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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Futures] 상무 피닉스 야구단 김정인 MEMORIES

dugout*** (dugout***)
2019.09.0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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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씨가 된다. 김정인이 그렇다.

 

2015년 말 ‘김정인 선수 일낸다’라는 제목의 글로 인해 히어로즈 팬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선수가 있다. 팬들은 제구력은 물론 다양한 변화구를 장착했다는 말에 그를 속는 셈 치고 기대했지만, 당시의 김정인은 결코 팬들의 기대에 미치는 선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차근차근 천천히 팬들의 바람에 걸맞은 선수가 되고 있다. 2017년에는 147km/h 강속구를 던졌고 이듬해에는 투심 패스트볼을 연마하며 날개를 달았다. 이제는 퓨처스리그 최고의 투수라 해도 과언이 아닌 김정인. 과연 지난 5년간, 그에게 어떠한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일까. 한 번도 밝혀지지 않은 그의 비밀을 파헤치고자 <더그아웃 매거진>이 고척스카이돔을 찾았다.

 

Photographer 손승필 Editor 최홍서 Location 고척스카이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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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5년 차,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다

 

올 시즌 현재까지 퓨처스리그 방어율 1위, 다승 2위를 기록하며 최고의 투수로 활약 중입니다. 현재 성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크게 신경은 안 쓰고 있어요. 다만 후반기 들어 성적이 안 좋으니까 체력 관리에 더 집중하려고 해요.

 

현재까지 본인의 성적에 점수를 매긴다면?

6~70점 정도? 제가 상무 야구단에 입단할 때의 목표치를 아직 달성하지 못해서 그 정도밖에 못 줄 것 같아요.

 

입단 첫해임에도 불구하고 붙박이 선발투수로 출장 중인데, 박치왕 감독이 어떤 점을 좋게 봤다고 생각하나요?

딱히 그렇게 좋게 봐주시거나 하는 점은 없어요. 시즌 시작 전에 선수단을 불러서 역할을 전부 정해주셨어요. 손으로 지목하면서 “너는 몇 선발, 너는 몇 선발”하고 정해주셨는데 저는 4선발이라고 하셨어요. 거기에 맞춰 잘 던지고 있다 보니 감독님께서 계속 기회를 주시는 것 같아요.

 

상무에서 뛴 선수들 얘기를 들어보면 박치왕 감독이 굉장히 무섭고 카리스마 있다는 말을 많이 해요.

멋있으시지만, 무섭기도 해요. 그런데 저희가 야구 잘하고 부대 생활을 잘하면 확실히 풀어주시니까 좋아요. 어떻게 보면 무섭고, 어떻게 보면 좋으신 것 같고. 카리스마 있으세요. (어떨 때 제일 무서운가요?) 경기에서 지고 있을 때요. 감독님 표정이 정말 안 좋으세요.

 

올해 인터뷰에서 작년과 비교했을 때 정신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성장했다고 말했어요.

시합 전에 임하는 자세와 생각하는 것이 달라졌어요. 마음에 여유가 생겼어요. 전에는 안타를 맞으면 조급했는데 지금은 다음 타자에 대해 생각을 하고 던져요. 그러다 보니까 좋은 결과가 있는 것 같아요.

 

체격도 신인 시절과 비교하면 굉장히 커졌어요.

처음 입단했을 때 구단에서 신경을 써주시고 지원도 해주셔서 10kg이 쪘어요. 그리고 2016시즌이 끝난 다음에 ‘지금처럼 이렇게 몸이 가벼우면 안 되겠다’ 싶어서 스스로 10kg을 더 찌웠어요. 그 뒤에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하다 보니까 입단하고 지금까지 20kg이 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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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에 와서도 계속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나요?

그럼요. 닭가슴살도 주문할 예정이에요.

 

형 김정빈 선수랑 상무에서 함께 뛰고 있는데 기분이 어때요?

특별한 건 없어요. 어릴 때부터 같이 야구를 해 와서 그런 것 같아요. 물론 다른 형들이 나올 때보다는 형이 경기에 나왔을 때 더 유심히 관찰하고 지켜봐요. 방 안에서는 서로 오늘 시합 때 어땠는지 찾아보고요. 부대에서는 같이 안 쓰는데, 원정을 오면 함께 방을 쓰거든요.

 

형이랑 같이 방을 쓰면 약간 귀찮지 않아요?

귀찮아요. (뭘 주로 많이 귀찮게 하나요?) 아니, 하…. (웃음) 그냥 너무 귀찮아요. 자기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시켜요. 집에 있는 느낌이에요.

 

그래도 형제이다 보니 야구 얘기도 진지하게 나눌 것 같아요.

형이 어릴 때는 야구에 대한 이야기를 잘 안 했는데 군대에 와서는 많이 해요. 어제도 저한테 투구폼을 물어보더라고요. 저는 형한테 잘 안 물어봐요. 형이 조금 더 영상 같은 것을 찾아서 뭐가 문제냐고 질문하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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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김정인이 되기 위해 갈고닦은 4년

 

프로 입단 첫해부터 형과 함께 퓨처스리그 올스타에 선발됐는데, 기분이 어땠나요?

아무리 퓨처스리그라고 하지만 가문의 영광이죠. 형제가 같이 나가서 올스타전을 뛴다는 게 좋았어요. (형이 자랑스러웠겠어요.) 아뇨. 저도 아마추어가 아니니까 자랑스럽지는 않았어요.

 

당시 퓨처스리그 올스타에 선발된 것 외에도 대만캠프에 가지 않고 따로 벌크업을 하는 등 팀 차원에서 세심한 관리를 받아왔어요.

캠프에 못 갔을 때 트레이너님이 구단에서 살을 찌우라고 지원해줬다고 들었어요. 그때 살을 찌우고 힘이 생겨서 공도 빨라지니까 관심도 가져주시더라고요.

 

1군 마운드도 밟았어요. 무사 2루의 상황에 올라와 삼자범퇴를 하며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렀어요.

불펜이랑 마운드의 거리가 가까웠는데 뛰어가는 게 너무 숨차고 힘들더라고요. 그렇게 뛰어가기 힘든 거리가 아닌데… 마운드에서 세트 포지션을 하는데 다리도 떨리고 긴장을 많이 했어요. 첫 타자를 상대할 때 ‘볼넷은 주지 말고 차라리 안타를 맞자’라는 생각으로 과감히 던졌어요.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죠. 끝나고 내려오니까 배힘찬 선배님이랑 형들이 격려해주셨어요. 그때는 어려서 ‘나도 1군에서 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음 게임부터 안 내보내 주시다가 말소됐어요. 이후에는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따라다니며 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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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는 앤디 밴 헤켄 선수가 직전 해까지 사용했던 등번호 22번을 배정받았어요.

19번을 달려고 했는데 구단 관계자분이 22번이 어울릴 것 같다면서 “너 댓글 같은 거 신경 안 쓰지? 한번 달아봐라”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단 거였는데….

 

이후에 댓글은 봤나요?

밴느님 번호를 달았다고 뭐라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그 뒤로는 댓글을 안 봤어요. 에이스가 달았던 번호인 만큼 기를 받고 싶다고 했는데 실력이 안 되더라고요.

 

한편 퓨처스리그에서는 팀 내에서 유일하게 규정이닝을 소화하며 7점대 평균자책점과 9패의 성적을 거뒀어요. 부진 속에서의 강행군이 힘들지는 않았나요?

힘들기보다 이렇게 못하고 있는데 경기에 나갈 수 있는 게 감사했고, 코치님들이랑 감독님께 정말 감사했어요. (당시에 감독님이나 코치님이 따로 말은 안 했나요?) “너는 겨울에 준비를 너무 안 한 것 같으니 지금이라도 열심히 준비해라”라는 말은 들었어요.

 

2016년에는 130km/h 후반의 공을 던졌는데 2017년 들어서는 제구가 되는 147km/h 강속구를 뿌리면서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어요.

시즌이 끝나고 나서 10kg을 찌웠어요. 어깨가 안 좋아 캠프도 못 가고 웨이트 트레이닝이랑 재활만 했는데 힘이 붙어서 그렇게 던졌던 것 같아요. (1군 경기도 많이 뛰었어요.) 그때가 프로에 온 뒤로 1군에서 제일 많이 뛰었던 해였고 또 많은 것을 느꼈어요. 결정구가 없는 것도, 제구도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힘만 가지고는 안 된다는 것도요.

 

2018년 들어서 포심의 비중을 줄이고 투심 패스트볼을 던지기 시작했어요. 투심을 던져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가 있나요?

대만캠프에 갔을 때 지금은 KT 위즈에 계신 박승민 코치님이 너무 직구로 승부하지 말고 투심을 섞어서 던져보라고 하셨어요. 저도 같은 생각이어서 투심을 던지니까 확실히 땅볼 유도가 많아지고 좋아졌어요.

 

작년 6월에 1군 통산 세 번째 선발 등판을 했어요. 이전 두 번과는 다르게 5회까지 경기를 끌고 가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어요.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어요. 그 전에 퓨처스리그에서 선발투수로 나왔을 때는 커브랑 체인지업이 좋았는데 딱 1군에 올라가서 던지니까 잘 안 되더라고요. 1군에서 나섰던 경기 모두 미련이 남아요. 다시 기회를 받기 어렵다는 것을 아니까 전부 다 아쉬워요.

 

#김정인 제대 후 일낸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는 스무 경기 정도밖에 안 남았어요. 5월 말 인터뷰 때 말했던 목표인 2점대 평균자책점은 이제 기정사실이 됐는데, 소감이 어떤가요?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으니까 목표 달성은 안 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3경기 정도 더 나갈 것 같은데 지난 2경기에서 안 좋았으니까 3경기에서 잘해서 평균자책점을 낮추고 싶어요.

 

키움 팬들 사이에서는 몇 년 전부터 ‘김정인 선수 일낸다’라는 말이 돌고 있어요. 알고 있었나요?

처음 봤을 때는 이게 뭔 소리지? 내가 무슨 일을 낸다는 거지? 싶었는데 뜻을 알고 나서는 되게 감사했어요. 아직 저를 기대하고 계시는 분이 많다는 거니까요.

 

1군에서 일을 내기 위해서 따로 준비 중인 것이 있나요?

일단 타자들과 싸워서 이겨야 하기에 그 방법을 알아서 나가고 싶어요. 그리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이 두 가지는 확실히 연마해서 1군 선수들을 상대로도 이겨낼 수 있는 선수가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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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그아웃 매거진> 공식 질문입니다. 김정인 선수에게 야구란?

인생입니다. 어릴 때부터 야구만 보고 달려왔는데, 이왕 시작한 거 확실하게 잘하는 게 제 인생에서 가장 성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김정인의 제대를 기다리는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합니다.

아직 부족한 게 많은데 잘 채워서 내년에 팀에 돌아가면 잘할 수 있도록 준비해서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정인이 퓨처스리그를 평정하게 만들어준 것은 신데렐라를 왕자와 결혼시켜준 요정의 마법도, 인어공주에게 두 다리를 달아준 마녀의 묘약도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1군에서 일말의 미련도 없이 내 공을 던질 수 있을까’하는 아쉬움이었다. 부족한 실력에 대한 아쉬움은 곧 이를 보완해 성장하겠다는 열정으로 변모했다. 쉽게 고쳐지지 않는 문제점에 무릎 꿇고 타협하지 않았다. 체중 증량부터 시작해 제구면 제구, 구속이면 구속. 모든 것을 잡기 위해 노력한 결과, 미래를 밝게 비추는 떠오르는 별이 됐다. 하지만 김정인은 지금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1군 마운드에 오르는 그날까지 끊임없이 발전을 위해 나아갈 것이다. 전역 후 그의 모습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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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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