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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Dream] KT 위즈 이채호 DUGOUTV

dugout*** (dugout***)
2022.10.1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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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존재하는 이유


KT 위즈 마운드에서 활약하기 전이채호는 야구에 수없이 밀당을 당했다아버지를 따라 접한 야구가 좋아서 평생을 함께해보려 했지만그 과정에서 냉탕과 온탕을 수시로 오갔다중학교 시절 작은 체구 때문에 전학을 권유받아 신생팀인 원동중학교 야구부로 떠밀리듯 이적했고전국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프로 입단 후엔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의 2군을 전전하며 한참을 버티다 지난 5월 KT로 트레이드됐고재정비를 거쳐 불펜 핵심 자원으로 맹활약 중이다승부처에서 화려한 무브먼트와 칼 같은 제구로 상대 타자를 압도하는 이채호이제 야구는 그가 마운드 위에 존재하는 이유이자 가치를 입증하는 증거가 됐다.


Photo KT Wiz Editor Sojeong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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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더그아웃 매거진>과는 첫 만남이에요! (9월 7일 인터뷰)

인터뷰 섭외 소식을 듣고 내가 요즘 야구를 좀 잘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어요또 팬분들께 제 얘기를 전해드릴 기회여서 좋았고요.


그럼 먼저 자기소개를 해볼까요? ‘이채호란 이름이 참 인상 깊고 예뻐요.

저희 아버지 말씀으론 할아버지가 지어주셨대요채색(빛낼()에 호걸 호()를 쓰는데 처음엔 빛나는 영웅이 되란 뜻인 줄 알았어요근데 제가 영웅이 되는 게 아니고 영웅이 빛날 수 있게 옆에서 도와준단 뜻이더라고요(뭔가 불펜투수의 역할과도 같네요?) 지금 보직이랑도 비슷하고 그동안 항상 해 온 역할이에요아마야구 시절에도 팀의 에이스라기보단 그 선수가 힘들 때 올라가서 열심히 임무를 수행했죠중학교 2학년 땐 선배들을 도와야 하기도 했고 에이스가 따로 있어서 항상 후속 투수로 나갔는데 그때 성적이 좋았어요.


KBO리그 데뷔 후 본격적인 1군 생활 중인데 적응은 잘하고 있나요?

KT의 팀 분위기가 좋아서 적응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특히 투수조가 다들 잘 뭉쳐서 진짜 가족 같아요형들이 스스럼없이 다가와 주고 질문을 안 해도 먼저 알려주시고요등판 후 더그아웃에 들어오면 형들이 오늘 어땠어?”라고 묻고제 의견에 공감도 해주시고 피드백이나 조언도 주세요사실 프로에선 경쟁 구도 때문에 서로 도움을 주는 게 쉽지 않을 텐데다들 작은 거라도 도와주려고 해서 얘기도 많이 하고 금방 적응했죠.


다행이네요그럼 올 시즌 본인의 활약을 평가해본다면요?

100점 만점 중에 80점이요앞 투수의 책임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등판해 득점을 허용한 적이 좀 있어요그래서 감점했어요(잘한 부분도 분명히 있겠죠?) 1군 경험이 작년까지 3게임뿐이었는데 올핸 지금까지 30이닝 넘게 던졌어요평균자책점도 1점대고 운 좋게 5승 2홀드도 기록해서 성적 면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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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을 지우고


지난 5월 22시즌 도중 SSG에서 KT로 이적이 확정됐을 당시를 다시 떠올려 볼까요?

SSG 2군 구장에서 합동훈련을 하던 중이었어요갑자기 2군 매니저님이 제 등을 툭툭 치면서 방으로 오라시길래 뭐지트레이드인가?’라고 생각했어요(혹시 그전에 뭔가 낌새가 있었나요?) 사실 그 전날에 KT 제춘모 불펜코치님이 연락해 오셔서 요즘 몸 상태는 어떤지 체크를 하시더라고요그래서 저 혼자 ‘KT로 갈 수도 있겠다라고 짐작한 거죠다음날 바로 트레이드될 줄은 몰랐지만매니저님께 너 KT로 가게 됐다라고 들었을 땐 좋은 기회란 생각만 가득했어요. SSG엔 사이드암 투수가 많았고 신인인 ()태현이도 언더핸드 유형 투수인데다 1차 지명이라서 기대를 많이 받았죠기회를 얻기 힘들다고 느꼈을 때라 사이드암 투수가 없는 KT 불펜진이 그저 기회로 여겨졌어요한편으론 프로 입단 때부터 몸담았던 팀을 떠나는 게 좀 섭섭했고요.


사실 이적 전까지 1군에서 보여준 표본이 적어서 트레이드 당시엔 KT 팬들에게 물음표를 받은 편이었어요.

저랑 트레이드된 정성곤 형은 1군 기록이 많았고전 그 반대라서 의문이 생기는 게 당연했죠그래서 신경 쓰지 말고 기회를 잡으려고 노력하자할 일만 하자하고 다짐했어요(KT의 든든한 불펜 자원이 된 지금은 어때요팬들의 기대도 한껏 높아졌어요.) 일단 스스로가 많이 달라졌어요예전엔 마운드에서 다리가 엄청나게 떨리고 발이 땅에 안 닿은 느낌도 들었거든요투수들끼리는 다리가 하늘을 붕붕 떠다닌다고 표현하는데 딱 그 상태였어요근데 이적 후에 위기 상황에도 나가고 경험이 쌓이니까 그런 건 없어지고 자신감이 생겼어요.


이적하기 전까지 2군에선 나름 괜찮은 모습이었다고 해요.

근데 이상하게 1군만 가면 많이 흔들렸어요작년엔 SSG의 스프링 트레이닝이나 연습경기시범경기에 다 따라갔어요. ()민호 형이 수술 때문에 5월 이후에나 복귀 예정이라 당시 불펜에 사이드암 투수가 저뿐이었어요그래서 형들이 완전 기회를 입에 떠먹여 주는 상황이다이때 잘하면 무조건 개막 엔트리에 들어간다라고 할 정도였어요근데 연습경기까진 괜찮다가 시범경기 첫 게임에서 아까 말한 대로 다리가 하늘에 떠 있는 느낌이 들더라고요결국 두 타자 연속 볼넷을 내주고 안타까지 맞아서 바로 강판당했죠그때 멘탈도 흔들리고 1군에 대한 두려움도 생기고공을 이상한 데로 던진 장면도 자꾸 떠오르는 패닉상태였어요.


한편 올 시즌엔 1점대 평균자책점에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0.98 등 좋은 기록을 유지 중이에요단점으로 지적받던 1군에서의 제구력도 보완된 편이고요비결이 궁금합니다.

신인급 선수들은 경험이 없다 보니까 경기 도중에 멘탈 관리가 잘 안 돼요연속으로 2볼을 주면 빨리 스트라이크를 넣어야 하는데하면서 초조해하는데경험이 있는 투수들은 자신만의 호흡을 한번 하거나 발을 풀면서 머릿속을 정리하죠저도 그런 쪽으로 변하고 있어요안 좋은 상황이더라도 어쨌든 시합을 뛰어야 하니까요. ()민수 형이 호흡법을 많이 알려줬고, ()재민이 형도 제가 이적 초반에 긴장해있을 때 어쨌든 너는 마운드에 올라가게 돼 있고상대 타자와 대결해야만 해라고 말해줬어요제 코치님이 이 악물고 던지라고 하신 말씀도 떨지 않고 승부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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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 감독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하던데요?

제가 원래 킥을 하고 던졌는데세트 포지션에서 다리를 짧게 들어서 던지는 게 밸런스가 더 좋아 보인다고 하셨어요그래서 요즘엔 킥을 높게 안 들고 왼쪽 다리를 바로 떼서 나가요그거랑 뒷다리를 사용하는 법도 배우니까 공 끝이나 무브먼트가 훨씬 더 좋아진 게 느껴졌어요그러면 구속이 낮더라도 정타를 맞을 확률이 줄어서 도움이 많이 되죠요즘도 연습 투구할 때 감독님이 멀리서 지켜보시다가 뭔가 잘 안되면 오셔서 계속 그렇게 할 거냐고 물어보세요그러다가 잘 해내면 이렇게 잘 알면서 일부러 안 하는 거야?”라고 장난식으로 말씀하세요감독님은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를 아끼고 잘 챙겨주세요.


KT의 에이스인 고영표에게도 체인지업을 비롯해 투구 과외를 받았다고 해요.

제가 경기 전에 투구하면서 컨디션 체크를 하는데 그때 영표 형이 와서 코칭을 해주곤 해요체인지업을 많이 배웠죠형은 어떤 그립이든 밸런스가 좋아야 체인지업이 잘 떨어진다면서 중심 이동의 중요성을 알려줬어요전 그동안 그립에 집중해서 손으로 공을 어떻게 덮어야 잘 떨어질지 고민했는데 효과가 별로 없었어요근데 그냥 그립을 잡고 형이 알려준 좋은 밸런스로 던져보니까 확실히 달라졌어요그래서 체인지업이 좀 써먹을 정도는 됐어요또 제가 던지고 오면 좋았던 점을 말해주거나안 좋았던 날은 오늘은 무릎이 좀 밀리더라” 이렇게 코멘트를 하나씩 해줘요(여러모로 도움을 주는 좋은 선배네요.) 정말 배울 게 많아요본인에게 필요한 걸 파악해서 운동도 열심히 하고 공부를 많이 해요한국을 포함해 일본이나 미국 투수들의 장점을 찾아내서 본인에게 접목하려고 해요.


많은 이의 도움으로 다듬어진 본인 투구의 특징과 장점은 뭔가요?

프로 입단 초기엔 팔이 좀 높아져서 고등학교 때 장점이던 업슛(떠오르는 공)이 안 나왔었어요근데 KT에 와서 여러 조언을 받으며 팔을 많이 낮추고고등학교 때 던지던 느낌으로 돌아가니까 타자들이 공략하기 어렵게 솟아오르는 커브가 됐어요또 직구 무브먼트도 싱커성으로 우타자 몸쪽으로 말려 들어가면서 땅볼 타구가 많이 나와요.


추가로 완성하고 싶은 구종이 있다면요?

투심 계열 구종이요지금은 포심 그립으로 던지는데 투심이면 무브먼트가 더 생기니까요당장은 시즌 중이라 힘들고 내년에 그걸 완성해보고 싶어요감독님이 현역 시절에 즐겨 던지시던 건데 저한테도 한번 해보라고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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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신형 핵잠수함


친정팀 SSG를 상대로 6월 2일 9회 말에 좋은 투구를 보여줬고, 14일엔 생애 첫 승도 달성했어요.

2일은 이적 후 1군 등록 첫 경기였어요. 14대 1이란 큰 점수 차로 이기고 있어서 부담 없이 등판했죠내 공만 잘 던지자고 다짐했고친정팀이라 더 잘해야 하고 잘 보여야 한단 생각은 안 했어요그리고 14일엔 2점 차로 지고 있었을 땐데도 점수를 신경 안 쓰고 등판했어요이것저것 생각하고 올라가면 항상 결과가 안 좋더라고요그냥 타자도 의식하지 않고 포수만 보고 내 공만 던지려고 해야 경기가 잘 풀려요마침 제가 삼진을 잡고 다음 공격 때 바로 역전이 돼서 기분이 좋았어요아버지도 축하한다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주셨어요. (유독 SSG전에서 인상 깊은 기록을 남겼네요.) 그때 등판해서 왜 나를 보냈어요?’라기보단 저도 이렇게 잘할 수 있어요!’라고 속으로 말했어요. 2일 경기가 끝나고 나선 SSG 2군 코치님이 첫 단추를 잘 끼웠으니 앞으로 더 잘할 날만 남았다고 격려해주셨고옛 동료 형들도 축하한다고 연락해줬어요.


벌써 5승째로 승운이 높은 편이에요혹시 선발 수업을 받고 싶은 욕심은 없나요?

선발투수가 제 최종목표예요경기에 제일 먼저 나가서 많은 이닝을 던지고 선발승도 하고 싶어요일단 당장은 그걸 생각할 겨를도 없고 맡은 보직을 열심히 하는 게 최우선이죠(마무리 투수는 어때요?) 전 마무리를 할 배짱은 아니에요솔직히 마무리 투수가 제일 대단한 포지션으로 보여요모든 걸 떠안는 사람이잖아요그래서 ()재윤이 형을 보면 정말 신기하고 웬만한 멘탈로는 못 할 거란 생각이 들어요.


9월 4일 웨스 벤자민의 갑작스러운 퇴장 후 급하게 후속 투수로 나온 상황에서도 3회 만루 위기를 넘기고 엄청난 구위를 보여주며 승리투수가 됐어요.

당시 불펜에서 대기하면서 누가 나갈까?’하고 궁금해했는데 상대인 KIA 타이거즈 소크라테스 브리토 선수가 좌타자라서 전 아닐 거로 생각했어요그때 불펜에 누가 있는지 묻는 전화가 왔고절 포함해서 몇 선수의 이름을 듣더니 전화를 끊고 다들 잠깐 고민했나 봐요그러다가 절 준비시키라고 하셨고이어서 심판님이 빨리 나오라고 해서 급하게 마운드에 올랐어요근데 갑자기 올라가니까 오히려 긴장이 안 됐어요또 제가 몸이 빨리 풀리는 타입이라 도움이 됐죠커브가 좋은 코스에 꽂히고 투구 밸런스가 괜찮았어요스트라이크도 잘 잡혀서 오늘 해볼 만하다고 느꼈고요이전엔 앞 투수가 내보낸 주자들을 홈으로 부른 적이 많았는데 그날은 만루를 무실점으로 막은 게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한편 6월 25일엔 이적 후 첫 실점 상대인 LG 트윈스 문보경에게 체인지업으로만 8구를 던졌는데 그 이유가 궁금해요.

그때 포수가 ()준태 형이었는데 체인지업 사인만 내셨어요문보경 선수가 직구를 잘 치는 타자니까 형이 그런 사인을 낸 게 온전히 이해됐죠전 KT로 온 이후에 마운드에서 고개를 흔든 적이 한 번도 없어요제가 볼 배합을 잘 못하고저희 팀 포수들이 워낙 좋은 능력을 갖춘 선배님들이라 무조건 믿고 던져요두 번째 투구 때 마운드 흙이 패어 있어서 한 번 넘어지고 발목도 꺾였는데 그래서 당시에 좀 흔들렸던 거 같아요(그리고 후배 박영현이 후속 투수로 나와서 홈런을 맞았죠본인의 책임 주자 1명도 득점했고요.) 영현이가 내려와서 못 막아서 미안하다고 했는데 절대로 신경 쓰지 말라고저번에 네가 내 실점을 막아준 적 있지 않냐고 했어요실제로 영현이가 제 실점을 막아준 적이 몇 번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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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선수가 앞뒤로 번갈아 가면서 등판하는 경기가 많았어요.

영현이랑 맨날 내가 나가는 날이 네가 나가는 날이라고 얘기해요시즌 초엔 점수 차가 클 때 저랑 영현이가 자주 등판했어요최근엔 등판패턴이 그때와는 좀 달라졌어요(형으로서 본 박영현은 어때요?) 영현이랑 캐치볼을 하면 공이 떠올라서 가끔 얼굴에 맞을 거 같은 느낌이 들어요삼성 라이온즈의 오승환 선배님 공이 솟아오르는 거처럼 영현이도 직구를 던지면 타자들의 배트가 공 밑으로 헛돌거든요재능이 엄청난 투수예요가끔 뺀질뺀질하게 느껴지지만 착하고장난기도 많아서 저랑 장난도 잘 쳐요.


상대하기 까다로운 타자는 어떤 유형이에요?

장타형 타자들이요마운드에서 마주 보고 있으면 가끔 큰 거 한 방을 맞을 거 같단 느낌이 들어요그래서 더 신중하게 승부하려고 하는 편이에요보통 공을 많이 던지게 하는 타자들이 까다롭다고도 하는데 전 장타자한테 위압감을 더 느껴요.


KT가 투수 육성에 특화된 팀이란 인식이 높아요본인도 그 수혜자로 꼽히고 있죠.

저도 코칭 스태프님들의 영향을 많이 받은 편이라 인정해요감독님을 비롯한 김태한 투수코치님제춘모 코치님도 많은 걸 알려주세요각 선수의 특징과 장점을 파악하시고 그에 맞게 가르쳐주십니다옆에서 한마디 해주실 때마다 많은 도움이 돼요.


본인에 대한 팬들의 관심과 사랑이 이전보다 커진 걸 실감하나요?

그럼요절 좋아하고 응원해주시는 팬분들이 많아져서 낯설기도 하지만 정말 감사해요관중석에 제 이름이 마킹된 유니폼을 보면 저도 모르게 눈길이 가요. ‘내 유니폼을 산 사람도 있구나’ 하면서요제 사진을 SNS에 올려주시는 것도 잘 보고 있어요(기억에 남는 팬이 있나요?) 저 때문에 야구를 보기 시작했다고 말씀하신 분이 있는데 좀 감동이었어요아직 마스크 때문에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지만최대한 팬분들을 기억하려고 노력 중이에요처음엔 사인이나 사진 찍는 게 좀 쑥스러웠는데 요즘엔 괜찮아서 최대한 해드리려고 해요(평소 성격은 어때요?)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데 친한 사람한텐 애교도 자주 부려요항상 웃고 다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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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호야파이팅!


야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아버지가 생활 체육 야구를 하셨는데 주말마다 제가 따라가서 동료분들이랑 캐치볼을 했어요제가 흥미를 보이니까 아버지가 야구를 하고 싶냐고 물어보셨고초등학교 5학년 때 집 주변 리틀야구단에 가입시켜주셨어요(사이드암 투수가 된 계기는요?) 6학년 때 감독님이 연습경기 직전에 갑자기 사이드암으로 던져보라고 하셨어요그래서 투구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아서 앞으로 그렇게 던지라고 하셨고마침 1이닝을 엄청 깔끔하게 막았어요감독님이 대뜸 왜 그러셨는지 모르겠지만 그때부터 사이드암 투수가 됐죠.


2013년 제43회 대통령배 전국중학야구대회 결승전에서 전학 오기 전 학교인 개성중학교를 꺾고 우승하고우수투수상을 받은 일화도 유명해요.

사실 개성중을 만난 결승전에선 제가 엄청나게 못 했어요전 경기들은 잘했는데특히 4강에선 양천중학교 선발투수였던 고우석과 대결해서 5.2이닝 동안 무실점하고 2대 0으로 이겼어요근데 딱 결승전만 못한 거죠. 1점 차로 이기고 있는데 유격수인 제가 평범한 타구를 뒤로 빠뜨려서 역전을 허용했어요바로 교체됐지만다행히 팀이 역전승했죠우수투수상은 전체적인 성적으로 받았고 결승전에 대해선 좋은 기억이 없어요대신 그다음 해엔 대회 2연패도 하고 최우수선수상도 받아서 좋은 기억이 많아요그땐 개성중과 4강에서 만났는데 제가 역전 3루타를 쳤거든요그땐 좀 으쓱했어요.


현역 출신인데 군 생활은 어땠어요?

전 딱 중간만 했습니다고만고만하게 지내고 군 생활 잘했다고 할 정도로만 있었죠덩치가 커서 기관총 사수가 됐는데 14개월 동안 기관총을 들고 다녀서 하체가 많이 단련됐어요. GOP 출신이라 새벽이나 저녁에 무거운 기관총을 들고 산까지 탔거든요또 사격을 잘해서 포상 휴가를 받기도 했어요(지금의 든든한 활약이 있기까지 그 힘들다는 GOP 복무 경험도 도움이 됐을까요?) 당시 보초를 서면서 야구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근무 중 6시간씩 먼 산을 보면서 야구를 할 때가 정말 좋았구나전역하면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라고 다짐했죠.


원동중학교 다큐멘터리에서 10년 뒤엔 KBO리그 마운드에 서 있겠다고 한 예언이 이뤄졌어요.

그 멘트는 사실 방송 담당자분께 가이드를 받고 한 거였어요근데 좀 쑥스러워서 못 하겠다고 주저했는데 그래도 한번 해보라고 하시길래 우물쭈물하면서 “10년 뒤엔 제가 저기에 서 있을 거예요라고 말했어요.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그 영상을 가끔 보는데 내가 저런 때가 있었구나저 말대로 내가 진짜로 1군 마운드에 서 있구나하고 신기해해요(앞으로 10년 후 본인은 어떤 모습일까요?) 영표 형처럼 선발투수를 하고 있을 거예요.


2023년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개최될 예정이라 대표팀 선발에도 욕심날 거 같은데요?

프로 입단 당시 목표가 5년 안에 국가대표 되기였어요좋게 봐주시고 뽑아주시면 열심히 할 각오는 돼 있습니다아직은 부족한 거 같아서 실력을 더 쌓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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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로도 주목받는데 본인이 생각하기에 어떤 상의 외모인 거 같아요?

그냥 사람 같이 생겼다고 봐요친구한텐 장난으로 나 잘생기지 않았냐?” 할 때가 있지만 제가 객관적으로 봤을 땐 잘생긴 얼굴은 아니에요그래도 좋아해 주시는 팬분들이 계셔서 놀랍긴 해요진짜 좋게 보면 귀여운 상인 거 같아요.


위즈파크의 새로운 아이돌로서 팬분들께 TMI를 전해본다면?

제가 아이돌이에요(팬분들의 여론을 반영한 오피셜이에요.) 아닌 거 같은데… TMI도 뭘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발 사이즈는?) 275mm로 신습니다(시력은?) 원래 양쪽 다 1.5였는데 지금은 좀 안 좋아져서 1.2? (본인의 장단점은?) 장점은 잘 웃고 활발하고 긍정적인 거예요그리고 목소리가 너무 큰 게 단점이에요조용한 곳에서 갑자기 저도 모르게 큰 목소리가 나오곤 해요그럴 때마다 너무 컸나?’ 하면서 깜짝 놀라요(혈액형은?) AB형입니다. MBTI 이런 거도 하나요인터넷에 잘못 나와 있는데 전 ESTJ예요근데 얼마 전엔 ISTJ가 나와서 I랑 둘 중에 왔다 갔다 해요. (아침에 눈 뜨자마자 하는 건?) 알람 끄고 시계 보기요또 물도 마셔요알람은 첫 번째 거로 무조건 일어나는 데 혹시나 해서 두 개까진 설정해놔요. (거울 볼 땐 무슨 생각 해요?) 피부에 뭐가 이렇게 났지?’ (가방 안에 항상 들어있는 건?) 세면도구충전기무선 이어폰이요.


본인만의 루틴이 있나요?

이건 너무 많은데일단 경기 시작 전에 켈리 클락슨의 ‘Stronger’를 꼭 듣고 들어가요노래가 웅장해서 그걸 들으면 오늘 한번 다 죽어보자!’ 이런 느낌으로 자신감이 좀 올라와요그리고 신발은 왼쪽부터 신어요이건 루틴이 아니라 좀 징크스 같네요그리고 3회가 끝나면 불펜 마운드에서 투구 동작하면서 컨디션을 점검해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아버지요제가 개성중에서 원동중으로 전학 권유를 받고 나서 한창 고민할 때 아버지가 큰 도움이 돼주셨죠중학교 2학년이면 빠르게 진로를 바꿔도 될 나이였고 당시엔 내가 야구에 소질이 없나 보다하고 자신감을 잃은 상태였어요솔직히 그때 제가 부모의 입장이라면 야구를 그만두고 무조건 공부하라고 했을 거예요근데 아버지는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기다려주셨어요전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집에서 며칠 쉬었는데 운동을 맨날 하다가 안 하니까 너무 몸이 근질거리는 거예요그래서 집 앞 초등학교에서 혼자서 운동장 열 바퀴를 뛰고 줄넘기도 했어요그러고 집에 오니 아버지가 야구 할 거지?”라고 물어보셔서 결국 전학을 가고 야구도 계속할 수 있었죠아버지가 기다려주신 덕분에 제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감사를 전하고 싶어요지금은 창원에 계셔서 영남 지역으로 원정 경기를 가면 자주 직관을 오세요기회가 되면 수원에도 꼭 초대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온 본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까지 잘해왔고지금도 잘하고 있고앞으로 더 잘할 거야항상 긴장을 늦추지 말고 더 집중해서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야구해보자채호야파이팅!


본인에게 야구란 뭔가요?

야구가 저 자체인 거 같아요제 인생에 야구가 없다는 걸 상상할 수도 없어요항상 제일 중요했고 야구로 인해 목표가 계속 생겨나고 그걸 달성하기 위해 더 나아가고 노력했어요그래서 제게 야구가 없단 건 있을 수 없죠. (그럼 KT는 어떤 팀이에요?) 제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환경과 목표 의식을 만들어준 팀이죠. KT가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테고 정말 고마운 팀이에요.


KT의 핵심 불펜이자 신형 핵잠수함 이채호를 응원하는 팬분들께 인사하고 마칠게요!

올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지금까지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앞으로 남은 경기에도 많이 찾아와 응원해주시면 더욱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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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6일에서 7일로 넘어가는 자정쯤부터 진행된 인터뷰세상이 잠들기 시작하는 밤늦은 시간임에도 이채호는 씩씩한 목소리로 본인의 얘기를 술술 털어놨다여느 선수들과의 인터뷰 소요 시간을 2배는 넘긴 그의 방대한 스토리를 지면 관계상 다 싣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다하지만 그의 활약이 무궁무진하게 이어져 이번에 못다 전한 이야기를 다시 한번 본지에서 소개할 날이 오리라 확신한다자신만의 무한 긍정 에너지로 그동안 겪은 숱한 어려움을 이겨온 그이기에 충분히 가능할 거다또한, KBO리그 최강의 투수 육성 팀으로 불리는 이강철 사단이 앞으로 이채호라는 신형 핵잠수함에 어떤 새로운 스펙들을 탑재할지도 기대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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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그아웃 매거진 138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2년 138호 (10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dugoutm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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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그아웃매거진 #KT위즈 #케이티위즈 #KBO #야구선수 #이채호 #케이티위즈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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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 닉네임 어쩌고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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