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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홍역을 치르고 3년 만에 본 모습을 되찾을 거로 기대되는 2023 KBO 신인 드래프트. 이미 기존 관례대로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가 끝난 직후인 9월 15일에 행사 개최가 확정됐으며, 북적북적하고 긴장감 넘치는 식장 분위기를 다시 느낄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일 뿐이니, 이번 드래프트에 앞서 주목해야 할 점이 한둘이 아니다. 이번부터 새로 변하는 규정과 올해의 관전 포인트까지 <더그아웃 매거진>이 샅샅이 짚어주려 하니 드래프트를 120% 즐기고픈 야구팬은 지금부터 따라오시라! (8월 19일 작성)
에디터 이찬우 사진 두산 베어스
#기본 룰 훑어보기
전년도 순위의 역순으로 지명권을 행사함에 따라, 올해의 순서는 한화-KIA-롯데-NC-SSG-키움-LG-삼성-두산-KT가 된다. 한화부터 KT까지 한 명씩 선수를 선택하는 1라운드가 끝나면 다시 한화의 순서가 돌아오며, 이렇게 11라운드까지 진행돼 팀당 11명씩, 총 110명의 선수를 호명하는 게 기본 규칙이다.
하지만 올해는 구단 간 발생한 지명권 트레이드로 인해 키움(2라운드), 삼성(3라운드), LG(5라운드)가 각각 KIA, 롯데, KT 대신 지명권을 행사한다. 정리하자면 앞선 3팀은 총 12명을, 뒤에 언급한 3팀은 총 10명을 뽑게 된다. 한편 10개 구단은 대졸 선수 의무 지명 제도에 따라, 11라운드 안에 대학 졸업 예정자를 1명 이상 의무적으로 호명해야 한다.
#올해부턴 이렇게
- 1차 지명 폐지 및 전면 드래프트 시행
각 구단의 연고권에서 1명씩을 우선선발하던 1차 지명 제도가 수많은 진통 끝에 폐지됐다. 연고권 야구부 지원 활성화와 아마야구 흥행을 목적으로 KBO리그에서만 볼 수 있던 독특한 제도였으나, 지역 팜 불균형에 대한 잡음이 매년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논란 속에 이미 2009년에 중단됐다가 2014년에 부활한 역사가 있었는데, 10년 만인 올해 다시 사라지게 됐다.
대신 기존의 1차 지명으로 선발하던 10인을 기존의 2차 지명 방식으로 추가 선발하는 ‘전면 드래프트’가 실시된다. 이에 10개 구단 체제 정착 후 한동안 10라운드까지 진행되던 신인 지명이 올해부터는 11라운드로 늘어난 것이다. 지금까지 김호령(KIA 타이거즈, 2015년 지명), 문성주(LG 트윈스, 2018년 지명), 안권수(두산 베어스, 2020년 지명) 등이 ‘10라운드의 기적’을 일궈낸 주인공으로 주목받았다. 과연 이번 드래프트에서 11라운드의 기적이 탄생할 수 있을까?
얼리 드래프트 도입
기존에 대학 졸업 예정자들만 드래프트를 신청할 수 있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얼리 드래프트가 도입되며 3~4년제 대학의 2학년 선수들도 프로의 문을 두드릴 수 있게 됐다. 대졸 선수 의무 지명에 이어 대학야구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또 다른 제도다. 대학 출신 선수가 고교 출신 대비 선호도가 낮아진 게 사실이지만, 당장 기량 자체는 고교 선수들보다 오히려 높게 평가받곤 한다. 즉시 전력감 수혈이 필요한 팀들이라면 충분히 활용할 만한 시스템으로, 이번 드래프트 중‧하위 라운드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고교 시절 프로 지명을 받았음에도 이를 거부하고 대학에 진학한 경우는 얼리 드래프트 자격이 박탈된다. 또한, 얼리 드래프트로 선택받은 이는 당해 즉시 구단과 계약을 맺어야 하며, 지명을 거부하고 남은 3~4학년 동안 대학팀에 잔류할 수 없다. 과연 새로운 제도를 통해 기존보다 얼마나 많은 대학 선수가 프로에 입성할 수 있을지도 하나의 관심거리다.
#주목! 올해의 관전 포인트
매년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수많은 이야깃거리와 예측이 생겨나곤 한다. 올해 역시 눈에 띄는 자원이 속속 등장하며 팬들 사이에서 연일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는데, 과연 올해의 쟁점은 무엇일지. 또 이번 드래프트의 전망은 어떤지 살펴보자.
‘심김대전’의 종말
작년의 화두를 들면 단연 ‘문김대전’ 이었다. KIA 타이거즈의 유력 1차 지명 후보였던 문동주(광주진흥고)와 김도영(광주동성고) 중 누가 빨간 유니폼을 입을지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었다. 각각 엄청난 재능이란 찬사를 받던 투수와 타자로 누가 뽑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으나, 결국 김도영이 최종 선택을 받았다.
올해 라이벌 구도를 이어받은 두 주인공은 단연 ‘심김대전’의 주인공 심준석(덕수고)과 김서현(서울고)이었다. 심준석은 1학년 때부터 구속 153km/h를 찍으며 역대 최고의 재능으로 일찍이 기대받았고, 김서현은 희소성 있는 투구폼과 빠른 볼 스피드를 앞세워 점차 심준석의 대항마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비록 올해 들어 심준석이 극심한 제구 난조를 겪으며 의구심의 시선이 늘어나긴 했으나, 이 두 선수가 전체 1번 지명을 두고 다투리란 전망엔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1년간의 치열한 라이벌 구도가 무색하게도 심김대전은 드래프트가 열리기도 전에 마무리되고 말았다. 일찍이 미국 무대 도전에 꿈이 있던 심준석이 끝내 KBO 신인 드래프트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 이에 따라 김서현이 첫 번째 순위로 한화의 선택을 받을 게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다만 머리가 아파진 쪽은 2순위 지명권을 가진 KIA다. 본래 심준석과 김서현 중 남는 한 명을 지목하면 되는 입장이었는데, 새로운 후보를 염두에 둬야 할 처지다. 현재로서는 KIA의 새로운 픽이 충암고 좌완투수 윤영철이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우세하다. 당장 프로에서도 통하리라 평가받는 완급조절과 수준 높은 제구력으로 ‘심김대전’ 구도를 깰 강력한 대항마로 떠올랐던 투수니, 충분히 입맛을 다실 만한 자원임이 틀림없다.
투고타저(?) 드래프트
앞서 언급한 김서현과 윤영철 외에도 수많은 투수가 상위 지명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이들 다음 순위로 호명될 것이 유력한 우완 강속구 투수 경남고 신영우, 충청권 최대어로 손꼽히는 두 우완투수 대전고 송영진과 세광고 서현원은 1라운드 내 지명이 매우 유력하다. 또한 청룡기 맹활약으로 재도약에 성공한 장충고 이진하도 빼놓을 수 없으며, 174cm의 단신으로 150km/h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뿌리는 라온고 사이드암 박명근도 다크호스다. 그 외 인천고 이호성, 대구고 김정운과 이로운, 북일고 최준호 등까지 올해 드래프트는 그야말로 투수 풍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록 좌완은 윤영철 외에 크게 두각을 나타내는 이가 없으나, 그 어느 해를 봐도 이처럼 눈길이 가는 투수가 많진 않았다.
한편 야수 팜은 얘기가 다르다. 현재 휘문고 내야수 김민석, 경남고 포수 김범석 정도가 1라운드 지명이 확실시되는데, 그 외에는 최상위 지명을 단정할 수 있을 만큼 크게 두각을 나타내는 자원이 없다. 작년 김도영과 이재현(삼성 라이온즈, 1차 지명), 박찬혁(키움 히어로즈, 2차 1라운드 지명), 조세진(롯데 자이언츠, 2차 1라운드 지명) 등 6인이 1차 지명 또는 1라운드 픽을 받은 것과 확연히 다른 상황이다.
특히나 거포 및 외야 자원의 기근이 심하다. 지난해 무려 0.873의 장타율을 기록한 서울고 조세진, 미국에서 열린 파워쇼케이스 17세 이하 홈런더비 1위를 차지한 서울컨벤션고 조원빈(MLB 세인트루이스행) 정도의 홈런 타자는 냉정히 없다는 세간의 평이다. 또한 프로에서의 내야 수비 가능성에 물음표가 붙은 김민석이 훗날 외야로 전향할진 지켜볼 일이겠으나, 그 외엔 상위 지명 전망이 밝은 외야 자원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 거포 갈증이 심하거나 외야 뎁스가 얇은 구단들로서는 여러모로 골머리를 앓을 법한 이번 드래프트다.
안방마님 풍년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수준급 자원이 대거 등장한 야수 포지션이 하나 있으니 바로 포수다. 비록 일찍이 포수 최대어로 꼽힌 경기상고 엄형찬이 미국행을 결정짓긴 했으나, 황금사자기와 청룡기, 대통령기 등 대회가 계속해서 진행되며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한 안방마님들이 속속 등장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여겨볼 자원은 앞서 언급한 경남고 김범석이다. 대통령배 대회까지 끝난 시점 올 시즌 7홈런을 기록하고 있으며, 거포 기근 속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파워히터이자 안방마님으로 손꼽힌다. 선배인 한동희, 노시환, 전의산 등이 증명한 ‘믿고 쓰는 경남고산 거포’인 만큼 기대감도 크다. 같은 팀의 에이스 신영우와 배터리 호흡을 맞추며 수비 쪽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차세대 공수 겸장 포수가 될 재목이라는 호평이 따른다.
충암고의 주장인 포수 김동헌도 빠지지 않는다. 윤영철과 합을 맞춰 충암고를 이마트배 4강과 청룡기 결승에 올려놓았으며, 상대 에이스급 투수들을 상대로 준수한 타격 능력을 보여줬다. 비록 이제는 투수로 분류하는 게 더 적절할 수도 있겠으나, 원주고 김건희에게도 꾸준히 관심이 따랐다. 올해 초만 해도 엄형찬, 김범석과 함께 손꼽히는 포수 유망주였지만, 시즌 중반부터 투수를 겸업해 묵직한 구위를 자랑하며 양 포지션 모두에서 가능성을 뽐냈다. 두 선수 모두 2라운드 내 지명이 충분히 가능하리란 평이다.
과연 김유성의 행선지는?
어쩌면, 아니 분명한 2023 신인 드래프트 최대 변수다. 2년 전 드래프트에서 NC 다이노스가 1차 지명했으나 학교폭력 이슈로 지명을 철회했던 김유성(고려대)이 다시 프로의 문을 두드린다. 얼리 드래프트가 시행되며 올해 대학교 2학년인 그에게도 기회가 주어지게 됐다.
실력만 보면 전체 1순위 자리를 위협할 정도다. 191cm/89kg라는 당당한 신체조건에 구속은 최대 155km/h까지 찍히며, 고교 시절부터 강력했던 구위는 대학에서 더욱 농익었다. 올해 성적은 40.1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3.15의 평균자책점. 그렇게까지 특출나 보이지 않을 수도 있으나 탈삼진 수가 57개로 압도적이다. 9이닝당 탈삼진 수가 13개에 육박한 수준이니 공의 위력 자체는 대학 무대를 평정할 수준이다. 관계자들은 프로에 온다면 즉시 전력감이라고 보고 있으니 그야말로 ‘악마의 재능’이다.
하지만 여전히 주홍 글씨로 남아 있는 그의 학교폭력 전과와 비난 여론을 감수하기엔 구단들의 부담이 막중한 게 사실이다. 불과 2년 전 NC가 무려 1차 지명을 철회했던 만큼 도의적 문제도 따른다. 그런데도 애써 외면하기엔 그의 실력이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실제로도 1순위로 김서현을 뽑는 게 확정적인 한화를 제외하고, 다음 타자인 KIA부터 시작해 다수 구단이 1픽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소문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어느 팀이 됐든 김유성이 2라운드까지 내려온다면 거부하긴 어려울 거라는 전망도 잇따른다. 그가 어떤 순위에, 어느 팀의 선택을 받느냐에 따라 이번 드래프트의 상위 지명 판도가 뒤흔들릴 게 분명하다.
▲ 더그아웃 매거진 137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2년 137호 (9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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