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야구 초심자들이 가득 모여 있는 루키 리그에 소속된 회사 동아리 팀에서 야구를 하다가 2루 주자가 3루 베이스를 돌다가 오버런을 하면서 코치박스에 우두커니 서 있던 3루 주루코치와 포옹을 하고 다시 3루로 돌아가는 좀처럼 상상하기 힘든 웃지 못 할 해프닝을 만들었다. 물론 상대팀이 센스 있게(?) 어필을 하면서 주자가 아웃선언을 받고 절호의 득점찬스가 허무하게 무산되며 이닝이 바뀌는 아픈 기억을 남기고 말았다. 일반적으로 야구경기에서 상대팀보다 한 베이스를 더 파고들 수 있다면 승리에 한걸음 다가설 수 있는 것이 보편적인 사실이다. 하지만 그저 열심히 그리고 빨리 뛰기만 하면 될 것 같은 다소 단순해 보이는 주루플레이에서도 실제로 생활야구인들이 놓치지 쉬운 상황에 맞는 베이스러닝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안타를 치고 1루 베이스를 그대로 직진해서 치나지지 마라!

 전력을 알 수 없는 팀과의 첫 경기, 상대팀의 타자가 깨끗한 중전안타를 기록하고 1루에 안착하는 순간 베이스위에서 껑충 뛰면서 뭔가 해냈다는 기쁜 표정으로 그대로 멈춰서거나 마치 골인지점을 통과한 100미터 달리기선수처럼 앞만 보고 전력질주, 베이스를 그대로 지나쳐 버린다면 일단 어느 정도 상대의 경기력에 대한 안심을 해도 좋을런지 모른다. 타자가 타격을 마치고 1루 베이스를 지나치는 순간부터 타자는 주자가 되어 주자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내야땅볼의 경우 1루까지 전력질주 후에 빠르게 잔걸음으로 멈춰서면서 혹시나 나올 수 있는 악송구에 대비한 다음 플레이를 준비하여야 한다. 타구가 외야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쳤다면 베이스라인 우측으로 크게 원을 그리면서 좌익수방면, 중견수방면, 우익수방면에 맞춰서 오버런의 길이를 조절하면서 외야수의 포구 실수가 일어난 틈을 놓치지 말고 즉각적으로 2루 베이스를 점령할 준비동작을 취하는 것이야 말로 주루플레이의 기본 중에 기본인 것이다,

 야구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기본적인 약속된 플레이를 지키지 않는 것이야말로 끈끈한 팀워크를 깨는 생활야구에 있어서 가장 멀리해야 할 금기사항중 하나이다. 기회를 잡았을 때 상대에게 잠시의 틈도 주지 않고 압박하겠다는 마음가짐이 느껴지는 준비된 팀과 뭔가 느슨해 보이는 주루플레이를 하고 있는 팀이 주는 이미지가 결코 같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1루에서 행해지는 가벼운 몸짓 하나만 봐도 그 팀의 야구센스를 충분히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매 타석마다 아무렇지도 않게 홈런을 뻥뻥 날려줄 수 있는 중장거리 홈런타자가 아니라면 처음으로 주어지는 타자주자의 임무를 절대로 간과하지 말자.

스킵동작만 잘 해도 얼마든지 2루에서 살 수 있다!

 안전하게 1루에 출루에 성공했다면 이제는 스코어링 포지션인 2루를 노려야 한다. 생활야구 3부 이하 팀들 간의 경기에서 보통이상의 주력을 가진 주자들이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2루를 쉽게 훔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만약 2부나 3부 대회에서 상대팀의 포수자리에 무시무시한 강견을 자랑하는 선수출신이 버티고 있다면 사정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괜시레 욕심을 내고 도루를 시도했다가 아웃이라도 당하는 날엔 좋은 흐름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벤치에서 팀원들에게 질타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으로 상대포수의 앉아쏴를 걱정한 나머지 그 자리에 얼음처럼 꼿꼿이 얼어붙어 있는 경우가 태반일 것이다. 어깨가 좋은 포수가 앉아 있다면 꼭 도루를 노리지 않더라도 적극적으로 움직여주면서 상대의 투수와 내야진을 진장시키게 하는 것은 여러모로 후속타자의 타격에도 도움을 줄 수 가 있는 팀플레이다.

 그리고 스킵동작만 잘해도 얼마든지 2루에서 충분히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투수가 투구동작에 들어가면 1루 주자는 도루하는 척 스타트를 끊었다가 곧바로 되돌아오는 스킵동작을 반복적으로 하는 습관을 몸에 들여야 한다. 타구방향에 따라 즉각적인 주루 플레이의 스타트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도 역시 스킵동작으로부터 시작된다. 프로야구선수도 아닌데 귀찮다고 혹은 발이 느리다는 이유로 와일드 피칭이나 패스트볼이 일어났을 때에도 우두커니 베이스 옆에 서 있다가 2루를 점령하지 못하는 반쪽자리 야구선수가 될 것인가? 아니면 센스 있는 주루플레이로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는 베테랑 선수가 될 것인가? 스킵이라는 조그만 차이에서 시작되는 이 엄청난 변화는 오롯이 실력이 아닌 마음가짐으로 정해진다고 본다.

3루 주자는 반드시 파울라인 바깥쪽에서 리드하여야 한다!

 1루와 2루에서 주자가 다음 베이스까지의 최단거리로 도달하기 위해 가상의 베이스라인 선상에서 주루플레이를 펼친다면 3루 주자의 경우 페어지역이 아닌 3루선상에서 한걸음 뒤 바깥쪽 파울지역에서 리드자세를 취해야 함을 반드시 기억하자. 만약 타자가 친 잘 맞은 안타성 타구가 3루선상 라인드 라이드로 날아들어 미처 피하지 못한 3루 주자의 몸에 직접 맞을 경우 주자는 아웃이 되면서 팀은 좋은 기회를 무산시키게 될 수 도 있다는 점을 머릿속에 숙지하도록 하자. 만약 파울지역에서 맞았다면 조금은 아프겠지만 파울일 뿐이다. 가끔은 왜 3루 주자는 파울라인 선상 바깥쪽에 서야 하는지를 전혀 모르는 야구상식이 제로인 생활야구인들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생활야구인들이 3루 주자가 되었을 때 늘 실수하는 부분이 투아웃이 아닌 경우라면 외야 쪽으로 타구가 날아갔을 경우 우선적으로 3루 쪽으로 리터치, 언더베이스를 준비하여 득점을 만들어내야겠다는 마음가짐이다. 별거 아닌 지극히 평범한 동작 같지만 자신의 발로 희생플라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본을 지키는 주루플레이 하나만으로도 생활야구 특성상 타율과 타점에 목마른 팀원들에게 얼마든지 좋은 선물을 할 수 있다는 점,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겠다!

상황에 맞는 주루플레이, 후속타자의 성향을 머릿속에!

 보통의 프로야구라면 3루 주루코치가 공격이 전개된 상황에 맞추어 주루플레이를 직접 지시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생활야구는 주자가 스스로 타구 판단을 해서 직접 진루를 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펼쳐진다. 머릿속에 타구의 방향과 후속타자의 성향, 팀의 타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안전하게 찬스를 계속 이어나갈 것인지, 공격적인 주루플레이로 한 점을 뽑아내는 적극성을 보여줄 것인지를 미리 결정해 두는 편이 좋다. 다음 타자가 방망이가 좋지 않은 하위타선으로 이어지는 경우와 상위타선 혹은 중심타선으로 이어지는 경우의 주루플레이가 매번 똑같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루 주자가 되어 루상에 출루했을 경우 자기보다 뒤쪽으로 날아가는 내야땅볼타구는 3루로 뛴다는 기본 전제 속에 야수 정면의 라이너성 타구를 조심하고 유격수나 3루수가 전진해서 어렵게 처리하는 타구의 경우에만 3루로 진루를 하겠다는 원칙을 반복적으로 이미지 트레이닝하고 있어야만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진짜 야구를 할 수 있게 된다.

​ 좋은 주루 플레이는 우선적으로 빠른 스피드가 바탕이 되어야 하겠지만 생활야구에서는 빠른 발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상황에 맞는 생각하는 야구를 할 수 있는 센스만으로도 얼마든지 좋은 주자가 될 수 있음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축축 쳐지기 쉬운 더운 여름철, 좀 더 생활야구를 재미나게 즐길 수 있도록 언제나 적극적이며 생기 넘치는 생활야구인 특유의 파이팅 넘치는 주루플레이를 보여주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