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잔치? 내게 물어봐! 유니폼을 갈아 입은 이적생들~
예상치 못한 WBC예선 1라운드에서 탈락한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의 성적으로 인해 2013 팔도세븐 프로야구의 열기가 식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시즌을 앞두고 걱정이 많았지만 지난 겨울동안 야구에 목말랐던 수많은 프로야구팬들이 시범경기가 펼쳐진 전국의 야구장을 직접 찾아주면서 그라운드에는 서서히 활기가 돌고 있습니다. 지난 9일부터 시작된 시범경기가 이제 반환점을 돌면서 정규시즌 개막직전에 마지막 시험무대가 될 일주일간의 잔여경기만을 남겨 둔 가운데 9구단 감독들은 마지막 옥석가리기에 한참입니다.
지난 몇 년간 프로야구 시즌 최종성적을 살펴보면 프로야구의 순위판도에는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2000년대초반에만 해도 제법 자주 가을의 잔치에 초대를 받던 포스트 시즌 단골 멤버였던 한화와 엘지가 하위권으로 떨어지면서 오랜 암흑기를 보내는 사이 SK와 삼성이 최근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나누어 차지하는 등 전성기를 누리고 있고 롯데, 두산, KIA 등이 번갈아가며 4강에 이름을 올렸을 뿐 사실상 극적인 순위의 변동이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상대적으로 선수이동이 적고 스타급 플레이어의 트레이드에 있어서 상당히 폐쇄적인 대한민국 프로야구시장의 특징에 연관되어 있다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작년 시즌이 종료되면서 제법 많은 선수들이 새로이 유니폼을 갈아 입으면서 가을야구의 진출여부를 결정지을 중요한 열쇠를 지닌 선수들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시범경기에서 보여 준 이적생들의 활약 여부를 살펴보면서 과연 올 시즌 프로야구의 판도가 어떻게 달라질런지도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박 FA로 영입한 거물들은 과연 믿을만한가?
시범경기를 통해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 준 유니폼을 갈아입은 선수는 뭐니뭐니 해도 '김주찬 효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아 타선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는 FA대박을 터트리며 타이거즈의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김주찬 선수일 것입니다. 시범경기 첫 날 처음으로 기아 유니폼을 입고 들어선 첫 경기 첫 타석에서 초구를 통타하면서 3루타로 화끈한 신고식을 보여 준 김주찬으로 인해 기아의 타선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입니다. 이용규-김주찬이라는 막강한 테이블 세터진을 시작으로 이범호, 최희섭, 김상현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 그리고 이제는 신입티를 벗어 던지며 물이 오른 안치홍과 나지완이 뒤를 바치고 있고 김선빈이 하위타선으로 밀려난 KIA의 타순은 정말 쉬어갈 곳이 딱히 보이지 않을 정도의 짜임새를 갖추게 되어버렸습니다. 이적생 김주찬이 과연 얼마나 활약해줄런지는 미지수이기는 하지만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기아의 전력은 단숨에 우승후보에 거론되기에 충분한 타선을 갖추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습니다.
테이블 세터진 중에 가장 높은 몸값은 받은 선수가 김주찬이라면 FA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투수들중에 가장 주목을 받은 선수는 국민노예 정현욱입니다. 늘 경기종반에 뒷심부족으로 힘없이 무너지곤 하던 빈약한 엘지의 마운드의 허리를 맡아 줄 스윙맨으로 기대를 모으며 지고지순한 엘지팬들의 10년 숙원과제인 4강진출의 키를 가진 선수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만 시범경기에서의 성적은 그다지 만족할 만한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성실하고 학구파로 알려진 정현욱이기에 정규시즌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려 지난해 믿을맨 역할을 톡톡히 해 준 유원상과 더불어 이적신입생 정현욱, 그리고 시범경기에서 마구를 선보인 신정락까지 필승계투조로 자기 몫을 해준다면 DTD의 오명을 씻어 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인 엘레발을 기대해 보게 됩니다.
많은 야구 전문가들은 두산과 기아를 올시즌 2강으로 꼽고 있습니다. 안정된 선발진과 짜임새 있는 타선이 원인인데요. 그 중에서도 FA를 통해 친정팀인 두산으로 돌아온 주장 홍성흔이 김동주의 부진으로 공석이 된 두산의 4번자리를 노리면서 두산베어스는 중심타선의 힘을 더하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시범경기에 얼굴을 들어내지는 않았지만 홍주장이라는 상징성은 단순히 두산의 공격력의 강화라는 차원을 떠나 누구보다 활발한 성격으로 덕아웃의 분위기를 이끄는 리더쉽을 가진 주장으로써의 적임자이기에 두산은 2013년 다시 한번 잠실에서 “허슬두”의 신화를 이어갈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보여집니다.
백업요원신세에서 트레이드를 통해 당당해 주전자리를 노린다!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FA를 통해 유니폼을 갈아입으면서 주목을 받은 선수들만 팀의 전력에 보탬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팀의 전력이 중복되는 부분과 부족한 포지션을 서로 보완하는 차원에서 뜻이 맞는 팀들간의 트레이드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잡은 선수들도 눈에 띕니다. 그 중에서 시범경기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선수는 LG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김태완이 단연 돋보이는 존재입니다. 디팬딩 챔피언이자 최강의 전력을 구축한 삼성이지만 지난 시즌을 되돌아보면 주전선수가 딱히 정해지지 않은 가장 취약한 포지션은 바로 2루수입니다. 멀티포지션이 가능한 수준급의 수비력과 뜬금포를 갖춘 김태완이 2루주전 혹은 3루백업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아주면 삼성의 가을의 잔치는 이미 따 놓은 당상일 것입니다. 팀의 운명을 결정지을 주목받는 이적생에 김태완은 의외라구요? 그에게는 탈쥐효과라는 비장의 스팀팩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셨겠지요!
반면 김태완과 옷을 바꿔입고 삼성을 떠난 현재윤 역시 엘지에게는 보석같은 존재입니다. 선수협관련 활동으로 팀에 미운털이 박혀 1군무대에 오를 기회조차 받지 못하고 잊혀지는 존재였던 현재윤은 삼성라이온스에서는 찬밥신세나 다름없었지만 즉시전력감으로 당장 활용할 포수가 마땅치 않은 엘지트윈스의 팀사정상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의 경기내용만 놓고보면 김기태 감독은 수비에서 안정감이 떨어지는 윤요섭이나 경험이 부족한 조윤준보다는 현재윤에게 주전 마스크를 씌울 구상을 하고 있는 모습이 살짝 엿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적생 현재윤이 리즈-주키치-우규민-임찬규로 이어질 선발진과 어떤 호흡을 맞추어 주느냐에 4강가능성을 찾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개인적으로 이번 겨울 트레이드시장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린 한화의 트레이트 카드로 쓰여진 장성호입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베테랑 좌타자중 한명인 장성호는 성적이나 실력에 비하면 프랜차이저 스타로써의 대접을 받지 못하고 기아-한화-롯데로 유니폼을 갈아입는 다소 예상밖의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는 전성기가 지난 고참의 대열에 합류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지만 시범경기에서 빈타속에 김주찬-홍성흔의 공백이 크게 느껴지는 롯데의 현재의 상황을 감안할 때 이적생 장성호의 부활여부는 롯데의 4강을 이끌 해법으로 중요하게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우리도 새웃을 입었다구!
류현진이 거액의 이적료를 한화에 안기면서 LA로 떠날때만 해도 FA시장의 큰 손은 한화가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였습니다. 하지만 2012년 최악의 한해를 보낸 한화는 이렇다 할 외부영입의 움직임이나 선수보강이 없이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시범경기에서 보여 준 한화이글스의 경기력으로는 신생팀인 NC에게조차 정규시즌 순위의 위협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전문가들의 우려의 목소리까지 들려옵니다. 2013시즌 한화는 새롭게 유니폼을 갈아입은 재원 중에 믿는 구석이라면 오직 한명,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명장 김응용 감독뿐입니다. 과연 백전노장의 전설같은 명장이자 우승청부사 김응용 감독이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팀의 체질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주목해 보시는 것도 좋을 듯 싶네요~
마지막으로 주목을 받는 또 다른 감독이 한 명 더 있습니다. 한화의 사령탑이 전설적인 백전노장을 영입하면서 변화를 꾀하는 반면 히어로즈의 이장석대표는 엘지트윈스 출신의 신예 염경엽 감독을 김시진 감독의 후임으로 선정하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합니다. 구단의 재정사정으로 주전급의 선발투수들을 현금 트레이드하면서 다른팀에 내주어야 했던 열악한 상황에서도 묵묵히 유망주들을 발굴하며 넥센 히어로즈를 투수왕국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은 김시진 감독의 공백을 과연 새롭게 유니폼을 갈아입은 염경엽 감독이 잘 이끌어 갈 수 있을런지도 이번 시즌 흥미로운 볼거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2013년 프로야구 정규시즌의 개막이 불과 열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과연 올해는 어떤 깜짝 스타들이 탄생해서 야구팬들을 즐겁게 해줄는지? 혹은 이번주 이슈&대세에서 이슈로 언급한 이적생들이 팀의 가을의 잔치를 이끌 대세선수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코 앞에 다가 온 프로야구 시즌개막을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