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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Ace 최연소 여자 야구 국가대표 김라경 MEMORIES

dugout*** (dugout***)
2015.12.14 17:30
  • 조회 10222
  • 하이파이브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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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체육 야구를 즐기는 모든 여러분들 주목! 질문 한 가지 던지겠습니다. 본인의 최대 구속은 얼마인가요? 포지션마다 다른 답이 나올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투수를 하시는 분들의 구속은 어느 정도일까요? 에디터가 뛰는 리그에서 남자 기준으로 보면, 가장 빠른 구속을 기록하는 분이 120km 정도입니다. 상위리그로 갈수록 숨은 실력자들은 훨씬 많겠죠. 그런데 여러분! 중학교 3학년이 110km의 공을 던진다고 하면 믿으실 수 있으세요? 그것도 여자 선수가 말입니다. 이번 더그아웃 매거진 에이스 코너에 소개되는 이 귀여운 여자아이가 바로 그 110km의 주인공입니다. 궁금하시죠? 지금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Photographer Mi No Hwang Editor Dong Keon Kim Location Gyeryongdae Little Baseball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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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가 가장 궁금했던 점. 여자 야구 선수를 키우고 있는 부모 입장에서 딸이 걱정되지 않으냐는 점이다. 아무래도 야구는 위험한 스포츠 중 하나이기 때문! “많이 걱정됩니다. 아들도 팔 수술을 몇 번 했거든요. 라경이가 팔 아프다고 할 때마다 깜짝 놀라곤 해요. 저도 모르게 트라우마가 생겨서 그런가 봐요. 왜 고생을 사서 하는지 모르겠어요. (웃음) 그래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목표도 뚜렷하니까 이제는 전적으로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중략)

 

간단하게 인터뷰에 응해주신 어머니에게 던진 마지막 질문. 딸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지금처럼만 착하고 멋지게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우리 라경이가 어디를 가든 배려심이 많다는 소리를 들어요. 늘 남을 먼저 배려하거든요. 때로는 화가 나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부모 입장에서는 손해 보는 것 같이 보이니까요. (웃음) 그래도 지금처럼 모두에게 사랑받고 사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예쁜 마음 가지고 당당히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마지막 질문이 끝나고 에디터가 제안한 라경이에게 보내는 편지! 어머니의 마음을 한 번 적어보려 한다.

 

“라경아. 엄마야. 항상 밝게 지내고 늘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 아파도 내색 안 하는 너를 보면 너무 대견스럽단다. 엄마보다 배려심이 많아서 내 마음도 잘 알아주고 아빠, 오빠 모두 잘 챙겨주고 해서 엄마가 정말 든든하다. 오빠랑 한 무대에 서는 날을 기약하면서 열심히 하고 있잖아. 잘 될 거야! 둘 다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옆에서 바라보는 엄마가 많이 부족한 거 같아서 마음이 아프구나. 많이 사랑한다. 아프지 말고 열심히 하자! 파이팅!”

 

어찌 한 구절의 글로 딸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모두 담아낼 수 있으랴. 그래도 조금이나마 어머니의 말을 들을 수 있어 행복했다. 어머니와의 인터뷰가 끝날 때쯤 김라경은 포즈를 취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머니와 인터뷰를 하던 도중 살짝 촬영현장을 본 에디터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실제로 확인해버렸다. 저 귀여운 아이가 던지는 묵직한 공을! 왠지 기선제압을 당한 느낌이었다. 인터뷰를 위해 에디터 앞에 앉은 김라경은 귀여운 소녀 모드. ‘분명 아까 촬영할 때 그 눈빛이 아닌데?’ 근황을 묻는 간단한 인사로 그녀와의 인터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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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라경 양은 투수로 주목을 받고 있잖아요. 그런데도 수비에도 흥미가 있다고 하니 궁금한데요. 혹시 욕심이 나는 포지션이 따로 있는 건가요?

저는 공을 던지는 게 가장 자신 있고 재밌어서 투수를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야구가 좋아서 타자나 수비에도 관심이 있지만요. 투수 욕심이 제일 크죠.

 

올해 3월, 장충리틀야구장에서 국내 여자 선수 최초로 비거리 85m 홈런도 쳤다고 들었어요. 원래 타격을 잘하는 편인가요?

투수만큼 자신감이 많지는 않은데요. 그때는 어쩌다 보니 운이 좋아서 홈런이 나온 거예요. (웃음) 계룡대 리틀 야구단에서 타격을 병행하다 보니까 효과가 있었던 거 같아요. 제가 팀에서 3번을 치거든요. 타격에도 소질이 있나 싶네요. 욕심 한 번 내볼까요? (웃음)

 

올해 펼쳐진 LG컵 국제여자야구대회에서 110km의 강속구를 뿌려서 큰 화제가 됐었잖아요. 강속구를 던지는 비결이 있다면? 이미 중학교 1학년 때 100km를 돌파했다고 들었는데요.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조금 뚱뚱했어요. 제 모습을 보고 오빠가 도저히 안 되겠다며 같이 러닝을 하자고 하더라고요. 매일 밤 1시간씩 계속 뛰었어요. 그래서 살도 10kg 가까이 빠지게 됐죠. 투수는 러닝이 중요하다는 소리를 많이 하잖아요. 다리에 근육이 생기다 보니까 볼에 힘이 생기더라고요. 실력이 향상되는 게 눈으로 보이니까 러닝뿐만 아니라 웨이트트레이닝 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요즘 야구가 너무 재밌습니다.

 

(중략)

 

LG컵에서 경기에 출전했을 때 몸살 기운이 상당히 심했었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견뎠나요?

열이 나고 해서 진짜 아팠어요. 그래도 저한테 맡겨진 임무인데 모른 척할 수가 없잖아요. 그리고 좋았던 건 아프다 보니까 저절로 몸이 풀어져서 힘이 빠지더라고요. (웃음) 솔직히 평소 때보다 더 좋은 느낌으로 공을 던졌어요. 얼굴은 화끈거리고 아픈데, 포수미트에 들어가는 공을 보면서 아픈 거 모르고 경기를 했던 거 같습니다.

 

LG컵 이후에 주변의 반응은 어땠어요?

친구들이 특히 좋아하더라고요. 네가 왜 그 대회에 나가냐는 반응부터 너 같은 친구를 둬서 영광이라고 사인까지 부탁하는 친구도 있었어요. 사인해주기에는 아직 조금 쑥스럽더라고요. (웃음)

 

여자라고 야구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아직 어린 나이잖아요. 야구공이 무섭지는 않아요?

주변에서도 그런 말씀 많이 하시죠. 공이 무섭지 않으냐고 걱정을 많이 해주십니다. 그런데 글러브가 있잖아요! 물론 딱딱한 야구공이 정면으로 강하게 날아오는데 두렵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훈련하고 적응을 하다 보니까 무서운 마음은 많이 사라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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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나라에서 여자 야구를 한다는 것은, 그녀가 개척자가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아직 우리나라 여자 야구는 황무지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 얼마나 힘든 일인가. 그녀가 야구를 사랑하고 야구를 할 때 행복해함은 그녀의 오빠도, 엄마도 알고 있다. 자신의 가족이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힘든 길을 가길 바라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걱정을 알기에, 그녀는 묵묵히 앞으로 나가는 중이다. “오빠도 야구를 하는 데 딸까지 야구를 한다고 말썽이어서 정말 죄송해요. 부모님이나 오빠 모두 입장이 곤란하고 힘든 거 알아요. 그래도 옆에서 지켜봐 주고 도와주시는 거 정말 감사드리고요….” 김라경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다. 감정이 북받쳤나 보다. 여자 야구 선수의 길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정해지지 않은 길을 걷는 것과 뭐가 다르랴. 어찌 보면 중학교 3학년 소녀가 짊어지기에는 매우 무거운 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디터는 잠시 김라경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 김라경의 눈물을 본 것만으로 그녀가 얼마나 힘든지, 그 힘든 상황에서도 자기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야구를 위해 어느 정도로 열심히 하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중략)

 

야구선수 김라경의 장단점을 한 가지씩 말해보자면?

단점부터 말하자면 야구가 안 되는 날에 화가 나는 감정을 참지 못하는 겁니다. 야구를 하다 보면 뜻대로 풀리지 않는 날이 있잖아요. 그럴 때마다 저를 조절하려고 하는데 그게 잘 안 돼요. 그때마다 감독님에 꾸중을 듣죠.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라고요. 장점은 없는 거 같은데요. (웃음) 굳이 말하자면 어떻게든 노력하는 거? 발전하려고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을 장점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훗날 야구 선수가 된다면 어떤 선수가 되고 싶어요?

야구는 여자가 접하기 어려운 스포츠잖아요. 여자도 할 수 있다는 걸 꼭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성공함으로써 여자들이 야구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고 환경도 좋아졌으면 해요. 또, 여자가 무슨 야구냐고 말하는 모든 편견을 깨버리고 싶어요. 그러려면 제가 열심히 해서 성공해야겠죠? 여자 야구계의 선구자가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꼭 그렇게 할 거예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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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조금 내면적인 이야기를 해볼게요. 지금까지 야구를 하면서 가장 보람찼던 순간은?

보람찼던 순간을 이야기하는 거보다 야구가 저에게 어떤 존재인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야구를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나는 특별하다.’라는 거였어요. 그래서 자신감이 더 생기게 됐고요. 그러면서 내가 존재하는 것도 정말 특별하고 행복한 거라는 생각마저 들더라고요. 야구는 저에게 그런 존재에요.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친구.

 

반대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죠?

힘들었던 적은 셀 수도 없이 많은데…. (웃음) 아! 제가 리틀 야구단에서 유일하게 여자잖아요. 시합을 나가면 숙소를 남자친구들하고 쓸 수가 없어요. 그래서 어머님들하고 같이 숙소를 쓰곤 했는데 그런 점이 은근히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저와 같이 운동을 했던 동기, 후배들이 진학하고 떠나갈 때마다 씁쓸했어요. 남자들은 길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잖아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는 그대로 정체된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막막합니다. 부러우면서 허전한 마음이 들죠. 나는 야구가 하고 싶은데 갈 길이 없으니까….

 

맞아요. 그런 점이 아주 힘들 겁니다. 여자 야구 선수로서 답답한 심정을 많이 느끼고 있을 텐데요. 혹시 우리나라 야구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오! 잘 물어보셨어요. (웃음) 여자도 충분히 야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직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비판적인 시선이 많잖아요. 그래 봤자 여자니까! 이런 인식 말이죠. 물론 어쩔 수 없는 부분은 인정해요. 그렇지만 무시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여자들도 야구를 할 수 있는 인프라가 조금이나마 만들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해요. 정말 간절히 부탁합니다!

 

(중략)

 

이제 인터뷰 막바지입니다. 본인의 롤모델은 누구죠?

안 믿을지도 모르겠지만 오빠가 제 롤모델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오빠가 열심히 운동하고 자신의 길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어요. 수 없이 땀을 흘리고, 고통을 이겨내는 모습. 제가 야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오빠를 따라다니면서 야구랑 친해져서고요. 정말 한 무대에 같이 서는 날을 생각하며 운동을 하고 있어요. 제 롤모델이자 동기부여가 되는 존재입니다. 우리 오빠는요. (웃음)

 

지금까지 오면서 감사했던 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해요.

계룡대 리틀 야구단 감독님인 하인수 감독님께 감사드려요. 저를 아무 말 없이 잘한다는 이유만으로 받아주셨거든요. 그리고 여태껏 저를 키워주신 분이잖아요. 제가 야구를 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여자가 야구한다고 입단을 요청할 때부터 거절당할 수 있는 건데 흔쾌히 승낙해주셨기에 제가 지금 이 자리까지 온 거 같아요.

 

긴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하고요. 마지막으로 김라경을 바라보고 있는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해요.

여자가 야구를 한다고 신기하게 보고 계실 거 같은데요. (웃음) 그런 만큼 많은 기대를 하실 거 같아요.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열심히 훈련하고 몸을 만들고 있으니까, 앞으로도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여자 야구에 대한 관심 끊지 마시고 꾸준한 관심과 성원 부탁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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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선수를 취재한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의젓하고 생각이 깊은 김라경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에디터도 행복했다. 앞길이 보이지 않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묵묵히 자기 길을 걸어가고 있는 당찬 소녀 김라경. 그녀의 꿈이 실현되기를! 그녀가 날개를 펼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라경양! 에디터와 한 약속 꼭 잊으면 안 됩니다! 우리나라 여자 야구의 선구자가 되어 많은 이들의 본보기가 되겠다는 그 약속! 그녀와의 약속이 실현되는 그 날을 기다리며 김라경에게 진심 어린 박수와 응원을 보내본다.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15년 12월호(56)를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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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 등급 keschan
    • 2015.12.16 13:43
    • 답글

    • 등급 leeke***
    • 2015.12.16 17:23
    • 답글

    난 소녀어깨보다 더 약하군

    • 등급 김성근
    • 2015.12.22 16:40
    • 답글

    leeke***님, ㅋㅋㅋㅋㅋㅋㅋ

    • 등급 반달곰
    • 2015.12.21 23:54
    • 답글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김라경 선수 화이팅!!!

    • 등급 라바야구단총무
    • 2015.12.29 13:28
    • 답글

    이제부터 소녀어깨는 110키로 던지는 사람만~ㅋㅋ 그이하는 애기어깨로^^

    • 등급 달팽이
    • 2016.01.04 14:30
    • 답글

    110키로라~~ 대단하고만~

    • 등급 평화송감독
    • 2016.01.06 10:14
    • 답글

    우리팀에 스카웃하고싶다!!~ ^^

    • 등급 스타라이트
    • 2016.01.07 12:18
    • 답글

    여자로서 초중고 야구의 시초는 안향미인데 기자님이 잘모르시는듯 ㅋ
    또 안향미가 고교졸업후 일본갔다 돌아와 최초 여자야구팀 비밀리에 창단 등 여자야구 활성화의 씨앗도 뿌렸고
    암튼 한국의 여자야구에 있어서는 거의 혼자 다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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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 닉네임 어쩌고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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