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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팬이라면 앓다 죽을 선수들이 있다. 한 선수는 구단 최고의 레전드 중 하나를 떠오르게 만들고 한 선수는 보기만 해도 설레는 재능을 이제 막 피워내기 시작했다. 가혹하지만, 둘 중 한 명은 KIA의 품에 안기지 못한다. 과연 두 선수 중 빨간 유니폼에 이름을 박을 사람은 누구일까.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조예은 Location 광주제일햄버고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가워요.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4월 12일 인터뷰)
문동주(이하 동주) 안녕하십니까. 광주진흥고등학교 3학년 투수 문동주입니다.
김도영(이하 도영) 안녕하십니까. 광주동성고등학교 3학년 내야수 김도영입니다.
#조금은 어색한 사이
이렇게 두 선수가 같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있나요?
동주 솔직히 사적으로 만난 건 처음인데, 좀 어색하네요.
도영 저도 많이 어색하네요.
서로 지역 1차 지명을 다투는 라이벌이잖아요. 경쟁자끼리 한마디씩 해주세요.
동주 도영이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저도 더 열심히 하게 돼요. 동기부여가 되는 사이 같아요. 지명 경쟁에 대해선 의식하지 않고 제 갈 길만 가려고 합니다.
도영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동주가 같은 지역에 있어서 실력도 더 빨리 늘었죠. 좋은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프로 지명과 관련된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아직 남은 시간이 많아서 단정 지을 순 없다고 봐요. 저도 더 발전하겠습니다.
같은 지역에서 오랫동안 함께 야구를 한 동기예요. 언제 서로를 처음 의식했나요?
도영 중학교 때도 알고 있었지만 확실하게 눈에 박힌 건 고등학교 때예요. 갑자기 빠른 공을 던지더라고요. 직접 타석에 서 보니 예상보다 더 좋았어요.
동주 저는 초등학교 5학년 때요. 추계리그 경기를 보는데 1번 타자가 도영이었어요. 기습번트를 대고 살아나가더라고요. 그때부터 남다른 선수라고 생각했어요.
첫인상은 어땠나요?
도영 첫인상은 그냥…. 야구 잘하게 생겼구나.
동주 처음 봤을 때 인상을 쓰고 있어서, 말 걸기 무서운 인상이었어요. (첫인상은 별로였다?) 네. (웃음)
서로 경기에서 만나면 더 긴장된다거나 하나요?
도영 요즘에 더 긴장해요.
동주 저도 요즘엔 더 의식하고 있어요.
단점이 없기로 유명하지만, 그래도 더 발전하고 싶은 부분이 있죠?
도영 저는 일단 수비가 완벽하진 않아서 수비를 더 보완해야 해요. (오늘 경기에서 홈런 타구가 경기장 밖까지 날아갔잖아요. 차를 맞힐 뻔했어요.) 지난번엔 스카우트님 차를 맞힌 적이 있어요. (웃음)
동주 지난해 제가 좋지 않은 제구력을 보여서 그 부분을 더 신경 쓰려고 합니다.
서로가 생각하는 장점은?
도영 동주는 다들 알다시피 빠른 공이 장점이에요. 타자를 제압할 수 있는 좋은 무기죠. (타석에 서 보면 어때요?) 공을 던지면 바로 포수 미트에 들어가는 느낌이에요. 처음엔 많이 놀랐어요.
동주 타격도 좋지만 주루 플레이가 까다로운 주자이기도 해요. 무조건 뛸 것 같은 느낌을 줘서 타석보다 누상에서 더 어려운 선수예요. 한번 출루하면 투구할 때 신경이 많이 쓰이죠.
#아직 커가는 중
야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도영 아빠 따라 야구를 보러 다니다가 캐치볼이 재미있어서 시작했어요.
동주 초등학교 3학년 때 화정초등학교 야구부에 놀러 갔어요. 그날 감독님과 면담하고 유니폼을 받아 가는 바람에 야구를 시작했어요. 야구를 하고 싶다고 말하니 바로 유니폼을 주셨거든요.
야구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도영 겨울에 러닝 뛰는 게 제일 힘들어요. (다른 때는 없어요?) 타격 슬럼프가 올 때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힘들게 느껴져요. (그럴 때 누구의 조언이 가장 힘이 되나요?) 코치님들이나 친구들도 많이 해줘요.
동주 중학교 3학년 때 3루수를 봤는데, 오는 공마다 실책을 범해서 그때 가장 힘들었어요. (그래서 투수 전향을 한 건가요?) 아니요. 원래 고등학교에서도 3루를 보려고 했어요. 지금 울산공업고등학교에 계신 홍우택 코치님이 그땐 잠시 진흥고에 계셨는데, 저는 무조건 투수를 해야 한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래서 지금 투수로 뛰고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경기도 궁금해요.
도영 지난해 청룡기 전국고교야구 선수권대회에서도 특히 유신고전이 기억에 남아요. 그날 홈런을 치면서 더 많은 팬에게 저를 알릴 수 있었거든요. 제일 재밌기도 했고요.
동주 저는 첫 등판이었던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1차전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때 성적은 어땠어요?) 볼넷 주고, 안타 맞고, 많이 맞고 내려왔어요. 첫 경기다 보니 아쉬운 점이 더 많았죠.
각자 자신의 포지션을 자랑해주세요.
도영 유격수는 모든 야수를 책임진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야수 포지션 중 가장 좋아요.
동주 투수가 공을 던져야 경기가 시작되잖아요. 그라운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서 있기도 하고요. 주목을 많이 받는 포지션이에요.
포지션을 바꿔보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동주 네, 전혀 없어요. 이제 투수만 하고 싶습니다. (웃음)
도영 초등학교 땐 가끔 투수도 했어요. 한번 마운드에 오르고 싶긴 한데 하면 안 될 거 같아요. (왜요?) 팔꿈치도 안 좋아지고…. 일단 제구가 너무 안 좋아요.
루틴이나 징크스가 있나요?
도영 이걸 루틴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경기 전에 많이 먹어요. 배가 차 있지 않으면 뭔가 불편해요.
동주 저는 딱히 없어요. 친구들과 장난도 치고 이야기도 하면서 기분 좋게 경기에 들어가는 것만 신경 써요.
광주를 대표하는 명문고에 다니고 있어요. 서로 학교 자랑을 해본다면?
동주 지난해 황금사자기 4강에 올랐는데, 올해도 그 주축 멤버와 함께 좋은 성적을 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도영 최근 10년간 좋은 성적도 냈고 좋은 팀원과 후배가 있어요. 올해는 꼭 성적을 내고 싶습니다.
#최고의 유망주
도영 선수가 배트 컨트롤을 할 때 쓰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을까요?
도영 그냥 공 보고 공 치는 것만 해요. (시력이 좋아요?) 양쪽 다 1.5예요.
동주 선수가 던질 수 있는 최고 구속과 변화구 종류가 궁금해요.
동주 구속은 155km/h까지 나오고요. 변화구는 커브, 슬라이더, 스플리터를 던질 수 있어요. 스플리터가 가장 자신 있습니다.
투수 경력이 길지 않아요. 투구할 때 주의하는 부분이 있다면?
동주 구속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폼에 집중해요. 어떻게 던질지만 신경 쓰면 좋은 결과가 나오곤 하죠.
도영 선수는 LG 트윈스 이종범 코치에 대한 애정을 많이 드러냈는데, 현역 유격수 중에 가장 닮고 싶은 선수를 골라주세요.
도영 오지환 선수요. 수비도 좋고 손목 힘이 좋아서 장타도 많이 치는 선수라 닮고 싶어요.
동주 선수는 야구 영상을 많이 찾아본다고 했는데, 이의리를 제외하고 기억에 남는 신인이 있나요?
동주 의리 형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이의리 선배 이야기는 많이 했죠?) 네. (웃음) 최근에 KIA 이승재 선배가 던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경기가 타이트한 상황에서 3이닝 동안 자신감 있게 자신의 공을 던지는 걸 보면서 저도 그렇게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이의리 선배와 많이 친해 보여요.) 친해요. 야구 이야기도 많이 물어보죠. 제가 가지고 있던 습관도 지적해줘서 바로 고쳤어요. 그래서 의리 형 좋아합니다.
지역 연고인 KIA의 1차 지명 후보잖아요. KIA에 보내는 ‘나를 뽑아야 하는 이유’ 한 가지씩 들려주세요.
도영 발이 빠르고, 많이 출루할 수 있고, 주자로 나가서도 흔들 수 있어서 저를 뽑아야 해요.
동주 저는 부드러운 폼에서 빠르고 강한 공을 던질 수 있어요. 빠른 공은 노력만으로 가질 수 없거든요. 그래서 저를 뽑아야 해요.
선수라면 메이저리그에 대한 꿈도 있을 것 같은데, 빅리그에 직행할 생각은 없나요?
동주 코로나19로 인해 메이저리그는 상황이 좋지 않아서, 우선 KBO리그에서 성공해서 진출해보고 싶어요.
도영 먼저 한국에서 성공해야 미국에서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아요. 한국에서 성공해서 미국에 가고 싶어요.
두 선수 모두 KIA에서 볼 보이를 했잖아요.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 얽힌 추억이 있을 법한데.
도영 저는 김민우 코치님께 펑고를 받아봤어요.
동주 1학년 때 일주일 정도 볼 보이를 했었는데, 투수코치님이 보시는 자리에서 캐치볼을 한 기억이 있어요. 그때 알려주신 것도 지금 써먹고 있어요.
#자, 이제 시작이야
두 선수를 기다리는 팬들이 밥 잘 먹고 프로에서 활약하기를 바라며 학교 급식도 찾아보더라고요. 팬들이 보내는 애정이 실감 나나요?
동주 급식 이야기는 처음 들었는데 팬들의 관심은 많이 느끼고 있어요. 인스타그램에 응원 메시지도 많이 보내주세요.
도영 학교 선생님들이 저를 대하시는 모습에서 많이 느껴요. 지나가면서 불러주시기도 하고, 사진 요청도 받아봤어요.
그런 의미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동주 저는 다 좋아해요.
도영 저는 떡볶이 좋아해요.
글러브를 내 맘대로 꾸밀 수 있다면, 어떤 색, 어떤 자수를 넣고 싶나요?
도영 파란색 자수로 '엘 마고'라는 단어를 넣고 싶어요. 스페인어로 '마법사'라는 뜻인데 하비에르 바에즈 선수의 별명입니다. 파란색은 그냥 제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에요.
동주 저는 지금 쓰고 있는 글러브를 빨간색에 검은 끈으로 커스텀하고 싶어요.
체격을 위해 헬스,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했다고 들었어요. 가장 좋아하는 운동은?
도영 덤벨 스쾃를 많이 해요. 180kg까지는 해봤는데…. (하체를 위한 운동이네요?) 네, 결국 모든 시작이 하체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동주 저도 덤벨 스쾃 180kg까지 해요.
동주 선수는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정말 키가 많이 컸어요.
동주 네, 12cm 정도 컸어요. 남들보다 2차 성징이 늦게 와서 그런 것 같아요. 원래 174cm 정도였는데 투수로는 좀 작은 키였죠.
만약 지금 지명이 됐다고 가정하고, 어떤 이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나요?
동주 저는 부모님이요.
도영 고등학교 감독님과 코치님께 감사 인사를 하고 싶어요. 당연히 부모님께도 감사하고요.
계약금을 받으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동주 가족과 미국 여행을 가고 싶어요. (구체적인 지역은 없어요?) 네, 미국이면 어디든 좋아요.
도영 그럼 저도 가족끼리 여행 한번 갈게요. (웃음)
두 선수에게 야구란 무엇인가요?
동주 지금까지 제 인생의 전부예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남들 공부할 때 야구만 해왔으니까요.
도영 야구는 제게 꿈이에요. 어릴 때부터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해 달려왔고, 그 꿈을 이룰 수 있게 노력해왔죠.
팬들과 <더그아웃 매거진> 독자에게 인사해주세요.
도영 올 한 해 준비 잘해서 어느 팀이든 가서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동주 올해 준비 많이 했으니 꼭 좋은 모습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프로에 입단해서 더 잘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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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의 본질엔 경쟁이 있다. 누군가는 승자가 되고, 다른 이는 패자로 남는다. 심지어 당사자가 원하지 않아도 링 위에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기록은 지나가도 사람은 남고, 결과는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도 노력한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물며 아직 사회에 나서지도 않은 선수라면 더욱더 그렇다. 두 선수의 스포트라이트가 계속 꺼지지 않길 바란다.
▲ 더그아웃 매거진 121호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