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DUGOUT Voice] 표현의 자유와 규제 대상 사이 DUGOUTV

dugout*** (dugout***)
2023.04.03 12:10
  • 조회 461
  • 하이파이브 0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사회관계망 서비스(이하 SNS)가 있다. SNS의 가장 큰 장점은 시공간적 제약을 넘어 여러 사람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것. 다양한 생각을 드러내고 여러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하는 SNS는 사람들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생활의 일부가 됐다. 우리나라처럼 표현의 자유가 법적으로 보장된 나라에서 개인의 SNS 사용을 규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요즘은 소식의 전달이 빠르고 글 하나, 사진 한 장의 파급력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시대. 그로 인해 피해 보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표현의 자유가 그 어떤 것보다 우선시돼도 좋은 걸까? (2월 18일 작성)
 
에디터 이정희 사진 두산 베어스

220531J0149.JPG

 

 

#더 이상 어리지 않아

 

야구가 없는 비시즌, 야구계를 술렁이게 하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건의 시작은 한 개인의 SNS로부터였다. 자신을 투수 인스트럭터라고 칭한 이 사람은 SNS 게시물에 자신이 알고 있는 KBO리그 선수들의 사생활과 관련한 정보를 올리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한 선수(이하 A)SNS 비공개 계정이 유출됐다. A의 비공개 계정에는 코치를 향한 불만을 담은 글과 팬의 SNS를 캡처한 사진이 비속어와 함께 게시돼 있었다. 글 작성 당시는 A가 미성년자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인데, 미성년자 신분에서 도덕적이지 못하다고 취급받는 기호식품과 관련한 이야기까지 등장해 팬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해당 구단은 스프링 캠프 중 맞이한 갑작스러운 상황에 개별적인 면담을 거쳐 A에게 자체 징계를 내렸다. 팬들은 선수단 내 분위기가 어떨까, 이번 시즌에 영향이 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소식을 기다려야 했다. 한 시즌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담금질을 하는 와중에 일어난 이번 사태로 팬들을 비롯한 야구계는 다시 한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됐다. 게다가 SNS로 인해 징계를 받았던 A가 다음날 또다시 구단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른 사실이 알려지며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A가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거다. 징계를 받음으로써 본인의 행동에 책임을 지긴 했지만, 반복된 SNS 활동이 팀의 분위기를 다시 해치게 되리라는 것을 생각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2020년 겨울에도 한 커뮤니티에 모 선수(이하 B)SNS 비공개 계정을 캡처한 사진이 퍼지며 크게 논란된 일이 있었다. 캡처된 사진 속엔 코치들을 향한 욕설과 동료 선수들 비하 발언, 장애인 및 지역 비하 발언, 그리고 몰래 다른 사람들을 촬영한 사진까지 도를 넘어선 게시물이 수도 없이 많았다. 이미 선수들의 SNS 논란이 과거에 여러 번 있었던 터라, KBO와 각 구단 차원에서 대응 교육이 시행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대처를 무색하게 만든 B의 태도에 다른 해결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해당 구단은 징계 차원에서 B를 방출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수위가 워낙 높았던 탓에 국내외 언론에 보도되는 것은 물론이고 당시 여러 사건으로 위태로웠던 구단의 신뢰를 더욱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게다가 B의 게시물 중 일부에는 같은 구단의 신인 선수들 여럿과 다른 구단의 선수가 댓글을 달며 동조한 것이 확인돼 관련 선수들이 크고 작은 징계를 받는 등 리그 전체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다.

 

#배려가 필요한 시점

 

위의 사건들로 선수들은 거친 비난의 목소리를 맞닥뜨려야 했다. 아직 어린 선수들인데 너무 과하다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프로구단에 입단하는 순간부터는 일반인의 신분을 벗어나 한 사회집단의 얼굴이 된다는 것이다. 개인의 경솔한 행동 하나가 집단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직접 겪지 않아도 충분히 알 만한 일.

 

비단 어린 선수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연차를 불문하고, SNS를 통해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선수들이 이따금 보이곤 한다. 팬들은 그들이 가진 불만의 원인을 좇으며 다음 소식이 올라오기를 기다리고, 구단에 해명을 요청하기도 한다. 즉 선수들이 SNS에 적은 자유로운 표현들이 구단과 동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결국은 선수 본인에게까지 악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령 2021년에는 모 선수(이하 C)가 구단에 대한 불만을 구체적인 타 구단명 언급과 함께 SNS 내용을 게시하며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팬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어떤 이유로 올라온 글일지 언쟁을 벌였다. 선수는 여론을 의식한 듯 곧바로 게시물을 삭제했지만, 해당 내용을 캡처한 사진은 이미 커뮤니티를 통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다음날 C가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며칠 후 스프링 캠프가 시작된 첫날에는 C가 훈련장에 나타나지 않아 감독과 주장이 대신 사과의 뜻을 전하는 일이 벌어졌다. 팬들은 아무 잘못도 없는 그들이 왜 다른 이의 SNS로 인한 문제까지 사과해야 하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결국 KBO 차원의 상벌위가 개최되기까지 했지만, 이유조차 제대로 해명할 수 없는 일로 굳이 시즌 시작 전부터 잡음을 만들었다는 것에 실망한 팬들이 많았다. 앞서 언급한 B와 신인 선수들의 SNS 막말 논란이 사그라든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기에, 선수들의 SNS 사용과 관련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언론과 팬들의 질타가 다시 이어졌다.

 

이젠 단순히 야구만 잘하는 것으로 만사가 해결되지 않는다. 불만이 있더라도 이를 표출하는 것이 팀의 분위기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야 한다. 도의적으로 부당하지 않은 한, 팀을 위해 어느 정도는 배려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번 더 생각하기

 

어쨌든 SNS는 개인적인 공간이다.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규제할 수는 없는 일. 더구나 많은 사람이 비공개 계정을 하나씩 더 만들어 SNS를 철저히 자신만의 공간으로 이용하려 하고 있다. 선수들도 다르지 않다. 더구나 관심을 받는 직업이기에 비공개 계정이 생각을 마음껏 토해낼 수 있는 몇 없는 공간일 수 있다. 유명인의 SNS까지 대중의 알 권리가 적용되는 영역이 될 수는 없다. 공인의 비공개 계정을 유출하는 사람들은 이런 점을 크게 간과하는 모양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야구선수를 비롯한 공인들은 다소 엄격한 잣대 아래에 놓인다. 의미 없이 던진 농담이나 발언들이 왜곡돼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지인에게만 공유되는 계정에 어떤 내용을 적을지는 개인의 자유다. 계정이 유출될 것까지 생각하기 어렵다. 어찌 보면 비공개 계정까지 노출해버린 선수는 엄연히 개인정보 유출의 피해자로 볼 수도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사건이 거듭하는데도 변화하는 모습은 없다는 것. 어쨌든 간에 누군가에게는 작성기록이 남으므로 해당 발언이 언젠가는 알려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생각은 자유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적은 글 하나가 불러올 파장이 크다면 그 생각을 글로 남기는 것은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다.

 

과거보다 야구의 인기가 다소 식은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KBO와 구단들은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야구장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하기도 하고, 구단 유튜브와 같이 친숙한 미디어를 이용하기도 하며, 자체 콘텐츠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하지만 백 가지를 잘해도 선수 한 명의 논란이 더 크게 와닿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는 구단에서 선수들에게 반드시 당부해야 할 부분이자, 선수들 역시 한 번 더 생각하는 태도를 가져야 할 이유다.

 

SNS를 오로지 개인 자유의 영역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솔직함소신을 내세운 내 행동이 동료와 소속집단에 피해를 준다면 더는 SNS를 단 한 사람만의 공간으로 취급하기 어렵다. 지나친 표현의 자유가 많은 사람에게 미칠 파급력을 고려해달라는 팬들의 목소리도 선수들은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SNS 사용 자체를 규제할 수는 없겠지만 스스로 논란의 원인제공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 수는 있다는 거다.

 

#더 나은 소통창구가 되기를

 

요즘에는 사람들이 여가를 보내는 방법이 많이 다양해졌다. OTT 플랫폼을 통해 좋아하는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보기도 하고, 운동을 하기도 하고, 책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사 중 가장 큰 교집합을 이루는 건 아마 SNS일 테다. 여러 관심사에 부합하는 정보들을 손쉽게 접할 수 있고, 좋아요나 댓글을 통해 사람들과 힘들이지 않고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도 다르지 않다. 시공간 제약에서 자유로운 SNS는 매일 불규칙한 생활을 하는 선수들이 여가를 보내기 좋은 공간일 것이다.

 

팬들이 SNS를 통해 평소 궁금했던 그들의 일상생활을 알 수 있다는 점도 SNS의 장점이다. 선수 신분에서 벗어나 일상을 즐기는 모습에 새로움을 느낌으로써 되려 야구에 더 빠져드는 일도 있다. , 좋아하는 선수에게 경기장에서는 전하지 못했던 응원을 SNS 메시지를 통해 직접 전할 수도 있다. 한편 어떤 선수들은 SNS를 통해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기도 한다. 본인의 경험을 공유하며 팬들에게 자원봉사를 독려하기도 하고, 후원을 위한 자선 카페나 팬 사인회 등을 열어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기도 한다. 나아가 SNS를 통해 알게 된 팬들의 사연을 접하고 기억에 남을만한 특별한 만남을 선물하기도 한다.

 

선수들의 SNS 사용은 이처럼 논란보다는 긍정적인 결과로 돌아오는 경우가 더 많다. 따라서 선수들의 SNS 자체를 규제할 당위성은 한참 떨어진다. 다만 내 행동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진 않을지 한 번 더 생각해주길 당부하고자 하는 것이다. SNS를 더 나은 소통 수단으로 활용할 방법은 얼마든지 많이 있고, 팬들은 그런 선수들의 모습이라면 무엇보다 환영할 것이니 말이다.

▲ 더그아웃 매거진 144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3년 144호 (4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더그아웃 매거진>은 대단한미디어가 제작, 제공하는 콘텐츠입니다.
포스트 내 모든 콘텐츠의 저작권은 대단한미디어와 표기된 각 출처에 있습니다.
잡지 기사 전문을 무단 전재, 복사, 배포하는 행위를 금하며,
적발 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음을 알립니다.

 

하이파이브 0 공감하면 하이파이브 하세요!

댓글 0

더그아웃매거진,KBO,한국프로야구,KBO리그,SNS,SNS이슈,표현의자유

등급
답글입력
Top
등급
답글입력
  • 등급 닉네임 어쩌고
  • 2014.03.16 23:43
수정취소 답글입력
닫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