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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Universe] 동국대학교 최지훈 MEMORIES

dugout*** (dugout***)
2019.06.24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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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처럼, 올해도 다시 한번

 

작년 프로 선수들 사이에서 당당히 U-23 세계야구선수권대회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가 있다. 주인공은 동국대학교 최지훈. 광주일고 재학시절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인 것은 아니지만 대학 진학 후 엄청난 성장을 보여줬다. 내야에서 외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일취월장한 타격으로 호타준족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2018시즌 4할이 넘는 타율(.406)로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줬던 그에게 대학 무대는 너무도 좁아 보인다.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노혜연 Location 동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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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번호 1번, 그리고 동국대의 1번

 

4월에 출발을 알린 2019 대학야구(이하 U리그)는 올해도 쉴 틈 없이 경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준수한 성적을 바탕으로 올해는 더 높은 곳을 향해 순항 중인 동국대학교. 그리고 타선의 중심에 언제나 최지훈이 있다. 치열했던 U리그 전반기 A조 2위를 놓고 펼쳐진 고려대와의 일전에서 그는 승부를 결정짓는 역전 적시타를 때려내 팀에게 승리를 안겼다. 중심타자에서 리드오프로 타순을 옮긴 최지훈은 여전히 투수들에게 압박감을 주는 타자였다.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동국대학교에서 중견수를 맡은 최지훈이라고 합니다.

 

U리그도 이제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이번 시즌 본인의 전반적인 컨디션이나 몸 상태는 어떤가요?

팀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컨디션은 좋습니다. 성균관대와 올해 첫 경기에서 무안타를 기록해 주춤했는데 다행히 조금씩 페이스를 찾아서 나머지는 곧잘 하고 있어요.

 

앞서 말했듯이 성균관대전은 다소 아쉬웠어요.

주위에서 올해 성균관대가 강하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괜히 저도 모르게 긴장했던 것 같아요. 다른 선수들도 그렇고요. 그래서 몸에 힘도 들어가고 얼었어요. 컨디션이 안 좋았다기보다 마음가짐이 좀 부족했어요. (그래도 첫 경기를 제외하고는 타격감이 좋아 보이는데?) 작년에도 첫 경기는 안타를 못 쳤거든요. 두 번째부터 페이스를 찾아서 쭉 그대로 이어갔는데 올해도 지난해처럼 잘 해야죠.

 

이번 시즌 리드오프로 타순을 옮긴 점이 눈에 띄어요.

원래 3번을 유지하고 싶었어요. 방망이도 잘 맞았고 쭉 해왔던 타순이라 정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감독님이 오셔서 “네가 1번을 쳐서 팀이 활발하게 돌아가게 하면 어떻겠냐”라고 제안을 하시더라고요. 저희 팀 선수들이 방망이는 잘 치는데 주력이 부족해서 저를 시키신 것 같아요.

 

그렇다면 타순이 바뀌면서 변화를 준 점이 있나요?

잘 쳐야겠다는 마음은 똑같아요. 그래도 1번은 1루를 자주 밟아야 하는 타순이잖아요. 지난해까지는 카운트 상관없이 자신 있게 배트를 돌렸다면 올해는 스트라이크 존을 좁게 보고 출루를 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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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뜨리며 성장한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헤르만 헤세 ‘데미안’의 일부다. 동국대에 입학한 그는 중, 고등학교 시절 줄곧 맡았던 내야수 자리를 과감하게 포기하고 중견수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이와 함께 타격에도 눈을 뜨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최지훈에게 동국대 진학은 그야말로 하나의 ‘깨뜨림’이었다.

 

야구는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요?

워낙 운동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야구가 뭔지도 몰랐는데 부모님께서 먼저 권하셨어요. 기억은 잘 안 나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외야가 잘 맞았던 것 같아요.공을 쫓아다니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부모님께서 “쟤는 외야수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줄곧 내야수였어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포지션을 바꿨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가요?

내야수 선배들이 워낙 탄탄했어요. LG 트윈스에 지명 받은 (구)본혁이 형, (강)인호 형, (박)형석이 형 모두 견실했거든요. 제가 어깨도 좋고 달리기도 빠르다 보니 감독님이 외야수 쪽으로 바꿔 주신 게 아닌가 생각해요.

 

광주일고 3학년 시절 대통령배 우승은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성남고와의 연장 11회 혈투 끝에 정상을 차지했어요. (2013년과 2014년 모두 대통령배 결승 진출에 실패했던 광주일고는 2015년 드디어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빗속에서 치러진 이 날 경기는 그야말로 대역전극이었다. 리드오프로 출전한 최지훈은 5점 차로 뒤지고 있던 9회 동점타를 때려내며 경기를 연장까지 끌고 갔다.)

야구를 하는 동안 절대 잊지 못할 경기예요. 그날 비도 너무 많이 왔고, 제 생일이었거든요. 사실 경기 내용 자체는 워낙 정신없이 진행돼 가물가물한데 분위기와 우승은 평생 간직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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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동국대에 입학했어요. 프로 지명을 기대했을 것 같아요.

대학 입학만 생각한 게 아니어서 지명이 끝나고 많이 울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못해서 떨어진 건데, 어려서 눈물이 나왔던 것 같아요. ‘이제 야구를 그만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고요. 부모님께서 “4년만 더해봐라. 집을 팔아서라도 뒷바라지 해줄 테니 한 번 시작한 거 끝은 봐야 하지 않겠냐”라고 위로해 주시더라고요. 그 말에 용기를 얻어서 지금까지 버티고 있어요.

 

그렇다면 동국대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고등학교 2학년 때 동국대 형들과 연습 경기를 한 적이 있어요. 유니폼도 그렇고 형들이 엄청 멋져 보이더라고요. 당시에 리그에서 동국대가 3관왕, 4관왕을 할 정도로 야구를 잘했거든요. 저도 저기에 가면 야구를 좀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선택했어요.

 

대학에 와서 어떤 점을 가장 발전시키고 싶었나요?

힘이 부족해 ‘웨이트 트레이닝도 열심히 하고 장타에 욕심을 내봐야겠다’라고 다짐했어요. 근데 막상 해보니 잘 안되더라고요. 작년에 시즌을 앞두고 일본 전지훈련을 가서 (송)현우 형하고 방망이에 대해서 연구도 하고 웨이트도 더 열심히 했어요. 그러니까 원했던 장타가 나오더라고요.

 

그럼 고교리그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이 무엇이었나요?

제일 힘들었던 게 투수들 공의 힘이 너무 좋아서 이길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아 근력 운동을 진짜 열심히 해야겠구나’라고 뼈저리게 느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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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말부터 꽤 준수한 활약을 보여줬어요. 타격에 눈을 뜬 건가요?

대학에서 제일 좋아진 부분이 타격이에요. 터닝 포인트가 있었던 건 아닌데 감독님이 4년 동안 저를 믿고 기용해주신 게 자신감을 만들어줬어요. (이건열 감독하고는 많은 대화를 나누는 편인가요?) 아뇨. (웃음) 감독님은 과묵하신 편이에요, 대화를 하기보다 타격이 좀 주춤할 때 가끔 오셔서 이렇게 해보라고 지도해주세요.

 

2018시즌 4할을 넘는 타율을 기록했어요. 활약의 원동력이 있나요?

자신감이요. 원래 타석에 들어가면 생각이 많아지는데 지난 시즌에는 그런 게 없었어요. 무조건 칠 수 있을 것 같았죠.

 

그렇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요?

작년 경성대와의 주말리그 후반기 6차전이요. 1회 첫 타석이랑 5회에 담장을 두 번이나 넘겼어요. 살면서 처음 경험한 일이라 신기했어요.


본인의 활약에 힘입어 작년 동국대 성적이 좋았어요. 그럼에도 유독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어요. 대통령기에서는 영남대에, U리그 왕중왕전에서는 원광대에 발목을 잡히면서 결승에 진출한 두 토너먼트 대회에서 모두 준우승을 거뒀어요. 아쉬움이 클 것 같은데요.

저희 팀원 모두 두 대회 결승에서 지고 울었거든요. 저희가 대학교 다승 1위 팀이었어요. 승리를 가장 많이 했어도 우승을 못해서 아쉬움이 남죠. 그래서 4학년 친구들과 올해는 꼭 해보자고 계속 얘기하고 있어요. 저희 팀 에이스 (최)이경이도 잘하고, 이경이를 받쳐줄 (장)웅정이도 있고, 주장 (석)호준이도 있으니까 아픔을 이겨내고 기필코 우승해야죠.

 

동국대는 2013년 이후 한 번도 빠짐없이 전국체전 서울시 대표였어요.

졸업하기 전에 출전할 수 있는 마지막 대회예요. 전국체전도 꼭 정상에 올라야죠. 지난해 전국체전을 같이 못 했거든요. 서울에서 열리는 거로 알고 있는데, 대표로 나가서 우승하면 너무 자랑스러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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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삶의 일부가 된 야구

 

2019년, 어느덧 야구를 한 지 햇수로 10년이 넘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운명을 결정지을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해이기도 하다. 지난해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던 그는 이번 시즌을 어떤 심정으로 맞이하고 있을까. 또 그에게 야구는 어떤 의미일까.

 

벌써 대학 마지막 시즌이에요.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준비했나요?

다들 좋았던 것을 유지하는 게 더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욕심에는 작년보다 잘하고 싶지만 안정적으로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준비했어요. 저희 팀원들끼리 잘 뭉쳐서 마지막 한 해 멋있게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투타의 중심에서 최이경과 함께 책임감이 클 것 같아요.

후배들이 저를 무서워해요. 제가 군기반장이래요. (웃음) 저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시합 때는 잘하라고 파이팅도 하고 애들 들어오면 격려도 해줘요.

 

아직 선수로서 개인상이 없어요.

상복이 살짝 없는 것 같아요. 대통령배 대회에서도 덕수고 최근수 선수라고 지금 아마 경희대에 있을 텐데, 그 선수에게 최다안타 상을 내줬거든요. 상 욕심은 크게 없어요, 개인적인 목표보다도 친구, 후배들과 있어 즐겁고 야구가 재밌어서 하는 거잖아요, 마지막 해니까 좋은 추억 쌓고 졸업하고 싶어요.

 

그렇다면 최지훈에게 야구란?

어려운데… 저한테 야구는 뭐랄까 하루에 세 번 밥 먹는 느낌이에요. 할 때는 힘들어도 안 하면 허전하고 없으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만두고 싶지 않고요. 그런 존재예요.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지?

팬들한테 물어봤을 때 최지훈하면 ‘아 그 사람 밝은 사람, 재밌는 사람’ 그 정도면 좋을 것 같아요.

 

본인의 강점을 직접 어필해 본다면?

송구 능력은 자신 있고요. 달리기도 저희 팀에서 제가 제일 빨라요. 수비도 잘하고, 방망이도 잘 치고, 다 잘하는 것 같습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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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리그 후반기, 그리고 여름에 펼쳐질 토너먼트 대회들을 치르고 나면 마지막 시즌도 마무리 됩니다. 남은 경기에 임하는 각오 한마디 부탁합니다.

벌써 팀에서 최고참인 게 실감이 안 나네요. (웃음) 상대에게 ‘동국대는 이런 팀이구나’ 각인시켜주고 싶습니다. 우승해야죠. 보여드리겠습니다.

 

***

‘우승’ 최지훈의 머릿속은 온통 팀 생각뿐이었다. 사실 작년 동국대가 패배한 대통령기, U리그 왕중왕전 결승전 모두 최지훈은 멀티 히트를 기록하며 제 몫을 다했다.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음에도 팀의 아쉬운 준우승에 스스로 만족하지 못했다고 밝힌 최지훈. 그의 바람대로 동국대가 과연 올해는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을까. 이와 함께 그 역시 한 차례 좌절을 맛본 드래프트에서 웃을 수 있을까. 최지훈과 동국대 모두 웃을 수 있는 한 해가 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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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 닉네임 어쩌고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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