로봇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 심판의 존재 이유를 의심받을 수도 있다. 게다가 선수들의 스타일도 많이 바뀔 것이다. 선수들은 기계가 아니다.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지치는 것이 당연하고, 점수 차가 많이 날 경우에는 스트라이크 존이 넓어지는 것에도 익숙하다. 하지만 로봇심판이 등장한 만큼 선수들도 로봇 같은 플레이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보다 한발 앞서간 메이저리그는 심판 협회와 합의로 5년 안에 로봇심판 도입 계획을 밝힌 상태다. 하지만 지난해 시범 운영된 로봇심판의 실적은 실망스러웠다. 다행인지 코로나19 탓을 하며 장비를 보완할 시간을 벌었다. 덕분에 문제점을 보완한 로봇심판이 KBO리그에 무사히 안착하면 볼 판정 시비는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명확한 스트라이크 존과 함께 선수들의 로봇 같은 기량 발전도 기대된다. 하지만 부작용도 놓쳐선 안 된다. 과연 다가오는 8월, 퓨처스리그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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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그아웃 매거진 112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0년 112호(8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dugoutm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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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 닉네임 어쩌고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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