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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Inside The Park 야구 칼럼니스트 홍희정 MEMORIES

dugout*** (dugout***)
2017.02.16 10:00
  • 조회 6054
  • 하이파이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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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을 비춰주는 등대

 

 

 

두산 베어스의 통합 우승으로 2016 KBO리그는 마무리되고 각 구단은 2017시즌 준비가 한창이다. FA 100억 시대로 어느 때보다 뜨거운 KBO리그의 겨울에도 야구 미생(未生)들은 묵묵히 어두운 밤바다를 항해 중이다. 꿈을 향해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노력하는 미생들이 순항할 수 있도록 비춰주는 등대, ‘아웃사이더’ 야구 칼럼니스트 홍희정 기자를 만났다.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윤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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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칼럼니스트의 남다른 정(情)

 

 

“남들은 시즌 중이 바쁘다는데 반대로 저는 시즌 중이 더 한가해요.”

 

 

남다른 칼럼니스트의 남다른 답변이다. 그녀는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홍희정의 아웃사이더>와 <홍희정의 알콩달콩 인터뷰>를 주 2회 꼬박꼬박 연재하며 KBO 퓨처스리그와 고교야구, 대학야구까지 폭넓게 다룬다. 그렇기에 비시즌은 꿀 같은 휴식일 거라 예상했으나 아니라고 딱 잘렸다. “시즌 중에 경기 보고 있을 때는 적어도 쉬는 것 아니겠느냐”는 그녀의 답변에서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시즌 중에 KBO리그 퓨처스리그와 고교야구, 대학야구까지 다루는 데도 비시즌인 요즘이 더 바쁘다니 의외네요.

기획 아이디어를 생각하면서 내년 시즌을 준비해야 하니까요. 퓨처스리그와 대학야구는 고교야구에서부터 알아온 친구들이 뛰기 때문에 준비하기 수월한 반면, 고교야구는 까다롭죠. 직접 몸으로 부딪혀야 하거든요. 고교야구에서 학년이 올라가는 선수들에 대해 알아보고 취재하기에는 겨울방학인 지금이 가장 적기예요.

 

 

고교야구는 선수들이 낯을 가려서 더 어려운 것도 있겠어요.

고교야구 경기에 취재를 가서 경기하는 것만 보면 잘하는 선수들이 보여요. 그 외에도 감독이나 코치가 성장 과정이나 특이한 선수들을 귀띔해주기도 해요. 그러면 경기 끝나고 가서 ‘너 이름 뭐니? 너 야구 잘하더라’ 하고 무작정 말을 붙여 보죠. 말수가 적은 친구도 말문이 열리기도 하고요. 여자친구 이야기를 꺼내 보기도 하고요. 요즘 애들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여자친구가 다 있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연애는 어린 선수들 입 트이게 하는 데 좋은 화제죠.

 

 

그러면 홍희정 기자와 이야기를 나눠봤다는 이유로 선수들이 자기 실력에 자신감을 갖기도 하겠군요.

그래서 학년에 따라 말을 붙이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조금씩 달라요. 3학년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때니까 바로 가서 이야기를 나눠보지만 1, 2학년은 조금 두고 봐요. 괜히 제가 먼저 가서 들이대면 괜히 우쭐해 하면서 헛바람 들 수도 있으니까요. ‘그냥 잘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라’고 응원하는 정도로 끝내요. 어린 선수들은 관심을 주고 안 주고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그 한마디의 효과가 커요. 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더 열심히 해보라고 충고도 하죠.

 

 

부모님이나 감독, 코치진 외에는 어린 선수들에게 칭찬과 애정 어린 충고를 해주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각별함이 더 할 것 같아요.

그래서 SNS 친구를 맺어서 수시로 연락해요. 하루를 마무리할 때 그날 경기 기록지를 다 받아서 잘한 선수, 평소보다 못한 선수를 다 체크해요. 그래서 잘하는 선수들에게는 칭찬해주려고, 평소보다 못한 선수들에게는 왜 못했는지 혹시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려고 연락을 다 해봐요. 그렇게 해주면 어린 친구들 실력이 몰라보게 달라져요.

 

 

어딘지 익숙해 곰곰이 생각해보니 학창시절에 성적이 오르거나 내려가면 상담해주시던 담임 선생님이 떠오르네요.

1년만 맡고 끝나는 것도 아니고 야구에 대해 훈수를 두기보다는 응원해주는 셈이니, 친하지만 무서운 이모라고 보는 게 맞죠. 실력이 되는 선수들은 제가 아니어도 관심을 많이 받아요. 그래서 상황이나 체격 같은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지만 열심히 하는 선수들에게 더 정이 가죠. 열심히 하는 선수들에게 ‘프로에 가자’고, ‘응원하겠다’고 꼭 말해줘요. 그게 고교야구에서 퓨처스리그로 이어지고, 오랜 시간이 흐를수록 인연이 깊어지죠.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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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소재와 경기 취재가 무관할 때가 많나 봐요. 기사 작성에서 소재를 제일 중요시하나요?

소재는 소신껏 택해요. 소재를 3박 4일 생각해서 날짜 잡고 취재해서 작성하는데요. 어떨 때는 한 서너 시간 붙들고 있으면 금방 써지기도 하고, 밤을 꼬박 새워야 겨우 쓸 때도 있어요. 그러다 보면 사나흘에 한 번은 밤을 새죠. 기사 작성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선수의 입장이에요. 선수가 한 말을 그 말투 그대로 담기보다는 최대한 진심과 의도에 가깝게 표현하려고 노력해요. 아직 어린 선수들이 모르고 해버린 말실수를 여과 없이 내보내는 것은 위험하니까요.

 

그렇게 기사 쓰고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대회와 리그를 다 챙겨 보려면 몸이 두 개라도 모자라겠어요.

맞아요. 토너먼트 대회를 예선부터 다 가는 건 사실 무리예요. 그래도 8강부터 준결승, 결승전은 꼭 가요. 그러니까 아무리 덜 가려고 해도 1년 동안 내는 목동야구장 주차료가 어마어마하더라고요. 지방 경기는 괜히 무리하는 것보다 체력을 아끼는 것이 결국에는 나를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서 요즘은 너무 멀면 포기하려고 해요. 포기하겠다고 마음먹기까지가 어려워서 문제지만요. (웃음) 호불호가 강한 탓도 있어요.

 

 

좋게 생각하는 선수에게는 최대한 잘해주려고 하는 거네요. 호불호가 갈리는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눈빛이요. 눈빛에서 인성과 마음가짐,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다 드러나요. 불굴의 의지로 올라오는 선수들은 눈빛부터 달라요. 그리고 그만큼 야구를 하는 데 절실한 거니까 최대한 도와주고 싶죠. 아무래도 선수 어머니들과 연배가 비슷하다 보니 경기 보러 가면 어머니들 이야기를 자주 들어요. 듣다 보면 그 선수가 부모님에게 믿음을 주는지, 부모님이 얼마나 정성을 쏟는지 가늠이 돼요. 그렇게 부모가 정성을 많이 들이는 선수들은 그만큼 성적으로 보답을 해주죠. 상대적으로 관심과 정성이 더 필요한 선수들에게는 부족한 부분을 제가 대신 채워준다는 마음을 갖고 있어요.

 

 

그렇게 열심히 응원해서 잘 된 선수들이 많나요?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라운드 1번인 선수들은 저학년 때부터 이야기한 선수들이에요. KIA 타이거즈 윤석민도 2학년 올라가던 겨울, 외국 가는 것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본 적도 있죠. 실력이 타고난 능력 좋은 친구들은 제가 없어도 성공할 수 있어요. 저로 인해 더 잘 클 수 있는 선수들은 의리를 지켜가며 응원하다 보면 결국에는 잘 돼요. 크게 성공하지는 않더라도 꾸준히 오래 뛰면서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선수가 되더라고요.

 

 

선수들이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면 친하지만 엄한 ‘이모’ 입장에서는 보람 있겠어요.

보람은 매일 느끼죠. ‘잘 지내니’ 하고 묻는 연락을 하루에 스무 번도 넘게 해요. 고교야구, 대학야구, 퓨처스리그 선수들이 주로 그 대상이죠. 그러다 보니 KBO리그 올스타전보다 퓨처스리그 올스타전에 나오는 선수들과 더 가까워요. 그런데 퓨처스리그 올스타전에 나오는 정도만 되어도 기사가 많이 나와서 잘 안 쓰게 되더라고요. 굳이 같은 내용의 기사를 쓰는 것보다 다른 선수를 조명하는 게 나으니까요.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 퓨처스리그를 거쳐 1군에서 안정적으로 뛸 때까지 의리를 지키고 싶어요.

 

 

아끼는 선수들에 대해 그녀가 가지는 마음은 단순히 취재대상을 대하는 마음이 아니었다. 무명이었던 선수가 유명세를 얻게 되면 다른 언론에 많이 조명되는 것과 달리 도리어 다루지 않는다는 점에서 남다른 푸근한 정이 느껴졌다. 이 남다른 칼럼니스트의 처음은 어땠을지 남다른 호기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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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면 되게 하라

 

 

지금의 홍희정 기자가 있게 한 첫 단추를 묻자 “원래 재벌가 며느리가 꿈이었다”는 말로 입을 열어 에디터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구단주가 되고 싶을 만큼 열성적인 야구팬이었다. 야구 결과에 따라 감정표현을 금치 못한 적도 있어 소싯적 부모님 걱정깨나 시키던 야구팬의 ‘안 되는 것도 되게 하는’ 꿈 찾기 여정이 시작되었다.

 

 

재벌가 며느리의 꿈을 접고 나서 (웃음) 야구를 향한 꿈은 어떻게 바뀌었나요?

‘야구 선수들의 생활을 느껴봐야겠다’ 싶어서 체대를 진학했어요. 신문방송학과로 진학할까도 고민했는데 운동을 좋아하기도 했고 특별하게 다가가야겠다 싶었어요. 그 당시 제 꿈은 돈 안 내고 야구장 가면서 더그아웃도 들어가는 여자였죠. 지금 들으면 뭐 대단한 꿈인가 싶죠? 제가 대학을 졸업했던 90년대 초반에는 야구와 여성은 거리가 아주 멀었어요. 지금은 여성 리포터나 아나운서가 활성화되어있지만, 당시에는 윤영미 아나운서 외 다른 사람은 거의 없었으니까요. 리포터는 아예 없었고요.

 

 

야구 관련 언론인이 새롭게 생긴 꿈이었군요.

재벌가 며느리 바로 다음 장래희망은 야구 감독이었지만요. (웃음) 대학 들어갈 때 기자가 되어야겠다고 마음은 먹었는데 막상 대학에 가니 너무 열심히 놀아버렸죠. 근데 야구 관련 일은 하고 싶어서 무작정 KBO에 전화해봤는데 여자를 안 뽑는다고 하더라고요. 기록원이라도 되겠다는 마음에 일을 시작했는데 야구를 즐기기 어려워서 관뒀어요. 그러고 나서 허구연 해설위원 밑에서 일하며 ARS 전화 중계를 했어요. 경기 상황을 정리해서 녹음하는 일이었는데 당시에 케이블 방송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모든 경기 중계를 해주지도 않았으니까 수요가 대단했죠. 구장마다 직원이 있었는데 저는 잠실야구장 담당이었어요. 나중에 KBO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에 일하게 되면서 지금 전력분석원들 앉아있는 자리에 월요일 빼고 다 나가니 그분들이랑 친해지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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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시대의 중계에 한 획을 그은 셈이네요. 무료 야구 관람의 꿈은 마침내 이루어졌고요.

그때 친해진 사람들이 지금 구단 코치나 관계자로 있기도 해요. 그러다 어떻게 인연이 닿다보니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야구 리포터를 하게 됐어요. ARS 중계를 하다가 이제는 현장에 나와서 리포터를 하게 된 거니까 처음에 가졌던 무료 야구 관람에 더그아웃까지 갈 수 있는 꿈까지 이룬 거죠. 그걸 한 7, 8년 가까이 했어요.

 

 

프로야구와 관련된 꿈은 이루어졌는데 그 후에 어떤 계기로 아마추어 야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나요?

평화방송 라디오를 하다가 KBS 라디오로 옮기면서는 전 종목을 다하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야구 라디오 다큐를 찍으면서 장충고등학교 야구부를 취재하게 되었고요. 장충고 감독님과 선수들 운동하는 걸 보면서 소리 넣고 작업하고 하다 보니 ‘아마추어 야구가 재밌구나’ 하면서 차츰 매력을 알아가기 시작했죠. 그걸 시작으로 다른 학교들을 취재하게 됐어요. 원래 전 종목 담당이지만 다른 리포터들은 고교야구대회를 가고 싶어 하지 않았고 저는 가고 싶어 하니 자연스럽게 자주 가게 됐죠. 그러다가 아예 아마추어 야구 분야로 가고 싶어져서 칼럼 쓰는 객원기자로도 활동했어요. 원고료를 싸게 받아도 좋다고 어필했죠. 그걸 네이버 뉴스에서 새롭다고 띄워주었던 것이 시발점이 됐어요. 그리고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전 종목 글을 쓰다가 베이징 올림픽 이후부터 야구만 전문적으로 쓰게 됐어요.

 

 

그러면 라디오와 기사 작성을 동시에 하게 된 건가요?

그러니 얼마나 바빴겠어요. 일이 너무 많았어요. 아침부터 취재하고 편집하고 원고 써서 밤 9시 40분에 생방송 하려니 고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라디오를 할 수 없겠다 싶었어요.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는데 라디오 하면서 일을 네다섯 개씩 하려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죠. 그러면서 육아까지 해야 되니 너무 힘들었어요. 아들 임신했을 때도 일주일에 두 번은 라디오 하러 나갔거든요. 그리고 어린이집에 오랫동안 맡겨놓기도 하고, 초등학교 들어가서는 학원을 전전하게 했죠. 그랬음에도 공부는 못하고…. (웃음)

 

 

육아와 병행하는 것 외에도 여성 기자로서 스포츠 분야에서 일하다 보니 생기는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아요.

앞서 말한 것처럼 야구와 여성이 멀었기 때문에 더그아웃에 들어서면 “여기 여자 들어오면 안 된다”는 말을 듣기도 했어요. 나이든 감독이나 코치들이 그러는 경우가 많았죠. 요즘도 아마추어 야구 취재하다 보면 학부모들과 비슷한 연배다 보니까 저를 학부모라고 생각했는지 제지하는 경우도 있고요.

 

 

칼럼을 올리는 네이버 포스트 프로필은 ‘야구가 좋아 평생 업(業)이 되기를 기도했던 때가 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그녀는 그 문장처럼 야구를 평생 업(業)으로 삼으며 꿈을 이루었다. 어릴 적 꿈을 이룬 그녀의 다음 걸음은 어디로 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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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멈추지 않는다

 

 

앞으로의 포부를 묻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아들의 대학 진학’을 말하는 모습은 한국의 다른 학부모와 다를 바 없었다. “아들에게 신경써주지 못한 만큼 어린 선수들에게 신경쓰는 것 같다 ”며 푸념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만큼 야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그녀의 네이버 포스트 프로필의 마지막 문장인 ‘이제는 그것이 내 몫이라 생각합니다’에서 다음 행선지가 보이는 듯 하다.

 

 

프로필 마지막 문장이 인상 깊게 느껴졌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제가 하고 있는 일은 선수들에게 등대와 같다고 생각해요.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비춰주는 느낌이죠. 저는 여태까지 계속 꿈을 가지고 달려왔어요. 그래서 꿈을 향한 노력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죠. 그리고 꿈은 클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꿈이 대통령이면 대통령은 못되더라도 통반장은 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선수들에게도 그 이야기를 항상 강조해요. 큰 꿈을 갖고 그 꿈을 이루겠다는 마음으로 노력하면 좋겠다고요.

 

 

그러면 지금도 큰 꿈을 가지고 있겠네요.

사실 어릴 때 가졌던 꿈들이 지금 와서는 이루어졌거나 이루기 쉬운 상황에 놓인 경우가 많아요. 나만의 방송국을 차리고 싶다는 생각을 어렸을 때 해봤는데, 요즘은 1인 미디어라고 해서 개인 방송도 쉽게 할 수 있더라고요. 기계적인 부분만 해소된다면 1인 미디어를 해보고 싶어요.

 

 

라디오 방송을 해본 경험의 영향인가요?

글보다 말이 편해서요. 저는 제가 글 못 쓴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라디오 방송할 때 경기 상황 정리하는 건 누구보다 빠르게 했어요. 예전에 SPOTV에서 기회가 돼서 편파 중계를 해본 적이 있는데 체력 부족을 극심히 느꼈죠. 그래서 중계방송은 어려울 것 같아요. 물론 하다 보면 또 나아질 수도 있지만요. 무엇보다 방송은 한 번 말 뱉으면 끝이고 제 지식이 얼마나 짧은지가 드러날까 걱정되는 부분도 있긴 해요.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해보고 싶어요.

 

 

아마추어 야구 선수들에 대한 정보가 상당하잖아요. 스카우트를 할 생각은 해 본 적 없나요?

스카우트 하는 것은 어떠냐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요. 무언가 그 팀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럽고 무서워서 진즉 할 맘 없어졌어요. 대신 돈을 많이 벌어서 장학재단을 만드는 것이 꿈이에요. 숙소비가 부담돼서 야구를 관두는 어린 선수들도 많거든요. 실력도 실력이지만 인간성을 중점적으로 평가해서 한 달에 15만 원이라도 장학금을 주고 싶어요.

 

 

그렇게 열악한 환경의 아마추어 야구 발전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뭐든지 발전하려면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지원이 필요하고요. 지금은 학부모가 과외 시키는 것처럼 돈 들여서 야구를 하는데요. 이제는 그렇게 해도 안 된다는 말이 있으니까 안타깝죠. 그리고 대학야구를 최대한 살려야 해요. 고교야구에서의 실력으로 선수를 판단하기는 어려워요. 고등학교 시절 기록은 그정도의 의미가 없어요. 약팀과 붙으면 기록이 금방 달라지니까요. 그래서 스카우트들이 가능성을 보는 거예요. 그 가능성을 보여줄 기회가 더 많아지기를 바라요. 대학야구를 살릴 수 있게끔 제도를 바꾸고 실업야구도 살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독립리그처럼 오밀조밀하게 모인 다음, 그곳에서도 프로 선수를 뽑아 갈 수 있도록 하면서 점차 발전시켜나가면 좋겠어요. 그러면 팬들의 관심도 커지고 그만큼 지원도 늘어날 수 있겠죠.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은 지대한 반면에 아마추어 야구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아쉬운 부분이겠네요.

프로와 아마추어 야구를 별개라고 생각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아마추어 야구라는 개천 안에서 용이 된 선수들이 프로 야구에 온다는 생각에 아마추어 야구를 쉽게 판단하는 것도 크고요. 그런데 어린 선수들은 쉽게 하는 말에 상처를 받고 의욕을 잃게 돼요. 팬들의 관심이 곧 아마추어 야구의 자양분이 되니까요. 아직은 좀 부족하지만 부단하게 성장 중인 선수들도 프로야구의 일원이라 생각하고 지켜봐 주시길 바라는 맘이에요.

 

 

끝으로 <더그아웃 매거진>의 공식 질문을 약간 바꿔볼게요. 홍희정 기자에게 아마추어 야구란?

제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던 곳이요. 돌이켜 보면 정말 고생 많이 했어요. 고생하면서도 계속 저 자신에게 ‘미친 거 아니야?’라고 되묻기도 했고요.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닌 일을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어요. 사실 야구 한 경기 더 본다고 큰 의미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안 보면 후회할 것 같더라고요. 그 경기에서의 선수의 성장, 그리고 그 순간에 제가 있다는 그 자체에 의미가 있기 때문에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어요. 아마추어 야구를 통해 후회 없는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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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못다 한 이야기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에디터에게 역으로 질문하며 역시 프로 기자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65세가 지난 노후에는 지방으로 내려가 퓨처스리그 경기를 보고 싶다 할 만큼 야구는 앞으로도 쭉 그녀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아마추어 야구에 애정을 갖고 선수들이 성장해나갈 방향을 비추어 주는 든든한 등대인 그녀가 있기에 야구 미생들의 항해는 앞으로도 순조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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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그아웃 매거진 69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17년 1월호(69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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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더그아웃매거진, 더그아웃, dugoutmagazine, dugout, 야구잡지, 야구, KBO리그, 아웃사이더, 홍희정

    • 등급 스톰주전자
    • 2017.02.17 11:43
    • 답글

    최고의 기자님^^
    항상 좋은글과 사진 잘 보고 있습니다~

    • 등급 홍성준
    • 2017.02.20 21:16
    • 답글

    대한민국 아마야구 및 퓨쳐스리그 관련 기사 늘 잘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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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 닉네임 어쩌고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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