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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People 두산 베어스 민병헌 BEHIND STORY

게임원 (onemana***)
2015.06.24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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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하고 제대로 터졌다. 2006년 프로에 데뷔해 어느덧 10년차가 된 두산 베어스 민병헌. 2013년 프로 데뷔 첫 3할.

민병헌에겐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2014년 아시안 게임 국가대표로 금메달도 목에 걸었다. 그뿐이랴. 지난 시즌 커리어하이에 이어 올 시즌 역시 순항 중이다. 보기만 해도 빠져드는 민병헌의 갈색 눈. 그 속에 담긴 야구 이야기에 빠져보자.

 

어린이날 시리즈, 그 마지막 경기가 열린 5월 7일, 훈내 폴폴 나는 민병헌을 만났다. 이미 시리즈 2연승으로 위닝시리즈를 확정지은 상황. 전날 성적이 안 좋아 아쉽다며 오늘 경기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말과 함께 인터뷰를 시작했다.

 

Photographer Ik Jo Choi / Editor Jang wan jae / Location Jamsil Baseball Stad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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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타석에 서기까지
집안의 반대는 전혀 없었다. 다만 부모님은 야구선수가 아닌 축구선수이기를 조금 더 원했다. “아버님이 저 어릴 때부터 축구를 많이 권하셨어요. 축구를 많이 좋아하셔가지고. 그래서 축구를 보는데, 어린 마음에 힘들게만 보이는 거예요. (웃음) 너무 많이 뛰어야하고 힘들어보였는데 야구는 뭔가 매력적이었어요. 많이 뛰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고, 저 작은 공을 배트에 맞춰서 멀리 날려 보내는 그런 쾌감 같은 게 매력적이었죠.” 이렇게 야구를 시작했다. ‘본능’적인 이끌림이 민병헌을 야구선수로 이끈 것이다.

 

2차 2라운드, 상위라운더로 두산에 지명 됐어요. 당시 소감이 어땠나요?
야구를 시작하고부터 언제나 프로에 가겠다는 일념으로 임했어요. 그만큼 정말 많이 고대해왔던 일이었고요. 프로팀의 유니폼을 입고, 야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우선 정말 좋았고요. 어머님도 어릴 적부터 아들 뒷바라지 하느라 고생 많이 하셨는데, 그 짐을 덜어드릴 수 있어서 정말 기뻤죠.

대주자와 대수비를 거쳐 대타 그리고 주전까지. 한 단계 한 단계 차근차근 성장해 온 민병헌이다. 물론 최고의 유망주로서 성공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긴 했다. 그럼에도 선수 본인의 노력 없이는 절대 이룰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민병헌은 누구보다 노력했고, 노력의 과정 속에는 입단 동기들의 존재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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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두산에 입단하고 당시 수석코치였던 김광수 코치님에게 “두산 외야를 이끌던 정수근보다 한 단계 위.”라는 평가를 들으셨더라고요. 뿌듯하셨을 것 같아요. 혹시 프로 입단 전 롤모델로 생각한 선수가 있다면 누구인가요? 이유도 함께 말씀해주세요.
제가 어릴 때 해태 타이거즈 팬이었어요. 그래서 야구를 시작하기 전부터 이종범 선배님을 좋아했었죠. 그래서 닮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또 이종범 선배님 애칭이 ‘바람의 아들’이잖아요. 제 장점도 주력이고요. 아무래도 닮은 부분이 보이니까 더 닮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아요.

 

김광수 코치의 평가가 단순한 ‘선수 기 살려주기’식의 발언은 아니었다. 민병헌은 루키시즌부터 될성부른 떡잎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2006년 17개의 도루를 성공하더니, 이듬해에는 30도루를 돌파했다. 그와 동시에 두산 발야구를 이끌 재목으로 주목받았다. 이에 그치지 않았다. 최근에는 장타력까지 겸비한 1번 타자로 자리매김하면서 두산의 공격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장타력을 갖춘 것도 우연은 아닐 터. 민병헌은 어떤 노력과 과정 속에서 장타력을 키웠던 걸까? “요즘 홈런이 많이 나오고 있긴 한데, 사실 장타에 대한 욕심은 없어요. 앞으로도 없을 거고요. 홈런 치면 기분 좋긴 하죠. (웃음) 그런데 저는 타석에 임할 때, 짧게 친다는 생각으로 정확히 맞추는 데에만 집중하거든요. 그러다보니 장타도 자연스럽게 뒤따라오는 것 같아요. 확실히 의식하지 않을 때, 홈런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웃음) 그냥 저는 팀이 승리할 수 있도록 매 타석 집중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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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결은 다름 아닌 집중력이었다. 집중력 자체를 수치화할 순 없지만, 기록을 살펴보면 민병헌이 얼마나 집중력 좋은 타자인지를 알 수 있다. 5월 14일 기준, 민병헌의 타율은 0.352다. 주자가 없을 때 0.316, 주자가 있을 때는 0.392로 올라간다. 득점권 타율은 무려 0.483이다. 또한 민병헌의 방망이는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매서워진다. 7회 이후 타율은 0.419, 9회에는 무려 6할을 쳐낸다. 2아웃 이후 타격에서도 홈런 3개 포함 0.385를 기록하고 있다. 일발 장타와 빠른 주력도 좋은 무기지만, 민병헌의 진짜 무기는 집중력이었다.

 

제대 후 제대로 터진 포텐
입대 전 두산 외야 최고의 유망주로 평가 받았다면, 제대 후에는 3할 이상의 타율과 세 자릿수 안타 등 매년 커리어 하이를 갱신하고 있어요. 경찰청 생활이 민병헌 선수에게 어떤 변화를 불러왔는지 궁금해요.
어쨌든 프로생활 시작하고 처음으로 팀이 바뀐 거잖아요. 야구를 좀 새롭게 볼 수 있었어요. 제가 경찰청가서 가장 많이 바뀐 부분은 야구에 대한 의지와 열정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언제나 열정은 있었죠. 그런데 경찰청 생활을 하면서 그 깊이가 깊어졌어요. 정말 야구를 잘하고 싶었거든요. 매일 간절하게 생각했죠. 야구 정말 잘하고 싶다고. 노력도 정말 많이 했고요. 그러다보니 욕심이 생겼어요. 연습량도 많이 늘렸고요. 그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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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도 초반부터 노력의 결실을 맺고 있는 것 같아요. 초반 페이스가 굉장히 무서워요. 벌써 홈런도 7개나 쳤어요. 지난 시즌 기록한 홈런 12개의 절반이 넘는 개수인데요. 이쯤 되면 테이블 세터가 아니라 클린업 트리오에 대한 욕심도 있을 것 같아요. 최근 3번 타자로도 출장을 하셨잖아요. 1번 타자와 3번 타자, 어느 타순이 더 편한지 궁금해요.
저는 타선을 안 가리는 편이에요. 타순에 영향 받는 선수도 있긴 한데, 저는 그냥 똑같아요. 1번이든, 3번이든, 9번이든 그냥 경기 나가는 자체가 즐겁고 팀 승리를 위해 노력할 뿐이죠. 한 타석 한 타석 똑같이 소중하고, 후속타자들이 타점을 올릴 수 있도록 출루에 집중하는 편이거든요. 대신 주자가 있을 때랑 없을 때는 차이가 좀 있어요. 주자가 있으면 팀 배팅에 좀 더 집중하고, 주자가 없으면 출루에 집중하기 위해 공을 더 오래 보는 편이죠.

 

‘팀’ 이야기를 많이 하셨는데, 민병헌 선수 개인 목표도 궁금해요. 올 시즌, 따로 정한 개인 목표는 없으세요?
저는 개인적인 목표랑 팀 목표를 똑같이 정했어요. 개인적인 목표도 팀의 우승이고, 팀 목표 역시 우승이죠. 지금도 팀이 이기는 데에만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잘 생각해보면 제가 잘해야 팀이 공격에서 흐름을 탈 수 있고, 그것이 결국 팀 승리와 직결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따로 세워둔 목표는 없어요. 그냥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으면 하는 마음뿐이에요. 굳이 개인적인 목표를 얘기하라고 하면 안타 최대한 많이 치고, 출루 많이 해서 제 역할 다 하는 거죠. 그렇게 팀이 이기는 데 공헌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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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모든 답변의 키워드는 ‘팀을 위해서’였다. 그만큼 민병헌은 팀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언제나 팀을 우선하는 선수였다. 경기가 잘 안 풀리면 선수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배팅 연습과 주루 플레이 연습도 많이 한단다. 어느 선수나 그렇겠지만 민병헌의 대답에는 그 진실함이 묻어났다. 개인의 목표 역시 팀의 우승인 선수. 민병헌은 두산에 꼭 필요한 1번 타자, 아니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1등 타자’다.

 

그렇다면 민병헌에게 야구란 무슨 의미일까? “음…. 가족이다? 내 삶의 전부다? 이런 거는 식상하잖아요? (웃음) 저한테 야구는 살아가는데 있어서 길을 알려주는 ‘길잡이’인 것 같아요. 야구를 하면서 왜 내가 야구를 해야만 하는지 좀 더 깨닫게 되고, 그냥 삶 전체를 알게 해주더라고요. 야구하면서 느끼는 게 많으니까 배우는 것도 많고요. 제 삶의 길잡이, 멘토인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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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헌 선수 뒤에는 항상 열성적인 응원을 해주는 팬들이 있잖아요. 두산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작년에 저희가 성적이 좋지 않아서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팬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컸죠. 올해 선수들 모두 열심히 해서 작년과 같은 실수 되풀이 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중입니다. 팬 분들 응원에 보답할 수 있는 좋은 성적 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민병헌의 Best 3
진실한 마음으로 인터뷰에 임했던 민병헌. 진실함 속 피어나는 궁금함을 민병헌에게 물었다. 이름하여 민병헌의 Best 3. 과연 민병헌은 어떤 질문을 듣고 어떤 답변을 했을까? 지금 바로 시작한다.

 

상대하기 까다로운 투수 Best 3
1. KIA 타이거즈 양현종. 2. SK 와이번스 윤희상. 3. 넥센 히어로즈 한현희.
까다로운 투수…. 정말 많죠. 그런데 특히 저 세 선수 공이 까다로워요. 이상하게 타이밍도 잘 안 맞고요. 그러다보니 저 투수들은 저를 상대할 때 좀 더 자신감 있는 공을 던지는 것 같아요. (웃음) 코스도 꽉 차서 오고요. 저는 점점 더 치기 어려워지는 거죠. (웃음) 그래도 좋은 성적 내려면 저 선수들을 잘 공략해야 하니까 좀 더 분석하고 타석에 임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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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친한 선수 Best 3
1. 롯데 자이언츠 임재철. 2. 한화 이글스 최진행. 3. 한화 이글스 김회성.
지금은 다른 팀이지만, 임재철 선배님은 두산에서 같이 할 때 룸메이트를 오래 했어요. 조언을 많이 해주셔서 제가 따르기도 하고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최)진행이 형은 덕수정보고 선후배 사이라서 예전부터 알고 지냈어요. (김)회성이 형은 잘 몰랐었는데 경찰청 생활하면서 알게 됐어요. 제가 경찰청 1년 먼저 들어갔고, 회성이 형이 후임으로 들어왔는데 같이 야구하면서 얘기도 많이 나누고, 요즘도 이런 저런 이야기 많이 해요. 경찰청 시절 얘기도 하고요.

 

기억에 남는 순간 Best 3
1. 프로 데뷔 첫 시합. 2. 프로 데뷔 첫 홈런. 3. 프로 데뷔 첫 3할 확정.
기억에 남는 순간 진짜 많은데…. (웃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프로 데뷔 첫 경기죠. 떨기도 많이 떨었고, 정말 기다려왔던 순간이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잊을 수 없을 거예요. 벌써 데뷔한 지 10년이나 지났네요. (웃음) 그리고 첫 홈런이 기억에 남아요. 2007년 어린이날이었는데 LG 전에서 역전 홈런 쳤거든요. (당시 민병헌은 4-4로 팽팽히 맞선 6회말 LG 선발 하리칼라를 상대로 스리런 홈런을 기록하며 팀의 3연승을 이끌었다.) 세 번째는 2013년 프로 데뷔 첫 3할 확정했을 때! 정말 기분 좋았어요. 3할이라는 것이 잘 치는 타자의 표본이잖아요. 그 전에는 한 번도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원하던 것을 해냈다는 뿌듯함이 굉장히 컸어요. 또 앞으로 선수 생활하면서 더 잘해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얻었죠.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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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Best 3
1. 당구. 2. TV 시청. 3. 그냥 쉬는 거.
뭘 딱히 좋아하는 게 없어요. 그냥 가끔씩 선수들이랑 당구치고, 대개는 그냥 집에서 쉬어요. TV 보면서 피로도 풀고요. 그렇게 쉬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웃음) 야구할 때 열심히 하기 위해 충전의 시간을 갖는 거죠.

 

 

두산 팬들이 묻는다! To. 민뱅
응원가 알고 계신가요? 마음에 드는지 궁금합니다.
네, 알고 있어요. 허니 허니~민병허니~♪ (웃음) 정말 마음에 들죠. 팬 분들이 응원가 불러주실 때 힘도 많이 나요. 초창기에는 잘 안 들렸는데, 요즘은 그래도 타석에 서면 들리더라고요. 그런데 한 응원가 너무 오래 쓰면 식상해 하실까봐 조금 걱정이 되긴 해요. 그래도 저는 응원가 마음에 들어요. 그리고 두산 응원가는 좋은 게 많은 것 같아요. (웃음)

 

요즘 PC나 모바일로 즐길 수 있는 야구게임 많이 있잖아요. 민병헌 선수도 온라인 야구게임 즐겨하시나요? 어떤 게임 하세요?
요즘은 아예 안하는데 예전에는 좀 했었어요. ‘마구마구’도 많이 했고요. 그 당시, 좋은 선수 카드도 많이 모았었죠. 동료 선수들이랑 가끔 같이 하기도 했고요. 아 근데 제가 한창 게임할 때는 제 카드 스탯이 별로 안 좋았어요. (웃음) 지금 했으면 딱 좋았을 텐데!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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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뱅’이라는 애칭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선수들끼리만 부르는 민병헌 선수의 애칭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선수들끼리도 그냥 민뱅이라고 해요. 부르기 편해서 그런 것 같아요. ‘병헌’보다는 ‘뱅’이 발음도 쉽고, 뭔가 정겹게 느껴지잖아요. 그래서 민뱅이라고 많이 부르는 것 같아요. 저는 민뱅이라는 애칭이 만족스럽습니다. 애칭 있다는 게 그만큼 팬들이 아껴주신다는 뜻이잖아요.

 

작년 말에 결혼 하셨어요. 현재 두 딸의 아버지이기도 한데, 아시안게임 금메달 목에 걸면 셋째 아이도 생각해보겠다고 하셨더라고요. 만약 셋째가 아들로 태어난다면 야구선수 시킬 생각이 있으신가요?
음…. 일단 처음부터 셋째 가질 생각은 없었고요. (웃음) 만약 셋째가 생겨서 아들이 태어난다고 해도 자기 하고 싶은 일 하게 해주고 싶어요. 제가 먼저 나서서 야구 시킬 생각은 없어요. 그런데 아버지를 보고 자라기 때문에 대개 운동선수 아이들은 운동하고 싶어 한다고 하더라고요. 굳이 야구하겠다면 저도 말리진 않을 것 같아요. (웃음)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부모 역할인 것 같기도 하고요.

 

 

***
진솔함부터 유쾌함까지 모두 갖춘 민병헌! 그와의 인터뷰는 이렇게 끝났다. 승리를 위해 자신을 아끼지 않는 민병헌. 앞으로 그가 써내려갈 야구 스토리는 무엇일까? 지금처럼만 한다면 분명 해피엔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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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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