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팀이 없습니다.팀에 소속해 활동해보세요!
가입된 리그가 없습니다.리그에 가입해보세요!
서포트하는 선수가 없습니다.선수들을 서포트 해보세요!
너의 야구를 해
천 번이 넘는 경기를 뛰었고 오천 번이 넘는 타석에 들어섰다. 열아홉에 입단해 마흔이 되기까지 인생의 절반이 넘는 시간을 한 팀에서 뛰었다. 어떤 선수에게는 인생에서 한 번도 경험하기 힘든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팀에서 무려 네 번이나 함께했다. 그는 늘 같을 수는 없겠지만,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마음만은 가장 야구를 잘하던 때의 모습을 계속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런 끈기 덕분에 지금 SSG 랜더스에서는 2001년에 데뷔한 베테랑 선수가 2000년생 신인 선수와 함께 뛰는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인터뷰에 김강민의 지난 20년을 담아 봤다.
에디터 송서미 사진 SSG 랜더스
#베테랑의 여유
안녕하세요! <더그아웃 매거진>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해요. (5월 12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SSG 외야수 김강민입니다.
오늘 경기가 끝난 직후에 치료를 받았다고요?
이제 나이가 많아서 경기가 끝나면 여기저기 치료를 받아야 해요. (웃음) 오늘은 간단하게 아이싱만 하고 있어요. 평소에도 경기 끝나면 구장이나 호텔에서 밥 먹고 방에 올라와 치료받고 누워서 쉬는 편이에요.
경기가 잘 안 풀린 날은 어떻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나요?
어릴 때는 화가 주체가 안 돼서 그냥 씩씩거리고 있었는데 지금은 감정의 기복이 좀 덜 해요. 잘했을 때나 못했을 때나 비슷해요.
워낙 베테랑이다 보니, 컨디션 조절이나 마인드 컨트롤은 도가 텄겠네요.
그렇죠. 그래도 야구는 힘들어요. 잘했든 못했든 지나간 일은 빨리 잊는 편이에요. (혼자 삭이는 타입인가요?) 네. 차 안에서 소리 지르는 타입이에요. (웃음)
2001년 SK 와이번스에 입단해 벌써 20년이 넘었습니다. 한 구단에서 20년이나 뛴 선수는 정말 많지 않은데요. 뿌듯할 것 같기도 하고 부담스러울 것 같기도 해요.
특별히 부담스러운 건 없어요.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고요. 그냥 한 팀에 20년을 있었다는 사실에 조금 자부심은 있어요. 좀 있으면 (최)정이가 다 깰 텐데요. 아마 최정이 뒤따라오면서 다 정리할 거예요. (바짝 뒤쫓아오고 있군요?) 바짝까지는 아니고 워낙 야구를 잘하는 선수라 저보다 더 오래 할 듯해요.
혹시 SSG 외에 한 번쯤은 뛰어보고 싶었던 팀도 있나요?
고향 팀은 어릴 때부터 한 번쯤 가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제가 태어난 대구보다 여기서 보낸 시간이 더 많네요. 이제 여기가 제 고향이에요. 여기서 더 오래 살았으니까요.
SK가 SSG가 되고, 소속선수가 체감하기에 어떤 점이 바뀌었나요?
선수들이 어떤 게 필요하다고 말하면 백업이 좀 빨라요. 점점 더 빨라지고 있어요. 마치 신생 구단처럼 요즘 들어서 더 적극적으로 개선해주는 느낌을 자주 받고 있어요.
SSG의 가장 큰 장점이 있다면요?
선수들이 자유로워요. 선후배가 없는 건 아닌데 격 없이 지내는 편이에요. 크게 모난 후배들도 없고 말도 잘 들어줘요.
그럼 ‘이건 좀 아쉽다!’ 하는 건요?
애들이 너무 착해요. 구단에 아쉬운 점은 속으로 삭이겠습니다. (역시 베테랑이네요.) 이제 팀이 조금씩 바뀌고 있어서 더 좋아지고 있어요. 아쉬운 부분들도 채워지고 있습니다.
#2000년생을 만났을 때
올해 마흔이 됐어요. 하지만 요즘은 다들 워낙 젊게 살다 보니 인생은 마흔부터라는 이야기도 하잖아요. 앞자리가 바뀌니까 어떤 점들이 달라지던가요?
힘들어요, 힘들어. (웃음) 회복이 좀 더딘 느낌이 있어요. 관리해도 그렇더라고요. 주변에서 나이 먹은 걸 인정하면 덜 힘들다고 하길래 인정했는데, 이상하게 인정하니까 더 힘드네요.
2001년에 데뷔했는데, 벌써 2000년대생 선수들이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어요. 후배들을 보면 어떤 마음이 드나요?
별다른 건 없어요. 나이 차이가 크게 나니까 그냥 어떻게 야구를 하는지 볼 뿐이죠.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먼 선수들이니까요. 나이 차이가 너무 크면 말 걸기도 조심스러워요.
요즘 특히 눈에 띄는 후배가 있다면요?
많죠. 다들 열심히 해요. 물론 야구가 워낙 어려운 스포츠라 본인들이 노력하는 것만큼 결과가 나오진 않겠지만, 다들 열심히 하고 있어요. (최)지훈이도 잘하고, (박)성한이도 잘하고요. 두 선수가 좋아지고 있고 앞으로 잘해줘야 하는 선수들이에요. 또 요즘 올라온 신인 투수 장지훈도 잘하고 있고요.
신인 시절 나의 모습을 보는 듯한 후배도 있나요?
지훈이요. 수비 나가면 제 모습하고 비슷해요. 평소 이야기도 자주 해요. (닮았다고 하면 뭐라던가요?) 닮았다는 이야기는 안 해봤어요. 제가 혼자 그렇게 느끼는 거죠.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자기 것도 있으니까. 지훈이는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봐요.
신인 때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미남이더군요.
어릴 때요? 엄청나게 말랐는데 미남은 아니었어요. 그 질문은 패스하겠습니다. (웃음) 매우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많이 변했어요. 지금은 얼굴이 후덕해졌죠. (그럼 원조 인천 아이돌이 인정하는 현재 SSG 아이돌은 누군가요?) 일단 저는 원조 아이돌이 아니고요. 요즘 신인 선수들은 다들 괜찮게 생겼어요. (성격들도 다 좋고요?) 네. 물론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 친구들도 있는데 저하고 세대 차이가 좀 나서 제가 그렇게 보는 걸 수도 있고요.
어떨 때 세대 차이를 크게 느끼나요?
생각하는 게 좀 달라요. 제가 신인일 때랑은 조금씩 달라졌어요. (후배들과 소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한 적이 있나요?) 일단 동태를 잘 살펴야죠. 눈치를 보는 건 아니고 그냥 둘러보는 거죠. 얘네들이 뭐하나 하면서 그냥 지켜보는 거죠.
후배들뿐 아니라 동료들, 코치진 중에 의지가 크게 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지금은 추신수죠. 동갑인데 저보다 훨씬 체력이 좋아서 여전히 잘 뛰고 있습니다. 같이 있으면 좀 덜 심심해요. 원래 이 나이쯤 되면 각 팀에 동기를 찾아볼 수가 없거든요. 근데 신수랑 있으면 대화할 상대도 있고 같이 밥 먹고 그러는 게 좋죠. (주로 어떤 대화를 나눠요?) 야구 이야기도 하고 미국에 있었을 때 이야기도 해요. 그냥 주절주절 대화하는 편이에요.
반대로 힘이 되고 싶은 사람은요?
후배들이 힘들 때 힘이 되고 싶죠. 제가 모르는 이야기는 어쩔 수 없지만, 어떤 말이라도 해주고 싶어요. 대부분 성적이 잘 안 나오는 선수들이 힘들어하는데, 그냥 빨리 잊으라고 위로를 해주는 편이에요. 프로는 어차피 매일 경기를 해야 하는데, 오늘에 젖어 있으면 내일이 힘들더라고요. 하루하루 빨리 잊는 것도 중요해요. 특히 주전선수들은 한 시즌을 뛰어야 하니까 감정의 기복이 적은 선수가 유리해요.
본인은 어때요?
저도 어릴 땐 잘하면 기분 좋고 못하면 기분 안 좋고 그랬어요. 겉으로 티를 안 내는 성격이긴 한데, 지금은 잘해도 못해도 그냥 웃어요. 나이 많은 선수가 너무 인상 쓰고 있으면 팀 분위기가 다운될 수 있으니까요. 최대한 웃고 농담도 자주 해요. (농담하면 후배들이 좀 웃어주나요?) 아뇨. 안 웃어줘요. (어떤 농담을 했길래요?) 대부분 장난을 쳐요. 아마 저는 장난을 쳐도 어려운 선배일 거예요. 나이가 많아서.
후배들에게 야구 선배이자 인생 선배로서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조언보다는 야구는 스스로 하는 거라고 봐요. 주변에 코치님, 선배, 다른 선수들이 많을 텐데 그들의 이야기는 다 조언일 뿐이고 결국 그걸 잘 고려해서 플레이하는 건 선수 자신이에요. 본인이 스스로 한다는 생각으로 야구를 해야죠.
#지난 20년의 경험
지금까지 천 번이 넘는 경기를 뛰었고 오천 번이 넘는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모두 다 기억할 수는 없겠지만, 제일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요?
2018년 플레이오프 5차전이 제일 기억에 남고, 한국시리즈 우승하던 순간들은 다 기억에 남아요. (한국시리즈 우승을 네 번이나 했는데 그중 첫 번째로 기억에 남는 시즌이 있나요?) 첫째로 기억에 남는 건 첫 번째 우승과 마지막 우승을 했을 때죠.
그 두 번의 우승은 묘하게 기분이 달랐죠?
네 번 다 상황이 달라서 기분도 다 달랐어요. 첫 번째는 정말 뭘 모르고 했죠. 백업할 때여서 선배들이 잘해준 덕분에 우승했는데, 우승 직후에 외야 수비 위치에서 마운드까지 뛰어가는데 정말 아무 소리도 안 들렸어요. 그렇게 사람이 많은데도 귀가 먹먹할 정도로 기분이 좋았어요. 평생 우승을 못 하고 은퇴하는 사람도 있는데 20대 중반의 어린 나이에 우승했으니 기분이 참 좋았죠.
나머지 세 번의 우승의 순간들도 궁금해요.
두 번째 우승은 교체돼서 벤치에서 봤어요. 벤치에 있으니까 더 긴장했어요. 세 번째는 마냥 기뻐할 수가 없었죠. 당시에 한국시리즈 경기를 전부 뛰었는데 이후에 아시안게임을 나가야 했거든요. 한국시리즈는 ‘끝났다!’ 하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또 경기하러 가야 하니까 시원한 기분은 못 느꼈어요. 마지막 우승은 정말 극적으로 한 거라 기억에 많이 남아요. 여운도 크게 남았고요. 우승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뒤집어서 우승한 거라 이게 정말 현실인가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죠. 꿈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어요.
지금 SSG가 굉장히 성적이 좋잖아요. 다섯 번째 우승을 노려볼 만할까요?
언제나 목표는 우승이에요. 우승하기 위해 선수들 모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어요. 물론 조금 부족해서 우승을 못 할 수도 있겠지만요. 야구라는 게 워낙 힘든 운동이고 변수도 많지만, 끝까지 해봐야죠.
SSG가 이렇게 잘하는 원동력은 어디 있다고 보나요?
솔직히 개인적인 성적이나 팀 세부적인 상황은 좋은 편이 아닌데요. 경기장에 나가면 정말 끈끈해요. 못하고 있어도 잘 이겨내려고 서로 다독이고 있어요. 그런 부분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좋은 결과를 만든다고 봐요. 타자들은 개인 성적이 뛰어나진 않지만, 필요한 순간마다 잘 쳐주고 있죠. 투수들은 부상선수가 많고 어려운 상황인데도 정말 잘 던져줘요. 그래서 후배들에게 늘 고맙고 나가서 싫은 소리 할 이유가 전혀 없어요. 신수랑도 항상 그런 이야기를 해요. 본인도 마음처럼 야구가 잘 안 돼서 힘들 텐데, 항상 팀을 우선시하는 거 보면 확실히 리더는 리더예요.
다시 본인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돌이켜봤을 때 아쉽거나 후회되는 순간도 있을까요?
FA를 하고 난 다음 해랑 2009년 준우승을 했을 때요. 일단 2015년에는 시범경기에서 무리를 안 했을 거예요. 그때 다치면서 시작부터 삐걱댔거든요. 돌아와서도 부상이 있었고요. 그 해가 되게 힘들어서 그때로 제일 돌아가고 싶어요. 준우승의 순간은 정말 아쉽죠. 물론 그때도 정말 잘해서 준우승한 거지만, 그래도 돌아가서 다시 한번 해보고 싶어요. 준우승으로 끝낼 수 없죠!
지난 야구 인생을 돌아봤을 때, 야구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정말 어렵네요. 모르겠습니다. 야구는 할 때도 어렵고 그만둬도 어려울 것 같아요. 어려운 스포츠예요. 제게 야구는 정말 난제예요. 됐다가도 안 되는 게 야구거든요.
그럼 SSG라는 팀을 정의한다면요?
‘내 인생의 반’이죠. 스무 살부터 마흔 살까지 제가 살면서 가장 오래 있었던 곳이잖아요. 고등학교 졸업하고부터 계속 여기 있었어요.
언젠가 은퇴하게 될 텐데, 은퇴 후에는 어떤 모습을 꿈꾸나요?
그것도 고민이에요. 과연 난 무엇을 해야 할까. 정말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2003년부터 유지해온 등번호 0번, 남는 번호라서 달았다고 했지만 지금은 의미가 있죠?
당시에 한 자릿수 번호를 달고 싶었는데 선배들이 다 달아서 남는 번호가 0번 밖에 없었어요. 4~5년 전에 저도 번호를 바꿀 기회가 있었어요. 나이가 좀 들면 좋아하는 번호로 바꿀 수 있거든요. 그런데 그때는 이미 늦었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속한 팀의 0번은 제가 제일 오래 단 번호라 굳이 바꿔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고요. 이제는 못 바꾸죠.
팬들이 김강민의 영구결번에 관한 이야기도 합니다. 본인은 어떤가요?
영구결번이라는 건 정말 영광스러운 거잖아요. 저는 그 기준에는 못 미친다고 봐요. 근데 영구결번을 안 해도 선수들이 0번을 안 달 것 같아요. (자동으로 영구결번이 되겠네요?) 그럴 수도 있어요. 굳이 찾아서 달 정도의 번호가 아니라서요. 선수들이 좋아할 번호가 아니에요. 그리고 웬만하면 잘 안 어울려요. 유니폼에 달았을 때 별로예요. 저는 오래 달았으니까 익숙해서 그렇지 저도 처음에는 어색했어요. 저도 처음에는 1번, 16번, 7번 이런 번호를 좋아했는데, 제가 만약 그 번호로 바꾸면 저 대신 0번을 달 선수가 없더라고요.
앞으로 팬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지 궁금해요.
저는 항상 똑같습니다. 솔직히 마음만은 예전에 야구 잘했던 실력 그대로 야구 하고 싶어요. 그때 실력을 붙잡으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고 항상 그런 자세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가 야구장에서 보여드릴 수 있는 좋은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 거고요. 열심히 준비해서 올해 좋은 성적도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팬분들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지만, 다들 잘 지내시고 SSG 많이 응원해주세요. 항상 건강 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
***
아랫사람들이 좋아하는 윗사람의 모습은 이런 게 아닐까. 특별히 간섭하거나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내가 필요할 때 곁에서 위로가 되는 사람. 때로는 먼저 사소한 장난을 걸며 무거워진 분위기를 바꿔주는 사람. 김강민은 팀 내 최고참이지만, 불편한 무게감보다는 유쾌한 편안함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야구 선배이자 인생 선배인 그는 고민이 많을 후배들에게 자신을 믿고 본인의 야구를 하라는 짧고 굵은 조언을 건넸다. 20년 경험에서 우러나온 그 말은 어쩌면 열 마디 말보다 더 깊이 있는 응원이 아니었을까. 앞으로도 그가 후배들이 언제든 기대어 쉴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길 바란다.
▲ 더그아웃 매거진 122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1년 122호(6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dugoutm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