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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Report] 인천고등학교 임형원 MEMORIES

dugout*** (dugout***)
2019.08.2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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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노래하게 하는 와일드씽

 

‘Wild thing, you make my heart sing~.’ 웅장한 기타 소리와 함께 팬들이 목 놓아 부르는 이 가사. 영화 ‘메이저리그’에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마무리 투수 릭 본(찰리 신 분)이 마운드에 나오면 관중은 “Wild Thing!”을 외친다. 제구가 어디로 튈지 모르지만, 투수의 팔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원시원한 강속구는 보는 이들을 열광케 한다. 2019년 고교야구 무대에도 이와 같은 선수가 있다. 역동적인 투구폼을 바탕으로 한 빠른 강속구와 화려한 공의 움직임. 인천고 임형원은 사이드암 투수로서 매력적인 요소를 두루 갖췄다. 등장 곡의 가사처럼 내 심장이 노래하게 만드는 와일드씽! 임형원의 이야기다.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최윤식 Location 인천고등학교

 

임형원

생년월일 2001년 9월 15일 신체조건 186cm 75kg 출신교 소사리틀야구-인천 동산중- 인천고 포지션 투수 투타 우투우타

2019시즌 성적 11경기 3승 0패 33.2이닝 43탈삼진 33사사구 평균자책점 3.44

 

임형원_(1).jpg


본인 소개 부탁해요.

안녕하십니까. 인천고등학교 사이드암 투수 임형원이라고 합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나요?) 협회장기에 이어 봉황대기도 바로 시작해서 피칭하면서 컨디션을 올리고 있어요.

 

#청룡기에서의 투혼 그리고 아쉬움

 

임형원이 자신의 주가를 끌어올린 것은 지난 7월 6일 펼쳐졌던 덕수고등학교와의 청룡기 1회전이었다. 이날 인천고의 선발투수로 등판한 박시후가 이닝 초반 어려움 겪으며 일찍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그를 대신해 등판한 임형원은 강타자가 즐비한 덕수고 타선을 상대로 호투를 펼쳤다. 두 번째 투수로 올라와 경기를 마무리 짓고 싶었지만 최다 투구수 규정으로 인해 9회 초 1사 주자 1명을 남겨둔 채 다음 투수에게 공을 넘겨야만 했다. 이날 그의 최종 성적은 5.2이닝 3피안타 4사사구 1실점 8탈삼진. 인천고 유니폼을 입은 이후 거둔 최고의 성적이었다.

 

청룡기 첫 경기가 덕수고전이었죠. 인상적인 피칭이었어요.

상대가 강팀이라 즐기자는 생각으로 던졌어요. 그런데 그날따라 제구도 잘 되고 스피드도 잘 나왔어요. (웃음) 연습게임까지 합쳐서 제일 재미있는 경기였어요.

 

덕수고 타자들을 상대로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처음 올라갔을 때와 이닝을 마치고 내려왔을 때 기분이 달랐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긴장을 많이 해서 아무 생각도 안 들었어요. 첫 이닝을 마무리 짓고 나니까 여유가 생겨서 이후에는 자신 있게 투구했어요.

 

이날 호투뿐만 아니라 8회에 파울 플라이를 몸을 던져 직접 잡은 게 화제됐어요.

큰 점수 차로 이기고 있었지만 아웃 카운트 하나하나가 소중하더라고요. 타구가 뜨자마자 ‘한번 잡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다이빙을 했는데 운 좋게 잡았어요.

 

그런데 잡고 나서 한동안 일어나지를 못했어요.

고등학교 입학 이후로 처음 슬라이딩을 했어요. (웃음) 한동안 안 했더니 상체에 부담이 된 것 같아요. (그때 야수들이 모두 달려가서 임형원 선수를 에워쌌어요. 뭐라고 하던가요?) 괜찮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경기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지만 9회에 투구수 제한(한 경기 최다 투구수 105개)으로 투 아웃을 남겨두고 마운드에서 내려왔어요.

솔직히 끝까지 던지고 싶었어요. 하지만 투구수 제한까지 두 개만 남겨둔 상황이라 애들을 믿고 마음 편히 내려왔어요. 감독님께서도 수고했다고 해주셔서 뿌듯했어요.

 

본인 투구의 점수를 매겨 본다면?

99.9점이요. (0.1점은 왜 빠졌나요?) 이닝은 잘 채웠는데 볼넷을 내준 게 있어서 점수를 조금 깎았습니다.

 

투혼을 펼치고 내려온 마운드. 이제 남은 아웃 카운트는 단 두 개. 하지만 야구는 드라마의 스포츠가 아닌가. 임형원을 대신해 등판한 인천고의 투수들은 갑자기 영점을 잡지 못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는 곧 덕수고의 기회로 이어졌다. 볼넷 그리고 안타와 홈런. 덕수고는 9회 초 무려 12득점에 성공하며 경기를 단숨에 뒤집었다. 승기를 눈앞에서 놓친 인천고는 9회 말 마지막 공격에서 추격해보지도 못한 채 허무하게 무너졌다.

 

많이 아쉬웠겠어요.

화도 나고 허무했어요. (경기 끝나고 선수단이 모여 이야기를 하던데 어떤 대화를 나눴나요?) 감독님께서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고 하셨어요.모든 대회가 끝난 건 아니니까 더 잘 준비해서 좋은 성적 보여주자고 다독여 주셨죠.

  임형원_(2).jpg

 

#취미에서 선수로

 

운동을 좋아해 처음에는 방과 후 축구 클럽에 가입했다. 그러다 우연히 접한 야구 경기. 그라운드 가장 높은 곳에서 홀로 묵묵히 타자를 막아내는 투수에 첫눈에 반해버렸다. 그렇게 어린 임형원은 야구를 만났다. 흠뻑 빠져버린 야구를 취미로라도 하고 싶어 축구 클럽을 나와 야구 클럽에 들어갔다. 축구화를 벗어 던지고 손에 낀 글러브.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의 왼손에는 여전히 글러브가 있다.

 

과거로 되돌아 가볼까요. 야구는 어떻게 시작했나요?

학교 클럽 중에 야구부가 있어 4학년 때부터 방과 후 활동으로 하게 됐어요. 평소에도 운동을 좋아했거든요. 그렇게 1년 정도 하다가 집에 가는 길에 소사리틀야구 정식반이 학교에서 운동하는 걸 보게 됐어요. 저도 정식으로 선수를 해보고 싶어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정식으로 선수를 하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야구를 취미 이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테스트를 봤을 때 감독님께서 재능이 있다고 취미로 끝내지 말고 정식으로 해보자고 하셔서 마음이 바뀌었어요.

  

처음부터 투수를 했다고요?

예전에 임창용 선배님이 투구하는 모습을 보고 야구에 빠지게 됐거든요. 그러면서 투수에 대한 로망이 생겼어요. 조금씩 꿈을 키우다가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

 

임창용 선수를 보고 투수의 꿈을 키웠다면 사이드암으로 전향은 언제 했나요?

중학교 1학년에 올라갈 때요. 전에는 오버로 던졌는데 감독님이 제가 팔이랑 몸이 유연해서 사이드로 던지는 게 유리할 것 같다고 하셨어요. 그 말에 혹해서 하게 됐어요.

 

임형원을 야구로 이끈 소사리틀야구 박형식 감독은 에디터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했다. “(임)형원이를 처음 봤을 때 몸이 정말 유연했어요. 체구는 크지 않았지만 몸을 활용하는 능력이 좋았죠. 그래서 정식으로 야구를 배워보면 어떻겠냐고 권했어요. 형원이가 이 이야기는 잘 모르는데 제가 정말 키워보고 싶어서 아버님도 설득하고 그랬어요. (웃음)”

 

박 감독은 임형원의 재능뿐만 아니라 착한 심성 안에 자리 잡은 투쟁심을 높이 샀다. “저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선수를 뽑을 때 아이의 마인드를 먼저 봐요. 형원이는 그 점에서 정말 좋은 친구였죠. 심성도 착한데 본인이 잘 안 되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려고 하는 근성과 요즘 아이들에게는 찾아볼 수 없는 투쟁심이 있어요. 가진 능력도 있어야 하지만 형원이가 이만큼 성장한 것에는 이런 정신력이 한몫했다고 생각합니다.”

  임형원_(6).jpg

 

#인천고 광속 사이드암

 

다른 선수에 비해 늦게 시작한 야구지만 재능과 강인한 멘탈을 바탕으로 임형원은 현재 아마야구를 대표하는 광속 사이드암이 됐다. 와일드한 투구모션과 보통의 사이드암 투수보다 높은 팔타점에서 나오는 최고 구속 147km/h의 속구는 그의 장점 중 하나. 체구는 말랐지만 신체 탄력과 강한 어깨를 겸비해 프로에서 구속이 더 향상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싱커성 투심과 각이 큰 슬라이더는 공의 움직임이 지저분해 타자들이 상대하기 까다롭다는 의견이다.

 

반면에 아쉬운 점은 제구다. 컨디션 기복에 따라 영점이 흔들리는 단점을 가진 임형원이 올해 기록한 이닝당 볼넷 비율은 8.95개. 프로에서 뛰어난 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좋지 않은 몸 상태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영점이 필요하다.

 

중학교 때까지는 눈에 띄는 선수가 아니었어요.

지금보다 확실히 몸도 말랐고 근육도 없어서 구속도 130km/h 초중반 정도밖에 안 나왔어요. 부족한 점이 많았죠. 그래도 계기범 감독님이 좋게 봐주셔서 인천고에 입학하게 됐어요.

 

그 평범했던 중학생 선수가 고등학교에 오면서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구속이 급속도로 성장했어요.

1학년 때 시합을 하다가 팔꿈치가 안 좋아서 재활을 하게 됐어요. 그 기간에 웨이트 트레이닝과 보강 운동을 했더니 복귀 이후에 구속이 확 좋아졌어요.

 

구속은 성장했지만 제구가 좋지 않아 2학년 때는 많은 실전 경기에 나오지 못했어요.

스피드가 갑자기 증가하면서 던지는 타점이 흔들렸어요. 그러다가 작년 봉황대기에서 덕수고를 상대로 선발로 올라가 투구하면서 포인트를 찾았어요. 덕분에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경기를 펼쳤죠. (어떤 포인트를 찾은 건가요?) 피칭할 때 무게중심을 평소보다 좀 더 뒤로 잡아놓고 투구했는데 제구가 더 잘 잡히는 느낌을 받았어요. 감을 잊지 않으려고 이번 동계 훈련을 비롯해 요즘도 섀도 피칭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자신의 강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140km/h 중반의 빠른 속구를 가지고 있고요. 공의 무빙이 지저분해요. 그리고 변화구는 슬라이더를 주로 던지는데 각이 좀 커서 타자가 상대하기 까다로운 게 장점입니다.

  임형원_(5).jpg

 

다이내믹한 투구폼도 인상적이에요.

리틀야구 감독님이 사이드암 투수 출신이라 처음 투구폼을 바꿀 때 세세하게 알려주셔서 제게 맞는 폼을 완성할 수 있었어요. 덕분에 별다른 수정 없이 지금까지 잘 던지고 있어요. (보통의 사이드암과 다르게 팔의 회전이 큰 편이에요.) 뒤에서부터 팔 회전을 크게 하면 그만큼 탄력을 더 받을 수 있어요. 그러면 속구의 스피드도 빨라지고 변화구 각도 커지는 장점이 있어요. 

 

앞서도 슬라이더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는데 변화구는 어떤 게 있나요?

슬라이더, 투심, 체인지업이 있습니다. (커브도 있지 않나요?) 커브는 슬라이더처럼 던지는데 강약 조절을 해서 슬러브 형식으로 던지고요. 카운트가 유리할 때는 각이 빨리 꺾이는 속구 형식의 슬라이더로 투수를 상대해요. 투심은 좌타자랑 승부할 때 속구 대신으로 사용하고요. 체인지업은 고등학교에 와서 배우게 됐는데 아직 실전에 쓰기는 부족해서 연마 중입니다.

 

라이벌로 생각하는 사이드암 투수가 있다면?

북일고 김양수 선수요. 공이 빠른 것도 비슷하고 중학교 때부터 유명했던 선수거든요. 그래서 다른 선수보다 더 신경이 쓰여요.

 

올해 인천고는 좋은 투수가 많아요. 본인을 포함해 김동현, 박시후와 ‘인천고 트로이카’로 불리고 있어요.

(김)동현이랑 (박)시후는 중학교에서도 유명했어요. 같은 학교에 입학한다는 걸 알고 부담도 됐는데 선의의 경쟁을 통해 저도 발전할 수 있으니까 뒤처지지 않으려 더 열심히 했어요. 3년 동안 함께 생활하면서 지금은 정말 친한 친구가 됐고요.

 

선의의 경쟁 덕분일까요? 세 선수 모두 메이저리그 구단의 관심을 받았어요.

프로 구단만 생각하며 달려왔는데 메이저리그에서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했어요. (부모님도 굉장히 자랑스러워했을 것 같아요.) 영광스럽고 장하다고 하셨어요. 제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늘 아낌없이 지원해 주셔서 늘 감사해요. 신인드래프트가 끝나고 여유가 생기면 부모님과 여행도 가고 싶고 프로야구 선수가 돼서 보답해 드리고 싶은 게 많습니다. 

 임형원_(3).jpg


#야구라는 사회

 

19살, 야구만 바라보고 달려온 지난 9년의 시간을 평가받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야구를 통해 사람을 만나고 사회를 배웠다는 임형원. 이제 또 다른 사회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그가 꿈꾸는 프로야구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청룡기를 마치고 포항에서 협회장기를 했어요. 올해 인천고 전국대회 최고 성적인 8강으로 대회를 마무리했는데 소감이 궁금합니다.

더 올라갈 수 있었는데… 아쉬워요. 경북고랑 8강전을 했는데 그날 컨디션이 안 좋아 대량실점을 내줬어요. 타자들 타격감이 좋아 마운드에서 잘 버텨줬으면 충분히 이길 수 있었는데 너무 미안했어요.

 

신인드래프트가 코앞이에요. 기분이 어떤가요?

기대도 되면서 떨립니다. (프로에 간다면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요?) 마운드에 올라가면 성실하고 묵묵하게 자신이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최근 KBO리그는 정우영, 서준원과 같은 사이드암 투수들이 활약하고 있어요. 누구를 가장 닮고 싶나요?

정우영 선수요. 올스타전 선수로도 뽑히고 사이드암 선배 중에 가장 주목을 많이 받고 있잖아요.

 

<더그아웃 매거진> 공식 질문입니다. 임형원에게 야구란 무엇인가요?

사회생활입니다. 야구를 하면서 힘들기도 했는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재밌기도 했거든요. 야구를 통해 사회라는 울타리를 만들어간 것 같아서 이렇게 정의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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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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