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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Interview SK 와이번스 전병두 MEMORIES

dugout*** (dugout***)
2016.11.09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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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드 위에서 가장 빛났던 사람, 전병두

 

 

 

아름다웠지만 짧았던 선수 생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의 곁을 떠났던 이가 있다. 잠깐일 줄 알았던 이별의 시간이 지나 돌아온 그는 마운드와 팬들에게 이별을 고했다. 아쉬운 순간들을 뒤로하고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갈 준비를 하는 전병두를 만나보자.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권형석 Location 인천SK행복드림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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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지면을 통해 팬들과 만나게 됐습니다. 인사 한번 해 주세요.

음…. 어떻게 말하면 될까요. (웃음) 안녕하십니까. SK 와이번스 전병두입니다. 아직까지는 계속 강화(SK 퓨처스 파크)에 운동을 나가고 있고, 은퇴식 날까지 할 수 있는 건 다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5년이란 긴 시간의 재활 끝에 은퇴를 결심했어요. 그간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나요?

최근에 변화가 있던 건 아니고, 예전부터 준비는 하고 있었어요. 구단이 저에게 오랜 시간 동안 기회를 주신 것도 있고요. 저 스스로도 올해가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이번 시즌에 임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잘 안 되고 계속 아프더라고요. 그런 상황에서 면담을 통해 구단의 생각이 어떻다는 걸 알게 됐고 저는 그걸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재활이 긴 시간 동안 이어졌음에도 야구를 놓지 않았습니다. 야구를 포기하지 않게 한 원동력으로는 무엇이 있었을까요?

원동력이라기보다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저는 원래부터 야구를 오래 하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할 수만 있다면 계속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상황이 그렇게 되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은퇴 결정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오래 야구를 하는 게 목표라고 했는데, 그 외에도 선수로서 꼭 이루고 싶었던 꿈이 있었나요?

아니요. (웃음) 저는 프로에 처음 입단하면서부터 ‘한 시즌 몇 승’ 같은 목표를 가지지 않았어요. 야구를 오랫동안 하고 싶다는 욕심은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잘 되진 않은 것 같아요. 그래도 만족합니다. (웃음)

 

 

넥센 히어로즈 손혁 코치의 말에 따르면 29살부터 32살까지가 신체 능력을 비롯해 투수로서 전성기라고 하는데, 그 나이를 재활로 보낸 점이 아쉬울 것 같아요.

아쉬운 부분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 같아요. 그래도 그 나이, 그 시간이 제가 힘을 쓸 수 있던 시기였기에 재활을 하면서도 잘 버틸 수 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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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완의 유망주에서 공포의 강속구 투수로 

 

 

‘강속구를 던지는 좌완 투수는 지옥에서라도 데리고 온다’는 야구계의 격언이 있다. 높은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2008년 SK의 유니폼을 입게 된 한 젊은 투수, 그는 그 말의 배경을 설명이라도 하듯 매서운 강속구를 뿌려대며 타자들을 상대했다. 그 시기의 전병두는 선수 생활의 정점을 찍으며 ‘강팀’ SK의 중심에 서 있었다.

 

 

투수 전병두의 선수 생활을 스스로 요약해보자면 어떤 선수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운이 좋았던 선수라고 생각해요. 프로 지명을 받았던 것도 그렇고, 1군에도 운이 좋아 굉장히 빠른 시기에 올라갈 수 있었어요. 2006년 WBC(World Baseball Classic)에 국가대표로 출전했을 때도 선배님들이 너무 좋은 활약을 해주신 덕분에 원래는 없던 병역 혜택도 받게 됐거든요. 프로 생활을 하면서 전반적으로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여러 순간을 이야기했는데, 본인 스스로 생각하는 선수 생활 최고의 순간은 언제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최고의 순간을 콕 집어 이야기하자면 너무 많아가지고…. (웃음) 그냥 2009년에 제가 야구를 가장 잘했기 때문에, 그 시즌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정말 2009년의 전병두는 최고의 투수였고, 그해 5월 23일 두산 베어스 전에서는 9타자 연속 탈삼진(KBO 연속 탈삼진 공동 2위 기록)을 기록했어요. 본인에겐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나요?

저한테 2009년은 잊을 수 없는 시즌이죠. 안 좋았던 기억이 거의 없을 정도거든요.

 

 

그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굉장히 많은 이닝을 투구하고 이후 수술을 받게 됐어요. 혹시 그 당시에는 통증을 느낀 적이 없었나요?

아마 그때도 썩 좋은 상태는 아니었던 거로 기억해요. 저는 ‘버틸 만큼 버티자’는 생각으로 할 때까지 해보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을 때 수술받을 계획이었는데요. 마지막에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됐습니다.

 

 

어떻게 보면 본인 스스로가 통증을 느끼고 있을 때도 마운드에 오른다는 건 선수 스스로가 부상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필요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죠. 그런데 제가 ‘도저히 안 되겠다’는 걸 느끼고도 마운드에 올라갔으면 안 됐을 텐데, 당시의 저는 해볼 만한 정도라고 느꼈고 ‘다른 투수들도 이 정도 통증은 다 안고 하겠다’ 싶어서 그냥 참았던 거죠. (그때 그 생각과 선택에 후회는 없는 건가요?) 네. 저는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요. 후회는 없습니다.

 

 

여전히 많은 선수가 부상으로 인해 마운드를 떠나고 있습니다. 선수이기 이전에 야구인으로서 전병두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많이들 제가 혹사를 당했다고 하는데…. 제가 욕심이 많아요. 그래서 당시에도 벤치에서 저한테 의견을 물으면 괜찮다고 말하고 등판했거든요.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고 싶었어요. 만약 1군에서 시합에 나가 투구를 할 기회가 없었다면 2군에서라도 그렇게 던졌을 거예요. 결국 똑같이 아팠을 거로 생각합니다. 다른 선수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좋은 기회에 1군에서 등판을 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역으로 뛰고 있는 많은 젊은 투수들에게 자신의 건강관리에 대해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나요?

선수 본인이 아프지 않으면 느끼기 힘들 것 같아요. 저도 지금 아프고 나서야 지나간 일을 다시금 생각하고 있거든요. (후회는 전혀 되지 않나요?) 네.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진 것에 대해선 후회가 없어요. 아마 지금 상황에서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똑같이 할 것 같아요. 등판에 대한 욕심이 많기 때문에 자제를 잘 못 했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제 생각엔 자기 몸 관리를 위해서는 자제력이 조금 필요할 것 같아요. 물론 그 자제력이란 것도 개인마다 다를 테니, 본인이 잘…. (웃음)

 

 

어떤 부분에 있어 자제력이 필요할까요?

본인의 욕심을 버리고 약간씩 자제를 하면 좋을 것 같아요. 휴식을 잘 취하고, 던지고 싶더라도 최근에 무리했다고 생각하면 조금 쉬었다가 던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예요.

 

 

말한 대로 선수의 의지 혹은 현장의 지시로 마운드에 오르기도 하는데요. 만약 선수가 부상을 입게 되면 그 책임은 선수가 지게 되잖아요. 그런 현실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나요?

저는 강요에 의해서 던진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한 경기 한 경기가 자신을 조금이라도 더 보여줄 수 있는 기회잖아요. 돈도 더 벌 수 있고…. (웃음) 제 경우 욕심이나 의지가 앞섰고, 저 스스로가 나가고 싶어 했기 때문에 나쁘게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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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지금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나요?

굳이 돌리지 않을 것 같아요. 힘들게 재활한 그 시간 이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분명 같은 선택을 할 거예요. 그리고 다시 또 힘든 시간을 겪어야 할 테니까요.

 

 

사실 재활 과정에 대해 많은 가정이 제기됐어요. 담당한 의사의 ‘수술 없이 재활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비롯해서 다양한 얘기가 나왔는데요. 본인은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후회가 없는지 궁금해요.

물론 결과론이겠지만, 요즘 수술 없이 재활로 재기에 성공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나도 그렇게 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해본 적은 있죠. 하지만 그것도 성공 사례들만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고, 실패한 사례를 보면 생각이 또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은 모든 일이 다 잘 됐고 지나간 일이니까요. 저는 후회보다 감사하단 말을 남기고 싶어요.

 

 

SK 소속으로 재활군에 머무르면서 많은 투수들이 오갔을 텐데, 그중 친하게 지냈던 선수는 누가 있나요?

저는 워낙 재활을 오래 하다 보니…. 저처럼 장기간 재활군에 머물던 선수는 없고, 대부분 잠시 왔다가 가는 정도였죠. 그래도 후배들이 다들 착하고 말을 잘 따라준 덕에 다들 친하게 지낸 것 같아요.

 

 

과거에 친한 모습을 보였던 선수 중 현재는 KIA 타이거즈로 이적한 고효준 선수가 9월 8일 경기에서 모자에 전병두 선수의 등번호인 28번을 새기고 경기에 나섰어요. 여전히 친분이 있는 건가요?

그러지 않아도 그날 등판 한 시간 전쯤 전화가 왔어요. “너랑 같이 던질 거다. 너도 응원해 달라”고 말하면서요. (고)효준이 형이 워낙 후배들을 잘 챙겨요. 저는 그전부터 은퇴를 준비하고 있던 상황이라 기사가 나갔을 때 특별히 느끼는 게 없었는데요. 상상도 못 했는데 그런 걸 준비해줘서 참 고마웠죠. 한편으로는 ‘KIA에도 등번호 28번을 쓰는 선수가 있을 텐데 그래도 되나’ 싶었어요. (웃음) 그래도 해준다고 하니까 ‘고맙다. 응원하겠다’고 했죠. (고효준 선수와는 어떻게 친해지게 됐나요?) 아무래도 둘이 (빠른 공을 던지는 좌완 투수라는 점에서) 스타일도 비슷하고요. 2009년에 둘 다 많이 던졌잖아요. 공감대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게 생겼던 것 같아요. (웃음)

 

 

그리고 9월 25일 경기부터는 SK 와이번스 선수단 역시 모자에 28번을 새기고 경기에 임했어요. 본인을 생각하면서 팀원들이 마음을 다잡는다는 게 일반인 입장에서는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일인데, 어떤 기분일지 궁금해요.

먼저 그 경기에서 연패를 끊게 돼서 정말 다행이고…. (웃음) 저는 복 받은 사람인 것 같아요. 주위에서 그렇게 많이들 신경 써주시잖아요. 잘 챙겨주시는 건 물론이고 선수 생활이 특별했던 것 같지 않은데 이렇게 은퇴식까지 하게 됐으니까요. ‘그동안 잘 살았나?’ 싶기도 해요.

 

 

SK 선수단 내에서 누가 의견을 내서 시작하게 된 건지 알고 있나요?

정확히 모르겠는데, (채)병용이 형이 얘기를 꺼낸 거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형한테 직접 얘기를 들은 건 아니고, 누가 보내준 기사를 보고 알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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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착지를 향해 내딛는 발걸음 

  

 

누구보다도 본인이 힘들었을 시간. 긴 터널과도 같은 시기를 지나온 투수 전병두는 정들었던 그라운드와의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고 있다. 이별을 준비하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내딛는 그의 마음을 전병두 스스로 말하는 이야기를 통해 알아보자.

 

(중략)

 

은퇴경기를 앞두고 ‘볼넷만은 내주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남겼는데.

제가 워낙 볼넷 많은, 제구력 나쁜 투수의 이미지가 강하잖아요. 그리고 저 스스로도 볼넷으로 타자를 걸어나가게 하는 걸 안 좋아하고요. 차라리 홈런을 맞게 되더라도 마지막 타자에게만큼은 볼넷을 내주기가 싫어요.

 

 

마지막으로 상대해보고 싶은 타자나 등판을 원하는 상황이 있나요?

아니요. 그런 건 없어요. (웃음) 희망하는 상황이라면…. 제가 지금 상태가 좋지 않으니까 선발로 나가서 한 타자만 상대하고, 제 뒤의 투수들이 잘 막아 줬으면 좋겠어요.

 

 

사실 은퇴 경기가 성립된 것은 ‘1군에서 마지막 등판을 갖고 싶다’는 본인의 희망사항을 SK 구단 측에서 수락한 결과인 것 같은데요. 구단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나요?

먼저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챙겨주시는 것도 정말 감사하고요. 제가 어떻게 보답을 해야 할지…. (전원 웃음)

 

 

그리고 다시 1군에 오르기까지 재활 기간 동안 함께했던 많은 사람들이 생각날 것 같아요. 특별히 떠오르는 사람은 누가 있나요?

워낙 오랜 시간을 재활군에서 보내다 보니 여러 트레이닝 코치님들께서 오가셨어요. 그동안 다른 팀의 선배들도 많이 조언해 주셨고요. 지금 떠오르는 사람은 너무 많은데요. 다들 챙겨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팬들과의 이야기도 많을 것 같아요. 특히 SK에서 전성기를 보내면서 인기를 실감할 기회가 많았을 텐데요. 팬들이 28번 전병두 선수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모습을 봤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너무 감사하고, 좋고, 신기했어요. 그런데 사실 저는 제가 인기가 그렇게까지 많은 선수였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웃음) 그래서인지 제 유니폼을 입으신 팬분들을 제 눈으로 직접 본 적도 없고요. 다른 선수들은 이런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대답하나요?

 

 

그렇다면 유니폼 말고, 특별히 기억에 남는 팬은 없었나요?

제 팬 카페를 처음 만들어 주신 분이요. 지금까지 연락하고 있지는 않지만….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프로에 입단했을 때인데요. 포털사이트를 검색하다가 발견했고 가입까지 하게 됐죠. 제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초창기에는 회원 수가 적어서 팬 카페 관리를 같이하기도 하고, 회원분들 댓글에 일일이 답글을 남겨드렸던 기억이 나요. 지금은 운영진이 바뀌었는데요. 가끔씩 생일파티 같은 행사를 열어 주시면 직접 찾아가서 인사도 드리곤 했죠.

 

 

그런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은가요?

이 질문에는 다들 비슷한 답을 남기지 않을까요. 열심히 했던 선수? (전원 웃음) 저는 예전부터 공 던질 때 소리를 지르면서 던졌는데요. 그런 모습들이 공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했던 선수로 팬 여러분의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어요.

 

 

기억에 남는 것이 하나 있는데, 2011년 시즌부터는 팬들의 기억에 남는 선수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요소 중 하나인 등장곡으로 AD/DC의 ‘Hells Bells’(메이저리그의 특급 마무리였던 트레버 호프먼이 사용했던 곡)를 사용했어요. 본인도 기억하고 있나요?

제가요? 저는 모르겠어요. 그건 그냥 한 것 같은데요? (전원 웃음) 제가 알기로 어느 날은 젝스키스의 ‘커플’도 나온 적이 있는데…. 제 등장곡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다른 선수들이 쓰는 노래는 ‘오, 저 노래도 재밌다’고 생각한 적 있는데, 제 노래는 뭐가 잘 어울리는지도 모르겠더라고요. 방금 얘기한 그 노래도 잘 모르겠어요. 한 번 찾아서 들어보겠습니다. (웃음) 아마 긴장한 상태로 나와서 못 들어봤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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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 2막, 새로운 마운드 위를 향하다 

 

 

투수들이 은퇴를 할 때 ‘마운드에서 내려왔다’고 말한다. 그 이후부터는 투수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진다. 하지만 전병두의 경우는 다르다. 모든 사람이 그의 다음 행보를 궁금해 하며, 은퇴 이후 오르게 될 ‘인생의 두 번째 마운드’가 어디인지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어쩌면 팬들이 가장 궁금해 할 질문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은퇴 이후에는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나요?

아직까지는 결정된 게 없어요. 아직 구단에서 제안해주신 건 없지만 기회가 되면 야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요. SK 구단과 함께 일을 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제 생각에 코치를 할 수 있게 되면 참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제 나이가 코치를 하기엔 젊기도 하고, 야구에 대한 내공이나 남을 가르치는 일에 대한 확신이 아직 없어서요. 물론 다른 일도 마찬가지겠지만, 꼭 야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요.

 

 

그렇다면 전병두에게 야구란 무슨 의미인가요?

어렵네요…. 다른 선수들은 어떻게 대답해요? 이번 질문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도 답을 해야겠죠? 돌이켜보면 야구는 직업이기도 했지만 제가 좋아서 했던 일이었어요. 물론 힘들었던 적도 있었죠. 하지만 제가 걸어온 길에 후회는 없어요. 언제나 최선을 다했던, 그리고 제가 선택한 최고의 순간들이었거든요. 그래서 제게 야구란 ‘늘 최선의 선택만 했던 순간들의 연속’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좋아서 했지만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기 때문에 아쉬움도 약간 남을 것 같아요.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런데 ‘너무 아쉽다’ 이런 것까진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저 스스로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인터뷰도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어요. 은퇴경기를 앞두고 구단 관계자분들과 동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짧은 시간이 아닌데도 그동안 기다려주신 구단에 정말 감사하고요. 코치님들도 저를 굉장히 많이 신경 써주셨어요. 만약 잘 됐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정말 아쉽고,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동료들과도 한 번 더 같이 야구 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나중에라도, 꼭 야구가 아니더라도,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합니다.

오랫동안 저를 기다려주시고, 응원해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드려요. 마찬가지로 좋은 모습으로 찾아뵙게 됐다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해 아쉽습니다. 앞으로 제가 어떤 일을 하게 되더라도 야구를 하면서 받았던 팬들의 사랑을 기억하겠습니다.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전병두 선수의 팬 카페 회원들에게도 한마디 부탁드려요!) 제가 은퇴하면 같이 없어지나요? 잘 모르겠는데…. 너무 감사드리고, 제가 꼭 한 번쯤은 찾아뵐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각자 다른 일을 하면서 서로 도울 수 있게 된다면 좋을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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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별의 순간은 항상 미련을 남긴다. 다음을 알 수 없는 기다림, 그 긴 터널을 지나온 모두에게 허락된 시간은 짧았다. 2016년 10월 8일, 전병두는 팬들의 함성과 박수 속에서 마운드에 올라 자신에게 주어진 한 타자를 상대했다. 그렇게 투수 전병두의 야구인생은 첫 번째 막을 내렸다. 앞으로 그가 올라서게 될 두 번째, 혹은 그다음의 마운드에서도 우리가 아는 그의 모습 그대로 잘 이겨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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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그아웃 매거진 67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16년 11월호(67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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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 닉네임 어쩌고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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