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DUGOUT Tip] 늘 푸르던 그 잔디 MEMORIES

dugout*** (dugout***)
2019.03.04 11:27
  • 조회 1921
  • 하이파이브 1

undefined

 

 

프로 스포츠 경기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선수들의 땀과 영광이 스며들어 있는 ‘잔디’다. 흔히 스포츠 선수를 꿈꾸는 사람들은 자신의 소망을 표현할 때 푸른 잔디를 밟아보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잔디는 상징적인 존재다. 우리가 즐겨 보는 프로 야구도 웅장한 경기장 안에 영롱한 초록빛으로 팬들을 반기는 잔디가 있다. 그 안에는 경기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플레이가 있고 우리가 모르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번 ‘DUGOUT Tip’에서는 다가올 2019시즌을 기다리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야구장 잔디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에디터 강성은 사진 두산 베어스

 

스포츠에서 잔디가 하는 가장 큰 역할은 선수들의 부상 방지다. 맨땅에 넘어질 때는 온몸에 충격이 그대로 흡수되지만, 잔디로 이루어진 푹신한 땅에 넘어질 때는 잔디가 충격을 일부 흡수해 선수들은 부상 없이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 평범하게 생각했던 잔디가 경기력과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가? 그라운드의 배수가 얼마나 잘 되는지, 잔디의 길이는 어느 정도인지, 잔디의 마모력은 어떤지조차도 잔디 위에서 경기하는 선수들에게 영향을 준다.

 

한 가지 예로 잔디의 길이는 타구의 속도와 바운드의 방향에 영향을 미친다. 시즌이 시작하는 3, 4월은 잔디의 성장이 더디므로 평소보다 짧게 유지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타구 속도가 빨라져 평소보다 내야 수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시즌이 한창 진행되는 여름에는 오히려 잔디의 성장 속도가 빨라진다. 이때는 관리를 자주 해주며 길이를 알맞게 유지해야 선수들이 경기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이렇게 잔디 하나도 섬세한 관리가 필요하다.

 

인조잔디는 어떨까?

 

천연잔디의 관리가 이렇게 어려운데 인조잔디를 사용하는 것은 어떤가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한때 KBO리그의 구장에서도 인조잔디를 사용했다. 인조잔디는 천연잔디에 비해 배수 관리가 쉽고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또한 훼손 위험이 덜하고 관리 비용이 저렴하다. 하지만 인조잔디는 마찰에 의한 화상 위험이 있고 충격 흡수를 하지 못해 선수들의 부상 위험이 커진다. 결국 경기장 잔디로는 장점보다 단점이 많아 천연잔디로의 교체가 이뤄졌다. 현재는 돔구장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있는 고척돔만이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 인조잔디를 사용하며 다른 구장에서도 그라운드 중 일부에만 인조잔디를 사용하고 있다.

 

변하지 않는 인조잔디를 활용한 기념품도 있다. 2011년, 아홉 번째 구단으로 KBO리그에 입성한 NC 다이노스의 첫 홈구장이었던 마산구장은 2015시즌까지 인조잔디를 사용하다가 시즌 종료 후 천연잔디로 교체했다. 창단 이후 2014시즌부터 KBO리그에 참가한 NC는 1군 진입 두 번째 해에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등 좋은 결과를 달성했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그라운드에서 걷어낸 인조잔디로 기념 액자를 만들어 판매했다.

 

KBO리그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 일본리그의 많은 구장이 천연잔디를 사용하고 있는 만큼 야구에서 천연잔디는 중요한 구성 중 하나다. 이러한 천연잔디도 여러 종류로 나뉜다.

 

1280px-Baseball_in_the_grass.jpg

 

 

다양한 잔디의 세계

 

천연잔디는 난지형 잔디와 한지형 잔디가 있다. 둘은 자라나는 환경의 차이로 구분된다. 난지형 잔디는 25~30℃에서 잘 자라며 고온 건조한 기후가 생장에 적합하다. 뿌리를 깊이 내려 짧게 깎아도 유지가 잘되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추운 환경에서는 잎의 색이 노랗게 변한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들잔디, 금잔디 등이 난지형 잔디로 구분된다.

 

한지형 잔디는 난지형 잔디보다 낮은 15~20℃에서 잘 자란다. 난지형 잔디보다 잎의 녹색이 더 진하며 생육 기간이 길다. 추운 날씨에 적합한 잔디로 25℃ 이상의 온도에서는 자라지 않거나 변색이 되기도 하지만 겨울에도 푸르름을 유지해 ‘사철잔디’라고 불리기도 한다. 경기장에서 주로 쓰는 켄터키 블루 그래스와 페레니얼 라이 그래스, 벤트 그래스 등이 한지형 잔디에 속하며 보통 유럽이 원산지다.

 

KBO리그의 구장들은 한지형 잔디인 켄터키 블루 그래스를 사용한다. 우리나라의 추위를 견디고 겨울에도 초록빛을 유지하며 내마모력과 회복력이 좋은 종이다. 선수들이 잔디 위에서 몸을 내던지고 빠르게 달려야 하는 야구장 특성상 많은 마찰도 견뎌낼 수 있어야 해 주로 사용되고 있다. 다만 고온의 여름에 성장이 더디고 변색의 위험이 있어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뜨거운 열기는 잔디를 타고

 

야구의 열기가 올라가는 한여름은 뜨거운 열기만큼이나 높은 기온을 자랑한다. 여름의 고온 다습한 기후를 버티는 팀만이 서늘한 가을에 야구를 할 수 있다. 그러한 더위를 버텨야 하는 것은 사람뿐만이 아니다. 오늘의 주인공인 잔디도 여름을 버텨야 한다. 예년에 비해 따뜻해진 기후는 사람도 잔디도 견디기 힘들었다.


지난 2018년은 그 더위가 엄청났다. 폭염 일수가 지난 1994년의 27.3일을 넘어 28.8일을 기록했고 한여름 서울의 온도는 40℃에 육박했다. 선수들은 더위를 먹어 고생하고 체력 관리의 어려움도 겪었다. 야구를 보러 온 관중도 야구를 즐기기 전에 이미 더위로 지쳐갔다. 사람도 버티기 힘든데 잔디는 오죽했을까. 그것도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한지형 잔디인 켄터키 블루 그래스인데 말이다. 푸르렀던 잔디는 평소보다 더웠던 날씨를 버티지 못하고 상태가 나빠졌다. 구장의 배수 문제도 한몫했다. 배수가 잘되지 않아 흙이 진흙처럼 굳었고 굳은 흙에서는 잔디가 살 수 없었다.

 

지난 시즌이 끝난 후 잠실과 사직구장이 잔디를 교체했다. 종은 그대로 켄터키 블루 그래스다. 다만 부산 사직구장은 조금 다른 시도를 했다. 그라운드의 잔디는 이전처럼 한지형인 켄터키 블루 그래스로 심고 홈 플레이트 뒤쪽 일부 구간에는 고온의 여름을 버틸 수 있는 난지형 잔디를 시범적으로 깔았다.

 

국내 경기장에서도 난지형 잔디를 사용한 적이 있다. 그러나 난지형 잔디의 특성상 추운 겨울이 되면 황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사시사철 푸르른 켄터키 블루 그래스로 교체했다. 현재 KT 위즈가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수원 KT위즈파크는 과거 금잔디를 사용했던 적이 있으며 KT의 홈구장으로 결정돼 구장을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켄터키 블루 그래스로 교체했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따뜻해진 지구를 감당하기 위해 잔디를 사용하는 경기장의 새로운 잔디 찾기가 시작됐다. 최근 골프계에서는 난지형 잔디인 조이시아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따뜻해진 지구를 견딜 수 있으며 관리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사직구장에서도 난지형 잔디에 대한 실험이 시작된 만큼 머지않아 야구장에도 난지형 잔디로의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앞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을 야구장 안에서 잔디는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관심 있게 지켜보자.

하이파이브 1 공감하면 하이파이브 하세요!

댓글 1

야구장,인조잔디,천연잔디,잔디,kbo,야구,프로야구,더그아웃매거진

등급
답글입력
Top
등급
답글입력
  • 등급 닉네임 어쩌고
  • 2014.03.16 23:43
수정취소 답글입력
닫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