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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Otaku EZ-Ⅱ 어학원 오해원 MEMORIES

dugout*** (dugout***)
2016.08.0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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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 나의 글러브들아!

 

야구가 국민 스포츠가 된 시대. 수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만큼, 즐기고 응원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좋아하는 선수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사고, 직접 생활 체육 야구를 하며 선수가 되기도 한다. 그도 평범한 야구 애호가에 지나지 않았다. 적어도 무궁무진한 글러브의 세계에 입문하기 전까진! 오해원 씨의 글러브에 대한 애정은 단계별로 나아가는 토익과 닮아있다. 그는 착실하게 기초를 쌓고, 중급을 지나 비로소 고급반이 되었다. 글러브에 관심 있는 독자들은 주목해도 좋다. 인터뷰 내내 이어진 오해원의 글러브 강의를 시작한다.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박지인 Location EZ-Ⅱ 어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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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원이 아닌 온리 원

 

인터뷰를 위해 오해원 씨가 근무하는 대구의 한 토익학원을 찾았다. 어디에서나 볼 법한 학원의 풍경이었다. 그가 애지중지하는 글러브들이 가득한 글러브 방을 마주하기 전에는 그랬다. 에디터는 머릿속으로 진열된 글러브의 개수를 세다 포기했다. 가히 <겟 잇 기어> 방송에까지 소개된 글러브 ‘덕후’다웠다. 분명 그보다 더 많이, 더 비싼 글러브를 가진 넘버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글러브에 대한 열정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온리 원이었다.

 

 

안녕하세요. 오해원 씨! 더그아웃 매거진 독자 중엔 해원 씨를 아는 분보다 모르는 분이 많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반갑습니다. 저는 대구에서 토익 강의를 하고 있는 오해원입니다. 본업은 토익 강사인데 8년 전, 글러브를 사기 시작하면서 어느덧 본업보다 부업이 주가 되어버렸네요. (웃음)

 

 

오해원 씨 이야기를 다룰 코너 이름! 바로 ‘더그아웃 오타쿠’입니다. 바로 ‘글러브 덕후’이기 때문인데요! 그럼 해원 씨의 ‘덕력’을 검증할 시간입니다. 오죽했으면 방송에까지 소개가 됐을까 싶어요! 당시 지인들에게 연락 많이 받았을 거 같아요!

코너 이름이 재미있네요! ‘글러브 오타쿠’라면 잘 찾아오셨습니다. (웃음) 사실 대부분의 컬렉터들이 비슷하지 않을까요? 중요한 건 자기만족이지 어떻게 보이냐가 아니거든요. 물론 방송에서 제 글러브들을 자랑할 수 있어서 즐거운 경험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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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생활 체육 야구계엔 어마어마한 글러브 덕후들이 많잖아요? 그들에 비해 무엇이 다르다고 생각하세요? 본인의 ‘덕력’ 자랑을 부탁드릴게요.

‘야용사’라는 카페가 있어요. ‘야구 용품 싸게 사기’의 줄임말인데요. 카페 회원이 30만 명 정도 되는데 제가 글러브 개수로 손꼽히는 편이죠! (뿌듯) 남들과 다른 점 또한 분명해요. 특색 있게 모으고 싶어서 나름대로 테마를 정했거든요. 바로 ‘파란색’이 들어간 글러브를 모으는 거죠! 삼성 라이온즈 팬이에요. 예전에는 파란색 글러브 찾기가 힘들었어요. 기술이 좋아지고 개인 특색에 맞는 오더가 가능하다 보니 파란색 글러브도 많아지게 됐죠. 오로지 파란색과 흰색! 이 점이 다른 글러브 덕후 분들과는 다른 저만의 콜렉팅 방식 아닐까요? (웃음)

 

 

글러브에 관심을 가지기 전, 야구에 관심 가진 계기부터 물어봐야겠죠.

저희 외삼촌이 삼성 선수셨어요. 그 덕에 프로야구 출범했을 때부터 어머니 손잡고 야구장에 많이 갔죠. 가족 중에 선수가 있어서 자연스레 접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파란색에 더 애착을 가지게 됐다고나 할까요. (웃음)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들 모두 글러브에 해원 씨만큼 애정을 갖는 건 아니잖아요? 글러브를 모은 첫 계기가 궁금합니다.

스파이크, 배트, 글러브 등 여러 용품이 있잖아요. 그중 특정 용품 하나만 모으는 사람들이 있죠. 한 브랜드만 고집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그게 바로 접니다! 제겐 글러브가 최고예요. 그리고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어요. 물론 다른 용품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만 파란색이 들어간 용품은 오직 글러브뿐이네요. (웃음) (특정브랜드를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공개해주실 수 있나요?) 말해도 되는 건가요? ‘미즈노’라는 브랜드입니다. 글러브 좋아하시는 분들은 많이들 아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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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로 애정하다

 

날 때부터 덕후인 사람은 없다. 오해원 씨 또한 처음부터 글러브에 큰 관심을 둔 건 아니었다. 단지 보는 야구에서 직접 하는 야구를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글러브는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다가왔다. 전시회에 진열되어있는 멋진 예술품을 보면 으레 소장 욕구가 들기 마련이다. 그렇게 취미로 시작한 글러브 모으기는 그의 예술품 컬렉션이 되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특별하잖아요. 해원 씨의 첫 글러브는 어떤 제품이었나요?

컬렉팅이 아닌 제 첫 글러브는 생활 체육 야구할 때 쓰려고 산 제품이었어요. 박찬호 선수가 사용한 제품과 같은 것인데요. 야구 초보가 사용하기에는 고가였지만 당시 박찬호 선수가 국민 영웅이었잖아요. 포지션과 관계없이 다들 그가 사용한 글러브를 선호했죠.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웃음)

 

 

그 첫 글러브는 아직도 갖고 계신가요?

물론이죠. 처음엔 직접 사용했었는데 쓰다 보니까 너무 아까워서 더는 쓰지 못하고 소장해놓았어요. 그래서인지 시간이 지났는데도 상태가 좋습니다.

 

 

차츰차츰 글러브 개수를 늘리셨는데, 해원 씨의 ‘잇 글러브’ 가장 애정이 가는 제품은 어떤 것인가요?

지금 말할 글러브를 갖게 된 계기가 조금 특이해요. 한국을 대표하는 왼손 투수였던 구대성 선수 아시죠? 구대성 선수가 실제 사용했던 글러브를 제가 가지고 있어요. 친분이 있다거나 직접 만난 것은 아니고요. (웃음) 예전에 모 고등학교에 구대성 선수가 강의를 나간 적이 있어요. 거기서 한 선수를 보고 ‘이 아이는 크게 되겠다’라는 걸 느끼고는 자기가 사용하던 글러브를 그 선수에게 줬대요. 하지만 당시 그 선수가 돈이 필요했던 건지 야용사 카페에 올렸더라고요. 마침 파란색이기도 하고 제가 바로 사버렸습니다! (웃음) 아직도 야구를 하고 있다면 지금쯤 후회하고 있지 않을까요? 그 친구가 훌륭한 선수로 성장했다면 그 글러브를 돌려주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한순간의 욕심으로 놓친 글러브가 그 친구에게 힘을 줄 수도 있으니까요.

 

 

유달리 획득이 힘들었던 제품은 무엇인가요?

카페에 글러브 파는 글을 올리면, 보통 인기 있는 제품은 일 분 안에 스무 명 정도가 댓글을 달아요. 1등이 글러브 주인이 되는 거죠. 이 글러브는 일 분 안에 오십 명이 댓글을 달았어요. 당시는 스마트폰이 웬 말이에요. 종일 PC 앞에서 눈치껏 대기하는 수밖에 없었어요. 삼성 김상수 선수가 신인 때 썼던 제품인데요. 판매용이 아니라 선수가 쓰도록 준 글러브입니다. 숫자 2라고 자수가 새겨져 있어요. 김상수 선수가 지금은 7번이나 초창기 때 2번을 달고 있었잖아요. 총 3개만 제작된 걸로 알고 있어요. 이 아이는 수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결국 제 품에 오게 되었습니다. 이걸 구했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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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을 위한 선물

 

야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글러브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우리나라에도 글러브 제작 업체가 생기는 등 그 종류가 다양해졌다. 자타공인 글러브 컬렉터 오해원이 더그아웃 매거진 독자들에게 ‘좋은 글러브 고르는 팁!’을 공개한다.’ “가장 중요한 건 썼을 때 편해야합니다. 색상이나 디자인은 다음 문제죠. 손이 편해야 자기 스타일에 맞게 사용할 수 있어요. 사람마다 잡는 스타일이 다 다르니까요. 보통 처음 글러브를 사게 되면 엄청 딱딱해요. 초보가 길들이기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처음 사시는 분들은 새것보다 중고를 써보는 걸 추천합니다. 새 제품을 샀다가 본인에게 맞지 않을 수 있거든요. 실제로 다양한 형태의 글러브를 사용해본 후 본인에게 맞는 걸 선택해도 늦지 않아요.”

 

 

실례가 안 된다면 글러브의 개수, 들인 금액이 얼마인지 물어도 될까요?

지금까지 모은 것은 140개 정도 됩니다. 금액을 따져보면 약 7,000만 원 가량 들었겠네요.

 

 

와, 정말 큰 금액이네요! 자금이 없다면 글러브 컬렉션을 완성할 수 없었을 것 같은데요. (웃음)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자투리 돈이 생기면 글러브를 사곤 했어요. 보너스를 받거나 주식으로 돈이 생긴다든가 하는 거요. 또 책을 쓰면 인세가 나오는 거로 사기도 하고요. 적당한 생활을 하면서 하나씩 글러브를 모아왔습니다.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다가 자신에게 선물을 줄 때가 있잖아요. 저는 야구와 글러브를 좋아하다 보니 스스로 잘할 때마다 그에 대한 선물로 저 자신에게 글러브를 선물했어요. 누군가는 그 돈으로 여행을 다닐 수도 있고 차를 바꿀 수도 있겠죠?

 

 

글러브가 이렇게 비싼 줄 몰랐어요!

글러브에도 등급이 있는데 그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에요. 저도 10만 원대의 저렴한 제품부터 100만 원이 넘는 고가의 제품도 몇 개 가지고 있습니다. 여성분들 중 가방이나 옷이 진열되어있는 방을 만드는 것에 로망 있는 분들 있잖아요? 자신에게 선물을 주기도 하고요. 저도 비슷한 거죠.

 

 

혹시 결혼은 하셨나요? 가족이나 친구들은 해원 씨의 글러브 컬렉팅을 보고 뭐라고 하시나요?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습니다. 가족들은 안 좋아하죠. 생활 체육 야구를 즐기는 남편을 둔 아내들은 야구가 미울 거예요. 주말에 야구하러 가면 집안일에 소홀할 때도 있고, 아이랑 보낼 시간도 줄어드니까요. 장비 사느라 돈도 들고요. 방송 나가기 전까지 아내는 10개만 있는 줄 알았어요. 처음엔 방송을 거절하다가 아이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당시 아내가 글러브 개수와 비용을 알고 펄쩍 뛰었는데, 잘 설득했으니 방송에도 나갔겠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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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락된 유일한 마약

 

본업인 토익 강의만 해도 빠듯할 시간에 그는 생활 체육 야구도 병행한다. 게다가 하나의 팀이 아닌 무려 3개 팀에 소속되어 있다. 그런데도 그는 지친 기색 하나 없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듯한 일정을 야구를 즐기는 마음 하나로 이어나간다. “지금은 3개지만 많을 때는 5개까지도 활동했었어요. 보통 생활 체육 야구는 한 가지 포지션만 맡고 있지 않아요. 팀마다 원하는 포지션이 다르니까 어쩔 수 없죠. 투수, 포수, 3루수를 맡고 있어요. 가장 많이 한 포지션은 포수입니다.”

 

 

학생들이 선생님을 보며 야구에 빠지거나 하진 않나요? 혹시 학생들에게 야구 영업을 하는 건 아니신지. (웃음)

‘겟 잇 기어’ 방송을 보고 학원을 찾아온 학생이 있었어요. 또 강의를 하다 보면 학생들이 와서 선생님이 만든 팀이 있다면 들어가고 싶다고 얘기해요. 실제로 제가 뛰는 팀 중 하나의 이름이 학원 이름을 따서 ‘이지투어학원매직’이고요. 학원 강사들과 학생들로 이루어진 팀입니다.

 

 

토익 강의를 하면서 주말에 야구를 병행하기 쉬운 일정은 아닐 텐데요?

야구를 위해서 강의를 많이 희생했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강의가 있었는데 더 늦기 전에 꿈을 실현하고 싶었어요. 프로선수는 아니지만, 야구에 대한 꿈과 동경이 있었으니까요. 생활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강의를 줄이고 그 시간을 야구로 채웠죠. 돈에 대한 욕심을 줄여서 꿈과 밸런스를 맞췄습니다.

 

 

(중략)

 

오해원 씨가 생각하는 야구의 매력이 뭔가요?

복잡하고 어려운 만큼 결과에 대한 가치가 있어요. 힘들지만 그 과정을 거치고 나서 기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죠.

 

 

하나씩 늘어가는, 가득 쌓인 글러브를 볼 때 느낌이 어때요?

제 삶에서 쌓여나가는 하나의 추억? (웃음) 사회에서 추억이 쌓이는 것처럼, 곱씹을 수 있는 게 많아지잖아요.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제 삶의 가치가 조금씩 늘어가는 느낌입니다. 열심히 살았다는 하나의 방증이기도 하고요.

 

 

오해원에게 글러브란?

마약이다. (웃음) 실제 마약을 해본 건 아니지만, 중독성이 있다고 하잖아요. 글러브를 모으는 것도 엄청난 중독성에 끊을 수가 없어요. 나중에 기회가 생기면 야구를 테마로 한 카페를 차리고 싶어요.

 

 

더그아웃 매거진이 최근 밀고 있는 질문인데요. 글러브로 삼행시 부탁드릴게요.

글: 글래머도 필요 없다.

러: 러브도 필요 없다.

브: 브라보 나의 글러브들아!

 

 

엄청난 삼행신데요. (웃음) 함께 생활 체육 야구를 즐기는 더그아웃 매거진 독자들에게도 한마디 부탁드려요.

요즘 모든 사람이 힘든 세상이잖아요. 어떻게 보면 야구를 통해서 그 스트레스를 많이 풀 수 있는 것 같아요. 제가 그런 사람 중 한 명이고요. 즐기는 방법은 다양해요. 여러 매체를 통해 볼 수도 있고 직접 관람을 갈 수도 있고, 생활 체육 야구를 할 수도 있고요. 여건이 된다면 직접 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저처럼 용품을 모으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고요. 주위 사람들이 저더러 행복찾는 방법을 안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야구 하나만 가지고 기쁨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참 많아요. 독자 여러분도 저처럼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하나의 테마를 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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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텍스트에 한계가 있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어떻게 해도 그의 열정을 담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오해원 씨를 보고 깨달았다. 그저 좋아하는 걸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즐겁고 행복할 수 있음을. 에디터의 반응이 커질수록 그의 목소리 또한 조금씩 커졌다. 인터뷰 중간 해당 글러브를 직접 가져와 보여주기도 했다. 오해원 씨는 정말로 야구를 사랑한다. 그는 온몸으로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브라보 나의 글러브! 브라보 나의 인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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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16년 7월호(63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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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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