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체육 야구. 우리나라에서 ‘생활 체육’은 직업이 아닌 ‘취미’를 뜻한다. 생활 체육에 대해 사람들은 건강 증진을 위한 것, 혹은 여유 시간에 하는 것이라고 정의 내리곤 한다. 그런데 웬걸, 생활 체육 야구를 단순한 취미가 아닌 인생의 동반자로 삼은 사람이 있다. 생활 체육 야구 선수인 동시에 팀의 감독까지 맡고 있다. 바쁜 와중에 유소년 야구도 가르치며 생활체육 야구협회에서도 일한다. 그는 매 순간 야구를 위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 순간 야구의 저변확대만을 생각하며 살고 있다. 그의 이름은 바로 백영진! 생활 체육 야구계에서 그를 아느냐고 물어보면 모른다는 사람이 없을 것만 같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Jiwon Yeo  Location Salgoji Baseball Park

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이렇게 직접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생활 체육 야구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세요. 무슨 활동을 하고 있는지 독자 여러분께 설명 부탁드려요.

저는 총 네 개의 활동을 하고 있어요. 한양캠프라는 생활 체육 야구팀에서 선수이자 감독으로도 있습니다. 한양캠프 베이스볼 아카데미에서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고, 유소년 아이들에게 야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성동구 야구연합회에서 사무국장을 맡고 있어요.

와, 정말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시네요! 일단 대표님의 학생 시절부터 얘기해볼게요.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프로선수라는 꿈만 바라보고 달렸어요. ‘학생 백영진’에게 야구란 어떤 존재였나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귀중한 존재였죠. 처음 야구선수를 꿈꾸기 시작할 때부터 대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야구는 제 삶의 이유였어요. 꿈이 확실하니까 정말 열심히 살았죠. 아침부터 저녁까지 야구 생각만 하고 학교 수업이 끝난 후 연습할 때도 이를 악물고 버텼어요.

그렇게 열심히 해서 한양대학교에 입학하셨어요. 대구에서 살다가 서울에 오니 새로운 기분이 들었을 것 같아요. 어떠셨어요?

대구에서도 야구를 충분히 많이 접할 수 있었지만, 서울에 오니까 야구를 접할 기회가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어요. 이해하기 쉽게 프로 구단에 대입시켜보자면, 대구에서는 시민야구장이 한 곳밖에 없었거든요. 근데 서울에 오니까 야구장이 세 곳이나 되는 거에요. 그래서 야구선수라는 꿈에 예전보다 훨씬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했어요. 야구에 대한 의욕은 점점 더 커졌죠. 그래서 더 열심히 했는데 제가 너무 무리했나 봅니다. 허리에 부상이 왔어요. 그 통증을 참고 야구를 계속하려고 했지만 던질 수가 없더라고요. 그렇게 제 꿈을 포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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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성동구 야구연합회 사무국장

생활 체육 야구 협회면 지금 활동하고 있는 성동구 야구연합회 말씀하시는 거죠?

네. 그렇죠. 한양캠프 아카데미를 이끌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박청래 회장님을 만났어요. 회장님께서 야구에 대한 제 열정을 바로 알아보시고 사무국장을 맡기시더라고요. 그때 기분이 정말 묘했어요. 다시는 야구와 마주하고 싶지 않았는데, 또 야구와 함께 하게 되다니…. 앞으로 잘해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며 저 자신이 의심스러웠어요. 그래도 저한테 맡겨주신 거니까 한 번 열심히 해보자고 다짐했습니다. 그 다짐을 지금까지 잘 이어오고 있네요. (웃음)

성동구 야구연합회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요? 더그아웃매거진 독자들을 위해 설명해주세요.

성동구에는 국민생활체육회가 있습니다. 국민생활체육회는 국민의 생활 체육에 힘쓰는 곳이에요. 그 안에는 축구와 배구 같은 다양한 종목의 연합회가 있는데요, 야구도 그중 하나입니다. 저희 성동구 야구연합회는 성동구에 있는 생활 체육 야구팀들을 활성화하고, 유소년 야구 발전에 이바지하는 곳이에요.

생활 체육 야구에 기여하는 곳이군요! 그럼 이곳에서 사무국장으로 근무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때는 언제인가요?

최근까지 저희의 숙원사업이었던 야구장 개장을 이루었어요. 지금 인터뷰 하고 있는 야구장이 저희가 그렇게 세우고 싶었던 야구장이에요. 이름은 ‘살곶이 야구장’인데요, 저는 자신 있게 이곳이 서울에 있는 사회인 야구장 중 최고라고 말할 수 있어요. 우선 서울 근교에서 접근성이나 환경이 좋아요. 지하철 타고 바로 올 수 있으니 편리하지 않나요? 또, 서울시 안에는 총 16개의 구가 있는데 이런 좋은 야구장을 가진 구가 저희 성동구밖에 없어요. 뿌듯합니다. 자랑 한 바탕 늘어놓으니 목이 마르네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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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변확대가 많이 되었다고 하셨는데, 생활체육 야구인들이 경기하는 것도 많이 보셨을 것 같아요. 처음에 사회인 야구하는 것을 봤을 때 느낌이 어땠어요? 엘리트 출신이라서 조금 다르게 느꼈을 것 같아요.

솔직히 처음에는 많이 아쉬웠죠. 저는 프로 선수 준비를 하고 있다가 생활 체육 야구를 보니 적응하기가 조금 힘들었어요. 프로와 다르게 점수 차이도 크게 벌어지는 일이 많고, 아무래도 체계가 덜 갖춰져 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생활 체육인들을 보면 주로 평일에는 일하느라 바쁘신데, 다들 시간 쪼개서 연습 열심히 하세요. 그런 모습 보면 뿌듯합니다.

야구연합회 사무국장으로서 생활 체육 야구에서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이 있을까요??

순수 아마추어 선수들을 위한 장이 열렸으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저처럼 선수 출신 분들이 사회인 야구를 많이 하러 오시는데, 일반인들이 부담스러워 하더라고요. 그 사람의 실력을 보기도 전에 ‘난 저 사람보다 못해’, ‘저 사람은 넘을 수 없는 벽이야’라고 미리 생각을 해버리더라고요. 또, 생활 체육 야구 블로그 같은 것들을 보면 항상 우승하는 팀만 우승해요. 그런 부분들이 보완되었으면 합니다. 말 그대로 생활에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체육으로 야구가 보편화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5회. 한양캠프 감독

한양캠프는 생활 체육 야구 쪽에서는 꽤 유명한 팀이에요. 팀 이름은 왜 한양캠프로 지었나요?

한양대 출신인 운영진들이 모교를 사랑하는 마음에 팀 이름을 한양캠프로 짓게 되었습니다. 팀 명에 덧붙여 팀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해드리자면, 저희 팀은 ‘엘리트 출신’ 선수를 넣는 데 중점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야구를 좋아하고, 열심히 하는 선수를 많이 기용해서 팀 성적을 내는 데 집중하고 있는 팀입니다.

한양캠프의 레슨은 한양캠프 아카데미에서 담당하는 부분인가요?

네. 그렇죠. 원래 있던 멤버 중에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선수들을 키워서 지금까지 이끌어왔습니다. 저희 팀에는 엘리트 출신인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성적은 꽤 좋은 팀이에요.

한양캠프에서 따로 지향하는 바가 있을까요?

저희는 잘하는 선수보다 팀에 끈끈한 정을 느끼고 함께 할 수 있는 선수를 지향합니다. 저희는 한 번 만나면 오래오래 함께 하고 싶거든요.

8회. 한양캠프 베이스볼 아카데미 대표와 유소년 야구클럽 총감독

한양캠프 베이스볼 아카데미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요? 소개 좀 부탁드릴게요.

생활 체육 야구를 가르치는 곳입니다. 제가 26살에 여기서 활동을 시작했으니, 올해로 9년이 되었네요. 현재 편성준 코치, 김동민 코치 등 코치 네 명과 오랫동안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굳이 홍보하지 않아도 지인의 소개를 통해서 오시거나 한 번 왔던 분들이 또 오시더라고요. 실내 연습장은 약 80평 정도 되고, 위치는 성동구 마장동에 있습니다.

그럼 유소년 아카데미도 한양캠프 베이스볼 아카데미와 비슷한 형식인가요?

비슷하지만 조금은 달라요. 한양캠프 유소년 아카데미는 성동, 잠실, 길음, 용산 이렇게 총 네 팀이 있어요.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곳은 아직 네 팀뿐이지만 활동은 16개 구에서 골고루 하고 있어요. 저희가 활동하는 것은 방과 후 학교에 아이들이 야구 연습을 하거나 수업을 받으면 그때마다 가서 강사를 하는 거예요. 언젠가는 16개 구에 모든 그룹을 만들고 싶습니다.

요즘 프로야구가 흥행하면서 프로 야구 선수를 꿈꾸는 아이들이 많아졌어요. 유소년 아카데미 대표로서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아요. 어떠세요?

저희가 방과 후 수업에서 야구 코치로 활동한 게 3년이 됐어요. 처음엔 야구보다 축구가 훨씬 수강인원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야구 수업이 먼저 마감되고 축구가 조금씩 밀리고 있어요. 축구 관련자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이 상황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습니다. (웃음) 요즘은 학교마다 방과 후 수업이나 체육 시간에 야구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 아이들의 아버지가 30대에서 50대가 있는데 그분들이 생활 체육 야구를 많이 하시고, 아이들이 그걸 보고 본받으려고 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이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제가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9회 말 2아웃. 백영진의 야구인생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한양캠프, 성동구 야구연합회, 유소년 야구 아카데미 중에 요즘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어디에요?

유소년 야구클럽에 제일 많이 신경 쓰고 있습니다. 한양캠프는 편성준, 김동민 코치가 많이 도와주고 있거든요. 항상 감사할 따름입니다. 유소년 야구는 이미 많이 발전했지만, 앞으로도 저변 확대가 우선이라고 생각해서 봉사도 열심히 다니고 있어요. 또, 우리나라 야구가 더욱 발전하려면 꿈나무들이 야구를 많이 접해야 하거든요. 지금 초등학생, 중학생 친구들이 더욱 많이 야구를 접해야 앞으로의 야구 인구가 더 많이 늘어날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초등학생, 중학생 백영진의 꿈도 프로야구 선수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야구의 저변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야구인이 되셨죠. 혹시 후회하고 계세요?

처음에는 그만둘까 고민도 많이 하고 정말 힘든 나날을 보냈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다시는 야구 쪽에 몸을 담지 않는다고 다짐했는데, 막상 생각해보니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건 야구뿐이더라고요. 지금은 아주 큰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후회 없어요!

야구를 정말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시간이 흘러 현재 한양캠프 팀원들의 자제분들과 함께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함께 경기를 치러보고 싶어요. 요즘은 다들 바쁘게 사느라 부자지간에 야구하는 경우도 잘 보기 힘들어요. 그렇죠? 그래도 한양캠프에서는 이루어질 수 있게 팀을 잘 이끌어 가려고 합니다. 아들이 던지는 공을 아버지가 치는 그 현장, 벌써 기대되네요. 그만큼 오래오래 한양캠프가 지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백영진 대표님께 야구는 ㅇㅇ다! 한 마디로 부탁드릴게요.

야구는 제 인생이다. 9회 말 2아웃까지 어떻게 될지 절대 알 수 없잖아요. 항상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언제든 행운의 여신은 항상 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15년 11월호(55호)를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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