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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그리워했던 야구를 올핸 조금 먼저 만날 수 있겠다. 오는 3월 8일 개최되는 세계 야구인들의 축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orld Baseball Classic, 이하 WBC) 덕분이다. 2017년과는 달리 올해는 국내 경기장이 개최지로 채택되지 않아 직관에 현실적인 제약이 걸린 것은 아쉬운 부분. 하지만 야구 국제대회 중 가장 위상이 높다고 평가되는 만큼, 개최지 역시 세계의 내로라하는 야구장들로 선정됐다. 이에 이번 호 ‘더그아웃 팁’에서는 올해 대회 본선이 치러질 해외 야구장 네 곳을 소개하려고 하니, 글로써라도 간접 탐방을 해 보는 게 어떨까. 물론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보러 간다면야 더할 나위 없겠지만!
에디터 전윤정 사진 스포츠코리아, @zipzoaa
#타이중 저우지 야구장
먼저 대만으로 가자. 첫 번째 주인공은 타이중시 베이툰구에 위치한 ‘타이중 저우지 야구장’이다. ‘타이중 인터콘티넨털 구장’, ‘타이중 인터콘티넨털 (베이스볼) 스타디움’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대만 최초로 국제 표준 자격을 갖춘 미국식 야구장으로 2006년 11월 준공 및 개장했다. 홈에서 좌우 폴대까지는 약 99m, 중앙 펜스까지는 약 122m로 20,000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다. 국내 구장 중에서는 수원KT위즈파크와 비슷한 규모다.
둥그런 관중석 외곽과 구장 상단의 붉은 아치 구조물로 인해 야구장이 곧 야구공을 연상시킨다는 게 구장의 중요한 외형적 특징 중 하나다. 그 아치 구조물이 출발하는 지점에는 야구공을 절반 잘라낸 것 같은 반구 모양의 시설이 있다. 1층에는 700여 평의 연회장이, 3층에는 3천여 석 규모의 다목적 스포츠센터가 조성돼 있어 스포츠 경기뿐 아니라 콘서트, 전시회 등 각종 예술 행사를 즐길 수 있다.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와 같이 얇은 셸(Thin Shell) 구조로 건설됐다는 점이 특징.
타이중 저우지 야구장은 대체로 대만 야구 국가대표팀의 홈구장으로 주로 사용돼왔으며, 2015년부터는 구장 운영 권한을 얻은 대만 프로야구단 중신 브라더스의 연고 구장이 됐다. 중신은 노란색을 상징색으로 둔 팀으로, 시즌이 개막하면 타이중 야구장에서 노란 옷을 입은 귀여운 코끼리 마스코트가 재롱을 부리는 모습도 구경할 수 있다. 먹거리 및 편의 시설이 잘 갖춰져 있으며 2020년에는 드디어 구단의 정식 굿즈샵이 입점하기도 했다.
10년 전에도 야구를 즐겨 봤던 사람이라면 구장 이름을 듣고 ‘타이중 쇼크’, ‘타이중 참사’라는 말이 문득 떠오를지도 모른다. 2013년 제3회 WBC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타이중 저우지 야구장에서 열린 본선 1라운드 B조 경기에 참여했다. 당시 대표팀은 3경기를 치러 호주와 대만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으나, 네덜란드와의 첫 경기에서 5:0으로 5점 차 참패를 당하는 바람에 TQB(Team Quality Balance, 이닝당 득점에서 이닝당 실점을 뺀 값) 열세로 2라운드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올해는 조 편성 상황상 대한민국이 이곳에서 경기를 치를 가능성은 없어지면서 아픈 기억을 다시 꺼내는 일은 미뤄졌다.
#도쿄 돔
두 번째로 소개할 야구장은 일본 도쿄도 분쿄구의 도쿄 돔이다. 아마 네 구장 중 가장 익숙하게 들어 본 이름이 아닐까 싶다. 도쿄 돔은 기존 고라쿠엔 스타디움을 철거한 자리에 들어서 1985년 준공, 1988년 3월에 개장했다. 일본 최초의 돔 경기장으로, 건축 공법은 당시 미네소타주에 있던 메트로돔(현재는 사고 발생 후 새로운 경기장 완공)을 참고했다. 지붕을 둥글게 띄우기 위해 기압 차를 이용하는 것이 특징으로 개폐형 문을 모두 폐쇄하고 회전문을 이용한다. 좌우 폴대까지는 100m, 중앙 펜스까지는 122m로 수치상으로는 타이중 저우지 야구장과 비슷한 수준의 규격이지만, 도쿄 돔의 그라운드 모양은 부채꼴보다는 마름모에 가깝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비율상 좌우중간까지의 거리가 짧은 형태라 비교적 홈런이 나오기 쉽다. 과거 목동 야구장 시절 ‘목런’이 있었다면 도쿄 돔에서는 ‘돔런’이라는 용어가 심심찮게 들린다고 한다.
NPB리그(Nippon Professional Baseball,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바로 이 도쿄 돔을 홈구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46,000명(공연 개최 시 57,000명)의 엄청난 관중 수용력을 자랑하는 만큼 야구 경기뿐 아니라 대형 전시회, 콘서트장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일본 가수뿐 아니라 마이클 잭슨, 콜드플레이, 셀린 디온, 머라이어 캐리 등 세계 정상급 가수들이 도쿄 돔을 다수 거쳐 갔으며, 유명한 K-POP 가수들도 이곳에서 해외 팬들과 숱한 만남을 가졌다.
어마어마한 관중석 규모, 날씨에 구애받지 않는 돔구장, 도심의 좋은 접근성. 이렇게 삼박자를 갖춘 도쿄 돔은 WBC(2006, 2009, 2013, 2017)와 WBSC 프리미어 12(2015, 2019)의 개최지로 전부 개근한 유일한 구장이다. 한국 대표팀은 이 여섯 회차의 대회에서 도쿄 돔 경기를 총 열한 번 치렀는데, 총 8승을 수확하며 약 73% 승률로 도쿄 돔에서의 좋은 기운을 이어가는 중이다. 열한 번의 경기 중 구장의 주인인 일본과 맞붙은 경기는 여섯 차례로, 전적은 3승 3패로 동률. 그런 와중 공교롭게도 한국 대표팀은 이번 2023 WBC 본선 1라운드에서 도쿄 돔에서 일본을 다시 만나게 됐다. 일본과의 전력 차이가 다소 눈에 띄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이 도쿄 돔에서의 강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해 보자.
#체이스 필드
이젠 야구의 본고장 미국이다. 셋째로,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위치한 체이스 필드를 소개한다. 체이스 필드의 외야 펜스는 각진 형태로 국내 구장 중에서는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를 연상케 한다. 홈에서 좌우 폴대까지는 101~102m, 중앙 펜스까지는 124m이며, 구장 특성상 중앙과 좌우중간 펜스 사이에 중앙보다 더 깊은 지점(126m)도 존재한다. 수용 가능 인원은 48,000명을 웃도는 수준으로 도쿄 돔과 비슷한 관중석 규모를 가졌다.
피닉스의 야구인들에게 돔구장은 취향이 아닌 필수다. 사막에 있는 탓에 한여름 낮 기온이 40도는 쉽게 넘어갈 정도로 살인적인 더위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춥다고 느껴질 정도로 에어컨을 가동하는데, 지하 냉수를 활용해 나름 경제적인 운영을 도모하고 있다. 체이스 필드가 같은 돔구장으로서 도쿄 돔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지붕 개폐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캐나다의 로저스 센터, 올림픽 스타디움에 이은 세 번째 개방형 돔구장인데, 미국으로서는 최초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덧붙여 체이스 필드의 외야에는 야구 관람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수영장까지 갖춰져 있어 더운 도시의 묘미를 제대로 살리고 있다.
1998년 개장한 체이스 필드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창단과 역사를 함께했다. 애리조나는 현대 야구계의 전설인 랜디 존슨의 영구 결번 팀이자, 코리안 메이저리거 김병현이 뛰었던 팀으로 국내 야구팬들에게 익숙할 법하다. 특히 김병현이 애리조나에 있을 당시 2001년에 체이스 필드(당시 뱅크 원 볼파크)에서 우승까지 경험한 바가 있어 체이스 필드는 국내 MLB 팬들에게 더욱 뜻깊은 구장이기도 하다.
#론디포 파크
마지막 야구장은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있는 론디포 파크다. 비교적 최근인 2021년에 구장 명명권 계약이 새로 이뤄졌기에, 팬들에게는 팀명이 포함된 ‘말린스 파크’라는 이름이 더 익숙할 수도 있다. 준공 완료 시점을 기준으로 홈으로부터 좌우측 폴대까지는 각각 104m와 102m, 중앙 펜스까지는 124m, 우중간까지는 119m의 규모였다. 그러나 2016년, 2020년에 두 차례에 걸쳐 펜스를 당기면서 중앙 펜스까지는 122m, 우중간까지는 118m 정도로 거리가 줄어들었다. 수용할 수 있는 관중은 3만 6천여 석으로, 흥행을 도모하기엔 모자람이 없을 규모로 보인다.
체이스 필드의 돔은 정수리에 내리꽂히는 피닉스의 쨍한 햇볕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면, 론디포 파크의 돔은 비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이애미의 기존 구장이었던 선라이프 스타디움은 돔구장도 아닌 데다가 풋볼 경기가 함께 열리는 겸용 구장이라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았다. 특히나 마이애미는 지역 특성상 야구가 한창 진행되는 여름에 우천으로 골머리를 자주 앓았던 터라, 2012년에 비로소 개폐형 돔구장을 짓게 됐다. 플로리다 말린스라는 연고 구단의 기존 팀명도 신구장 개장과 함께 현재의 마이애미 말린스로 바뀌었다.
론디포 파크의 홈플레이트 뒤편 그물망 아래쪽에는 수족관이 펼쳐져 있어 주변 좌석에 앉은 사람들은 새로운 낭만을 즐길 수 있다. 말린스 파크 시절에는 휴양 도시의 풍경을 담아내는 상징 시설들도 즐길 만한 요소였다. 먼저 ‘클리블랜더’라는 야구장 최초 나이트클럽이 있었는데, 야간 경기와 함께 마이애미 특유의 화려한 밤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 또한, 말린스 파크의 명물이었던 외야 담장 밖 조형물은 홈런이 터지면 돌고래가 돌아가는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현재는 두 시설 모두 철거된 상태라 사진으로만 확인할 수 있게 됐다.
▲ 더그아웃 매거진 142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2년 142호 (2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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