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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집에는 가족이 함께 야구를 보는 시간이 있다. 각자 응원하는 팀, 좋아하는 선수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의견을 나눌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에서도 ‘남의 팀 경기’를 보며 가장 부러워하는 점은 항상 똑같다. ‘아… 저 선수가 우리 팀에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 판타지 라인업을 구성하며 달래보자. (5월 13일 기준)
에디터 권형석 사진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
2017년까지의 KBO리그를 통틀어 FA(자유계약) 제도를 통해 100억 원 이상의 대규모 계약을 맺은 야수는 두 명이 있다. 좌타 거포에 목말랐던 KIA 타이거즈의 부름으로 FA 100억 원 시대를 열었던 최형우. 그리고 거인의 자존심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4년 150억 원). 말 그대로 ‘억’소리 나는 거액을 받는 선수들이지만, 그 누구도 이들의 가치를 부정하진 않는다.
그런데 만약 이 두 선수가 같은 라인업에 포함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5월 11일까지 두 선수의 기록을 합산하면 291타석 246타수 92안타, 그중 18개의 2루타와 2개의 3루타, 그리고 16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0.374의 타율, 34경기에서 타석에 서는 동안 4.21의 WAR(Win Above Replacement : 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를 기록했다.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는 리그 최고의 타자들이다.
현실에서 이들의 만남이 이뤄지기 어려운 이유는 몸값 때문이다. 이대호는 4년간 150억 원, 최형우는 4년간 100억 원을 받는다. 두 명을 합쳐 1년 평균 수령액이 62억 5천만 원이 되는데, 이는 2016시즌 팀 연봉총액 최하위였던 넥센 히어로즈의 68억 원에 약간 못 미치는 금액이다. 65인 엔트리 전체와 두 고액연봉자를 비교하는 것엔 무리가 있지만, 놀랍게도 비슷한 액수다.
하지만 이 ‘등골 휘게 만드는’ 최고의 타자들을 판타지볼(이하 판볼) 라인업에서는 함께 볼 수 있다. 그렇게 구성된 5월 13일 나의 판볼 라인업은 조상우(넥센 히어로즈) - 김민식(KIA) - 이대호(롯데) - 서건창(넥센) - 이원석(삼성 라이온즈) - 김하성(넥센) - 최형우(KIA) - 허정협(넥센) - 김헌곤(삼성) - 김문호(롯데)으로 구성되었다. (포지션 투수-포수-1루수-2루수-3루수-유격수-외야수-외야수-외야수-유틸 순)
이대호, 최형우를 포함시킨 라인업을 구성하면서 고민이 많았다. 우선 두 선수는 판타지볼 안에서도 비싼 몸값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민식(9만 원)과 이원석(14만 원), 허정협(14만 원), 김헌곤(13만 원)에 주목했다. 김민식은 SK 와이번스에서 트레이드를 통해 호랑이 군단의 일원이 된 이후 0.368의 득점권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하위권 타순에서 주로 출장하지만, 밥상이 차려진다면 충분한 활약을 기대할 수 있는 그였다. 이원석은 5월 10일과 11일 연이틀 홈런을 날리며 타격감이 살아나고 있었고, 허정협은 최근 슬럼프가 길어지긴 했으나 우완 언더․사이드암 유형의 투수를 상대로 4할의 고타율(14타석 10타수 4안타)과 함께 2개의 홈런을 기록한 점에 주목했다. 이날 상대인 삼성의 선발투수는 언더핸드 김대우였다. 게다가 김헌곤은 군에서 제대한 이번 시즌 삼성 타선에서 중요한 때마다 하나씩 해주는 타자다.
하지만 소위 말하는 ‘잘 치는 타자’도 10번 중 6번은 실패하듯, 모두 현실로 이어지진 못했다. 득점권에서 강했던 김민식은 단 한 번의 기회도 마주하지 못한 채 삼진만 두 개 기록하고 대타와 교체되었고, 허정협은 최근 부진을 이유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었다. 빈자리에는 2군에서 호성적을 기록하고 있던 유재신과 강지광이 등록되었는데, 최근 부진에도 허정협은 팀 야수들 중 가장 많은 타점과 6번째로 높은 WAR을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소 당황스러운 변수였다.
하지만 변수 앞에서도 어김없이 맹활약한 선수들이 빛을 발했다. 특히 최형우가 돋보였다. 앞선 타석에서 병살타 한 개를 기록하며 침묵했지만, 팀의 4연패가 눈앞까지 다가온 9회초. 상대 마무리인 서진용(SK)에게서 동점 홈런을 날려냈다. 그런데 여기까지가 전부가 아니었다. 11회초 채병용이 던진 패스트볼을 받아쳐 또다시 홈런을 기록했다. 시즌 9호 홈런과 함께 팀의 연패를 끊는 중요한 한방이었다. 4타수 2안타(2홈런) 4타점 2득점 1볼넷. 병살타 한 개가 있었지만, 최형우의 활약에는 옥에 티조차 되지 못했다. 자신의 자리에서 가치를 완벽히 입증한 최형우는 31.9점의 FBP(판타지볼 포인트)를 기록했다.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긴 했지만, 이대호도 5월 7일 KIA전 홈런 이후 첫 장타를 기록했다. 2루타 하나로 팀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데 기여했지만, 아쉽게 득점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하지만 반등이 필요한 롯데와 이대호 자신에겐 긍정적인 모습이었다. 이외에도 서건창이 2안타(2루타 1개)와 2타점을 기록했고, 김헌곤은 1안타로 타점을 기록함과 함께 누상에선 도루를 선보이며 나란히 10점씩의 FBP를 올리게 되었다.
그런데 또다시 고민에 빠져야 했던 부분이 있다. 바로 투수 선택인데, 이날의 선택인 넥센의 조상우는 삼성을 상대로 5이닝 동안 6피안타와 2개의 볼넷을 내주며 4실점을 기록했고, 승리투수가 됐다. FBP로 산출하면 15.6점이다. 판타지볼에서 제공하는 ‘선수 기록실’의 기록에 따르면, 조상우는 지난 5번의 등판에서 평균 17.0점의 FBP를 기록했다.
이는 2017시즌 KBO리그 투수 중 21번째다. 각 팀들이 평균적으로 4선발까지(로테이션을 지키는 투수라는 기준 안에) 갖춘 점을 생각해보면 중간 이상의 활약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심지어 1억 5천만 원의 조상우와 비교할 수도 없이 많은 연봉을 받는 외국인 투수들보다 앞서고 있다. 조상우보다 낮은 평균 FBP를 기록한 외국인 선수는 팻 딘, 에릭 해커, 브룩스 레일리, 앤디 밴 헤켄, 돈 로치, 재크 페트릭, 스캇 다이아몬드, 데이비드 허프 등이 있다.
중요한 것은 투수의 상승세였다. 조상우는 프로 무대에서 첫 선발 등판을 가졌던 4월 23일 롯데전 이후 영웅 군단의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무게감 있게 지탱하고 있다. 네 차례의 등판에서 20과 1/3이닝을 소화하며 3승을 거뒀고, 삼성과의 경기에서 4실점을 허용한 것이 이번 시즌 최다 실점이었다. 선발에 적응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아직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는 못했지만, 리그에서 21번째로 좋은 모습을 보이는 배경에는 돌아온 조상우의 상승세가 있었다.
이처럼 선수를 선택하는 기준은 포지션별로 약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결국 조상우의 예에서 볼 수 있었던 ‘상승세’는 어느 자리에서도 유효하다. 이대호가 부활의 조짐을 보였지만, 최근 이어져 온 부진과 맞물리며 기대치에 못 미쳤듯, 혹은 김헌곤이 이번 시즌 보여준 ‘해결사 본능’이 이어지며 낮은 연봉에 비해 높은 점수를 획득할 수 있었듯.
현실에서도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가 부진할 때가 있다.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일부에서는 ‘먹튀’라는 말로 비난당하기도 한다. 판볼 라인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고액 연봉의 선수가 무조건 좋은 성적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점 역시도 판타지 라인업을 구성하는 유저의 재미요소가 될 수 있다. 직접 느껴보고 싶다면 판타지볼 승부에 동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