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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할 듯 시작하지 않던 메이저리그가 드디어 막을 올렸다. 7월 24일 개막전을 시작으로 60경기의 단축 시즌이 진행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생겨난 ‘초’ 단축 시즌이지만 그마저 완주가 쉽지 않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야디에르 몰리나 등 선수단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시즌 경기 수가 58경기로 줄었다. 43일 동안 53경기, 11번의 더블헤더가 포함된 강행군이다. 마무리 보직을 맡았던 김광현은 선발진의 빈 자리를 채우게 됐다.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아예 홈구장 로저스 센터를 쓰지 못한다. 연고지가 있는 캐나다 정부가 홈경기 개최를 불허했기 때문이다. PNC 파크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함께 공동 사용할 수도 있다는 예측도 있었지만, 결국 뉴욕주 버팔로에 위치한 세일런 필드에 자리를 잡게 됐다. 임시지만 새로운 홈구장을 갖게 된 셈이다.
에디터 조예은 사진 MLB.com
#미우나 고우나 우리 야구장
세일런 필드는 토론토 산하 트리플A 버팔로 바이슨스의 홈구장이다. 마이너리그 경기장인 만큼 메이저리그 경기를 치르기엔 시설이 열악했다. 메이저리그 방송 표준에 맞춰 조명 시설을 확충했고, 그라운드도 보수했다. 홈팀과 원정팀 클럽하우스도 새롭게 만들었다. 자리를 잃은 웨이트 시설과 배팅 케이지는 관중석 복도에 설치됐다. 12일 세일런 필드에서 첫 홈경기를 치른 토론토는 연장 승부치기 끝에 5대 4로 승리를 거뒀다. 이날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6이닝 동안 1실점 하며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다.
피치 못한 사정으로 홈구장이 아닌 다른 구장에서 홈경기를 치르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일본프로야구(NPB)의 지바 롯데 마린즈가 가장 유명한 사례다. 당시 다이마이 오리온즈를 인수한 롯데가 도쿄 스타디움을 포기했다. 1973시즌 롯데는 폐쇄된 도쿄 스타디움을 대신해 수도권에 위치한 고라쿠엔 스타디움, 메이지진구 야구장 등 다른 구단의 홈구장을 임시로 사용했다. 현재 라쿠텐 골든이글스도 사용하는 미야기 구장을 실질적인 홈구장이었다. 하지만 공식 연고지는 여전히 도쿄였다.
1974년 공식 연고지를 미야기로 옮겼지만, 선수단 시설과 구단 사무실은 여전히 도쿄에 있었다. 자연히 이동 거리가 멀어져 선수단이 피로를 호소했다. 또한 리그 우승 행사를 미야기가 아닌 도쿄에서 여는 등 연고지 홀대 논란도 있었다. 이후 1978년 가와사키 구장으로 홈구장을 이전한 롯데는 ‘집시 롯데’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공식 홈구장 없이 경기를 치른 사례는 KBO리그에도 있다. 바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 현대 유니콘스다. 현대는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숭의 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썼다. 하지만 서울특별시로 연고지를 이전하기로 하면서 인천을 떠나 수원 야구장으로 옮겼다. 하지만 모기업의 재정난으로 연고 이전이 어려워지며 수원에 그대로 자리를 잡게 된다. 수원은 임시 거처였기에 공식적으로는 무연고 상태가 된 것이다. 이 때문에 2003년부터 드래프트 1차 지명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이후 현대가 해체되며 수원 야구장은 아마추어 경기장으로 사용됐다. 그리고 2014년 리모델링을 통해 10 구단 KT 위즈의 홈구장으로 재탄생했다.
상황은 다르지만, 연고 이전을 할 수밖에 없었던 구단도 있다. 원년 구단 두산 베어스다. 당시 OB 베어스는 서울특별시를 연고로 삼고자 했지만, MBC 청룡(현 LG 트윈스)에 밀렸다. 충청권을 연고로 삼을 기업이 마땅치 않자, OB가 그 자리에 들어가게 된다. 3년 후 서울로 연고지를 옮기는 조건이었다. 1985년 OB는 서울 동대문야구장으로 홈구장을 옮겼고, 다음 해 서울종합운동장 야구장에 자리 잡게 된다. 충청권 연고는 1986년 창단된 빙그레 이글스(현 한화 이글스)에게 돌아갔다.
#제2구장, 또 하나의 홈구장
이런 불가피한 상황 외에도 연고지 외의 지역에서 홈경기를 열기도 한다. 제2구장 경기다. 프로야구의 저변 확대를 위해 개최되는 제2구장 경기는 KBO 원년부터 이뤄진 대표적 팬서비스 사례다. 공식적으로는 중립경기지만 실질적으로 연고지 외 지역에서 홈경기를 치르는 셈이다. 1999년까지 이뤄졌던 광역 연고제의 흔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때 군산, 전주, 춘천 등 다양한 지역에서 프로야구 경기가 열렸지만, 지금은 삼성 라이온즈, 롯데 자이언츠, 한화만 2구장 경기를 열고 있다. 삼성은 포항 야구장, 롯데는 울산 문수 야구장, 한화는 청주종합운동장 야구장을 사용한다. 아쉽게도 올 시즌은 코로나19 여파로 제2구장 개최가 불투명하다.
제2구장은 새로운 환경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도 있기 마련이다. 대표적으로 포항 야구장의 이승엽이 있다. 그는 포항에서 타율 0.353을 기록하며 13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2015년엔 통산 400홈런을 포항 야구장에서 달성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포항의 사나이’라고 할만하다. 이승엽이 존재하던 삼성에게 포항은 약속의 땅이었다. 팀 전체가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NC 다이노스는 청주에서 져본 적이 없다. 2013년 창단 이후로 청주에서 8전 8승을 거뒀다.
NPB에는 공식적으로 제2구장 제도가 있다. 대표적으로 한신 타이거스가 일본 고교야구 전국대회가 열릴 동안 홈구장인 고시엔 구장을 내주고 교세라 돔을 사용한다. 이 기간 동안 교세라 돔을 홈구장으로 쓰는 오릭스 버팔로즈는 고베 홋토모토필드에서 경기를 치른다. 니혼햄 파이터즈도 도쿄 연고 시절 사용하던 도쿄 돔에서 홈 경기를 연다. 도쿄 팬을 위한 팬 서비스다. 이외에도 저변 확산을 위해 다양한 지역에서 1군 경기가 열린다.
#2구장 경기가 계속되려면
2구장 경기는 연고지 외 지역에서도 야구를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경기가 이뤄지는 홈구장보다 편안할 순 없다. 합숙도 해야 하므로 사실상 원정 경기나 다름없다. 경기력, 선수단 이동 문제로 2구장 경기는 줄어드는 추세다. 삼성은 2015년에 정규 시즌 경기만 10경기를 포항에서 열었지만, 지금은 2~3시리즈만 이뤄지고 있다. 롯데도 같은 해 문수 야구장에서 시범 경기 포함 12경기를 개최했지만, 지금은 7경기 내외에 그치고 있다.
공통으로 지적되는 부분은 시설이다. 특히 청주 야구장은 1979년 개장한 ‘노후 구장’이다. 원정팀 시설은 물론이고 홈팀 라커룸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온수 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원정 더그아웃 천장은 너무 낮아 자칫 선수들의 부상이 우려된다. 이 모두 수년 전부터 지적되던 사항이다. 정비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조명 타워를 교체하고 관람 시설을 개선했다. 하지만 여전히 시설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경기 진행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지난해 7월 16일 청주 야구장에서 열린 NC와 한화의 경기는 조명탑 오작동 문제로 5분간 중단됐다.
그럼에도 2구장 경기가 없어지지 않는 것은 팬을 위해서다. 울산광역시가 NC의 연고 지역으로 바뀐 뒤에도 롯데는 울산 경기를 편성하고 있다. 광역 연고로 운영되던 시절부터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준 지역 팬이 있기 때문이다. 이벤트성 경기도 고려해볼 만하다. 제주도와 같이 프로 야구단이 없는 지역에서 경기를 여는 것이다. 제주 야구장에서 가장 최근에 열린 1군 경기는 2008년 5월 25일에 열린 두산과 우리 히어로즈의 경기다. 1군 야구장 규정이 강화되며 제주도 경기는 당분간 보기 어려워졌지만, 꼭 정규 시즌 경기가 아니더라도 개최를 고려해볼 만하다.
토론토는 부득이하게 이번 시즌 세일런 필드에 자리를 잡았다. 갑작스러운 임시 거처지만 완벽한 홈구장으로 탈바꿈했다. 로저스 센터와 같은 분위기를 내기 위해 장비부터 클럽하우스 의자, 비품까지 옮겨왔다. 선수단, 중계방송으로 홈구장과 인사할 팬을 위해 총력을 다했다. 관중석 1층은 토론토의 색인 푸른 빛으로 물들었고, 환호성 대신 팬의 모습이 인쇄된 입간판이 자리했다. 토론토로서는 새로운 팬층을 모을 기회이기도 하다. 2구장 경기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팬과 만날 기회는 쉬이 찾아오지 않는다. 놓치기엔 너무 아깝지 않을까?
▲ 더그아웃 매거진 113호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