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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Ace 성동구 리틀야구단 박민서 MEMORIES

dugout*** (dugout***)
2017.03.09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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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함 속의 평범함

 

야구가 남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시대는 지난 지 오래다. 우리나라에서도 2007년 한국 여자 야구 연맹이 출범하는 등 여자야구 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인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여자 야구에서 프로라는 이름은 그림의 떡이다. 여자 야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체의 근력과 역동성이 주는 화려함이 덜하다는 이유에서다. 여기 홈런을 날리고, 시속 100km가 넘는 공을 뿌리며 자신만의 길을 차근차근 만들어 가는 최연소 여자 리틀리그 선수가 있다. 성동구 리틀야구단 박민서의 이야기다.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황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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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저는 성동구 리틀야구단에서 1루수와 투수를 맡고 있는 박민서입니다.

 

 

설 연휴는 잘 보냈어요?

네. 세뱃돈도 받고 친척동생들하고 많이 놀아줬어요. (동생들이랑 뭐하면서 놀았어요?) TV보고 스마트폰만 한 것 같아요. (웃음) 딱히 할 일이 없었어요. 아, 친척동생이 두 명인데 좀 있으면 한 명이 더 생길 것 같아요.

 

 

가족이 늘어난다니 축하할 일이네요! 방학인데 가족들과는 좋은 시간 보냈나요?

원래 가족들이랑 1년에 한 번씩 해외여행도 갔는데, 작년에 야구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여행을 안 갔어요. 이전엔 홍콩, 싱가포르도 가고 유럽도 갔다 왔는데, 겨울 동안 계속 야구만 한 것 같아요.

 

 

추운 날씬데 여행도 제쳐두고 정말 대단하네요! <더그아웃 매거진> 60호에서 만난 적이 있어요. 그때보다 부쩍 성장한 느낌이 드는데….

일단 키가 작년에 비해 많이 컸어요. 5학년 9월에 처음 야구 시작할 때는 147cm이었는데, 지금 162cm예요. 운동을 하니까 키가 갑자기 많이 커졌어요. 몸무게는 비밀이에요. (웃음)

 

 

조금 있으면 제 키를 따라잡겠어요! (웃음) 매체에도 많이 나왔는데 사람들이 알아보지 않던가요?

제가 리틀야구단에 다니다 보면 버스를 타거나 걸어갈 때도 유니폼을 입고 다니는데 그때 사람들이 많이 알아봐요. 학교 끝나면 바로 리틀야구단으로 가야 하니까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가거든요. 한번은 맥*날드에서 햄버거만 먹고 나가려 했는데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더라고요. 뉴스에 나온 애 맞느냐고 물어봐요.

 

 

사람들이 그렇게 자기를 알아보면 어때요?

그저 그래요. (웃음) 처음에는 좋았는데 시간이 좀 지나니까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야구선수를 꿈꾸는 여학생’은 확실히 흔치 않은 타이틀이다. 하지만 거기에 잘하기까지 하니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처음에는 사람들의 관심이 신기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민서 양은 1년 전보다 신체조건 만큼이나 정신적으로도 성장해 있었다.

 

 

야구는 언제부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4학년 때부터였을 거예요. 처음에는 야구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어요. 가족들이 프로야구 경기 보러 가면 따라다니는 정도였거든요. 전 주변 놀이터 같은 곳에서 노는 게 좋았는데 한번은 아빠가 경기를 끝까지 다 보는 대신에 원하는 걸 하나 사주겠다고 하셨어요. 그날 보러 갔던 경기가 굉장히 재밌었는데 그때부터 야구에 관심을 가졌죠. 부모님한테 야구 규칙도 자세하게 물어보고 제가 좋아하는 팀 유니폼도 사면서 야구 보는 재미를 알았어요. 그러다 4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 중에 야구를 하는 친구가 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야구를 직접 해보고 싶어서 처음에는 주말에만 하는 티볼을 시작했는데 가만히 있는 볼만 치니까 재미가 없더라고요. 누가 던져주는 공을 쳐보고 싶었어요. 투수도 해보고 싶었고요.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씩 방과 후에 하는 연식야구가 있어서 그것도 신청했어요. 나중에 저랑 같이 연식야구 하던 친구들이 리틀야구단으로 가게 돼서 저도 거기 들어가게 해달라고 부모님한테 조르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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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재미에서 하는 재미까지 알게 됐네요. 티볼은 가만히 있는 볼을 치는 건데 던져주는 공을 치려니까 어렵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상대팀이 느리게 던져줘야 잘 쳤어요. 연식야구도 선생님이 연습할 땐 일부러 느리게 던져주셨거든요. 그래서 처음에 리틀야구단 들어가서 청백전 했을 때는 친구들이 빠르게 던지면 잘 못 쳤어요. 그런데 피칭머신에서 나오는 공도 계속 보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빠른 공을 계속 경험하게 되잖아요? 그 덕에 이제는 눈에 익어서 괜찮아요. 아직 쉽다고 말하긴 그렇고…. (웃음)

 

 

보통 야구 시작할 때 공을 무서워하는데 민서 양은 그렇지 않았나 봐요.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공에 맞으면 얼마나 아픈지도 모르잖아요. 그러다가 한 번 맞아보고 나니까 조금은 무서워졌어요. 특히 땅볼 타구가 그래요. 불규칙 바운드가 나올 수도 있으니까.

 

 

저도 처음 공에 맞았을 때 생각하면, 어휴….

타석에 있을 때도 폼이 특이하거나 마구잡이(?)로 보이는 투수들이 나오면 홈플레이트에서 조금 떨어져서 쳐요. 딱 봐도 제구가 안 될 것 같은 투수들이 있거든요. (웃음)

 

 

같은 또래 친구들은 구속이 얼마나 나와요?

제가 쳤던 공들은 7~80km 정도 되는 것 같았어요. 처음에 들어갔던 리틀야구단은 주말반이었어요. 주말반은 거의 취미로 하는 친구들이어서 그렇게 빠르진 않았는데, 선수반 친구들 공은 꽤 빨랐어요.

 

 

지금 있는 성동구 리틀야구단에 대해서 자랑 좀 해주세요!

굉장히 오래된 팀이에요. 30년이 넘었거든요. LG 트윈스 류제국, KIA 타이거즈 박찬호, NC 다이노스 김종호 선수처럼 프로 선수도 많이 나왔고 전통 있는 팀이에요. 예전에는 우승, 준우승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잠깐 떨어진 느낌이지만 다시 올라가야죠!

 

 

민서 양 덕분에 꼭 그렇게 될 거예요. 연습하는 환경은 어때요?

옛날에는 저희 팀이 쓸 수 있는 야구장이 있어서 선수들도 많이 들어오고 청백전도 자주 했는데, 지금은 그 야구장이 없어졌어요. (서무룩) 그래서 축구장에서 연습했는데 그곳도 공사를 시작하면서 농구장에서 연습한 적도 있어요. 지금은 구청에서 조그맣게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줬는데 환경이 그렇게 좋지는 않아서 선수들도 많이 안 들어오는 것 같아요. (제대로 훈련하기가 힘들겠어요.) 배팅도 진짜 야구장처럼 크지 않아서, 타구가 얼마나 멀리 가는지 제대로 알기 힘들어요.

 

 

그런 어려운 환경에서도 멈추지 않았던 노력은 박민서를 배신하지 않았다. 그리고 단순히 ‘흔하지 않은’ 타이틀을 가진 선수에서 ‘대단하다’는 평가를 연달아 받을 만한 재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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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구속이 시속 100km가 넘는다면서요?

홈런을 쳤던 두산 베어스기 대회 이전에 있었던 속초 대회에서 최고 구속이 101km인가 102km가 나왔다고 들었어요. (와, 상대팀에서 놀라지 않아요?) 사실 여자 선수가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다들 놀라요. 아직은 여자 선수가 리그에서 뛰는 게 생소하니까요.

 

 

그렇게 빠른 공을 던지면 상대 타자들이 치던가요?

네. 사실 그 정도 구속이면 딱 치기 좋은 구속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코너워크를 해서 삼진을 많이 잡아요. 특히 바깥쪽 낮은 코스로 던지는 편이에요.

 

 

그런 빠른 공을 코너워크도 할 수 있다니까 더 놀랍네요. 훈련은 어떻게 해요?

팀에서 섀도우 피칭부터 튜빙 같은 어깨 강화운동을 해요. 그런 운동을 꾸준히 하고 몸집도 커지니까 공도 빨라지고요. 타격 훈련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초반에는 감독님이 타격이 재능이 있다고 말씀해주셨는데도 경기에 나가면 떨려서 스트라이크도 제대로 못 치고 볼에 헛스윙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건 스트라이크다’라고 생각이 들었을 때도 적극적으로 스윙을 못 할 때가 많았거든요. 그런데 후반기에 첫 홈런을 치고 나서부터는 타격에 자신감도 붙고 더 적극적으로 스윙을 하니까 안타도 많이 쳤어요. 전반기 성적보다는 확실히 후반기 성적이 더 좋았어요.

 

 

최연소 여자 선수 홈런이었죠! 그 홈런 한 방이 자신감의 계기가 됐던 거네요.

홈런을 한 번 치니까, ‘나도 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타자가 자신감이 없으면 못 치는 게 사실이잖아요. (웃음)

 

 

자신감이 제일 중요하죠. 타자와 투수 모두 자신이 있을 텐데, 꼭 하나만 선택한다면 뭘 선택할래요?

아, 그걸 어떻게 고르지…. (웃음) 못 고르겠어요.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를 묻는 거보다 더 어려워요. (일본의 오타니 쇼헤이(니혼햄 파이터스) 같은 선수가 되고 싶은가 보네요.) 네. 제 롤모델이 오타니 선수예요.

 

 

여자 프로야구계의 오타니가 되길 기대하겠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나면 경기 일지를 작성하는데 어떤 걸 적는 거예요?

하루에 있었던 일과를 쓰고 오늘 연습했던 것 중에서 부족했던 점, 앞으로 고쳐야 할 점이나 다짐 같은 것도 적어요. 그리고 그날 훈련에서 어떤 공을 쳐서 아웃되고 어떤 공을 쳐서 안타를 쳤는지도 분석해서 적어요. (매일요?) 네.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는 그런 성실함이 오늘의 박민서를 있게 했다. 민서 양 아버지의 동의를 얻어 기록 일지를 엿볼 수 있었다. 한 장 한 장 빼곡히 적힌 투구 코스와 타격 기록, 타구 방향과 고쳐야할 점까지. 길게는 하루 10시간이 넘는 훈련을 하고도 모자라, 피곤한 눈을 비비며 써내려갔을 그 글씨들은 그녀의 목표가 얼마나 확실한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투수와 타자 모두 놓치기 싫어하는 욕심까지도 그녀의 롤모델을 꼭 닮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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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에 입학해요. 설레지 않아요?

사실 설레거나 기분이 좋진 않아요. 초등학교 때가 좋았어요. 그때는 야구를 마음 놓고 할 수 있었는데 이제 중학교 들어가면 시험기간에는 공부도 해야 하니까 리틀야구단 가는 횟수도 줄어들잖아요. 남자 선수들은 야구를 잘하면 프로에서 돈을 많이 받을 수 있는데 여자 야구는 그렇지 않아서 공부도 소홀히 하면 안 돼요. 야구를 마음껏 못한다는 게 속상해요.

 

 

이번에 입학하는 행당중학교에는 야구부가 없군요.

네. 중학교 3학년까지는 성동구 리틀에서 계속 야구해야죠.

 

 

체육을 제일 좋아할 텐데, (웃음) 앉아서 공부하는 과목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국어가 재밌어요. 수학이 부족하긴 한데, 국어에서 글쓰기 배울 때가 좋아요. 그리고 사회 시간에 배우는 역사도 재밌어요. 특히 신석기 때부터 광복기 이전까지 부분이요.

 


글쓰기를 좋아하면 책도 많이 읽을 것 같아요.

책은 많이 안 읽어요. (웃음) 대신 저한테 유리한 쪽으로 글을 쓰라고 하면 잘 쓸 수 있어요. 상상해서 쓰는 것도 재밌고요. 일기를 많이 쓰다 보니까 그런가?

 

 

야구 이외에 다른 취미도 있어요?

원래는 하고 싶은 게 따로 있었어요. 태권도를 5~6년 배우고 있었거든요. 태권도 하는 게 꿈이었는데 야구를 하고 나서부터는 야구선수로 바뀌었어요.

 

 

사실 야구를 잘하려면 야구를 열심히 해야 하잖아요. 공부도 이렇게 열심히 하는 이유가 있어요?

공부도 열심히 해야 야구를 계속할 수 있어요. 아빠가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많이 말씀하셨거든요. 다 야구를 하기 위한 거죠.

 

 

같은 반 친구들이 민서 양한테 캐치볼 하자고 하지 않아요?

남학생들이 자주 그래요. 쉬는 시간에는 KBO리그 얘기도 많이 하고요. 여학생들은 야구에 관심이 없어요. (민서 양 공이 너무 빨라서 친구들이 못 받는 거 아니에요?) 제가 세게 안 던지죠. (웃음) 세게 던지면 어깨에 무리가 올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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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남자친구는? (소곤)

없어요. 야구 하기 전에는 있었는데, 야구를 시작하고 나서는 야구에 더 집중하고 싶어졌어요! (단호)

 

 

박해민 선수를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투수 롤모델은 아까 말했던 오타니, 타자는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 선수인데요. 롤모델이랑 좋아하는 선수가 따로 있어요. (웃음) 좋아하는 선수는 박해민 선수!

 

 

삼성 팬인가 봐요. 시구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했죠.

네. 삼성 팬이 된 것도 그때 삼성이 잘해서라기보다는 고향이 대구여서 삼성 경기를 많이 봤던 이유가 커요. 처음 봤던 경기도 삼성 경기였고요. 그런데 요즘 성적이 안 좋아서…. (서무룩)

 

 

삼성이 다시 일어나야 할 텐데 아쉽겠어요. 야구장엔 얼마나 자주 가요?

리틀야구 시작하기 전에는 자주 갔어요. 삼성이 잠실이나 목동으로 오면 거의 다 갔는데 야구를 해야 하니까 지난 시즌에는 거의 못 갔어요. 주말에도 연습 때문에…. (웃음)

 

 

학교에서의 생활과 평소 생활을 들어봐도 여느 학생들과 다르지 않았다. 쉬는 시간에는 친구들과 어제 있었던 경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캐치볼을 즐기며, 공부도 반에서 1등을 할 정도로 잘하는, 놀 때 놀고 공부할 때 공부하는 평범한 14살 우등생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그 모든 중심에는 야구가 있다는 점, 그리고 프로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인 야구를 세상 누구보다도 사랑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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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선수가 되겠다는 생각은 언제 했어요?

리틀야구단에 주말반으로 들어갔을 때는 그냥 취미로만 야구하겠다고 생각했어요. 보통은 3학년 때부터 선수반에 들어가는데 저는 작년 2월에 들어갔어요. 거의 1년 됐죠. 선수반에 들어간 후부터 감독님께서 재능이 있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셨어요. 다른 친구들 부모님도 저희 부모님한테 “계속 같이 했으면 좋겠다”며 설득을 많이 하셨어요. 저도 야구가 더 재미있어졌고요. 그래서 여자 프로 야구에 대해서 찾아봤는데 일본하고 미국에 리그가 있더라고요. 한국에서는 좀 어려울 것 같지만 외국에서라도 제가 좋아하는 야구를 계속 하겠다고 마음먹었어요.

 

 

프로 선수가 되겠다고 했을 때 아버지는 뭐라고 말씀하시던가요?

야구를 매일 나가는 것도 마음에 안 들어 하셨어요. 처음에는 야구하는 모습을 보신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리틀야구단에서 야구하는 걸 보며 마음이 바뀐 것 같아요. (어머니도 지원을 많이 해주시겠어요.) 맛있는 걸 많이 해주세요. 뭐니 뭐니 해도 고기가 제일 중요하죠! (웃음)

 

 

고기는 언제나 옳습니다! 민서 양 실력을 보니까 부모님도 믿음이 가셨나 봐요. 부모님한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이 기회에 해주세요.

앞으로 공부도 더 열심히 할 테니까 제가 좋아하는 야구를 조금 더 많이 시켜주셨으면 좋겠어요. 중학교 가서도 시험기간 빼고 시간 날 때는 야구를 더 많이 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변하지 않고 지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새해도 밝았으니까 목표도 새로 생기지 않았을까요?

(김)라경 언니가 홈런 1개, 그리고 저도 1개를 쳤잖아요? 그런데 리틀리그에서 2개 이상 때린 여자 선수는 없어요. 그래서 제가 여자 선수 개인 최다 홈런 기록을 세우고 싶어요. 그리고 경기도 많이 해봤으니까 작년보다 더 적극적으로 타격하려고 해요. 작년에는 5, 6번 타순을 맡았는데 전에 있던 중학생 선수들이 빠져나가서 제가 4번을 쳐야 할 수도 있거든요.

 

 

(중략)

 

 

리틀리그 월드시리즈도 매년 열리잖아요? 작년 대회 봤나요?

네. 새벽 2시에 하는 경기는 안 자고 봤어요. 새벽 4시에 하는 경기는 엄마한테 깨워달라고 하면서 봤고요. 대한민국 대표로 좋은 성적도 거둬서 선수들한테 고마워요. 한국 야구를 더 빛내주니까요. 또 미국에 모나 데이비스라는 여자 야구선수가 완봉승을 하는 것도 봤어요. 신체조건이 달라서 그런지 공도 110km가 나올 정도로 빠르더라고요. (민서 양도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뽑힐지 잘 모르겠어요. (웃음) 중학교 2, 3학년이 되고 나서도 잘하면 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조금 어려운 질문 하나만 할게요. 민서 양에게 야구란?

인생의 절반이요. 반은 가족이고 반은 야구! 앞으로 제가 야구선수를 하다가 은퇴해도 야구 쪽으로 직업을 가질 생각이에요. 야구를 하면서 꿈도 생기고 야구가 없었다면 삶의 재미를 몰랐을 수도 있겠죠. 그래서 제 인생의 반쪽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프로 선수를 은퇴하고 나서의 계획도 있어요?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최초로 여자 해설위원이 되고 싶어요. 지금 해설위원분들은 다 남자잖아요. 똑같이 선수 생활하고 야구도 많이 알면 여자도 충분히 해설위원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직까지는 여자 야구선수에 대한 편견이 있는데….

이제는 괜찮아요. 지금은 그런 말을 들어도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보내게 돼요.

 

 

굉장히 어른스럽네요! 어떤 야구선수가 되고 싶어요?

여자 야구선수 하면 ‘박민서’라는 이름이 떠오르게 할 수 있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홈런도 더 많이 쳐서 제가 가진 기록이 안 깨지도록 하고 싶어요.

 

 

민서 양의 꿈을 응원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제가 더 잘해서 ‘여자라서 야구를 못한다’는 편견을 깰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릴게요. 다른 여자 선수들이 못 갔던 길을 제가 만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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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길을 만들면서 전진한다.’ 그녀의 좌우명이다. 이미 ‘최연소 홈런을 기록한 여자 선수’라는 아무도 만들지 못한 길을 만들었다. 이제는 ‘최다 홈런을 기록한 여자 선수’, ‘여자 야구 해설위원’이라는 길을 만들려 한다. 여기서 ‘여자’라는 단어를 빼면, 야구를 좋아하는 학생의 평범한 목표가 된다. 민서 양의 꿈을 응원한다면 그녀의 바람처럼, ‘여자 야구선수’를 바라보는 색안경을 이제는 벗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지금 바라보는 박민서도 모든 프로 선수들이 어렸을 적 그랬듯, 프로야구선수를 꿈꾸는 한 명의 평범한 야구 꿈나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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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그아웃 매거진 71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17년 3월호(71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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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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