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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가 시작되고 벚꽃이 만개하는 봄! 야구팬들에겐 새로운 시즌이 다시 출발해 더없이 설레는 계절이다. 하지만 올해 봄은 더더욱 특별하다. 많은 이가 TV로 개막전을 지켜봐야만 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3시즌 만에 100% 관중 입장이 허용됐기 때문. 야구장에서 음악에 맞춰 신나게 응원하고 치맥을 즐기는 소중한 일상을 팬들은 얼마나 기다려왔을까? 이번 호 ‘더그아웃 먼슬리’는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 봄날의 현장으로 가보려 한다. 시즌 개막일인 4월 2일부터 14일까지 <더그아웃 매거진> SNS를 통해 진행된 사연 이벤트에 많은 독자가 설레는 이야기들을 전해왔다.
에디터 김일우 사진 독자 제공
#너무나도 반가웠던 숫자 ‘100’ - NC 다이노스 팬 이수빈
2년 전, 100이라는 숫자는 두려운 숫자였어요. 확진자 수가 10명 이내로 집계될 때, 마치 저와는 상관없는 일인 줄 알았거든요. 그 1이 10이 되고, 10이 100이 되고… 그렇게 커지는 숫자와 불안감은 우리 모두를 압도해버렸죠. 그와는 역설적으로, 2020년 NC 다이노스는 1이라는 그 작은 숫자 하나로 리그 전체를 압도했어요. 슬프게도 우린 온전히 함께하지 못했죠. 하늘 위로 솟구친 칼날이 이 어려움을 깨부수길 바라면서 그렇게 가을이 지나갔네요.
길었고, 대단했고, 그리고 정말 깊었던 숫자 1이 2020에 더해져 새로운 봄이 찾아왔었어요.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고 야구장에 갔죠. 지난해의 가을이 너무 깊었던 탓일까요? 21시즌 NC의 봄날은 정말 짧았답니다. 하지만 그만큼 더 오랜 기간 다음 봄을 준비할 수 있었어요. 많은 씨앗을 심고 가꿨죠.
그래서 싹이 트는 걸 빨리 보고팠나 봐요! 2022시즌 일정이 정해지자마자 친구와 서로 직관할 수 있는 날짜를 조율했어요. 반년 치 계획을 미리 정해두니까 벌써 가슴이 뛰더라고요. 시범경기 중계가 정말 너무 한 것이, 개막은 아직 한참 남았으면서 당장이라도 야구장에 뛰어가고 싶게 만들거든요. 하지만 덕분에 애타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답니다.
기차를 타고 서울에서 내려가기 하루 전날, 매화가 막 피기 시작하는 모습을 봤어요. ‘이제 봄이 오는구나, 개막이 찾아오는구나’ 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창원행 기차에 올랐어요. 봄날의 야구장은 더 예쁜 거 아시나요? 벚꽃이 활짝 피어있고, 광장에는 가슴 뛰게 하는 멜로디가 흘러나오고, 깃발이 펄럭이고 햇살이 따사로워요. 창원NC파크엔 돗자리를 펴고 야구 경기를 볼 수 있는 잔디석이 있어요. 개막날 야구장에 들어가자마자 그곳에 앉아있는 팬분들의 모습이 제일 먼저 눈에 띄더라고요. 왜냐면 지난 2년 동안은 그곳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는 모습을 볼 수 없었거든요. 비로소 100이라는 숫자가 온전히 우리에게로 돌아온 거였어요!
아시다시피 개막 2연전의 성적은 썩 좋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즐거웠어요. 안타 하나, 수비 하나에 그 누구보다 열광했던 그날의 내야 분위기가 아직도 느껴져요. 저는 그렇게 따사로운 햇살 아래서 열심히 클래퍼를 치며 100이라는 그 숫자를 있는 힘껏 반기고 왔답니다.
#다시 만난 야구장 – LG 트윈스 팬 서윤영
안녕하세요! 저는 LG 트윈스의 학생 팬입니다. 첫 직관이 6살 때였으니까 야구를 보기 시작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사실, 언제부턴가 야구에 관심이 없어져서 몇 년 전부터는 직관을 자주 안 하곤 했어요. 어쩌다 보니 작년부터 다시 야구에 푹 빠지게 되며 야구장을 찾으려고 했지만, 하필이면 코로나19 때문에 가지 못했습니다. 정말 정말 가고 싶었는데 너무 아쉬웠어요.
하지만 올해는 여덟 경기 만에 벌써 두 번이나 야구장에 갔습니다. 4월 5일 키움전과 4월 10일 NC전을 갔는데 두 번 다 이겨서 너무 기뻤어요! 혹시 저, 승요인 걸까요? 오랜만에 야구장의 그 분위기를 느끼게 되니 정말 좋더라고요. 비록 육성 응원은 금지였지만 소리가 없어도 와닿는 그 열기가 가슴이 벅찰 정도로 행복하게 느껴졌어요. 진짜 야구가 돌아온 기분이었달까요? 벌써 이렇게 신나는데, 코로나19 이전처럼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언젠가 마스크를 벗고 육성 응원까지 신나게 할 수 있는 날이 다시 오겠죠? 야구장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기 전에 코로나19가 잠잠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올 시즌 LG도, 더그아웃 매거진도 파이팅!
#팬서비스 명당 직관 썰 – 키움 히어로즈 팬 이가은
4월 10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의 삼성전 경기에 다녀왔습니다! 제 자리는 1루 익사익팅석 3구역이었는데, 경기 시작 전에 일찍 입장해서 선수들이 몸 푸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불펜 바로 옆이라 그런지 투수들이 많이 지나가더라고요. 최원태 선수, 김준형 선수, 김재웅 선수 등 투수들과 포수진이 지나갔고, 야수진도 가까이에서 몸을 풀고 있었어요. 때마침 최원태 선수가 근처에 와서 사인을 부탁드렸죠.
사인받을 유니폼을 그물망 너머로 던져야 했는데, 그물망에 걸려버렸지 뭐예요! 원태 선수가 곧 알아서 떨어질 거라며 농담을 건넸다가 금세 유니폼을 낚아채서 사인해주셨어요. 사인할 때 잘생겼다고 말씀드렸더니 “네”라고 하시더라고요. (하하) 그리고 제 이름을 ‘다은’으로 잘못 듣고 ‘to. 다은’이라고 써주셨어요! ‘가은’으로 수정 부탁드렸더니 고쳐주시긴 했는데, 저는 결국 마은이 됐습니다… 그날부터 마은으로 살기로 했어요^^
그리고 준형 선수에게도 사인을 한 번 더 요청해서 결국 두 선수님 모두에게 팬서비스를 받았어요. 사인을 받으며 야구선수 사이에서 금목걸이가 유행인지 물었더니, 금을 몸에 붙이고 있는 게 좋대서 하는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경기 중 재웅 선수가 몸을 풀고 불펜에 들어가길래 “재웅 선수 귀여워요!!” 라고 외쳤더니 “감사합니댜”라고 해주셨어요. (감격) 저 진짜 못 잊고 평생 간직할 거예요…♥ 그리고 9회 말 푸이그-김혜성-이지영으로 이어진 깔끔한 마무리 송구로 저를 승요로 만들어준 키움!!! 킹랑스럽고 너무 감사합니댜 :)
#미워도 사랑한다 KIA - KIA 타이거즈 팬 한지민
4월 2일, 기다리고 기다리던 22시즌 홈 개막전에 다녀왔다. ‘올해는 진짜 다르다!’ 하면서 서울에서 광주까지 버스만 4시간을 타고 갔는데, 또 속았다. ‘양현종 승, 장현식 홀드, 정해영 세이브까지 보면 너무 좋고! 지더라도 나성범 홈런 나오면 상관없다’ 했는데 다 실패했다. (눈물) 그래도 양현종의 무자책점 복귀전이자 김도영과 최지민의 데뷔 경기를 봤다는 데 의미를 뒀다.
도저히 맨정신에 볼 수 있는 경기력이 아니었지만, 게임이 끝나고 다시 4시간 동안 버스를 타야 해서 멀미 걱정에 애꿎은 음료수만 벌컥벌컥 들이켰다. 5회 초 4실점 이후엔 옆자리의 처음 보는 KIA 팬과 올해는 가을야구에 갈 수 있을지 심각하게 대화했다. 그러다가도 나와 이름이 같은 루키 최지민 선수가 등판해 홈런을 맞는 걸 보며 진심으로 격려하게 되더라. “지민아, 밑져야 본전이다! 아직 어리니까 편하게 해라, 편하게!” 같이 간 친구가 자신에게 하는 말이냐고 했다. 모든 지민이들 파이팅…! KIA의 아기 호랑이들도 파이팅!
결국, 9회 말까지 악으로 깡으로 버티면서 끝까지 다 보고 나왔다. 개막전 승리를 준비했다더니 9대0이 말이 되냐며 연거푸 푸념을 뱉었다. KIA 야구에 속은 게 한두 번도 아니고 앞으로도 한참 속을 예정이지만, 그래도 잘 좀 해라! 너희 보겠다고 서울에서 광주까지 가는 사람도 있단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KIA 타이거즈 올해는 가을야구 가보자고~ 호랑이의 해인 만큼 호랑이들 모두 파이팅!!!
#서울 갈매기의 설레는 봄 – 롯데 자이언츠 팬 이주
2021시즌이 끝나고, 야구에 대한 그리움으로 비시즌을 보내던 롯데 팬입니다. 전준우 선수가 표지로 나온 <더그아웃 매거진> 128호를 구매하기도 했고, 또 하루하루 스토브리그 소식을 기다리며 보냈어요. 물론 손아섭 선수가 떠나 무척이나 가슴이 아팠지만, 정훈 선수가 잔류하며 기쁨을 느끼기도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손꼽아 기다리던 3월! ‘봄데’라는 이름에 걸맞게 우리 롯데가 당당히 시범경기 1위를 차지했고, ‘올해는 다른가?!’ 하는 두근거림이 들기 시작했어요. 아마 전국 롯데 팬들의 설렘 지수가 한참 높아지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시범경기는 무관중으로 진행돼 이렇게 잘하는 우리 팀을 현장에서 응원할 수 없어 너무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중계 카메라 너머로 모든 경기를 다 챙겨봤어요.
그렇게 맞이한 고척에서의 개막전! 서울 갈매기인 저는 고척에서 첫 경기를 한다는 기쁜 소식에 한걸음에 내달렸습니다. 심지어 승리까지 거두며 너무 행복했죠. 그리고 며칠 뒤에는 두산 팬 남자친구와 함께 잠실 야구장도 다녀왔어요. 코로나19가 터진 2020년에 성인이 된 터라 지금껏 단 한 번도 야구장에서 치맥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 순간만을 기다리고 기다려왔답니다! 앞으로도 롯데 경기는 물론, 남자친구가 입대하기 전까지 두산 경기도 자주 다니며 야구장 데이트를 실컷 즐길 예정입니다.
#저 드디어 승요 됐어요! - 삼성 라이온즈 팬 윤리우
작년부터 이어져 온 직관 6연패를 끊기 위해 개막전이 열리는 수원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입장하는 줄은 너무 길었고, 경기 시작 한 시간 전에 도착했음에도 1회를 통째로 날려버리고 말았어요. 어영부영 착석하고 그라운드를 바라봤는데, 역시 예상대로 뷰가 아주 좋더군요. 3회 초, 제 차애 이재현 선수가 데뷔 첫 타석에서 안타를 때려냈습니다! 기뻐서 방방 뛰었지만 제 주변에 있던 분들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별로 뻘쭘하지 않았답니다.
하지만 결국 패색이 짙어진 9회… 낙담하던 찰나 응원단장님이 ‘승리의 라이온즈’와 ‘승리를 위해’ 노래를 틀어주셨고, 그리고 ‘아파트’까지 응원이 이어졌어요! 그 순간만큼은 우승이라도 한 듯 너무 행복했습니다. 졌지만 좋은 추억을 만들어준 허니 단장님께 감사 인사를 드려요. (꾸벅)
이후 무려 사흘 만인 4월 5일, 직관 7연패를 끊으려고 다시 야구장에 갔어요. 장소는 집에서 가까운 잠실 두산전이었습니다. ‘이번 경기만 보고 시험공부에 집중한다!’라고 다짐하고 온지라 어느 때보다도 마음가짐이 비장했습니다. ‘반드시 승리하고 돌아오리라!’ 선발은 최애 원태인이었고, 선취점은 삼성의 몫이었죠! 피렐라가 땅볼 타구로 1타점을 먼저 올렸고, 5회 초에는 이재현의 2루타에 힘입어 1점을 더 따냈어요. 하지만 4회까지 숱한 위기를 잘 견뎌낸 원태인은 이후 동점과 역전을 허용한 채 마운드를 내려왔습니다. (눈물)
사기가 죽어있던 전 모자를 푹 눌러 쓰고 쓸쓸히 앉아있었지만, 피렐라의 동점타에는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강민호의 홈런은 정말… 응원하다가 발목이 삐끗할 정도로 기뻤어요. 그리고 마침내 생애 10번째 직관 만에 끝판 대장 돌부처를 영접했습니다. 1점 차지만 세이브를 해내실 거라 믿고 있었다고요! 그렇게 저는 약 1년 반 만에 직관 7연패를 끊어내는 데 성공했답니다.
그리고 정말이지 육성 응원 금지는 너무나 가혹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넌 내게 반했어’를 들으며 ‘강! 민! 호!’를 외칠 수 없다니요… 빨리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육성 응원을 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삼성 파이팅! KBO 아좌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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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의 염원이 하늘에 닿은 걸까? 사연 이벤트 종료 이후 육성 응원도 완전히 허용되며 목청껏 응원가를 부를 수 있게 됐다. 드디어 우리가 사랑하는 야구가 온전히 돌아온 거다. 자, 어찌 집에서 TV로만 지켜볼쏘냐. 야구 덕력을 풀충전해 야구장으로 향할 때다. 연인, 가족, 친구들과 함께 옹기종기 붙어 앉아 취식에 응원가까지! 지난 두 시즌 간 즐기지 못한 아쉬움까지 올 한해 시원하게 날려버리자.
▲ 더그아웃 매거진 133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2년 133호 (5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dugoutm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