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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Monthly] 달라질 2019년을 기대하며 MEMORIES

dugout*** (dugout***)
2019.01.25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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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파이브 1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시작될 때면 우리는 언제나 지난해보다 더 나은 올해가 되길 기원한다. 자신이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길 기도하는 것은 덤이다. 야구팬이라면 이번 연도만큼은 우리 팀이 우승하기를 바랄 것이고 누군가의 팬인 에디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는 더 나은 해가 되기 위해선 기도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지난해에 있었던 일들을 깨끗하게 정리해야만 밝은 내일이 펼쳐진다. 야구 역시 그렇다.


에디터 신수빈 사진 두산 베어스, SK 와이번스

SK와이번스 우승.JPG

 

 

2018년이 시작될 때 야구팬 모두가 새로운 시즌에 대한 기대에 부풀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통해 새로운 야구 붐이 일 것이라는 희망, 5년 동안 증가된 관중수가 이번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 질 높고 공정한 경기에 대한 염원까지. 하지만 이 모든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연초부터 이장석 전 히어로즈 대표의 실형으로 시작해 사인 훔치기 논란, 성폭행 혐의, 트레이드 뒷돈 파문, 아시안게임 병역 특혜 의혹, 선동렬 감독 사퇴, 경찰 야구단 폐지, 음주운전 은폐, SNS 말실수 논란, 도핑 전력 선수의 MVP 및 골든글러브 수상, 선수협 회장 선출 부결 그리고 승부조작 의혹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한 종목에서 한 해 동안 나온 사건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일이다.

 

관중수도 감소했다. 2013년 이후 처음으로 관중 감소세에 들어섰다. 지난해 같은 경기 대비 4%나 줄어든 셈이다. 혹자는 더위를 탓하고 미세먼지를 탓한다. 하지만 날씨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넥센 히어로즈의 평균 홈 관중수가 35% 하락한 것으로 미루어볼 때 팬들의 마음을 돌아서게 한 것이 날씨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다행히 악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영하의 승부조작 제안 신고는 두산 베어스 팬들을 자랑스럽게 만들었다. 그는 연봉보다 많은 포상금을 받았지만 전액 기부로 사회에 환원했다. 1997년생, 이제 겨우 23살이 되는 어린 선수의 행동은 모든 야구 선수의 귀감이 되기 충분했다. 말 그대로 ‘올해의 선수’였다. 뺑소니를 검거한 롯데 자이언츠 오현택의 소식도 박수 받기 충분했다. 그는 무면허 음주 뺑소니 운전자를 5km 가량 추적해 검거에 일조했다. 신고 선수에서 홀드왕까지 이뤄낸 그의 미담은 팬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베이징 키즈의 활약도 야구 보는 재미를 더했다. 고졸 신인 최초 첫 타석 홈런을 친 KT 위즈 강백호를 비롯해 두산 곽빈. 롯데 한동희, 삼성 라이온즈 양창섭, 한화 이글스 정은원 등이 멋진 모습을 보였다. 특히 강백호의 기록 행진은 놀라웠다. 2년 차가 더 기대되는 신인들의 대범한 플레이가 선배들을 긴장시켰다.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한화의 가을 야구와 최다 경기 차로 역대 5번째 업셋 우승을 이룬 SK 와이번스의 포스트시즌 명승부도 야구팬들을 즐겁게 했다. LG 트윈스에서 SK로 트레이드된 강승호의 활약과 2010년에 이어 우승을 결정지은 김광현의 마지막 공은 뜨거운 감동까지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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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그러므로 이제는 정말 달라져야 한다. 기본적으로 선수들이 잘해야 하지만, 선수들만 잘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야구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이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이뤄내야 한다. 누군가는 야구 암흑기가 오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걱정하는 사람이 바보라고 힐난한다. 하지만 당장 야구팬 스스로가 ‘야구를 보는 내가 바보다’라고 자조하는 스포츠를 누가 제대로 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어린이에게 희망을 주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본래의 목표는 사라진지 오래다.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졌을 때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 사건을 축소하고 정으로 묻어주는 행위는 결국 시청률과 관중수를 운운하면서도 자신들이 미칠 영향력에 대해서는 전혀 고민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 당장 자기 밥그릇이 중요한 것이다.

 

미디어에게도 막중한 책임이 따른다. FA가 몇 백억이니, 선수들이 지금까지 얼마를 받았느니, 누가 누구랑 연애를 하느니, 누가 싸웠다느니 하는 자극적인 기사는 이제 접어야 한다. 우리가 고민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은 2015년 이후 오르지 않는 최저 연봉 선수에 대한 이야기, 왜 선수들은 노동조합으로 인정받지 않고 개인 사업자로 분류되는지, KBO와 KBSA는 분리되지 않는지, 왜 선수협 회장을 선출하지 않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더불어 점점 수준이 높아지는 야구팬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야 한다. 로봇 저널리즘이 도래한 현 상황에서 어떤 결과가 나왔고 어떻게 진행됐는지는 누구나 쓸 수 있다. 미디어는 한걸음 더 나아가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전문적인 기사와 숨어있는 스토리를 드러내는 기사로 팬들을 만족시켜야 할 것이다.

 

구단도 함께 걸어야 한다. 선수와 관계된 불미스러운 사건이 일어났을 때 은폐해 팬들의 의혹을 부풀릴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통해 신뢰도를 쌓아야 한다. 야구장에 오고 싶게 만드는 것도 그들이 키워야할 능력이다. 관중수 감소에 날씨만 탓할 것이 아니라 진짜 팬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얕게 좋아하는 팬들이 굳이 왜 야구장을 찾는지, 깊게 좋아하는 팬들은 어떤 좌석에서 관람하는지 세세한 부분까지 고민해 팬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소통은 당연한 일이다. 이제는 권위적인 입장을 벗어나 한걸음 더 팬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SK가 KIA 타이거즈에 대패한 날 프런트 모두가 나와 건네던 아이스크림이 왜 화제가 됐는지 그 이유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MLB 구단들이 타 구단을 경쟁자가 아닌 동업자로 보고 함께 나아가는 것처럼 KBO 구단들도 협력을 통해 더 나은 마케팅과 경기력으로 팬들을 마주할 시점이다.

 

KBO도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몇 년 동안 지속됐던 사건 사고를 해결하지 못한 것은 결국 협회다. 승부조작부터 도박, 구단과 심판 간의 금전 거래 더불어 KBO 채용 비리까지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 스스로 어떤 자성의 노력을 했는지 고민해야 한다. 신임 총재의 취임사에 등장했던 ‘클린 베이스볼’은 지난해 완전한 실패로 돌아갔다. KBO가 자주 등장했던 것은 국정 감사 기사였다.

 

경기를 관람하는 팬들에게도 성숙한 문화는 필요하다. 선수에 대한 정도가 넘는 비난과 욕, 물리적 가해와 가족들에 대한 욕설은 분명 개선돼야 한다. 경기력에 대한 건강한 비판은 환영받아 마땅하지만 비난은 지양해야 한다. 선수들은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은 선수들의 노력이 없다면 다 무용지물일 것이다. 팬들의 사랑만큼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보답한다면 지난해보다 나은 올해가 될 것이다. 지금처럼 프로 야구 선수들이 주목받을 수 있는 것은 모두 팬들 덕분이다. 실력은 둘째다. 자신이 가진 공인으로서의 영향력을 알고 초심을 잃지 않길 바란다.

 

에디터는 여전히 야구를 사랑한다. 야구가 많은 이들의 노고와 애정으로 국민 스포츠가 됐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찝찝한 마음을 참을 수 없었다. 에디터뿐 아니라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그럴 것이다. 매해 이번 시즌만큼은 아무 일도 없길 바라는 것은 지금까지 건강한 성장이 아니었다는 반증이다. 그럼에도 올해도 야구에 기대를 걸어본다. 2019년이 끝나는 그날, 우리가 늘 이번 시즌만 같기를 빌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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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그아웃매거진, KBO, 프로야구, 2019시즌, 변화, 야구잡지,잡지, 스포츠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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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 닉네임 어쩌고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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