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포트하는 선수가 없습니다.선수들을 서포트 해보세요!
부산을 넘어 전국구로
한때 부산의 대학야구팀을 대라면 십중팔구 동아대학교를 떠올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게 무려 1940년대에 태동해 장기간 지역 야구계에 뿌리내려온 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980년대에 접어들며 이러한 판도가 크게 요동치게 되는데, 이때가 바로 지역 라이벌 경성대학교 야구부의 창단 시기다. 1981년에 첫발을 뗀 경성대의 성장 속도는 실로 놀라운 수준이었다. 훗날 롯데 자이언츠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된 공필성, 박정태 등을 필두로 대학야구의 다크호스로 떠올랐고, 창단 10년째인 1990년에는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기에 이르렀다.
에디터 이찬우 사진 KUBF(한국대학야구연맹), 키움 히어로즈, SSG 랜더스, 한화 이글스, 두산 베어스
#두 번의 황금기
이후 그들의 행보는 윤영환 감독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82학번으로 경성대 야구부에 입단해 모교의 3대째 사령탑 자리에 오른 인물로, 1997년부터 올해까지 무려 26년째 팀을 이끌고 있다. 윤 감독과 더불어 이번 인터뷰에 응한 구용길 현 수석코치(2001년 부임) 등 코치진은 ‘땀은 배반하지 않는다’란 노력의 힘을 필두로 팀을 강하게 훈련해나갔다.
1997년도에 KBA회장기 춘계리그와 천마기 대회에서 동시에 왕좌에 오르는 등 이미 부산을 넘어 명성을 날리고 있던 경성대. 혹독한 훈련과 많은 연습량이 더해지니 머지않아 그들의 첫 번째 전성기가 활짝 열렸다. 2002년 대통령기, KBA회장기 추계리그, 전국종합야구선수권대회(이하 백호기)에서 세 차례나 준우승을 이뤄냈고, 우승을 향한 갈증을 발판 삼아 이듬해에는 춘계리그 우승과 백호기 준우승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리고 2005년까지 2년간 전국대회 우승 2회와 준우승 4회를 기록하는 등, 대회에 출전했다 하면 숱하게 순위권에 이름을 남기는 저력을 뽐냈다.
이후 두 번째 전성기는 2010년대 중반에 찾아왔다. 어느덧 20년 가까이 한 팀을 지휘하게 된 윤 감독의 철학은 팀 내에 깊게 배였고, 변함없는 노력의 성과가 또 한 번 빛을 발했다. 2015년을 춘계리그 예선 탈락이라는 아픔으로 맞이했으나 금세 팀을 추슬렀고, 연맹회장기와 전국대학야구선수권, 추계리그를 연달아 제패하며 3관왕의 금자탑을 쌓았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으니, 기세를 몰아 다음 해에도 춘계리그, 왕중왕전, 전국체육대회 3연패를 달성하며 이견이 없는 전국구 강팀 반열에 오른 것이다.
#영광의 주역
다른 학교들에 비해 길지 않은 역사에도 두 차례의 황금기를 이룩하는 동안 내로라하는 스타들도 탄생했다. 창단 초기에는 앞서 언급한 공필성과 박정태가 있었고, 2000년대 초반에는 프로 통산 121승을 수확한 레전드 좌완투수 장원삼이 경성대 소속으로 대학야구를 평정했다. 그 외에 훗날 퓨처스리그에서 퍼펙트게임을 달성하며 프로야구 최초의 기록을 얻게 되는 이용훈 현 NC 다이노스 2군 투수코치, 흔치 않은 좌완 언더핸드 투수로 ‘좌승사자’라 불린 임현준 현 삼성 라이온즈 스카우트 등이 경성대를 거쳐 프로 무대로 향했다. 그리고 현재도 다음과 같은 선들이 현역으로 KBO리그를 활발히 누비는 중이다.
1. 이지영
출생 1986.02.27 신체조건 177cm/88kg 학번 04학번 소속팀 키움 히어로즈 포지션 포수 투타 우투우타
2022시즌 성적 (6월 16일 기준)
경기 |
타율 |
타수 |
안타 |
홈런 |
타점 |
득점 |
출루율 |
장타율 |
OPS |
58 |
.238 |
172 |
41 |
0 |
15 |
10 |
.284 |
.302 |
.586 |
지난 3시즌 성적
시즌 |
경기 |
타율 |
타수 |
안타 |
홈런 |
타점 |
득점 |
출루율 |
장타율 |
OPS |
2021 |
108 |
.275 |
233 |
64 |
0 |
31 |
29 |
.328 |
.305 |
.633 |
2020 |
101 |
.309 |
262 |
81 |
0 |
36 |
22 |
.364 |
.363 |
.727 |
2019 |
106 |
.282 |
308 |
87 |
1 |
39 |
40 |
.317 |
.315 |
.632 |
첫 번째 주인공은 삼성 왕조 시절 준주전급 안방마님으로 활약한 이지영이다. 연습생으로 프로 커리어를 시작해 FA(자유계약선수) 계약까지 체결한 육성선수 성공사례 중 한 명이다. 포수로서 무난한 타격과 주루 능력을 갖췄으며 안정감 있는 수비력과 리드 능력이 최대 장점. 덕분에 이승호, 최원태 등 현재 팀 내 젊은 투수들로부터 무한신뢰를 받고 있다.
하지만 모교 구용길 코치의 기억 속에 이지영은 처음부터 수비력이 좋은 포수는 아니었다. 대학 시절엔 타격에 강점이 있던 반면 수비에서 아쉬움을 보여 신고선수로 프로에 입단하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꾸준한 노력으로 약점을 보완해냈으며, 여전히 현역 생활을 이어가는 모습이 훌륭하다고 전했다.
2. 한유섬
출생 1989.08.09 신체조건 190cm/105kg 학번 08학번 소속팀 SSG 랜더스 포지션 외야수 투타 우투좌타
2022시즌 성적
경기 |
타율 |
타수 |
안타 |
홈런 |
타점 |
득점 |
출루율 |
장타율 |
OPS |
60 |
.300 |
207 |
62 |
6 |
46 |
29 |
.398 |
.493 |
.891 |
지난 3시즌 성적
시즌 |
경기 |
타율 |
타수 |
안타 |
홈런 |
타점 |
득점 |
출루율 |
장타율 |
OPS |
2021 |
135 |
.278 |
442 |
123 |
31 |
95 |
71 |
.373 |
.534 |
.907 |
2020 |
62 |
.249 |
193 |
48 |
15 |
31 |
35 |
.364 |
.508 |
.872 |
2019 |
125 |
.265 |
427 |
113 |
12 |
52 |
52 |
.375 |
.396 |
.771 |
리그를 대표하는 좌타거포로 거듭난 한유섬은 올 시즌 SSG 랜더스의 선두 레이스를 이끌고 있다. 역대급 페이스를 보이던 4월에 비하면 다소 조정기에 들어간 모습이지만, 그런데도 OPS가 0.9에 육박하는 활약을 펼치며 중심타선에서 제 몫을 하는 모습이다.
구 코치에겐 아직 한유섬보단 개명 전 ‘한동민’이란 이름이 조금 더 익숙했을까. “한동민이는” 하고 운을 떼며 여전히 한 번씩 학교에 찾아오는 제자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대학 때도 매일 남아서 훈련할 만큼 참으로 열심히 하던 선수였고, 배트를 잡은 손을 보면 곰 발바닥처럼 굳은살이 박여있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막상 4학년 때 다소 부진해서 지명 순위가 밀렸지만, 프로에 가서 잘 풀리는 모습을 보며 흐뭇했다는 소회를 내비쳤다.
3. 이민우
출생 1993.02.09 신체조건 185cm/97kg 학번 11학번 소속팀 한화 이글스 포지션 투수 투타 우투우타
2022시즌 성적
평균자책점 |
WHIP |
경기 |
승 |
패 |
홀드 |
세이브 |
이닝 |
사사구 |
탈삼진 |
7.12 |
1.91 |
12 |
1 |
1 |
0 |
0 |
30.1 |
14 |
13 |
지난 3시즌 성적
시즌 |
평균자책점 |
WHIP |
경기 |
승 |
패 |
홀드 |
세이브 |
이닝 |
사사구 |
탈삼진 |
2021 |
8.05 |
1.91 |
16 |
1 |
6 |
0 |
0 |
57 |
36 |
28 |
2020 |
6.79 |
1.66 |
22 |
6 |
10 |
0 |
0 |
106 |
53 |
67 |
2019 |
5.43 |
1.63 |
32 |
2 |
6 |
2 |
1 |
61.1 |
30 |
56 |
KIA 타이거즈 1차 지명 출신 투수 이민우는 포지션 전향이 신의 한 수가 된 케이스다. 고교 시절까지는 포수였으나, 강견을 십분 활용하는 정통파 투수가 돼 대학 무대에서 크게 이름을 날렸다. 프로 입단 후 매년 토종 선발 후보로 언급되며 기대를 모았으나 꾸준함을 보여주진 못했고, 올 시즌 초 한화 이글스로 트레이드돼 야구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구 코치는 처음 만났을 때의 그를 훌륭한 수비형 포수가 될 재목이었다고 평했다. 좋은 체격 조건과 강한 어깨를 갖추고 볼 빼는 속도까지 빨랐는데, 타격에서 아쉬움이 커 투수 전향을 제안했다고 한다. 최근에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된 이야기를 꺼내며 새로운 팀에서 더 많은 기회를 잡았으면 한다는 소망도 덧붙였다.
4. 김명신
출생 1993.11.29 신체조건 178cm/90kg 학번 13학번 소속팀 두산 베어스 포지션 투수 투타 우투우타
2022시즌 성적
평균자책점 |
WHIP |
경기 |
승 |
패 |
홀드 |
세이브 |
이닝 |
사사구 |
탈삼진 |
2.39 |
1.09 |
27 |
1 |
1 |
3 |
0 |
37.2 |
13 |
25 |
지난 3시즌 성적
시즌 |
평균자책점 |
WHIP |
경기 |
승 |
패 |
홀드 |
세이브 |
이닝 |
사사구 |
탈삼진 |
2021 |
4.30 |
1.28 |
58 |
3 |
2 |
2 |
0 |
67 |
21 |
43 |
2020 |
3.52 |
1.57 |
16 |
0 |
1 |
0 |
0 |
15.1 |
7 |
11 |
2017 |
4.37 |
1.46 |
39 |
3 |
1 |
5 |
0 |
45.1 |
19 |
38 |
앞선 이민우와 마찬가지로 김명신 역시 투수 전향으로 빛을 본 케이스다. 본래 내야수로 뛰었으나 고교 시절 포지션을 변경했고, 경성대에 와서는 2015년과 2016년 3관왕 달성에 있어 핵심 투수로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이후 두산 베어스에 입단해 전천후 불펜으로 없어선 안 될 자원으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구 코치는 팀을 위해 묵묵히 헌신해줘서 고마운 선수로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팀이 필요할 때 많은 공을 던지기도 했고, 언제나 시키는 대로 군말 없이 노력하는 제자였다고 평했다. 추가로 두산에서 중간 계투로 꾸준히 나서고 있지만, 그동안 고생하고 열심히 한 만큼 더욱더 잘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구용길 코치와의 일문일답
경성대에서 오랜 시간 코치로 몸담고 있다.
경성대를 졸업하고 2001년 12월에 처음 코치로 부임했다. 이후 고교야구계에 몸담은 3년을 제외하고 쭉 이곳에 있었다. 젊은 시절에 시작해 벌써 40대 후반이 됐으니 시간이 참 빠르다. 지금은 수석코치 겸 야수 파트 총괄로 윤영환 감독님을 보좌하고 있다.
근 20년의 세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
본격적으로 코치 일을 시작한 2002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이전 몇 해 동안 팀이 부진했는데, 다시 성적을 내기 위해 스파르타식으로 선수들을 지도했다. 나 역시 20대 혈기 왕성한 나이였던 만큼 열정이 넘쳤다. 첫 대회에선 예선 탈락하고 다음 백호기에선 결승까지 올라갔는데 동의대학교를 만나 패했다. 제자들도 잘 따라와 주고 모두가 열심히 했는데 힘들었던 과정이 떠오르며 눈물이 나더라. 그해 준우승만 세 번을 했다.
지도 철학이 궁금하다. 코치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수비, 타격, 주루 등 모든 면에서 역시 기본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해가 가면서 학생들의 체격 조건은 좋아지는데, 기본기에 대한 중요성은 점차 간과되는 거 같다. 또 팀을 위하는 마음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진학이나 입시가 목표가 된 야구를 하다 보니 기록을 크게 의식하는 예도 많더라. 승리를 위해 희생이나 작전 수행도 필요한 법인데 내키지 않아 하기도 한다. 그 외에는 기초 체력을 잘 다지길 강조하는 편이다.
윤영환 감독은 어떤 스타일의 사령탑인지 궁금하다.
연세가 올해로 61세이신데, 30대 중반부터 감독직을 맡으셨다. 당시부터 연구도 참 많이 하시고, 메모도 생활화하는 등 정말 꼼꼼하고 철두철미한 편이시다. 또 결과보다는 과정을 보고, 언제나 한 수 앞서서 판단하는 데 능하시다. 장기간 함께하며 배운 게 많다.
오랫동안 지도자 생활을 하며 지도 방식 등에서 변화한 점도 있을 법한데.
앞으로도 계속 고쳐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경상도 사람이라 그런지 표현을 잘 못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속으로 ‘잘했다’ 생각하면서도 입 밖으로 쉽게 나오진 않더라. 예전에는 제자들과 술 한잔하면서 속마음도 얘기하곤 했는데 이제는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다 보니 그러기도 쉽지 않다. 소통에 있어서 더 적극적이어야겠다고 느낀다.
다른 학교 야구부와 비교했을 때 경성대만의 자랑이 있다면 소개 부탁한다.
우리 야구부 인원수가 좀 적다. 20명을 조금 넘는 수준이고, 알다시피 학업과 운동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라 여러 가지 열악한 상황이 있다. 그런데도 선수들이 정말 밝고 다들 참 끈끈하다. 우리 제자들이라 하는 말이 아니라 선후배 관계가 무척 돈독하고 형제처럼 잘 지낸다. 운동부와 관련해서 흔히 접하는 폭력 등의 문제도 전혀 없고, 서로서로 잘 도우며 생활하고 있다.
지방 학교들은 수도권보다 선수 수급이 어렵다는 점이 예로부터 지적돼왔다. 이 문제는 좀 개선됐는가.
그보다는 현재 모집 인원과 모집 방식 측면에서 애로사항이 좀 있다. 일단 이번 연도 같은 경우 신입생 모집 인원이 8명 정도밖에 안 됐다. 티오가 적다 보니 선수층을 유지하기 어려울뿐더러, 지금의 수시 모집 방식으로는 필요한 포지션의 자원을 찾기도 쉽지 않다. 스카우트를 할 수 있던 옛날과는 달리 원서상의 기록을 보고 학교에서 신입생을 뽑는 식인데, 우리로서는 선수가 팀에 합류해서야 어떤 유형인지 알 수 있다. 좌타자인지 우타자인지, 발이 빠른지, 강점이 뭔지 등… 쉽게 말하면 복불복에 가깝다. 지금은 제도상 이런 방식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하니 아쉬울 따름이다.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그 외에도 대학야구의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데, 현장에서는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느끼는가.
여러 가지 있지만, 전국대회를 수도권에서 개최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대학야구 대회를 전남 순천, 충북 보은, 강원도 등 지방에서만 하니까 언론에도 잘 안 나오고 관심도가 크게 떨어진다. 고교야구처럼 서울 목동에서 경기할 수 있으면 유튜브 중계도 있고 노출 기회가 생길 텐데 말이다. 대학야구에도 즉시 전력감이 여럿 있는데 주목받지 못해 아쉽다.
올해부터 시행될 얼리 드래프트에 대한 의견은 어떤지 궁금하다.
장단점이 있는 제도겠지만, 사실 대학보단 프로구단에 더 이득인 제도 같다. 우리 학교 같은 경우는 저학년 선수가 지명됐을 때 그 자리를 새 얼굴로 채우기도 쉽지 않을 거다. 그 전에 신인 드래프트 전반적인 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고등학교에서도 지도자 생활을 해보며 느꼈는데, 솔직하게 기량은 대학생들이 낫다. 하지만 알다시피 구단들은 최대한 고졸 위주로 뽑으려는 추세다. 그렇게 하위 라운드에서 고교 선수를 뽑았는데 실력이 부족해서 1~2년 뒤에 방출한다면, 그 친구는 대학 입학도 어렵고 선수 생활이 끝날 위기에 처하는 거다. 하위 몇 라운드부턴 대졸 중에서만 지명하는 방안은 어떨까 하는 의견이 있다.
마지막으로 제자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우리 경성대 제자들도 그렇고, 대다수 대학 선수들이 고등학교 때 한번 아픔을 겪었을 거다. 그 아픔과 간절함을 잊지 말되, 너무 실망하지 말았으면 한다. 여기서 노력하고 발전해서 먼저 프로에 간 친구들을 넘어서겠단 마음으로 임하면 분명 좋은 결과가 찾아올 거다. 열심히 노력해 실력을 쌓고, 덧붙여 인성을 갖춘 올곧은 선수들이 되길 바란다.
▲ 더그아웃 매거진 135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2년 135호 (7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dugoutm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