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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시즌도 어느새 반환점을 돌았고, 10개 구단의 순위 싸움은 그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그리고 개막 2연전 이후 줄곧 3연전을 치르던 각 구단은 8월 13일 토요일 경기를 기점으로 일주일에 3개의 시리즈를 치르는 죽음의 레이스에 돌입한다. 이른바 ‘2연전 시리즈’의 개막이다. 3연전 때보다 이동 횟수가 많아져 선수단의 체력 소모가 급증하는 만큼 2연전 시리즈는 후반기 순위 싸움의 최대 변수로 뽑힌다. 이에 현장에서는 극심한 체력 소모를 막기 위해 현 제도의 수정 혹은 폐지를 원하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올해로 8년째를 맞은 2연전 시리즈. 이 제도는 어디까지 왔는가. 그리고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가. (6월 28일 작성)
에디터 김민규 사진 두산 베어스
#개혁의 필요성
2연전 제도에 대한 문제는 올해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2015년부터 현재와 같은 144경기 체제가 정착된 이후로 꾸준히 수정 요구가 제기돼 왔다. 제도의 가장 큰 문제로 뽑히는 것은 역시 체력 문제다. 월요일이 고정 휴식일인 현 시스템에서 3연전을 치르면 일주일 동안 최대 3일의 이동일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동 중 하루는 쉬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회복할 여유가 있다.
그러나 2연전 체제에 돌입해 일주일 동안 3개의 시리즈를 진행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만약 세 시리즈가 모두 원정 경기라면 한 주에 최대 4일의 이동일을 가져야 한다. 게다가 원정 숙소에 짐을 풀고 난 후 바로 이틀 뒤에 이동해야 하니 숨을 돌릴 여유조차 별로 없다. 결정적으로 2연전이 시작하는 8월 중순은 그야말로 혹서기의 절정이다. 가뜩이나 체력적으로 부담이 큰 시기에 선수들의 피로도가 가중될 수밖에 없으며, 만약 시리즈 일정 중 한 게임이라도 우천으로 순연된다면 경기 시간보다 이동 시간이 길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일정이 지방 팀들에게 더욱 살인적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수도권 팀들은 지방 원정이 포함돼 있지 않다면 거리상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방 팀은 타 팀들과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긴 이동을 감수해야 한다. 이는 구단 간 공정성 문제에서 빠지지 않고 논의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분명히 지금의 2연전 체제는 수정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첫 번째 대안 – ‘2+2’ 에서 ‘3+1’로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수정돼야 하는가? 최근 대두되는 의견은 ‘2+2’에서 ‘3+1’로의 전환이다. 양 팀 간 12경기씩을 치르고 남은 4경기를 두 번의 2연전(홈·원정 각각 1번씩)으로 나눠서 진행하는 것이 현 시스템이다. 이때 2연전 대신 3연전을 한 번 더 진행한 다음, 나머지 1경기를 시즌 마지막에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현재보다 이동 횟수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순연된 경기를 잔여 경기와 합쳐 연달아 치르는 등 유연한 스케줄이 가능해진다는 장점도 존재한다.
다만 이 방안이 실현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각 팀이 한 시즌에 치르는 홈경기 수에서 유불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잔여 4경기 중 3번을 원정에서 치르는 팀은 16차전 중 홈경기가 7번으로, 상대 팀보다 2게임이나 손해를 본다. 올해는 유난히 다수 팀의 홈 승률이 저조한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선수들은 홈구장에서 편안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또한 해당 구단의 입장료 수익도 줄어들 것이며, 각 구장에 입점해있는 각종 매장 역시 매출에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홈구장에 광고를 노출하는 각종 스폰서와의 계약도 고려해야 한다. 여러모로 구단 간 공정성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2년을 주기로 ‘홈 어드밴티지’를 얻을 팀을 정한 뒤에, 돌아가면서 홈경기를 더 배정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관련된 모든 사람의 합의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쉽사리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게다가 홈 어드밴티지를 받은 해에 팬데믹과 같은 비상사태가 다시 나오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두 번째 대안 – 4연전 체제로
아예 리그 일정을 ‘4연전 체제’로 전환하자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16차전을 4연전 네 번으로 정확하게 분배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모든 팀이 홈과 원정에서 각각 두 번의 시리즈를 치를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현행 체제에서의 이동 부담도 줄일 수 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발전했던 건 아니지만, 허구연 KBO 총재 역시 과거 4연전을 하나의 해답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완벽한 해답이 될 순 없다. 일단 4연전 시나리오는 현재 KBO리그의 일정에 부합하지 않는다. 4연전을 본격적으로 시행한다면 월요일을 휴식일로 고정한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일주일 중 휴식일 하루를 제외한 6일 동안 두 개 이상의 시리즈를 치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2번의 4연전을 치른 후 하루의 휴식일을 갖는 등의 방법이 있지만, 이렇게 되면 무려 8연전을 치러야 한다. 이동으로 인한 피로도를 줄이려다 더 큰 체력적 부담을 주는 꼴이다.
휴식일을 지금처럼 월요일로 고정한 상태에서 4연전과 2연전을 병행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이 역시 혼돈을 가져오기는 매한가지다. 팀마다 2연전을 연속해서 치를 수도 있고, 운이 나쁘면 8연전을 치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똑같은 일정표를 주지 않는 이상 누군가는 반드시 손해를 본다.
#세 번째 대안 - 시기의 조정
그렇다면 2연전이 열리는 ‘시기’를 조정하는 건 어떨까. 어차피 2연전을 치르는 건 똑같기에 큰 효용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 중 하나가 2연전이 혹서기에 시작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아예 시즌 초에 2연전을 먼저 진행한다면 최소한 더위로 인한 체력적인 부담은 덜 수 있다. 그리고 시즌 후반에는 3연전만 치름으로써 체력부담이 축적된 시점에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는 걸 막을 수 있게 된다.
게다가 3연전보다 2연전에서 더 많은 구단과의 맞대결을 가질 수 있기에, 시즌 초 상대의 전력을 파악하고 분석하기도 쉬울 것이다. 자연스럽게 상대에 대한 대비책도 지금보다 이른 시기에 세워질 것이고, 이는 각 팀의 경기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팬들에게 수준 높고 박진감 넘치는 승부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현 시스템을 유지한다는 가정 아래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실리를 얻을 방안이다.
하지만 이를 마냥 대안으로 제시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무엇보다 야구단 마케팅이 3연전 시스템에 최적화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개막 후 3개월이 시즌 초반 관중 흥행을 도모할 수 있는 성수기기에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마케팅을 진행해야 한다. 실제로 홈구장에서 응원 도구를 무료로 나눠주는 등의 이벤트들도 홈 개막전이나 어린이날처럼 시즌 초반에 주로 진행된다. 구단으로선 이 시기의 마케팅 효과를 놓칠 수 없다.
#마지막 대안 - 일정 축소 혹은 확대
다시 말해, 현 144경기 체제에서는 모두를 완벽하게 만족시킬 방안을 찾기 힘들다. 현재의 시스템은 팀 간 16번의 맞대결, 총 144경기라는 플랜에 근거해서 만들어졌으며, 2연전 시리즈 역시 모두에게 최대한 공평한 일정을 주고자 설계한 것이다. 따라서 경기 수를 바꾸지 않는다면 어떤 대안을 내놓더라도 무조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아무리 묘안이라고 생각되는 시나리오도 상황에 따라 공정성 문제가 반드시 나올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근본적이고 간단한 방법으로 경기 수를 조정하면 어떨까? 만약 144경기가 아닌 108경기 체제로 바꾼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팀 간 12번의 맞대결을 가지며, 4번의 3연전이 팀당 홈·원정 각각 2번씩 배분된다. 또는 162경기 체제라고 가정해보면, 팀 간 18차전을 치르며 6번의 3연전이 3번씩 배분될 수 있다. 두 방안 모두 2연전을 치를 필요 없이 시즌 내내 3연전을 치를 수 있으며, 홈경기 수 차이 또한 발생하지 않는다. 이론적으로는 가장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144’라는 숫자에 얽혀있는 이해관계가 너무나도 많기에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우선 108경기로 리그 일정이 축소된다면 무엇보다 관중 수익이 감소할 것이다. 팀당 36경기나 줄어들기에 구단들의 재정 측면에서도 손해가 막심할 거로 예상한다. 게다가 선수단의 연봉 역시 경기 수를 기준으로 산정되는 만큼 연쇄적으로 감소할 것이고, 방송사와의 중계권 계약 또한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일정 확대가 답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상대적으로 관중 수익은 증가하겠지만 지나치게 긴 일정으로 인해 경기력 하락 문제가 더 자주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우천순연 등을 고려한다면 162게임을 전부 치르기에는 무리가 있다. 만약 162경기 체제에서 리그 중단과 같은 갑작스러운 이슈가 발생한다면 그 시즌은 절대로 완주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년 동안 144경기조차도 급하게 편성한 탓에 한국시리즈를 전부 고척스카이돔에서 열 수밖에 없었고, 특히 작년 시즌 후반기에는 연장전도 폐지했던 것을 생각해보자. KBO리그의 현실 속에서 지금보다 경기 수를 늘리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모든 걸 얻을 순 없다
어떤 대안을 채택하더라도 경기 내적 또는 외적으로 누군가는 불만의 목소리를 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절대로 모든 사항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현 시스템에서 야기되는 체력적 문제를 해소하려면 같은 수의 홈경기를 갖는 형평성이 깨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지금처럼 최대한 균일하게 홈경기를 배정하려면 어쩔 수 없이 일정상 손해를 보는 팀이 생긴다. 모두의 요구를 100% 만족시킬 방법은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의 제도는 모두가 손해를 입는 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KBO는 ‘완벽한 대안’을 찾겠다는 집착을 버려야 한다. 선수단의 이동 거리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다른 부분에서의 이득을 과감하게 포기할 필요도 있다. 이를테면 팀마다 홈경기 수에서 차이가 생긴다면 그것을 보완할 제도를 만들면 된다. 과거 8개 구단 체제에서 총 133경기, 양 팀 간 19경기를 치른 때가 있었다. 총 맞대결 수가 홀수인 만큼 홈·원정 경기 수에서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었는데, 이때는 전년도 상위 4개 구단이 다음 시즌 홈경기를 1게임 더 많이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홈 67경기, 원정 66경기) 벌써 10년이나 지난 과거의 제도가 무조건 정답이라는 건 아니다. 다만 홈경기 수에 변화를 줬던 선례도 있었으며, 마냥 비현실적인 방법은 아니라는 거다.
2연전 시스템은 쉽게 손대기 힘들다. 모두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지만, 그것조차 이제는 일상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KBO리그는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을 고민하고 있으며, 쉽사리 어떤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최선이 아니라도 괜찮다. 정말로 개혁의 필요성을 느낀다면, 그리고 지금의 제도를 대체함으로써 얻는 게 더 많다고 판단되면 과감한 결정이 필요할 때도 있다. KBO와 10개 구단 관계자, 그리고 한국프로야구와 얽혀있는 이들의 원만한 합의를 통해 지금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 더그아웃 매거진 136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2년 136호 (8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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