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DUGOUT Dream] KIA 타이거즈 정해영 DUGOUTV

dugout*** (dugout***)
2021.12.13 15:38
  • 조회 879
  • 하이파이브 1

해영이는 울어도 돼

 

정해영을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본지와는 처음이지만, 2019년 7월 고등학생이었던 그를 개인적으로 본 일이 있다광주제일고 야구부 특유의 까까머리와 대비되는명품으로 도배된 차림새로 시니컬하게 인사해 기억에 남는다시쳇말로 오 좀 놀 줄 아는 놈인가?’ 싶었다의구심을 품기도 했다정회열 전 감독의 아들이자 KIA 타이거즈의 2020년 1차 지명자라는 배경지식이 있던 터라 나도 모르게 색안경을 끼고 바라봤나 보다근데 몇 년을 근처에서 지켜보니 참 순수하고 듬직하더라괜히 미안해졌다정해영은 늘 그랬다야구를 하는 내내 아버지의 이름이 따라다녔고홀로 편견과 고군분투했다그리고 데뷔 2년 차 만에 타이거즈의 수호신으로 우뚝 섰다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이뤄낸 결과다어쩌면 그가 야구장에서 보이는 눈물은 마음이 여려서가 아닌강인한 내면의 반증인지도 모르겠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Kyunghwa So Location Gwangju-KIA Champions Field


정해영 (1).jpg

 

 

#만 20세의 타이거즈 수호신

 

<더그아웃 매거진>과 첫 만남이에요. KBO 역대 최연소 30세이브의 주인공을 우리가 너무 늦게 모신 거 아닌가 싶은데요. (11월 16일 인터뷰)

앞에서 형들은 훈련하고 있는데 혼자 관중석에서 인터뷰하려니 웃기네요그래도 최연소 30세이브라는 기록은 참 기분 좋고덕분에 <더그아웃 매거진>에 나올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10월의 기세가 무서웠어요. 20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보여줬는데 어떤 점이 유효했나요?

시즌이 거의 막바지였잖아요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한 경기 한 경기 간절하게 임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어요.

 

만 20세 1개월 27일 만에 30세이브를 따냈어요고지를 앞둔 날마운드에 오르며 어떤 생각을 했나요?

솔직히 몸 풀 때는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어요근데 불펜카를 타고 마운드로 나가면서 조금씩 긴장되기 시작하더라고요평소보다 긴장감이 있는 상태로 투구했는데 운이 좋았죠삼자범퇴로 세이브한 기억이 나네요.

 

전 데뷔전이 떠올랐어요현장에서 직접 봤잖아요한화 이글스전에서 구원승을 따낸 그날의 모습과 오버랩되더라고요당시 오늘의 활약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는데 본인은 예상했나요?

저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제가 30세이브를 해낸다는 건 상상도 못 한 일이죠다만 제게 기회를 주신 만큼 그 기회를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그게 최상의 결과로 나왔어요.

 

정해영 (10).jpg

 


타이거즈 최다 세이브 타이기록인 34세이브로 시즌을 마감했어요선동열을 넘어서고 임창용과 어깨를 나란히 했는데 이후 두 경기가 남아있었기에 더 높은 곳을 바라봤을 법해요.

훌륭한 선배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만으로도 영광이죠더 꾸준히 해야 해요이제 겨우 2년 차잖아요선배님들은 10, 15년을 꾸준히 하셨는데 전 그에 비하면 많이 부족해요(확실히 인터뷰 스킬은 늘었어요.) 아닙니다아직 모자랍니다. (웃음)

 

시즌 종료 후 짧은 휴식기 동안에는 어떻게 지냈나요?

가족과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그동안 못 먹은 맛있는 것도 먹고잠도 자고마냥 쉬었어요그래서인지 휴식이 더 짧게 느껴지네요.

 

마무리 훈련에 돌입했어요컨디션은 어떤가요?

아픈 데는 전혀 없고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몸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공 던지는 건 캐치볼 정도만 진행 중이고요.

 

정해영 (4).jpg

 


#오 나의 아버지

 

이번 시즌에 대해 아버지가 해준 말이 있다면요?

너무 고생했다고 해주셨어요아빠가 항상 말씀하시는 게 있어요뭐든 꾸준해야 인정받을 수 있다고요저도 그 말에 동의해요이번 마무리 훈련을 통해 내년에도 꾸준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부자가 똑 닮은 얼굴이 인상적이에요본인도 닮은 걸 인정한 바 있는데 솔직히 누가 더 잘생겼다고 생각하나요?

얼굴이 아예 똑같은데제가 봐도 닮았는걸요다만 키가 좀 더 크니 피지컬로는 제가 이긴 것 같습니다(정해영 승?) 그걸 어떻게 제 입으로 말합니까. (웃음)

 

본인에게 아버지는 어떤 존재인지 궁금해요.

너무나도 존경하는 사람의지할 수 있는 아빠예요(물려받은 것 중 가장 감사한 것은?) 아무래도 몸이죠유전자 자체가 튼튼해서 잘 안 다치거든요아빠뿐만 아니라 엄마한테도 감사해요.

 

이참에 부모님께 한마디 남겨볼까요?

이제 프로 생활 2년째가 끝났는데 앞으로도 묵묵히 지켜봐 주세요집에서 봬요.

 

요즘 지명 직후가 종종 생각나요당시 먹지 않아도 될 욕까지 먹는 시기가 있었죠.

원래 힘든 일이 있어도 부모님께 말을 잘 안 해요늘 스스로 묵묵히 이겨내는 편이기에 그때도 혼자 이겨냈던 것 같아요솔직히 신경도 크게 안 썼고요(막낸데 이런 걸 보면 막내 같지 않네요.) 집에서는 또 막내 같아요.

 

정해영 (8).jpg


 

지명 후 챔피언스 필드에 방문해 촬영했던 구단 인터뷰가 한참 지나서야 공개됐어요야구인 2세로 산다는 건 남모를 고충이 분명 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렇긴 하죠잘해봐야 본전이고 못하면 아빠에게 영향을 미치니까요근데 그게 오히려 제겐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착한 정해영을 강조하며착하게 살면 좋은 일이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했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어요정말 착하게 살아서 올해 최고의 시즌을 보낸 게 아닌가 싶어요.

맞아요앞으로도 착하게 살 거고요제가 워낙 거짓말을 못 해요지금처럼 계속 가족친구들과 재미있게 살고 싶어요.

 

착하게 살기 싫은 혹은 착해질 수 없는 순간도 있었을 텐데요.

솔직히 가끔 화날 때가 있긴 하죠근데 화가 빨리 없어진다고 해야 하나화가 나다가도 10분만 지나면 금세 사라져요성격이 워낙 무던합니다.

 

정해영 (2).jpg

 


#아기 호랑이의 눈부신 성장

 

올 시즌 64경기를 던지며 평균자책점 2.20을 기록했어요만 20세의 어린 나이기에 혹사 꼬리표가 계속해서 따라붙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이 궁금해요.

64경기를 나간 것 자체가 제가 아프지 않기 때문에 나갈 수 있었던 거고 제 몸 상태는 제가 제일 잘 알아요몸은 정말 좋습니다.

 

강하게 키워진 아기 호랑이처음 마무리 투수로 투입됐을 땐 매우 힘겨워 보였어요곧 울 것 같은 표정이랄까요?

울진 않았습니다. (웃음시즌 초반에는 어렵게 막은 경기가 많았어요그땐 저도 마무리가 처음이라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그래서 힘들었는데 그냥 타자랑 붙어보기도 하고때로는 끝내기 안타도 맞아보니 오히려 좋은 공부가 됐어요.

 

사실 우는 모습을 종종 보여주기도 했어요.

안 보여줬어요(구단 유튜브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한 울보 올스타전에서 1등을 차지했잖아요.) 그건 형들이 장난친 거예요전 인정 못 합니다.

 

안 운 걸로 칩시다평소 경기 복기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복기는 하지 않는 편이에요원하는 코스로 던져서 삼진을 잡았을 때나 한 번씩 보지 끝내기 안타를 맞거나 블론 세이브를 했을 땐 절대 다시 보지 않죠안 좋은 건 아예 안 본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정해영 (3).jpg

 

 

지난번에 연봉 7,000만 원으로 159.3%의 팀 최고 인상률을 찍었으니 이번엔 더 기대해볼 만하겠어요.

기대는 하고 있지만인상률 1위는 어려울 것 같아요. ()의리가 있어서 힘들지 않을까요금액에 대한 기대만 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선발 투수에 대한 열망이 있다고 알고 있어요광주제일고 재학 시절 명승부도 있잖아요. 2018년 4월 21일 광주 전역 주말리그 경기에서 선배 김기훈과 맞붙어 7.1이닝 무실점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는데 둘이 은근한 경쟁의식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제일고와 동성고는 영원한 라이벌이잖아요.

어휴전 그때 기훈이 형한테 전혀 안 됐어요야수 형들이 도와줘서 운 좋게 경기가 팽팽하게 갔을 뿐이지 당시 기훈이 형은 워낙 유명했잖아요. 2학년 때부터 잘 던졌고전 그때가 거의 첫 선발 등판 경기였어요(첫 선발 등판인데도 이긴 건가요?) 이긴 건 아니죠물론 제가 아웃 카운트를 하나 더 잡긴 했지만어차피 둘 다 무실점이었으니 비겼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초반에 위기가 있었지만 잘 넘긴 재미있는 경기였어요기훈이 형과 대결해 인상 깊었습니다.

 

아마추어 시절까지 합해 본인의 인생 경기를 뽑아볼까요?

작년 두산 베어스전이 떠오르네요제일 긴장되는 등판이었거든요만루에 올라가 두 타자를 삼진 잡고 내려왔는데 알고 보니 모두 삼구 삼진이었더라고요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았어요매우 놀란 기억이 있어요.

 

선발 투수를 해야 할 폼을 가졌어요체격도구종도잠재력도요아직 차기 감독이 정해지기 전이지만어필해야 할 시기지 않나 싶은데요.

선발 투수는 모두의 꿈이잖아요하지만 지금 제가 맡은 자리도 쉽게 오지 않는 자리이기 때문에 지금의 보직을 지켜내고 싶습니다(마무리 투수를 계속하고 싶다는 뜻인가요?) 그렇죠계속 지키고 싶어요전에는 선발 투수가 하고 싶었는데 마음이 바뀌었어요원래 바뀌는 거잖아요.


정해영 (9).jpg

 

 

#왕크왕귀 사랑둥이의 삶

 

사뭇 어른스러워진 게 보이는데 멘탈 관리를 위해 특별히 하는 일이 있나요?

특별한 건 없고요힘든 일이 생기면 맛있는 걸 많이 먹고 잠을 푹 자요고기를 좋아하거든요(의리네 고기를 말하는 건가요?) 의리네 고기진짜 맛있습니다.

 

양현종이 꿈이잖아요최근에 연락한 적은 없나요?

워낙 대선배님이라 연락하기가 좀올해 처음 메이저리그에 데뷔하셨을 때나 큰일이 있을 때 축하드린다고 메시지를 한 번씩 보냈어요얼마 전에 다시 한국에 들어오셨을 때도 안부 인사만 보냈던 것 같아요.

 

김선빈의 아들과 노는 모습도 잘 봤어요서준이가 많이 따르는 듯한데 아이를 잘 놀아주는 비결이 있다면요?

워낙 아이들을 좋아해서요같이 노는 것도 재미있고 서준이가 특히 애교가 많거든요말도 잘하고 서로 통하는 게 있어요. (정신 연령이 맞나 봐요.) 제가 서준이한테 맞춘 거죠.

 

며칠 후 구단의 연례행사인 호랑이가족한마당이 열려요올해는 복면가왕 코너에 참가하지 않는다고요벌써 선배병이 걸린 건가요?

선배병이 아닙니다그냥 참가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작년에 했기 때문에 2년 연속 나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그럼 내년에 다시 참가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되나요?) 그건 아니죠한 번 했으니 다른 후배들에게 기회를 넘겨줄래요.

 

정해영 (6).jpg

 


작년 무대를 인상 깊게 봤어요평소 수줍은 모습이었는데 객석에 난입하고 선배들에게 지팡이를 휘두르는 모습을 보며 속에 많이 쌓아두고 있었나 싶더라고요.

너무 민망해서 그랬어요춤을 못 추거든요무대가 끝나고 나서도 한참 민망하더라고요(객석 난입과 안무는 미리 준비한 건가요?) 전혀 하지 않았어요즉흥으로 나왔습니다.

 

후배 인터뷰에 형들이 말이 많네요아까부터 계속 구경하며 한마디씩 거들고 있는데 정해영에게 윤중현장현식이란?

좋은 형들이죠항상 먼저 장난쳐주고말도 걸어줘서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어요모든 선배가 편하고 좋습니다(직속 후배인 이의리도 편하게 다가가는 듯해요.) 의리가 저한테요의리는 거의 그냥 친구죠. (씁쓸)

 

많은 일이 일어난 해였습니다본인에게 2021년이란?

제가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시즌이었죠팀이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한 건 아쉽지만개인적으로는 마무리 투수라는 보직에서 한 시즌을 뛰며 책임감도 생기고 결과도 최고로 좋게 나와 만족스럽습니다하지만 제 목표는 꾸준히 하는 거니까요이제 겨우 2년 차인데매년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연말 호에 이 인터뷰가 실릴 예정이에요올 시즌 팬들에게 정해영은 선물 같은 존재였어요물론 선수 본인에게도 팬들이 선물 같은 존재였을 텐데 그런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12월이면 날이 정말 추울 텐데 옷 따뜻하게 입으셨으면 좋겠고요야구는 곧 다시 하니까 그때까지 선수단 모두 몸 열심히 만들어 내년에 반드시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습니다야구장에 많이 찾아와주세요감사합니다.

 

***

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게 선물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2001년생 2년 차 투수 정해영은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타이거즈의 울보 타이틀을 차지했다그럼 정해영은 이번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받을 수 없는 걸까그렇다그는 더이상 아이도 아니고울기도 많이 울었다.

 

그에 반해 팬들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나 보다정해영이라는 멋진 선물을 받았으니 말이다강하게 키웠더니 강하게 자라난 이 아기 호랑이가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덕분에 풍성한 연말을 보낼 수 있겠다타이거즈 팬들을 대신해 감사를 전하며그에게 꼭 이 말을 해주고 싶다어차피 양현종도 울면서 컸다!

 

인터뷰 이후 아버지 정회열에 대한 퀴즈를 맞히는 게임도 진행했으니 승부욕에 눈먼 안 착한 정해영이 보고 싶다면 <더그아웃 매거진유튜브에서 확인하길 바란다자기가 말한 게 정답이라며 버럭 소리치는 아기 호랑이의 모습꽤 신선하다.



cover_128_web.jpg

▲ 더그아웃 매거진 128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1년 128호(12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dugoutmz.com

하이파이브 1 공감하면 하이파이브 하세요!

댓글 1

더그아웃매거진, KIA타이거즈, 기아타이거즈, KIA, 기아, 정해영, 투수,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프로야구, KBO리그

등급
답글입력
Top
등급
답글입력
  • 등급 닉네임 어쩌고
  • 2014.03.16 23:43
수정취소 답글입력
닫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