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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온 2023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orld Baseball Classic, 이하 WBC). 각국이 최고의 팀을 구성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가운데, 대한민국 대표팀 역시 이번 대회에 그야말로 ‘진심’으로 임하는 모양새다. 작년 11월 중순 예비 명단 격의 50인의 관심 명단이 발표된 데에 이어, 명단 제출 마감 기한보다 약 한 달 반 정도 앞선 지난 1월 4일에 일찌감치 최종 명단을 확정한 것. 30인의 최종 명단에는 김광현, 최정, 김현수, 양현종 등 국가대표 경력이 풍부한 베테랑부터 김윤식, 정우영, 소형준, 정철원 등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신예들까지 한국 야구를 대표할 만한 선수들이 포함됐다. 이들은 2월 중순부터 미국 애리조나로 모여 본격적인 대회 준비에 돌입한다. 지난 첫 번째 이야기에 이은 두 번째 이야기는 이번 대회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 대한민국 대표팀의 이야기다. (2월 5일 작성)
에디터 김민규 사진 나인비, SSG 랜더스, 키움 히어로즈, 두산 베어스, 프로스펙스 스포츠
#관전 포인트 1 – 역대 최강의 야수진
2022시즌 KBO리그를 달궜던 최고의 야수들이 집결한다. 시즌 종료 후 은퇴를 선언한 롯데 자이언츠의 이대호와 외국인 선수인 삼성 라이온즈의 호세 피렐라를 제외한 7명의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모두 엔트리에 포함된 것이다. 국가대표팀에 직전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야수들이 모두 모인 것은 2019 프리미어12 이후 4년 만이며(당시 외국인 선수 제외 6명), WBC 대표팀으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그야말로 직전 시즌 각자의 위치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준 선수들이 한 팀을 이룬다.
작년 KBO리그 MVP 이정후가 대표팀 타선을 이끌며 최정, 김현수, 박병호, 나성범, 양의지 등 KBO를 대표하는 강타자들이 타선 곳곳에 포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리그에서 보여준 파괴력뿐만 아니라 여러 차례의 국가대표 경력을 바탕으로 타선의 무게감을 더할 예정이다.
특히 한국 타선의 대표 주자로 나설 이정후를 바라보는 해외 구단들의 관심이 상당히 뜨겁다. 올해 시즌이 끝나고 메이저리그 포스팅에 나서기로 선언한 상황이기에, 그가 이번 대회에 임하는 각오는 실로 남다르다. 국내에서는 더 보여줄 것이 없을 정도로 성장한 그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무대에서도 정상급 타격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거기에 현역 메이저리거까지 힘을 보탠다. 순수 KBO리그 선수만이 아닌 해외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국가대표 명단에 포함된 것은 2017년 오승환 이후로 무려 6년 만이다. 이번 대표팀에는 총 2명의 현역 메이저리거가 태극마크를 다는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토미 에드먼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김하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그동안 한국 대표로 국제대회에 나섰던 메이저리거 중에서도 상위 레벨의 경력을 자랑하며, 이번 대회 대표팀 전력을 몇 단계나 올려줄 전망이다.
특히 가장 화제가 됐던 인물은 바로 토미 에드먼. 사상 처음으로 한국계 선수로 대표팀에 선발된 그는, 2021시즌 내셔널리그 2루수 부분 골든글러브 수상자로서 팬들에게 신선한 볼거리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작년 시즌 유격수 부분 골든글러브 후보에 오른 김하성과 함께 대표팀의 센터라인을 지킬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두 선수가 진두지휘하는 내야 수비는 그야말로 대회 내에서도 최상위 레벨로 평가받을 만하다. 그야말로 MLB 골든글러브 수준의 수비진이 대표팀의 내야를 지킬 것이다.
#관전 포인트 2 – 젊어진 투수진
한편 투수진은 대표팀의 터줏대감인 김광현과 양현종이 중심을 잡으며, 소형준, 구창모, 원태인, 박세웅 등의 선발자원과 고우석, 정우영, 정철원 등 불펜 자원이 힘을 더한다. 그동안 지나치게 경험을 중시한 선수 선발로 인해 국제대회에서 별다른 기회를 얻지 못했던 20대 초중반의 젊은 투수들이, 이번 WBC에서는 주력 자원으로서 기회를 얻게 되었다.
대표팀 투수진에 젊은 피가 다수 유입된 것은 실로 반가운 소식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평균 나이 24.4세, 2009년 WBC 당시 평균 26.54세로 젊었던 대표팀 투수진은 시간이 지나며 노쇠화되는 추세를 보였다. 2013년 대회에서 29.08세로 간신히 평균 20대를 기록했지만, 2017년 대회에서는 30.77세로 기어이 평균 연령 30대를 기록하고 말았다. 물론 평균 연령 상승이 반드시 성적 저하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다만 문제는 대표팀 투수진의 노쇠화와 대표팀이 부진했던 시기가 공교롭게도 상당 부분 겹친다는 거다. 국가대표급의 젊은 투수가 등장하지 못했던 것이 국제대회에서의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대회만큼은 다르다. 직전 국제대회인 2020 도쿄 올림픽에 비하면 소폭 상승한 26.13세이지만, 지난 10년 동안의 추세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변화다. 게다가 젊음으로 무장했던 2009년 대회보다도 낮은 수치니, 이번 대회를 통해 투수진의 주축이 점점 젊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단순히 나이만 어려진 게 아니다. 경기 중 클러치 상황(점수 차가 적은 승부처)마다 고우석, 정우영, 정철원 등 20대 초중반의 정상급 불펜투수들이 투입될 것이며, 고영표, 원태인, 박세웅 등 지난 도쿄 올림픽 때 경험을 쌓은 투수들 역시 마운드의 주축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김윤식, 이의리, 구창모 등 소위 ‘광현종’을 이을 좌완 선발 재목들이 명단에 대거 포함된 것 역시 주목할 만한 점이다. KBO리그에서 준수한 모습을 보여준 이들은 모두 만 20~25살의 젊은 선수들로, 과거 베이징 올림픽 당시 류현진, 김광현의 나이대에 속한 선수들이다. 만약 이 젊은 투수들이 언젠가 김광현-양현종-류현진을 잇는 대표팀의 핵심 전력이자 ‘국제용 좌완투수’가 된다면, 그 시작은 바로 2023 WBC가 될 것이다.
#관전 포인트 3 - ‘베이징 주역’의 라스트 댄스
마지막 관전 포인트는 ‘베이징 주역’들의 라스트 댄스다. 베이징 올림픽 당시 대표팀의 투타 막내였던 김광현과 김현수는 어느덧 대표팀의 최고참이 됐고, 핵심 멤버이자 정신적 지주로서 선수단을 이끈다. 그리고 이들과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대표팀 마운드를 지킨 양현종 또한 이들과 함께 큰 힘을 더할 예정이다.
그리고 2000년대 후반부터 한국 야구의 중흥기를 이끈 이들의 국제무대에서의 활약은 어쩌면 이번 WBC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다음 WBC가 열릴 4년 뒤에는 이들이 30대 후반에 접어들 시기이고, 설령 선발된다고 하더라도 선수단의 핵심 전력으로서 역할을 맡을 가능성은 적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들의 라스트 댄스에 주목해야 한다. 국가대표 선수로서, 최고의 기량을 펼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동안 국가대표팀의 선전 속에는 젊은 스타들의 등장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늘 베테랑의 활약이 있었다. 구대성, 박찬호, 이대호, 이승엽 등 오랜 기간 태극마크를 달았던 베테랑들의 존재는 성장하는 젊은 피들과 함께 엄청난 시너지를 내곤 했다. 이번 WBC에서는 김광현, 김현수, 양현종 이 세 명의 베테랑이 그 역할을 맡아줘야 한다.
이번 WBC에서 김광현과 양현종은 주력 선발투수, 김현수는 타선의 중심 및 주전 좌익수를 맡을 예정이다.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리그 정상급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이들의 존재는 대표팀 전력에 변함없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리고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대표팀의 역사를 함께 한 이들이 출 마지막 춤은,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이정표이자 나침반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 – B조, 세계 랭킹 4위
대한민국 대표팀은 3월 9일부터 13일까지 일본, 호주, 중국, 체코와 함께 본선 1라운드를 치른다. 5개 팀이 각자 4경기씩을 치른 후 상위 2개 팀이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는 방식으로, 대표팀은 2009년 이후 14년 만에 1라운드 통과에 도전한다.
비록 절대강자이자 우승 후보로까지 평가받는 일본 대표팀과 같은 조이지만, 다행인 것은 상대적으로 다른 팀들의 전력이 크게 압도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A급 메이저리거들이 총출동하여 우승권에 도전할 만한 국가가 2~3개나 포진된 C조(미국, 멕시코, 콜롬비아, 캐나다, 영국)와 D조(푸에르토리코, 베네수엘라, 도미니카 공화국, 이스라엘, 니카라과)를 생각한다면 다소 운이 좋은 편. 이번 대회에서 지난 2개 대회에서의 굴욕을 만회할 기회를 잡은 건 확실하다.
그렇지만 2013년 네덜란드전, 2017년 이스라엘전처럼 승리를 자신했던 팀에게 예상치 못한 패배를 당하며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이번에는 호주전이 주의해야 할 경기로 평가받는 중이다. 이전 대회보다 호주 대표팀의 전력이 전반적으로 많이 상승했기 때문에 선수단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심지어 대표팀이 치를 첫 번째 경기라는 점에서, 호주전에서의 결과가 2라운드 진출 여부를 가를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다.
2라운드에 진출한다면, 그 파트너는 일본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A조에서는 대만, 네덜란드, 쿠바 등이 2라운드 진출이 예상된다. 이때부터는 방심이라는 단어가 허락되지 않을 만큼 강팀만이 살아남는다. 게다가 한 경기로 운명이 결정되는 단판 토너먼트제가 시작되기 때문에, 절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그리고 2라운드 경기를 잡는다면, 그때는 결선 토너먼트(4강)로 진출하며 우승권으로 평가받는 미국, 도미니카 공화국, 베네수엘라, 푸에르토리코 등과의 대결이 성사된다. 이강철 감독이 밝힌 1차 목표가 바로 여기까지, 결선 토너먼트 진출이다.
그때부터는 정말 쉽지 않은 길이다. 아니,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나 기적과도 같은 승부에서 역사가 시작되곤 했다. 지금까지도 역대급으로 평가받는 2006년 미국 대표팀과의 경기 승리, 선발 명단 전원이 주전급 메이저리거였던 2009년 베네수엘라 대표팀과의 4강전 승리 등 절대적인 열세를 넘어 불가능이라 생각했던 승리와 함께, 대표팀은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이번 WBC 역시 마찬가지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라
2006년 대회 4강 진출, 2009년 대회 준우승이라는 쾌거와 함께 WBC에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던 대한민국. 하지만 최근 대표팀이 WBC에서 보여준 모습은 실망의 연속이었다. 2013년, 2017년 2개 대회 연속으로 1라운드에서 탈락하고 만 것이다. 야구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던 옛 명성을 생각하면 기필코 반등이 필요한 상황. 그러나 대표팀의 목표는 단순히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데에 있지 않다. 바로 미래를 향한 새로운 역사를 쓰는 것이다. 마치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선전이 오늘날 한국 야구를 이끌 ‘베이징 키즈’들을 키워낸 것처럼 말이다.
마찬가지로, 이번 WBC가 훗날 한국 야구를 대표할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만들 기회이자 하나의 분기점이 되기를 바란다. 대표팀의 첫 경기인 호주전은 3월 9일 목요일, 한국 시각 정오에 개최된다. 우리 모두 새롭게 열릴 시대를 맞이해보자.
▲ 더그아웃 매거진 143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2년 143호 (3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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