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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고 있어, 자라고 있어
휘두를 휘, 잡을 집. 누가 봐도 야구를 하기 위해 태어난 것 같은 이름의 이 소년. 그는 마치 드라마처럼 야구를 시작하게 해주었던 리틀 야구단의 프로지명을 받았다. 얼떨떨하기만 했던 데뷔 시즌을 지나 입단 두 번째 해부터는 내야의 사령관인 유격수를 맡았다. 부담스러운 자리기에 야구에만 집중하고 싶을 법도 하지만 그 누구보다 팬들 사랑에도 진심인 그다. 전임자들이 너무나 쟁쟁한 자리지만 조급해하지 않기 위해,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 누구보다 잘하기 위해 열심히 자라고 있다. 뜨거운 그의 열정과 야구에 대한 진심이 모두에게 닿을 수 있길,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염원도 오래도록 이루어질 수 있길 바란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Junghee Lee Location Dugout Magazine Studio
#비시즌, 비하인드
독자 여러분께 인사 한번 하고 시작할까요? (1월 27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히어로즈의 집집이’ 김휘집입니다.
비시즌 동안에는 뭐 하고 지냈는지 근황이 궁금해요.
11월 중순에 시즌이 모두 끝나서 11월 말까지는 쉬었고요. 12월부터 웨이트 트레이닝과 체력 운동, 12월 말부터는 기술 운동을 시작했어요. 작년에는 사람도 자주 만났는데 올해는 작년보다는 저 자신에 좀 더 집중했던 비시즌이었어요. (설날은 어떻게 보냈나요?) 할머니 댁에 가서 밥 먹고 하루 잘 쉬었어요. 친척분들이 오셔서 세뱃돈도 감사히 잘 받았습니다.
쉴 때는 주로 뭘 하면서 쉬나요?
시즌 중에는 일주일에 하루를 쉬다 보니 집에서 늦잠 자면서 쉬거나 먹고 싶었던 것을 먹으면서 쉬어요. 비시즌 때는 운동을 하면서 지내지만, 농구도 보러 가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지냈습니다. 요즘엔 피파온라인을 시작해서 게임도 하면서 지냈어요.
SNS를 보니 얼마 전에는 박찬혁, 김건희 선수와 장어를 먹었더라고요. 비시즌에도 선수들과 많이 만나는 것처럼 보이던데 쉴 때도 자주 만나는 편인가요?
고척에서 같이 운동하는 형들이나 친구들은 봐요. 근데 맨날 봐도 다들 보고 싶더라고요. 장어는 찬혁이가 마침 질롱에서 돌아와서 먹고 싶다고 해서 먹으러 가자고 한 거였어요. 근데 찬혁이만 올 줄 알았는데 건희까지 왔더라고요? 그래서 건희랑 찬혁이랑 셋이 먹었습니다.
구단 유튜브 <한여름 낮의 미식회> 편을 보니까 밥을 많이 먹더라고요. 히어로즈에서 밥을 제일 많이 먹는다는 이승호 선수랑 비교했을 때는 어떤 편인가요?
승호 형은 진짜 잘 먹긴 하더라고요. 자제하는 것 같긴 하지만요. 저도 많이 먹는 편인데, 고기보다는 밥을 좋아해요. 그런데 올해는 밥양을 줄여 보려고요. (밥은 늘 본인이 사나요?) 동생들이랑 먹을 땐 당연히 제가 사고, 형들이랑 먹을 땐 형들이 사주십니다.
후배들과는 친한 편인가요? 누구와 가장 친한가요?
후배 중에는 찬혁이요. 근데 동생들이 다들 저를 편하게 대해줘서 고맙죠. 선후배보다는 형, 동생으로 지내는 게 서로 뭉치기에 좋을 것 같아서 동생들이 편할 수 있도록 하는 편입니다. 작년 신인 친구들하고도 다 친하고, (이)명종이랑도 친하고. 명종이는 동생이라고 하긴 좀 그렇고 친구처럼 지내요. (송)정인이도 있고, (주)승빈이도 있고요.
2002년 1월 1일생으로 빠른년생이지만 부상으로 인해 2021 신인 드래프트로 입단하게 됐어요. 01, 02년생 선수들과는 호칭 정리를 어떻게 하고 있나요?
01년생 친구들이 계속 친구들이었으니까 01년생 친구들이랑은 친구로 잘 지내고 있고요. 02년생 친구들은 제가 학교에 일찍 들어갔다 보니 원래 알았던 친구들은 형이라고 불러요. 근데 그걸 몰랐던 친구들과는 친구로 지내다 보니 애매해요. 사실 저희 팀에서도 (장)재영이랑 (김)준형이는 저를 형이라고 부르지만 (이)주형이는 휘집이라고 부르면서 친구로 지내니 애매하긴 한데… 어쩔 수 없는 거겠죠.
#기억할 그 날
작년에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을 경험했는데 느낌이 어땠나요?
처음에는 크게 다른 것은 없었던 것 같은데, 한국시리즈 때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느꼈어요. 분위기가 다른 것뿐이지 야구 하는 것은 똑같으니까 플레이오프까진 재밌게 느껴졌어요. 근데 한국시리즈는 쉽지 않았죠. 부담감이 없을 줄 알았는데 막상 가니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형들, 선배님들, 팬분들까지 우승 하나만을 위해 모두가 100%의 투혼을 발휘하니까 저도 따라서 그렇게 하게 됐고요. 그러다 보니까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커서 즐기지는 못했던 기억이 나요.
작년 시즌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준플레이오프 3, 4, 5차전과 플레이오프 전 경기요. 그리고 정규시즌으로 치면 후반기에 6연패 했을 때 전병우 선배님이 끝내기를 치셔서 이겼던 경기(8월 24일 고척 KIA 타이거즈전)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제 개인적으로는 전반기는 처음 스타팅 멤버로 뛰었을 때(5월 13일 수원 KT 위즈전), 후반기는 (데이비드) 뷰캐넌 선수에게 손등 사구를 맞은 경기(9월 6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 한창 부진하다가 (찰리) 반즈 선수에게 홈런을 친 날(9월 16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이요. 그래도 가을야구가 가장 기억에 남지 않았나 싶어요.
첫 풀타임 시즌, 가장 힘들었던 점이 뭔가요?
엄청 힘든 점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지만, 후반기에 팀과 제가 동반 하락세였을 때 멘탈적으로 힘들었어요. 전반기에는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 같은 거에 더 신경이 쓰였는데, 후반기에는 멘탈이 문제였어요. 밖에서 볼 때는 제가 지쳐 보였을 수도 있지만, 아마 체력적인 부분보단 멘탈적인 부분이 더 크지 않았나 합니다.
지난 시즌 너무 잘해줬지만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을 텐데요. 올해는 어떻게 보완할 예정인가요?
결국에는 멘탈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것 같아요. 전반기에 잘했을 때는 결과는 생각 안 하고 거침없이 과감하게 플레이했거든요. ‘실책할 것 같다’라거나 ‘못 칠 것 같다’ 이런 생각은 안 하고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했어요. 근데 잘 안 되기 시작하면서 흔들리고, ‘실책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몸이 더 굳었거든요. 그런 부분이 가장 보완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1년 내내 과정에 더 집중해서 페이스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필요한 것 같아요. 사실 기술적인 것은 시합을 뛰고 운동을 하다 보면 저 스스로가 부족한 점을 알기 때문에 보완해나갈 수 있지만 멘탈적인 것은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보완해야겠어요.
고척돔 그라운드가 인조 잔디라 내야수들이 수비하기 너무 어렵다고 이야기하던데 어때요?
다른 팀 선배님들은 그렇게 느끼신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첫해에는 그렇게 느꼈는데 작년부터는 적응도 했고, 홈그라운드이다 보니 오히려 인조 잔디 구장의 수비 템포에 맞춰지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원정에서 더 집중하게 돼요. 홈에서는 몸이 반응하는 대로 익숙하게 움직이면 되는데, 원정구장에서는 좀 더 생각하고 움직여야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모든 요소를 종합했을 때 개인적으로 가장 까다로운 구장을 꼽자면 어디인가요?
인천 SSG 랜더스필드와 광주 기아 챔피언스 필드가 가장 까다로워요. 인천구장은 그라운드에 물기가 워낙 많다 보니 수비할 때 바운드 측정이 아예 안 될 때도 있고, 송구하는 데도 부담이 있어요. 겁먹어서 그렇다기보단 공을 잡았을 때 물기가 느껴지니까 좀 더 각별히 대비해야 해요. 광주구장도 땅이 심하게 패일 때가 있어서 제 기준엔 좀 까다로운 곳이에요.
프로 데뷔 이후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을까요?
첫 안타 경기(2021년 6월 24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와 첫 홈런 경기(2021년 7월 5일 수원 KT 위즈전)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지난 플레이오프 3차전도요. 앞의 두 개는 공격에 관한 것이고, 지난 플레이오프 3차전은 제가 수비에서 실책을 했지만 어쨌든 제 손에서 아웃카운트가 끝났기 때문에 좋은 기억으로 남았어요. 한편으로는 다행이기도 했고요.
첫 홈런 경기는 만루 홈런에 팀 사이클링 홈런을 구성하는 홈런이었어요. 기분이 어땠나요?
맞는 순간 넘어간 걸 알았고 고3 때 이후로 그런 예쁜 포물선을 오랜만에 본 것 같아서 너무 좋았어요. 공이 날아가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나요. 첫 안타를 쳤을 때도 마찬가지로 그 장면이 너무 생생하게 기억나요. (아리엘) 미란다 선수가 키킹하는 동작부터 모든 순간이 다 기억나요.
#집집이에 대한 모든 것
같은 유격수인 신준우 선수와는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 편인가요?
준우도 야구를 워낙 잘 알다 보니까 서로 야구 얘기를 자주 해요. 더그아웃에서 경기 상황을 같이 보면서 이거 ‘어떻게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나였으면 어떻게 했을 것 같다’ 이런 얘기도 종종 하고요. 덕분에 작년 한 시즌을 치르면서 시야가 더 넓어진 것 같아요. 제가 못할 때는 준우가 잘해주고 준우가 힘들 때는 제가 도와주고 그렇게 잘 지냈습니다.
김혜성 선수와 키스톤 콤비로 활약하면서 베스트 키스톤 상 후보에도 올랐었는데 경기를 하면서 배운 점이 있을까요?
혜성이 형이 2루수로 같이 경기를 뛴 덕분에 심적으로 편했어요. 혜성이 형을 믿기도 하고, 형이 항상 처리를 잘해주니까 너무 편했어요. 반대로 제가 도움을 더 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도 커요. 같이 경기를 치르면서 시합을 뛰는 것 자체로 배우는 게 많은 것 같고, 혜성이 형이 워낙 성실하다 보니까 배울 게 많아요. 물론 혜성이 형뿐 아니라 저희 팀의 모든 형과 선배님들이 배울 점이 너무 많은 분들이고, 이렇게 좋은 형들을 만나는 거 자체가 진짜 행운이에요. 감독님, 코치님들도 마찬가지고요.
가장 친하거나 편한 선배를 한 명만 뽑아볼까요?
이거 한 명만 뽑기는 좀 어려운데… 시합 때 저를 가장 편하게 해주는 건 (송)성문이 형인 것 같고, (이)정후 형도 뒤에서 얘기해주면서 편하게 해주고요. 위에서 말한 대로 혜성이 형도 있고요. 가장 친한 형을 뽑자면 (주)승우 형, (박)수종이 형도 있고 (예)진원이 형도 있고요. 한두 살 차이 나는 형들이 제일 편해요. 제가 워낙 형들을 좋아하는 편이라 형들이랑 같이 있으면 너무 재밌어요.
올해 에디슨 러셀 선수가 오면 가장 물어보고 싶은 부분이 있나요?
아직 러셀 선수랑 같이 야구를 해본 적이 없어서 눈앞에서 빨리 보고 싶어요.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 유격수니까요. 최고의 리그에서 우승까지 경험한 선수다 보니 분명히 다른 점이 있겠죠. 마인드가 분명 다를 거라서 멘탈적인 부분 위주로 물어보고 싶고, 수비 관련해서도 세부적인 플레이를 굉장히 깔끔하고 간결하게 잘 처리한다고 하더라고요. 분명히 다른 플레이를 할 거기 때문에 그 상황에는 왜 그렇게 플레이하는지와 같은 것들을 자세히 물어보고 싶어요.
작년 시즌에는 홈런 8개를 쳤는데 장타력을 키울 예정인가요?
장타력은 항상 키우려고 하고 있어요. 사실 그건 체력적인 부분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성실히 해야 하고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타격 코치님과 잘 상의해서 좋은 메커니즘을 만드는 게 제일 우선이에요. 가장 중요한 건, 장타를 너무 의식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걸 억제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준비를 다 끝내고 결과는 맡겨야 하는 게 맞는 거로 생각해요. 작년에도 8개 정도를 치다 보니까 8개가 되는 순간부터 10개를 채우고 싶은 욕심이 나더라고요. 또, 몸무게가 확 빠지는 것을 가장 경계하고 있어요. 그렇게 빠져버리면 퍼포먼스가 잘 안 나오니까요. (욕심은 없지만 그래도 올 시즌에 목표 홈런 개수가 있다면?) 두 자릿수 홈런을 쳐보고 싶어요. 목표는 20개요. 일단 두 자릿수부터 달성해 보려고요.
몸 맞는 공이 22시즌 기준 14개로 다소 많은 편이에요.
어릴 때부터 공을 잘 피하지 않다 보니까 그냥 오면 맞게 돼요. 머리로 오면 순간적으로 피하겠지만 몸으로 오면 가끔 투수들한테 고마울 때도 있고. (웃음) 불리한 상황에서 몸에 맞으면 어쨌든 팀에 도움이 되니까요. 근데 부상의 위험이 있다 보니까 점수 차가 크게 벌어져 있으면 좀 피할 필요가 있는데 피하는 게 쉽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도 일부러 피할 마음은 딱히 없고요. 몸에 맞는 게 무섭지도 않고 사실 출루를 할 수 있는 거니까요.
가장 까다로운 투수는 누구였나요?
KT 위즈 (웨스) 벤자민 선수요. 아무래도 외국인 선수들이 좀 까다로운 편이다 보니까 팀별로 한 명씩은 다 있는 듯해요. SSG 랜더스는 (윌머) 폰트 선수요. 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도 굉장히 까다로웠어요. 노경은 선배님도 굉장히 까다로운 편이고, NC 다이노스 (드류) 루친스키도요. 지금 떠오르는 건 그 정도예요.
신인 때 인터뷰에서 ‘이 선수 공만은 꼭 쳐보고 싶다’ 하는 선수로 기아 타이거즈 양현종 선수, LG 트윈스 이민호 선수, 롯데 자이언츠 서준원 선수 이렇게 뽑았었어요. 변함없나요?
한 번씩 프로에서 만나봤기 때문에 지금은 바뀌었죠. 근데 폰트랑 루친스키 선수는 이제 미국으로 갔기 때문에 올해는 벤자민 선수 공을 좀 잘 쳐보고 싶고, 작년에 안타가 없었던 선수들을 상대로 안타를 치고 싶어요. 아! LG 정우영 선수랑 고우석 선수도 정말 까다로워서 쳐보고 싶네요.
경기 중에 응원가를 자주 따라 부르더라고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일단 응원가를 따라부르면 잡생각이 좀 없어져서 그런 것도 있고, 긴장도 좀 덜 하게 되고 응원가도 다 너무 좋고 그러다 보니까… 긴장을 없애려고 하는 게 가장 큰 것 같아요. 긴장을 많이 할 때는 오히려 더 크게 부르기도 하고… 근데 혜성이 형이 들린다고 부르지 말라고 막 그러더라고요. (웃음)
#나의 행운, 히어로즈
키움과는 특별한 인연이 있잖아요. 히어로즈 리틀 야구단에 들어가게 된 계기는 뭐였나요?
어릴 때 목동에 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우리 히어로즈-넥센 히어로즈 시절을 접하게 됐어요. 양천구에서 야구를 해야 하니까요. 집에서 가까운 게 좋으니 히어로즈 리틀 야구단에 입단하게 됐죠. 그러면서 히어로즈와의 인연이 시작됐어요.
히어로즈에 지명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2차 1라운드 전체 9번)
일단 히어로즈 지명을 아예 예상 못 했어요. 고등학교 때는 구단 스카우트분들이 훈련하는 것을 보러 오시거나 시합 때 카메라를 들고 찍으시잖아요. 저희도 그걸 신경을 안 쓸 수가 없거든요. 지명 전에 우리 학교(신일고등학교) 친구들이 잘하다 보니까 스카우트분들이 정말 많이 찾아와 주셨어요. 그런데 키움은 한 번도 온 적이 없어서 ‘키움은 아닌 것 같다’라고 생각했죠. 제가 그때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쓰던 시절이 아니다 보니까 친구들이 핫스팟을 켜줘서 그걸로 신인 드래프트를 봤는데 마침 지명 순간에 데이터가 끊겼어요. 애들이 ‘오’ 해서 뭐냐고 물어봤더니 ‘형이 키움 히어로즈에 지명됐다’라고 해서 놀라웠죠. 그날 되게 얼떨떨했어요. ‘뭐지?’ 이런 느낌보다는 그냥 정말 얼떨떨했던 기억이 나요. 가면 갈수록 더 좋아지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신인으로서 느껴온 키움의 분위기는 어떤 편인가요?
사실 입단하기 전까지는 ‘히어로즈’를 떠올리면, 개성 넘치고 각자의 색깔이 있는, 강한 이미지였어요. 근데 들어와 보니까 상상했던 것보다 더 분위기가 좋고 선배님들이 너무 잘 챙겨주시더라고요. 또 후배들은 선배들이 잘 챙겨주시는 만큼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겨서 같이 잘 뭉치는 것 같았고요. 훈련 분위기나 시스템도 너무 잘 갖춰져 있어서 사실 100점인 팀이에요.
애리조나 스코츠데일 스프링 캠프에 합류하게 됐어요. 가장 기대하는 점이 있을까요?
일단 미국에서 야구를 해보는 게 처음이라서요. 태평양을 건너는 것 자체가 처음이에요. ‘겨울에 따뜻하게 야구를 하면 어떨까?’ 그런 게 가장 기대가 되고, 사실 놀러 가는 게 아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생각했던 과정들을 계획했던 것 그대로 진행을 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고 제가 어떻게 플레이할지 가장 궁금해요. (룸메이트는 정해졌나요?) 혜성이 형이요. 혜성이 형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좋아요.
‘집집이’라는 별명을 김혜성 선수가 지어준 거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지어주게 된 거예요?
제 이름이 사실 흔한 이름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혜성이 형이 ‘그냥 집집이라고 부를게, 발음하기 편하니까’ 한 거예요. 형들이 그렇게 계속 불러주고 히어로그에도 나오게 되고 팬분들도 그게 편하니까 그렇게 불러주시는 것 같아요. 저도 이제 ‘집집이’가 제 이름이 된 것 같은 느낌? 다들 저를 그렇게 부르시거든요. 특히 팬분들도 ‘집집이다!’ ‘집집이 형!’ 이렇게 부르시더라고요.
팬 서비스 미담이 많은데 혹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사실 팬 서비스 같은 경우에는 형들을 보고 배우는 게 가장 커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기보다는 자주 응원해 주시는 팬분들이 있다 보니까 그 팬분들께 정말 감사해요. 꼬마 친구도 있고, 사진을 찍어주시는 팬분도 있고, 선물을 주시는 팬분들도 있고. 받기만 해서 되게 죄송스럽긴 한데 하여튼 정말 감사합니다. 최대한 팬서비스를 다 해드리고 싶은데 다음 날 경기가 있으면 귀가를 해야 해서 쉽지는 않으니까 아쉬워요.
김휘집 선수에게 야구란 어떤 의미인가요?
여러 번 들은 질문인데 이젠 정답이 없어졌어요. 야구는 제 인생이긴 한데 이렇게 말하면 너무 식상하니까… 근데 그것만큼 딱 맞는 게 없네요. 그냥 제 모든 게 돼버렸어요. 일상 속의 모든 게 야구니까요.
그럼 ‘야구를 하면서 이건 정말 제일 중요한 것 같다’ 하는 게 있을까요?
감사함이요. 항상 감사함을 느끼면서 야구를 해야 해요. 야구선수가 됐고, 앞으로 야구선수로서 더 발전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부모님, 감독님, 코치님, 좋은 친구, 형들 동생들이 없었으면 야구선수가 되지 못했을 거예요. 그 감사함을 잊지 않고 플레이해야 사명감도 생기고 직업의식도 생기니까요.
올해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팀 우승이죠. 작년에 참 아쉬웠잖아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요즘 제일 유행하는 거 있잖아요.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이요. 작년에는 후반기 때 흔들리기도 했으니까 한 시즌 내내 어떤 상황이든 제가 계획한 것을 그대로 실천할 수 있는 상태였음 해요. 하지만 팀이 우승한다면 사실 제 어떤 목표도 팀 우승에는 가져다 붙일 수가 없겠죠.
앞으로 펼쳐질 야구 인생의 최종적인 목표가 있다면요?
야구팬들께 행복을 드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스포츠 선수는 팬들이 응원해주시기에 존재하는 거잖아요. 팬분들이 즐거워하시는 것, 물론 화가 나실 때도 있겠지만, 제가 받은 사랑을 팬들께 다 돌려드리는 게 최종적인 목표예요. 2002 월드컵 때 축구 대표팀이 국민께 희망을 주었던 그런 의미랑 일맥상통하는 거죠. 그래서 저희 팀 팬분들뿐 아니라 야구를 사랑하시는 모든 팬분들께 행복을 드리고 싶고, 모범이 돼서 나중에 사회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인물이 되는 게 제 야구 인생의 최종적인 목표예요.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위치까지 가서 행복을 드리고 싶어요.
김휘집에게 키움 히어로즈란?
저한테는 정말 진짜 너무너무 감사해요. 팀의 모든 구성원분이 너무 잘해주시고 도움도 주시고 감독님, 코치님, 선배님들, 형, 동생뿐만 아니라 현장 직원분들, 트레이닝 파트, 홍보팀, 업무 봐주시는 분들, 모든 분께 너무 감사한 마음이라서 제가 이 팀에 온 건 제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지 않나 싶습니다. 키움 히어로즈는 행운이고 감사예요.
앞으로 더 성장할 김휘집 선수를 기대하는 히어로즈 팬분들께 마지막으로 인사해주세요.
1년 동안 정말 많은 응원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팬분들이 평일은 저녁 시간대가, 주말에는 낮 시간대가 항상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도록 최대한 열심히 잘할 테니까 응원해 주세요! 사실 작년에 정말 감동했어요. 팬분들이 야구장에 많이 찾아와 주셔서 응원해 주셨던 게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을 때가 있습니다. 항상 아낌없는 응원 보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우승으로 그 응원, 꼭 갚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키움 히어로즈 파이팅!
▲ 더그아웃 매거진 143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3년 143호 (3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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