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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고교야구의 계절 8월, 공허한 메아리만 가득한 그들만의 그라운드 이슈&대세

GM수연아빠 (july***)
2018.08.12 23:00
  • 조회 6319
  • 하이파이브 3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현장, 고교야구 정상화의 길


 뜨거운 폭염의 여름, 8월은 고교야구의 계절이다. 옆 나라 일본이 100번째 고시엔 기념대회로 인해 일본 열도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면 우리나라는 제52회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와 제46회 봉황대기 고교야구대회의 전국대회가 연달아 펼쳐지면서 8월 한달내내 목동야구장의 푸른 그라운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부러운 남의 나라 야구축제에 입맛을 다시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모처럼만에 고교야구 직관을 위해 한국 고교야구의 성지로 새롭게 자리잡고 있는 목동야구장을 찾았다. 왜 우리 고교야구는 일본처럼 국민적인 관심과 인기를 누릴 수 없는 것인지 고시엔야구장과 목동야구장의 비교체험을 통해 그 궁금증을 해결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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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석을 점령한 대형 파라솔, KBO 신인 드래프트 쇼케이스?


 보통 하루 4경기가 예정되어 있고 오전 8시에 첫 경기를 시작하는 고시엔 고교야구대회는 100회 기념대회라는 이슈가 더해진 대회 첫번째 주말을 맞아 새벽부터 구름관중이 몰려들었다. 8월 11일 토요일에는 경기시작 100분전인 오전 6시 20분에 티켓판매와 관중석을 오픈했고 내야석은 7시 15분에 일찌감치 매진되었다고 한다. 이번 대회부터 유료입장으로 변경된 외야자유석을 포함한 43,000석의 규모를 자랑하는 고시엔구장은 8시 58분 단 하나의 빈자리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유료관중이 야구장에 가득 들어찬 진풍경이 펼쳐졌다. 경기장 밖의 매표소에는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야구팬들이 1경기가 끝난뒤 돌아가는 관중들로 인해 발생될지도 모르는 추가 판매분 입장권을 구해보겠다며 긴 줄이 늘어서는 장관이 연출되는 것이 고시엔의 흔한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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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9시에 첫 경기를 시작하는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를 관람하기 위해 찾은 토요일, 경기시작 10분전인 8시 50분의 목동야구장 주차장 너머 보이는 텅빈 관중석은 정말 오늘 야구경기가 펼쳐지는 것이 맞는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여유롭고 한적한 모습이였다. 입장권 구매를 위해 노숙을 불사해야 할 정도의 치열한 티켓 전쟁을 치룰일도 없고 주차장이 마련되지 않아서 한신 전철이외에는 별다른 접근방법조차 없는 고시엔야구장에 비하면 차량 접근성까지 좋은 목동야구장은 상대적으로 고교야구 매니아들에게는 축복이 아닐까라는 휘파람을 불며 티켓을 구매하고 논스톱으로 야구장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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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동야구장의 첫 인상은 이른바 본부석이라고 부르는 중앙 내야 테이블석에 촘촘히 펼쳐진 파라솔이 무척이나 낯설게 느껴졌다. 얼마후 펼쳐질 2019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를 준비하기 위한 10구단의 전력분석원들이 저마다 한자리씩을 차지하고 미래의 꿈나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었다. 물론 학부모와 야구관계자들을 제외하면 유료관중이 워낙 적은 목동야구장내에서 폭염아래 하루종일 선수들에게 집중해야 하는 특성상 기록적인 더위를 피하기 위해 설치된 그늘막이 게임을 관전하는데 방해요소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처럼 고교야구 선수들의 풋풋한 플레이를 지켜보기 위해 야구장을 찾은 일반 야구팬의 입장에서 경기를 집중하기에는 좀처럼 흥이 나지 않는 "쇼케이스" 혹은 "면접장소"로 전락한 목동야구장의 씁쓸한 현실에 미간이 찌푸려지는 것은 어쩔수 없는 솔직한 기분이었다. 고교야구가 자신들만의 공간과 성벽을 구축하면서 일반인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마저 스스로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아쉬운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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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감독의 항의와 관중의 욕설, 프로적응을 위한 멘탈 관리?

 일본 고교야구인의 축제인 고시엔대회는 철저하게 선수들을 중심으로 경기가 펼쳐진다. 덕아웃에는 등번호 1~18번으로 등록된 고교 야구부 소속의 정규선수 18명만에게만 덕아웃 출입이 허용되고 지도자와 매니저의 숫자 역시 최소한으로 제한된다. 게다가 벤치에서 감독이 전반적인 경기를 지휘하지만 작전타임이나 선수교체같은 상황이 발생해도 감독은 덕아웃의 후보 선수중 한 명을 전령으로 활용할뿐 그라운드 안으로 나서지 못한다는 점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결국 최소한의 전술이 지시될 뿐 야구장내에서 게임을 풀어나가는 플레이는 전적으로 선수들 자신이 해결해야 할 몫이며 1루와 3루쪽에서 작전을 전달하거나 선수들의 플레이를 돕는 런너코치들 역시 모두 후보선수들의 몫이다. 특히 교육의 일환으로 여겨지는 고교야구의 특성상 선수들이 심판판정에 항의를 하거나 어필을 하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고 다소 억울한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경기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는 것이 전통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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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방송 해설자들은 투수의 실투를 지적하거나 수비수들의 실수와 실책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타자들이 잘 쳤다고 말하거나 공격측에서 빈틈을 잘 파고 들었다는 긍정적인 표현과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기록원들도 아직은 기량이 완성된 선수들이 아닌만큼 애매한 타구를 수비 실책으로 결정하기 보다는 가능하다면 안타로 기록하는 고교야구의 눈높이와 넉넉한 기준과 잣대로 배려하는 것도 고시엔만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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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의 경우는 어떨까? 정말 오랜만에 직관한 경남고와 대전고의 경기중 심판판정에 대한 무려 두 번의 감독 어필플레이가 나왔다. 경남고 코칭스탭은 2루와 3루쪽으로 이루어 진 태그플레이 판정에 불만을 가지고 그라운드에 난입하였고 강력한 항의로 경기의 흐름을 끊어 버렸다. 결국 두번째 어필플레이는 합의판정으로 최초의 원심이 번복되었다가 대회규정상 합의판정을 수용해줄 수 없다는 본부석의 재해석으로 인해 다시 원심이 유지되는 끔찍한 해프닝이 발생한다. 영문을 모른채 이 과정을 지켜 본 대전고 응원석에서는 그라운드의 심판들을 향한 욕설이 섞인 야유가 지속적으로 터져나왔고 대전고 감독이 모자를 벗고 관중석을 향해 자제를 요청했을 정도로 경기장의 분위기는 일순간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차갑게 식어버렸다. 고교야구가 스포츠를 통한 교육의 일환이라기 보다는 성과를 내야만 하는 성적지상주의의 폐해와 꼴불견 관중의 악순환이 여실하게 드러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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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라면 뭔가 큰 목소리를 내야 하는 문화, 사회가 정한 규범과 결정에 대한 의심을 가지고 결과에 좀처럼 승복하지 못하는 태도,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상대방에 대한 거침없는 욕설을 쏟아내는 장면을 보고 자란 고교야구계의 부끄러운 민낯을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보니 음주운전, 폭행사건, 약물, 팬서비스 기피 등 각종 사건 사고에 휘말려 들며 인성문제까지 제기되던 KBO 프로선수들의 멘탈은 이미 고교시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를 가져보기에 충분했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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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저렴한 입장료와 널널한 테이블석, KBO의 미래를 엿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우리가 한국고교야구를 외면한다면 결국 고교야구의 정상화는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공허한 메아리처럼 이상적인 바램으로 그칠 것이다. 청소년들이 야구를 외면하기 시작한다면 머지 않아 세계무대에서 강자로 통하던 한국야구의 실력은 물론 사회인야구의 미래도 불투명해 질 것이 확실하다. 프로진출이 유력한 초고교급 선수들이 총출동한 빅매치였음에도 을씨년스러운 목동야구장의 풍경은 "고교야구가 살아야 한국야구가 산다"는 말을 가슴 깊이 느껴볼 수 있는 처절한 삶의 현장이다. 너무나도 극명하게 차이를 보이는 관중석의 분위기는 인정하기 싫지만 결국 한일 양국 야구의 기초실력이자 인프라의 차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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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행기를 타고 멀리 고베 니시노미야까지 날아가지 않아도 목동야구장에서는 단돈 7,000원이라는 합리적인 입장료로 자유롭게 1,3루측의 테이블석을 차지하고 편안하게 야구를 관전할 수 있는 최고의 가성비가 주어진다. 몇 년후에는 프로야구 무대에서 볼 수 있는 스타급 선수들의 풋풋한 고교시절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한다.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를 받는 1차지명 초고교급 선수들의 기량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거나 강백호나 양창섭같이 고교야구대회를 통해 주목을 받았던 신인 선수들이 프로에서 활약하는 성장과정을 함께 하는 것이야말로 아마-프로야구의 건강한 선순환이라는데 이견을 가진 생활야구인들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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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인 드래프트에서 선택된 선수들은 하루아침에 갑자기 만들어 진 선수들이 아님을 기억했으면 한다. 단지 야구장을 찾아주는 조그만 관심이야 말로 아사직전인 고교야구를 지탱하는 유일한 심폐소생술이다. 평소 응원하는 프로야구팀에 보여주는 관심과 애정중에 2%만 폭염속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고교야구선수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다면 목동야구장의 분위기는 확실히 달라지지 않을까? 비록 아직은 개선해야 할 점이 더 많아 보이는 현실이지만 당장 다음주 월요일 결승전으로 막을 내리는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와 새롭게 시작되는 봉황대기 고교야구대회는 8월 내내 목동야구장의 무대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오랫동안 기억될 역사상 최악의 기록적인 폭염과 맞싸우고 있는 어린 야구선수들에게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쳐 줄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행복한 하루였다.



글 : 서준원 / 수연아빠의 야구장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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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 등급 노원구B리틀야구
    • 2018.08.14 20:19
    • 답글

    • 등급 GM수연아빠
    • 2018.08.22 10:13
    • 답글

    노원구B리틀야구님, 감독님! 잘 지내십니까? ^^

    • 등급 김성화
    • 2018.08.16 11:10
    • 답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진심으로 공감하는 내용들이에요. 일본고교야구를 보면 우리나라 고교야구도 충분히 재미있고 관심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등급 GM수연아빠
    • 2018.08.22 10:13
    • 답글

    김성화님, 고교야구 컨텐츠를 어떻게 스토리텔링하고 야구팬들에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야구매니아들의 마음을 움직일 요소를 찾아야겠지요.

    • 등급 익명
    • 2018.08.19 08:40
    • 답글

    • 등급 a5***
    • 2018.08.22 18:54
    • 답글

    한일고교야구 비교 잘 읽었습니다 공감합니다. 
    우리고교 야구도 재미 있는데, 아쉽네요. 
    프로야구는 매일 열려도 티켓구하기도 어렵고. . 

    • 등급 GM수연아빠
    • 2018.08.23 10:25
    • 답글

    a5***님, 일단은 서로 성격이 다름을 인정하고 출발하는게 그나마 볼거리가 생깁니다. 우리 고교야구는 프로야구의 부속물인게 아쉽지만 인정할건 해야겠죠?

    • 등급 용마(이현)
    • 2018.08.23 22:13
    • 답글

    • 등급 호민킹
    • 2018.08.25 16:29
    • 답글

    • 등급 경철
    • 2018.08.26 15:59
    • 답글

    ㅇㅇ0










    .0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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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 닉네임 어쩌고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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