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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첫 우승
단국대학교 야구부가 창단 40년 만에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단국대는 오승환, 이병규, 서용빈, 김태형, 김재걸, 나지완 등 KBO리그 스타들의 산실로서 명문 야구부의 전통을 잇고 있다.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에서 40년 동안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다. 단국대 야구는 ‘자율’로 대표된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도 단결되는 힘이 있다. 올해 단국대 야구부를 우승으로 이끈 것은 이와 같은 보이지 않는 힘이었다. 그 힘의 원천이 무엇인지 느껴보자.
에디터 곽동희 사진 한국대학야구연맹(KUBF), 하성준 기자
#자율이 만든 단결력
단국대 야구부는 훈련량이 적기로 알려져 있다. 딸꾹질 한 번 하면 운동이 끝난다고 해서 ‘딸국대’라 불릴 정도로 연습량이 적은 편이었다. 단체 훈련의 경우 2시간 정도만 하고 운동이 끝날 정도였다. 야구부 자체가 자율을 강조하는 분위기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학업도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전에 훈련하고, 오후에는 강의를 들어야 한다. 부족한 강의는 야간에도 실시한다. 야구를 위해 쏟는 노력만큼 학업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 단국대 야구부의 이념이다.
단국대의 자율 야구를 상징하는 것 중 하나는 염색 허용이다. 아마야구에서 선수들에게 염색을 허용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하지만 이런 파격적인 조치들이 선수들의 동기부여에 상당 부분 영향을 주고 있다. 원하는 것을 얻은 만큼 제 몫을 해내기 위한 노력을 스스로 해나가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것이 단국대 야구부의 특징이다.
자율적인 분위기에서도 최근에는 훈련량이 상당히 많은 팀으로 바뀌고 있다. 누군가 시켜서가 아니었다. 선수들의 자발적인 의욕들이 모여 훈련을 많이 하는 분위기로 바뀌게 된 것이다. 스스로 하고자 하는 힘이 모였을 때 잠재된 힘이 폭발하기 마련이다. 사실 단국대는 애초부터 우승전력이 아니었다. 그러나 승리를 향한 집념은 평소 부진했던 선수들도 고비마다 한 방을 터뜨려주는 원동력이 됐다. 단국대는 이번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에서 강호들을 연거푸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번 2021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단 한 명도 지명받지 못했다.
#우승의 주역들
박민수
출생 1998.09.30 신체조건 181cm/83kg 출신학교 인천재능중-동산고 포지션 투수 투타 우투우타
2020년 성적
평균자책점 |
WHIP |
경기 |
승 |
패 |
이닝 |
4사구 |
탈삼진 |
5.20 |
1.33 |
11 |
3 |
2 |
44.2 |
22 |
53 |
스카우팅 리포트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투혼의 171구를 던지며 9이닝 10피안타 9탈삼진 2실점으로 완투승을 거두며, 대회 우수투수상을 수상했다. 최고 145km/h의 속구를 던지며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던진다. 속구의 묵직함이 좋으며 체인지업을 곁들이며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다. 이닝 이터로서 종반에도 체력이 떨어지지 않는 장점이 있다.
원도연
출생 1999.12.04 신체조건 184cm/85kg 출신학교 신월중-원주고 포지션 투수 투타 우투우타
2020년 성적
평균자책점 |
WHIP |
경기 |
승 |
패 |
이닝 |
4사구 |
탈삼진 |
1.93 |
0.96 |
9 |
3 |
0 |
28 |
14 |
21 |
스카우팅 리포트
원도연은 직구와 슬라이더 투 피치를 구사하는 선수로 제구력이 매우 뛰어나다. 140km/h 초반의 속구를 던지며, 슬라이더가 130km/h 이상으로 빠르다. 구종을 현재보다 다양하게 늘리고, 꾸준한 자기관리가 병행된다면 프로 무대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보인다.
박건우
출생 1998.10.19 신체조건 183cm/83kg 출신학교 광주동성중-광주동성고 포지션 내야수 투타 우투좌타
2020년 성적
경기 |
타율 |
타수 |
안타 |
홈런 |
타점 |
득점 |
출루율 |
장타율 |
OPS |
15 |
.310 |
42 |
13 |
0 |
5 |
6 |
0.492 |
.381 |
0.873 |
스카우팅 리포트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 MVP다. 공, 수, 주 3박자를 모두 갖췄다. 내야 수비 시, 핸들링이 매우 부드럽고 어깨도 강하다. 특히 대회 8강전에서는 호수비를 비롯해 고비마다 안타를 치며 팀을 위기에서 살려냈다. 늘 묵묵하게 최선을 다하는 성품으로, 팀 내에서 입지가 탄탄하다. 우투좌타로 타격 시 파워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이 부분을 보완한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이성규
출생 1997.04.21 신체조건 177cm/75kg 출신학교 경남신월중-마산용마고 포지션 외야수 투타 우투우타
2020년 성적
경기 |
타율 |
타수 |
안타 |
홈런 |
타점 |
득점 |
출루율 |
장타율 |
OPS |
15 |
.259 |
54 |
14 |
0 |
7 |
8 |
0.344 |
.352 |
0.696 |
스카우팅 리포트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 수훈상 수상자다. 외야수로서 대회 기간 홈 보살을 잡을 정도로 어깨가 좋고, 타격에서는 파워가 강점이다. 프로 진출에 대한 의지가 강하지만 올 시즌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러나 대회에서 고비 때마다 타점을 날려주며,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쳐 팀 우승에 큰 공헌을 했다. 찬스에 강한 면모가 있다.
#김경호 감독과 일문일답
지난 대학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거뒀습니다. 소감이 궁금합니다.
우승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기분이 좋은 것이죠. 단국대 야구 역사에서 대학야구선수권대회에서는 우승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기분이 좋았고요. 우승을 할 수 있는 팀 전력이 아니었지만,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강한 의욕들이 모여 이뤄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세계 대학 야구 대표팀 코치로도 활약했습니다.
21세 이하 대표팀 코치로 선발돼 갔습니다. 21세 이하는 세계의 벽이 그렇게 높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21세가 넘어가면 굉장히 두꺼운 벽이 있다고 느낍니다. 야구 저변을 비롯해 야구 육성 방식에도 차이가 있는 거겠죠. 그런 편차를 줄여나가는 것이 저와 같은 지도자들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단국대 야구부의 훈련은 어떻게 편성돼 있나요?
주로 오전에 훈련하고요. 오후에는 수업을 듣습니다. 부족한 강의는 야간에도 합니다. 야간 수업이 없는 날은 연습으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공부와 늘 병행을 하고 있고요. 훈련 여건은 아주 좋은 편입니다.
단국대의 야구를 맛으로 표현한다면?
저는 스몰볼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야구를 알고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홈런을 잘 치는 선수에게 야구를 잘한다고 하고 싶지 않습니다. 홈런을 잘 칠 수 있는 선수도 상황에 따라 중요한 순간에는 스퀴즈 번트를 할 수 있는 선수가 야구를 잘하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홈런타자라도 매번 홈런을 칠 수 없죠. 단타를 치더라도 베이스 두 개를 갈 수 있는, 그런 선수가 잘하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부분들이 특히 학생 선수들에게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단국대 야구를 맛으로 표현한다면 라면에 ‘파 송송 계란 탁’이라고 생각합니다. 레시피를 정확히 알고 만드는 야구, 그런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웃음)
감독으로 부임하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알려주세요.
2017년에 전국 체전에서 우승했습니다. 감독을 맡고 첫 우승이었죠. 약한 전력이었습니다. 그런데 쟁쟁한 우승 후보들을 물리치고, 심지어 상무 국군 체육부대 프로선수들로 구성된 팀들도 이기고 우승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떴는데 ‘정말 우승한 것이 맞나?’ 싶더라고요. 지도자로서 배운 점이 있다면, 집념과 자신감을 가지면 불가능한 것도 가능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영원히 잊지 못할 순간이었습니다.
감독으로서 자신만의 철학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지도자는 여러 가지를 신경 써야 합니다. 선수지도, 육성, 소통, 관리 등이 있습니다. 저는 세 가지 정도를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신뢰와 소통입니다. 선수들과의 신뢰가 형성되면 지도자가 선수에게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곧이듣습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는 정말 필요한 이야기를 해도 절대 듣지 않습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도 무용지물이죠. 그래서 신뢰 형성을 바탕으로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로는 용기와 자신감을 심어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 야구를 포함해서 우리나라에는 정말 훌륭한 지도자들이 많습니다. 저도 여러 나라를 다녀봤지만, 우리나라 지도자만큼 열정 있고 열심히 지도하는 지도자들을 본 적이 없어요. 좋은 타격 기술, 수비, 피칭 등 끝없이 지도하고, 한 치의 소홀함이 없이 가르칩니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가르쳐도 용기와 자신감이 없다면 소용이 없습니다. 세 번째는 ‘기브 앤 테이크’ 입니다. 제가 학생 시절에는 선생님들이 무조건 ‘하지 마’라고 가르쳤습니다. ‘담배 피지 마라’, ‘나이트클럽 가지 마라’, ‘여자 만나지 마라’.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듣고도 우리는 할 거 다 했거든요. (웃음) 선생님들의 눈을 피해서요. 그러다가 혼도 많이 나고요.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났습니다. 옛날 지도 방식과도 결별해야죠. 그래서 선수들이 원하는 것은 들어 주면서 지도자가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선수들이 머리 염색을 하고 싶다면 허용해줍니다. 그럼 선수들이 좋아합니다. 4강 들어가면 일주일 동안 염색 자율화, 준우승이면 보름 그런 식이죠. 줄 것은 주면서 동기부여를 시켜줘야 합니다. 그런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마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기본기가 가장 중요합니다. 기본기와 체력을 잘 다져서 초중고 각각에 맞는 야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초등학생들도 야구 글러브를 끼고 한 달만 지나면 프로선수가 돼 있다고 합니다. 한국의 지도자가 메이저리그에 연수를 가서 매일 기본기 훈련을 하는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이런 기본 훈련은 한국에서도 하는데 매일 기본 훈련만 하냐고 물어본 거죠. 메이저리그 지도자가 하는 말이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으면 다른 데 가서 배우라고 했다는군요. 기본기를 잘 다져놓으면 고급기술은 저절로 가능해집니다. 고급기술은 프로에 가서도 얼마든지 익힐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본기가 아주 중요하고요. 학생 선수는 학업을 병행해야 하고 특히 영어를 꼭 배워야 합니다. 야구는 특히 미국에서 건너온 스포츠이기 때문에, 영어는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제가 다시 태어난다면 이 부분은 꼭 지키면서 야구를 하고 싶습니다.
대학 야구가 앞으로 어떤 부분을 개선하고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제도적인 부분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프로에서는 우수한 고교선수들을 거의 싹쓸이하다시피 합니다. 나머지 선수들이 대학 또는 독립구단 등으로 갑니다. 그리고 대학에 진학한 선수들은 학사일정에 맞춰 강의를 들으면서 훈련을 해야 합니다. 훈련량이 턱없이 부족하고 기량이 오히려 줄어듭니다. 대학에 올 때 프로 재도전의 꿈을 안고 오는데, 의욕을 점점 잃습니다. 대학 졸업과 함께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면 실업자가 됩니다. 감독으로서 그 선수들을 바라볼 때 정말 가슴이 미어집니다. 제가 꼭 실업자 양성소장 같은 기분이 듭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릅니다. 현재 KBO리그 구단은 선수 포화 상태입니다. 프로 1팀의 전체 선수가 약 90명 내외입니다. 30명 안팎이 주전선수고, 나머지 60명의 선수는 2군 또는 육성군입니다. 매년 신인선수 15명이 들어가면, 원래 있던 20명의 선수가 방출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웬만한 선수가 프로에 들어가서 1군까지 들어가는 건 정말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습니다. 1군의 베테랑 선수들을 따라잡는 것은 더더욱 힘듭니다. 특A급 선수가 아니면 프로에 간다고 해도 성공하기 힘든 것이죠. 그래서 저는 특A급 선수만 프로에 가야 한다고 단언합니다. 그 외 선수들은 대학이나 독립리그에서 기량을 더 키워야 한다고 보고요. 또 그런 선수들이 대학에 많이 와야 대학리그의 질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실업리그를 만들어서 야구를 통해 직업을 만들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합니다. 그래야만 프로에 진출할 수 있는 저변이 더욱 넓어지겠죠. 아마야구를 비롯해 KBO리그의 발전도 이룰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리 드래프트 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적극적으로 찬성합니다. 야구 관계자가 모여 한국야구발전위원회를 만들었는데요. 저도 위원으로서 꼭 시행해야 한다고 제기했습니다. 이미 프로축구와 프로농구에서는 시행하고 있습니다. 2년제 선수는 가능하고 4년제는 안 된다는 것은 모순입니다. 여기에 따른 부작용도 상당히 많습니다. 고교를 졸업하고 프로 지명을 못 받아서 대학에서 다시 한번 프로에 도전하기에는 4년이란 시간은 너무 길죠. 현재 2년제에 대학 선수는 한 팀에 70~80명 정도 됩니다. 선수가 많이 몰리고 있는 반면에 4년제 지방 대학들은 야구부 존폐 위기가 오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단국대 야구부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시는지, 앞으로의 각오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단국대 야구부는 전통과 역사가 있는 야구부입니다. 오승환, 이병규, 서용빈, 김태형, 김재걸, 나지완 선수 등 수많은 스타 선수를 배출했고, 지금도 고교선수들이 선호하는 대학 야구부입니다. 그 명맥을 꿋꿋하게 이어 갈 것입니다. 저도 대학에서 코치 20년, 감독 13년 올해 33년 차 근무 중입니다. 되돌아보니 굉장히 긴 시간입니다. 이제 정년까지 1년 반 정도 남았네요. 정년퇴임까지 최선을 다하고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 더그아웃 매거진 115호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