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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Voice] 고교야구, 알루미늄 배트로 돌아가야 DUGOUTV

dugout*** (dugout***)
2022.01.1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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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계가 위기를 맞았다고 말하는 것도 이제는 지겨울 지경이다전체적인 경기력의 저하부터 리그를 대표할 슈퍼스타의 부재선수들의 도덕적 해이 등의 문제로 KBO리그가 즐길 거리가 넘쳐나는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예전만큼의 독자적인 매력을 발산하지 못한 지 오래다여기에 장기간의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야구 인기 하락 문제는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힌 난제가 되고 말았다하지만 이번 호 더그아웃 보이스에서는 KBO리그가 위기를 맞은 원인을 좀 더 앞선 단계에서 찾아보고자 한다바로 십수 년간 수많은 야구인이 회자해 온 고교야구계의 나무 배트 사용 문제가 그 대상이다. (12월 5일 작성)

 

에디터 전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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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알루미늄

 

야구방망이의 소재는 크게 알루미늄과 나무로 나뉜다일반적으로 알루미늄이 나무보다 가벼워 스윙에 편리하며반발력이 뛰어나 타구의 질을 높이기가 쉽다타자들의 평균적인 신체 능력이 수준급인 프로에서는 투타 밸런스 조절과 빠른 타구로부터의 안전을 위해 나무 배트를 사용하고 있다.

 

알루미늄 배트가 야구계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70년대다사용 난도가 높은 나무 소재와 비교해 미완성된 타자들의 기량을 보완하기 용이하다는 점에서 고교야구를 비롯한 아마추어 야구계에서 환영받았다생활 체육 야구를 즐기는 사람들 역시 편리성 때문에 대부분 알루미늄 소재를 선호하고 있다그러나 2004나무 배트를 사용하는 국제대회에 적응해야 한다는 이유로 고교야구에서도 공식적으로 이를 도입하기 시작했다이를 통해 국제대회뿐 아니라 KBO리그에서의 적응력 또한 높여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잠시나무 배트 사용은 곧 이런저런 문제에 직면하고 말았다덕분에 기존 제도로의 회귀론이 일찌감치 모습을 비추기 시작했다.

 

#꿈꾸는 것도 돈이다

 

먼저 와닿는 건 역시 돈 문제다생활 체육 야구계에 몸담았던 사람과 함께 경기를 관람하면 배트가 부러지는 장면에서 아깝다며 탄식을 내뱉는 모습을 볼 수 있다알루미늄보다 내구성이 떨어지는 나무 배트는 가격 면에서 이점이 없음에도 쉽게 갈라지고 부서져 사용 기간이 터무니없이 짧다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알루미늄 배트는 몇 개만 있어도 팀 내에서 여럿이 돌려 쓰는 게 가능하지만나무 소재의 경우 한 경기에 두 개씩 부러지는 일도 흔히 발생한다.

 

이처럼 잦은 배트 교체로 인한 재정적 부담은 그대로 학부모의 몫으로 돌아간다야구는 글러브스파이크보호 장구 등 이미 고가의 용품들을 요구하는 스포츠다거기에 나무 배트로 인한 부담까지 가중된다면 야구부 진입장벽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이는 궁극적으로 스타플레이어가 부족하다는 현 상황에서 재능 있는 유망주를 한 명이라도 더 발굴하고 야구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 악영향만 끼칠 뿐이다또한미국이나 일본 등보다 아마야구 운영 여건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운영비를 절감하고 인프라를 보다 안정적으로 확충하기 위해서라도 알루미늄 배트로의 재전환을 적극적으로 고민해봐야 한다.

 

#거포를 찾아서

 

나무 배트 사용의 가장 큰 문제는 거포를 육성하는 일이 전보다 매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배트에 공을 제대로 맞힐 수 없거나 일정 수준 이상의 힘을 기르지 않으면 반발력이 낮은 방망이로 장타를 뽑아내기란 어려운 일이다육체적으로 미성숙한 학생들이 나무 배트로 장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착실히 수행해 주요 근육의 힘을 키우는 일이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한다그러나 목전에 있는 대회에서의 승리를 목표로 하는 지도자들로서는 근력 운동을 통한 그들의 육체적 성장을 마냥 지켜보거나 장타 양산을 위한 스윙 기술을 가르칠 여력이 없다미래를 내다보고 거포를 육성하기보다는 당장에 맞닥뜨릴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작전 혹은 기교 위주의 플레이로 실리를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다우투좌타형 타자들이 많아진 것도 같은 이유에서 비롯된 현상이다실제로 박용택 해설위원(전 LG 트윈스역시 나무 배트 사용이 손장난’(어떻게든 맞히는 데만 집중하는 타격)의 출발점이고 나무 배트는 고교 선수들이 아직 이겨내기 쉽지 않은 배트라며 여전히 나무 소재를 고집하는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오랫동안 국민 거포로 불리며 시즌 홈런 1위를 다섯 차례나 석권한 박병호와 올 시즌 홈런왕을 차지한 최정은 고교 시절 알루미늄 배트를 손에 쥐어 본 마지막 세대다물론 이후 세대에서도 김재환나성범한유섬 등 홈런 생산 능력이 좋은 선수들을 비롯해 장타력이 출중한 이가 여럿 나오긴 했으나 이전 세대만큼의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홈런왕 레이스의 선두권은 외국인 선수에게 내주는 일이 빈번했던 게 현실이다근 몇 년간 KBO리그에서 새로운 토종 스타가 배출되지 못하는 문제를 바로 이 지점에서 찾는 전문가가 많다.

 

국내 공교육계에서는 과도한 선행학습을 지양하자는 분위기다여느 분야들이 그렇듯 재능 있는 학생들이야 문제없겠지만고등학교 교육에 적응시켜야 한다는 이유로 일찌감치 초등학생에게 미적분을 가르치기란 분명 무리라는 것이다고교야구의 상황이 딱 그런 셈이다아직 프로 무대에 설 만큼 육체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성장하지 못한 선수들에게 성인 무대 수준에 미리 적응하라는 건 다소 가혹한 요구임이 틀림없다.

 

#함께 성장해야 하는

 

나무 배트 시대가 도래한 이후 고교야구에서 일명 똑딱이라고 불리는 유형의 타자들이 양산되는 바람에 궁극적으로 전반적인 투수들의 수준도 함께 저하됐다는 평도 많다투수의 수준은 그들이 상대해야 하는 타자들의 레벨에 좌우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나무 배트 사용으로 피장타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탓에 기본적인 구위만 갖추면 타자를 쉽게 압도할 수 있게 됐다즉 좋은 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강타자들을 상대하기 위한 기술을 연마하고 좋은 공을 던지고자 끊임없이 분투해야 하는데 그 동기 부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호성적을 거두기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진 데다가 앞순번으로 지명받기 쉬운 포지션이라는 이유로 투수를 희망하는 유망주가 즐비하다실제로 매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대부분의 구단이 1차 지명 혹은 2차 지명 앞 라운드에서 투수를 선발해온 게 사실이다그러나 활약을 펼치며 기대를 모았던 고교 때와는 달리지명 이후 리그에 적응하지 못하고 제구력 난조를 겪으며 퓨처스리그를 오가는 이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시 돌아가야

 

결국 나무 배트가 주는 재정적인 부담과 고교 선수들의 실력 저하 문제를 해결해줄 근본적인 대안은 알루미늄 배트로의 회귀다물론 이러한 문제점들이 명명백백하게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5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아마야구계에서 살아남은 덴 몇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먼저 일각에서는 장타가 빈번히 나오는 알루미늄 배트를 다시 사용하면 어린 투수들의 혹사 문제가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아웃 카운트를 잡기가 어려워짐에 따라 투구 수가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혹사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하지만 나무 배트를 사용해온 근년에도 혹사 문제는 전혀 해결될 기미 없이 매년 회자하고 있다는 점으로 미뤄보아이는 무조건적인 승리를 위한 무리한 투수 운용을 지적해야 하는 문제로 파악하는 것이 옳다.

 

안전성 문제 역시 절대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나무 배트 찬성론자들의 지론이다실제로 알루미늄 배트로 친 공이 야수를 강습해 크게 다치게 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했기 때문이다또한 알루미늄 소재로 타격할 때 발생하는 소음이 포수들의 청력 손상에 한몫한다는 점도 있다고교야구에서 알루미늄 소재를 활용하는 일본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배트의 무게와 규격을 제한하고 소음을 흡수하는 장치를 장착하거나 공의 반발력을 조절하는 등 여러 절충안을 내놓았다국내에서 알루미늄 배트 재도입을 고민할 때도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 사항들이다.

 

혹자는 이에 대해서도 배트 사용에 제한을 둔다면 결국 현재와 다른 점이 없다고 지적할 수 있다물론 어느 방안을 선택하든 장단점이 고루 나타나는 게 사실이다그러나 현재 고교야구 운영 및 재정 실태와 유망주 풀프로 진출과 그 실력 양상에 대해 복합적으로 생각해볼 때아마야구와 KBO리그 선수단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최선의 방안은 알루미늄 배트의 재도입이라고 판단한다결국 야구계가 떠안은 수많은 문제점 중 다수의 근원은 고교야구계에서 사용하는 배트 문제로부터 시작된다야구인들의 여론을 반영한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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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그아웃 매거진 129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2년 129호(1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dugoutm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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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 닉네임 어쩌고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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