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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Story] 한화 이글스 정진호 MEMORIES

dugout*** (dugout***)
2020.01.3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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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파이브 1

 

야구 인생의 전환점에서

 

2011년 데뷔한 젊은 유망주는 어느덧 많은 야구팬이 알아보는 중견급 선수가 됐다. 역대 최소 이닝 사이클링 히터로 KBO 리그 역사에 이름을 새겼고, 남들은 한 번 경험하기도 힘든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도 두 번이나 해냈다. 하지만 명성과 화려한 기록에 비해, 그라운드에서 그의 모습을 보는 건 쉽지 않았다. 국가대표급 선수진에 가려진 그의 위치는 줄곧 네 번째 외야수였다. 그랬던 정진호의 앞에 전환점이 찾아왔다. 익숙했던 두산 베어스를 떠나 한화 이글스의 주홍 유니폼을 받아들며 또 다른 도전이자 기회 앞에 섰다. 새로운 10년이 막 시작된 1월의 어느 날, 누구보다 특별한 10년 차를 맞이하게 된 그를 만나봤다.

 

Photographer 황미노 Interview 김세연 Editor 이찬우 Location 대단한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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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그아웃 매거진>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아나운서 김세연입니다. 2020 시즌을 앞두고 각 팀은 전력보강으로 분주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요. 특히 한화 이글스는 그 누구보다 활발한 움직임으로 겨울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이번 달에는 새롭게 독수리 군단의 일원이 된 정진호 선수를 만났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더그아웃 매거진>과는 첫 만남인데요. 독자분들께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한화 이글스의 외야수 정진호입니다.

 

#야구 인생 제2막

 

한 팀에서 9년간 머무르며 여러 추억을 쌓았다. 친형제나 다름없는 팀 동료들과의 우정, 짜릿한 한국시리즈 우승, 야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이 이름을 연호하는 순간까지. 참으로 행복한 장면들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새로운 도전을 향해 떠날 수밖에 없었다. 선수는 경기에 나설 때 가장 행복한 법이지 않은가. 많은 사랑을 받던 정진호 역시 예외는 아니었고, 이를 모를 리 없던 구단은 그에게 길을 열어줬다.

 

근황이 궁금해요. 팀을 바꾸게 됐는데,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비시즌에 팀을 옮겨서 솔직히 아직 실감은 안 나요. 평소처럼 개인 운동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박건우, 정수빈, 윤석민 등이 같은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있어요. (팀을 옮겼지만, 두산 선수가 많네요.) 그렇죠. 아직은 서울에 살고 있거든요.

 

떠나게 돼 아쉽지 않나요?

아쉽죠. 10년 가까이 몸담은 친정팀이니까요.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죠.

 

처음으로 유니폼을 바꿔 입게 됐습니다. 이적 소감이 어떠세요?

두산에서 잘했다면 가장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했잖아요. 이번 이적이 좋은 계기가 돼서 앞으로 남은 야구 인생이 더 빛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사실 ‘잘하지 못했다’라는 표현보단 팀의 특수성이 강하기도 했어요. 어찌 됐든 이제 대전에서 생활하게 됐습니다. 어릴 때부터 줄곧 서울에 사셨죠?

맞아요. 쭉 서울에서만 살다가 고등학교 때 잠시 떠났어요. 유신고에 진학해서 수원에서 숙소 생활을 했어요.

 

처음으로 수도권을 떠나 대전으로 가게 됐는데, 걱정은 없으세요?

사실 아직 실감이 안 나서, 지금은 별로 걱정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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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호 선수랑은 프로 입단, 입대, 이적까지 함께하게 됐습니다. 새 팀에 적응하는 데 서로 도움이 될 거 같아요.

그렇긴 한데, 걔는 투수고 저는 야수잖아요. 완전히 파트가 다르다 보니까 크게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네요. (굉장히 솔직한 답변이네요.) 거의 운동장만 같이 가고, 훈련은 완전히 따로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러면 한화 야수 중 어떤 선수가 적응에 도움을 줄까요?

일단 김민하랑 친해서 도움을 줄 거 같긴 한데, 걔도 이적한 지 1년밖에 안 됐잖아요. 최재훈이나 오선진, 하주석, 양성우와도 친하게 지내고 있으니까 모르는 거 있으면 많이 물어봐야죠.

 

원래부터 한화 소속이었던 선수들과는 어떤 친분이 있어요?

성우는 중학교 1년 후배고, 주석이랑 선진이는 군대 후임이었어요. 제가 많이 괴롭혀서, 잘 챙겨줄지 모르겠어요.

 

이적 소식을 듣고 누가 가장 반겨주던가요?

재훈이가 제일 먼저 전화해서 적극적으로 반겨주더라고요. 굳이 자기가 집도 알아봐 준다고 하고. “네가 왜…?” 이랬죠.

 

어떻게 보면 이적한 선배잖아요. 이런저런 얘기도 해주지 않았나요?

음… “겪어봐 그냥” 이 정도? 걔가 남을 챙기는 성격은 아닌 거 같아요. (웃음)

 

한용덕 감독과도 두산 시절에 선수와 코치로 인연이 있어요.

새해에 안부 전화 드렸는데, 올해 잘했으면 좋겠다고 덕담해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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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된 베어스

 

확실한 출전 기회를 얻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이적이었고, 그 역시 담담하게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프로라 한들, 긴 시간 몸담은 친정팀을 떠나는 마음이 아무렇지 않을 리 없다. 평온한 모습으로 지난날들을 회상하다가도 떠나는 아쉬움을 숨기지 않은 그였다. 정진호에게 두산 베어스와 함께한 9년은 어떤 기억으로 저장돼 있을까.

 

두산에서 9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냈습니다. 돌이켜보면 정진호 선수에게 어떤 시간이었나요?

긴 시간이었잖아요. 학교로 치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중학교 거치고, 고등학교 3학년까지 되는 시간이네요. 워낙 잘하는 선수가 많았고, 동료들로부터 많이 배운 날들이었어요.

 

아홉 시즌 중, 제일 기억에 남는 시즌이 있을까요?

2017년이요. (사이클링 히트 친 해였잖아요.) 네. (웃음) 얼떨떨했죠.

 

그것도 최소이닝이었어요. 매 타석 진기록에 다가가면서 기대감이 들진 않았나요?

아니요. 첫 타석 2루타, 다음에 3루타, 세 번째에 안타를 쳤죠. 다음 타석에선 주자가 1루에 있어서 1, 2루 간으로 타구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당연히 홈런 치면 사이클링 히트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제가 홈런타자가 아니잖아요. 그런 기대는 전혀 안 하고 그냥 휘둘렀죠. 2017년에 진기한 경험도 있었지만, 프로 온 이후로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서면서 한 계단씩 올라가고 있는 시기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기억에 남아요.

 

당시 좋은 활약으로 눈도장을 찍기도 했는데, 두산에 쟁쟁한 경쟁자가 많다 보니 주전 경쟁이 쉽진 않았어요. 그런 상황이 지치진 않았는지요.

지칠 겨를이 없었어요. 주전 경쟁도 있지만, 백업 안에서도 경쟁이 치열했으니까요.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서 항상 발버둥 쳤어요. 정말 지친다는 걸 느낄 새가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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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답변이에요. 주전급 백업이라는 수식어도 굉장히 많이 따라다녔잖아요. 좋은 말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 본인이 느끼기엔 어땠나요?

결국엔 백업이잖아요. 주전급이라는 단어 자체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봐요. 백업은 백업일 뿐이에요.

 

힘든 시간이었다는 게 느껴져요. 그래도 분명히 배운 점도 많지 않을까요?

포기하고 싶었을 때도 많았지만, 악착같이 버티면서 배운 점도 많았죠. 힘들 때 버텨내는 특별한 방법은 없었는데, 하루하루 치열한 일상을 보내다 보니 시간이 흘러있더라고요. 그 당시에는 엄청 고되지만, 지나면 또 좋은 날이 오기도 한다는 걸 느꼈어요.

 

두산에서의 마지막 시즌을 개인 통산 첫 우승 반지를 손에 넣으면서 마무리했어요. 그때 소감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그전까지 준우승만 두 번 경험했고, 작년 한국시리즈 준비 기간엔 교육리그에 가 있었어요. ‘여기서 잘하면 한국시리즈 갈 수 있다’라는 작은 희망을 품고 정말 열심히 준비했어요. 교육리그 성적이 좋아서 결국 엔트리에 들게 됐는데, 우승하니까 정말 좋더라고요. 준우승이나 정규시즌 우승과는 확실히 달라요.

 

두산 선수들에겐 더더욱 한이 맺힌 우승이었잖아요.

진짜 의미가 컸죠. 팀 옮기기 전에 우승 한 번 해봐서 다행이에요.

 

이적 소식을 듣고 나서 많은 선수가 아쉬워했을 거예요.

두산에 있는 거의 모든 선수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오래 함께하며 정든 동료들이니까 아쉽죠. 그래도 이제 적이잖아요. (웃음) 어쩔 수 없죠. 이게 프로의 세계고 현실이지 않습니까. 다이빙캐치 해서 잡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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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에서 독수리로

 

그가 말했듯 정과 별개로 팀을 떠나기도 하는 것이 프로의 세계다. 지금까지 수많은 선수가 그래왔고, 이번엔 그의 차례였다. 두산 소속이 익숙했던 정진호는 이제 독수리 군단의 새 일원이 됐다. 비록 2차 드래프트를 거쳐 선수 본인의 의지로 발생한 이적은 아니었지만, 한화와 그의 궁합은 꽤 잘 맞아 보인다. 친한 선수도 많고, 외야 자원이 필요한 이글스에 유용한 조각이 되리라는 기대를 받았다.

 

2차 드래프트로 팀을 옮기게 됐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을 했다고 들었는데, 감이 왔나요?

왠지 느낌이 왔어요. 제가 어린 선수도 아니고, 새로운 기회를 줄 거 같더라고요. (한화까지도 예측했나요?) 네. 롯데 자이언츠, 삼성 라이온즈, 그리고 한화까지 세 팀 중의 한 곳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어느 팀이 됐어도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였겠죠.

 

이제는 홈구장으로 쓰게 된 이글스파크에서 성적이 좋아요. 최근 5년간 타율 0.346을 기록하고 있어요.

아 정말요? (놀람) 전혀 몰랐어요. 잘한 기억이 없는데… 곧잘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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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 비시즌 행사로 한화 선수로서 첫 공식 활동에 참가했어요.

그날 연탄 봉사가 대다수 선수와의 첫 대면이었어요. 그전까지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곧 같은 유니폼 입고 함께 훈련하면 이적한 것도 실감 나고, 서로 친해질 수 있겠죠.

 

특별히 친해지고 싶은 선수가 있나요?

김태균 선배요. 레전드잖아요. 선배님께 타격을 배워보고 싶습니다.

 

당연히 새 팀에서도 주전 경쟁이 기다리고 있는데, 그에 대한 마음가짐은 어떠세요?

항상 똑같아요. 지금까지도 주전이 되기 위해 절실하게 노력했는데, 새로운 팀이라고 크게 다르진 않아요. 더 열심히 준비해야죠.

 

그러면 한화에서 ‘이것만큼은 이루고 싶다’ 하는 게 있을까요?

주전으로 뛰면서 규정타석을 채우고 싶어요. 두산에서 해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는데, 한화에서 꼭 이루고 싶은 목표입니다. 3할 타율도 달성해서 커리어 하이를 맞이하면 정말 좋겠어요.

 

그 목표 응원하겠습니다. 두산 시절에 응원단상에서 본인의 응원가를 직접 부르면서 화제가 된 적 있는데요. 한화에서도 기대해도 될까요?

좋은 활약 보여서 기회가 온다면, 팬들이 원하신다면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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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10년 차

 

야구선수로서 10년이라는 시간. 지켜보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길면서도 짧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프로 무대의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일부터 쉽지 않고, 그중 다수는 빛을 보지 못해 일찍이 다른 길로 접어드는 것이 현실이다. 10년 차라는 훈장은 어쩌면 우리의 생각보다 더 가치 있을지 모른다. 정진호에게도 그렇지 않을까. 대학을 거쳐 남들보다 늦게 출발했고, 기나긴 인고와 노력 끝에 여기까지 왔으니 말이다. 야구 인생의 전환점까지 겹쳐 의미가 남다른 10년째를 맞이한 그의 소감과 각오를 들어봤다.

 

어느덧 10년 차를 맞이한 중견급 선수입니다. 선후배에게 본인은 어떤 선수인가요?

제가 선배들한테는 좀 많이 까불고, 후배들에게는 아예 터치를 안 해요. 자유롭게 두는 스타일이에요.

 

누구한테 많이 까부셨어요?

(오)재원이 형, (김)재호 형한테 특히 많이 까불었죠. 다른 애들은 종종 형들을 어려워해서 그렇게 못하는데, 저는 별로 어렵진 않아서…. (웃음)

 

진기록의 보유자잖아요. 또 욕심나는 기록이 있을까요?

희귀한 기록보다는, 연타석 출루나 연타석 안타 같은 게 더 욕심나요.

 

그라운드 홈런도 두 번이나 경험했는데, ‘나는 좀 특이한 거 같다’라는 생각은 안 들었나요?

첫 번째 때 그랬어요. ‘별걸 다 하는구나…’ 했죠. 그런데 오히려 두 번째로 쳤을 때는 별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한 번 해본 거라 감흥이 덜했나 봐요. (웃음)

 

지금까지 9년 동안 고생한 자신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두 가지가 떠오르네요. ‘잘하고 있다.’, 그리고 ‘정신 차리고 더 열심히 해라.’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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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10년 차가 됐으니까, 앞으로의 10년에 대한 각오는 어떤가요?

지금까지의 10년이 준비과정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지금까지 준비해온 걸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시간이었으면 좋겠네요.

 

정진호 선수에게 야구란 어떤 의미인가요?

야구란 나의 기쁨과 슬픔을 지배하는 존재? 내 기분 자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좋다가도 나쁜 녀석이에요. 애증의 관계죠. (지금은 어떤 존재인가요?) 비시즌에는 별생각 없어요. (웃음)

 

인터뷰 막바지입니다. 그동안 응원해준 두산 팬들께 메시지 남겨볼까요?

두산에 있는 9년간 많이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적 소식 듣고 아쉬워하는 분도 상당히 많았어요. ‘역시 두산 출신은 다르다’라고 자부심 가지실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끝까지 응원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이제 새로운 식구가 된 한화 팬들께도 부탁드려요.

한화에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부족하겠지만 비판과 함께 격려도 많이 해주세요. 시즌 끝났을 때 기록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주전이라는 달콤한 열매는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아쉽게 놓친 후에는 쓰디쓴 기다림이 돌아왔고, 이러한 순환이 몇 년간 이어졌다. 누군가는 강팀 두산에서 자리 잡지 못하는 모습을 안타까워하며 그의 한계를 논했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주전으로서 2%의 아쉬움이 있더라도 98%의 능력과 노력이 있기에, 두터운 선수층에도 매년 기회를 받은 게 아니겠는가. 또 그와 같은 선수가 뒤를 받쳐왔기에, 두산이 확실한 강팀이지 않았겠는가.

 

분명 가진 게 많고, 열심히 하고 또 열망도 큰 선수다. 그가 말했듯 앞으로의 10년이 야구 인생에 꽃이 필 시기이기를 소망한다. 이번 이적이 그 시작점이 되길 바라며, 한화 정진호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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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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