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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게임에 숨겨진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 이슈&대세

GM수연아빠 (july***)
2014.09.12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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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게임에 숨겨진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

 우리나라에 야구가 전해진 계기는 1904년 미국인 선교사인 필립 질레트가 YMCA청년들에게 서양식 공놀이인 야구를 알려주기 시작하면서 부터라고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일제 강점기에 시작된 야구경기는 일본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영어로 이루어진 야구용어는 일본식으로 전파되기 시작했고 지금도 잘 못 이해하고 사용되는 데드볼, 포볼, 런닝홈런, 랑데뷰홈런, 포크볼과 같이 대부분의 잘못된 야구용어들은 무심코 사용하기 시작한 일본식용어로 인한 영향이 제일 크다고 할 수 있겠다. 게다가 생활야구에 전반에 걸쳐 별 뜻 없이 지나치며 잘못 인지된 야구습관들은 틀린 야구용어만큼이나 어느새 생활야구 전반에 깊이 자리잡고 있다. 이번주 이슈앤대세에서는 잘못된 야구상식과 습관으로 인해 나도 모르게 경기중에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는 일은 없었는지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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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방적이여서 차갑게 식어버린 경기를 Cold Game이라 부른다?

 만약 당신이 4회말 9점차이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3루주자로 출루했다면 투수가 던진공이 어처구니 없는 폭투가 되어 포수가 도저히 잡을 수 없는 곳으로 멀리 날아가버린 상황에서 분명 홈에 들어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될런지도 모를 일이다. 주어진 경기시간 2시간을 가득 채워 한 이닝이라도 조금 더 경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과 상대방을 배려해주겠다는 동정심에서 타석에서 일부러 터무니없는 공에 헛스윙을 하고 아웃이 되어 주는 것이 과연 생활야구의 매너를 지키는 일일까? 

 

 십년전 처음 사회인야구 리그에 가입하면서 가장 먼저 외운 공식 중에 하나는 “5, 4, 6같은 암호를 수십번씩 되새기며 암기했던 콜드게임 규정이였다. 시간제한이 없는 경기의 묘미를 알려주겠다던 H2의 주인공 히로의 말과는 다르게 이 땅의 사회인야구는 1시간 50분이라는 엄격한 시간제한룰이 존재했다. 어려서부터 고교야구와 프로야구를 관전한 입장에서 정규이닝의 마지막 이닝이 9회말 아닌 7회에 끝나야 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어색한데 만약 대회에서 강팀을 만나서 경기초반 십점차 이상의 큰 점수차이로 끌려가기라도 하는 날엔 경기는 4회 콜드게임으로 경기종료를 걱정해야만 했다. 모처럼만에 즐거운 야구를 꿈꾸며 그라운드에 섰지만 무참하게 깨져버린 일요일의 씁쓸한 기억은 생각보다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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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드게임 : 운동경기에서 심판에 의하여 종료결정이 내려진 게임을 말한다. 특히 야구에서 양팀 모두 5회 이상 공격을 동일하게 진행한 뒤 해가 지거나 폭우, 또는 분쟁 등의 이유로 경기를 진행할 수 없게 된 때, 또는 양팀간의 점수차가 너무 많이 나 더 이상 경기를 계속할 필요가 없을 때에 심판이 경기를 중단시키는 경우에 쓰인다라는 사전적 정의를 가진 콜드게임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너무 한쪽이 일방적으로 앞서는 관계로 게임의 흐름과 분위기가 차갑게 식어버려서 더 이상 승부를 이어갈 의미를 잃어버린 경기라는 의미에서 비롯된 "Cold Game" 으로 알고 있는 생활야구인들이 주변에 의외로 적지 않다는 점이다. 하지만 콜드게임은 심판이 경기를 중단시킨다는 뜻의 "Called Game"의 또 다른 미국식 이름은 "Mercy rule game"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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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시룰 게임이란 말 그대로 승자가 잔인하게 더 이상 경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상대를 무시하고 종료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의 망신이나 참패를 당하지 않도록 자비를 베푸는 것이다. 물론 도무지 종 잡을 수 없는 사회인야구의 경기의 흐름이라면 10점차도 한번의 찬스로 뒤집을 수 있다는 다소 낙천적이며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생활야구인들도 있을 것이다. 큰 점수차이에서 상대를 이기려고 기를 쓰고 한 베이스를 더 공격적으로 진루하거나 뜻도 없이 도루를 감행하며 이번 기회에 개인 성적을 올릴 기회라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팀들도 문제겠지만 입가에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면서 적당한 점수차이를 유지하면서 어린아이를 다루듯이 대충대충 이닝을 이어가는 것이야말로 약자를 기만하는 행위가 아닐까? 매순간 늘 진지하게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야말로 비로소 상대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콜드게임이 가지는 긍정적인 의미는 대책없이 점수를 내주고 있는 약자들에게는 이닝이 거듭될 수록 더 큰 점수차이가 벌어지면서 끔찍한 수모를 당하며 상실감을 느끼는 것을 조기에 수습하고 이기고 있는 팀에게는 불필요할 만큼 큰 스코어로 승리의 축배를 들며 더 큰 자만에 빠지는 것을 막아 주려는 서로를 배려하기 위한 룰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투다이! 죽고 죽이는 살벌할 게임이 바로 야구?


 우리는 경기중에 아웃 카운트가 하나씩 올라갈때마다 수비수들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다이”를 외친다. 도대체 누가 죽었다는 걸까? 미국에서 오랫동안 살다 온 친구가 우리네 생활야구장에 와서 깜짝 놀란 것은 열악한 운동장 사정도 아니고 비싼 리그비도 아니였다고 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상대를 깔보고 기만하는 뜻을 가진 상상하기 싫은 저속한 단어를 써가며 상대를 죽였다는 사실을 인지시키면서 서로 웃고 떠드는 모습이였다고 한다. 


 물론 언어의 생활권이 다르고 문화적인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불필요할 정도로 자극적인 단어를 선택한 이유는 어쩌면 경기중에 상대의 기를 꺽고 우리팀 수비수들에게는 힘을 실어주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생활야구는 이기는 것이 목적이자 치열한 전투와 죽음이 오가는 전쟁터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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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트와 모자를 갖추고 하는 경기에 임하는 구기종목은 야구가 유일하다고 말 할 만큼 야구가 신사적인 스포츠이다 아니다의 여부를 떠나서 아마추어정신에 입각한 생활야구에서 만큼은 상대를 배려하는 매너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기 중에 사용되는 거친 단어의 선택은 자칫 불필요한 승부욕을 자극하기 쉽고 필요이상으로 이상과열된 경기의 분위기는 결국 아마추어 경기중에 있어서는 안되는 벤치클리어링 같은 불미스러운 사건의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원다운, 투다운처럼 미국 본토식 야구용어도 있다고 하지만 그냥 원아웃, 투아웃 같이 평범하게 아웃카운트를 외치며 서로에게 상황을 인지하게 하고 수비수들끼리 의사소통을 하는 것만으로도 파이팅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너무 친한 형,동생들로 이루어진 같은 팀동료간의 대화라고 하더라도 그라운드에서 얼굴을 찌푸리게 하는 육두문자가 서로 난무하는 상황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생활야구의 언어순화”가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모자를 벗고 인사하는 것은 절대로 전의를 상실한 행동이 아니다!

 야구를 처음 접할 때 그라운드의 중심이자 가장 높은 곳인 마운드에 서있는 투수는 어떠한 경우에도 쉽게 흔들리거나 심리적인 불안감을 표현하면 안되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진 자리라고 들었다. 그래서인지 평소에는 참 예의바르고 매너가 좋던 친구들도 마운드에만 서면 이상하리만큼 전투적인 성향을 보이며 싸움닭처럼 변신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상대타자를 범타로 돌려세우거나 삼진을 잡아 아웃카운트를 늘리려는 승부욕도 좋고 수비의 중심에 서서 팀승리에 보탬이 되겠다는 적극적인 마음가짐도 좋다. 하지만 우리의 잘못된 야구습관중 하나는 투지와 매너를 동시에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투수가 아무리 감정표현을 자제해야 하는 자리라고는 해도 본인의 실수로 상대방을 아프게 했을때는 반드시 미안하다는 의사표현을 하는 것이 상대방에게 불필요한 악감정이 쌓이는 것을 방지해 주는 기본 중에 기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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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에 맞는 공을 맞춰놓고도 일부러 맞춘 것도 아닌데 왜 내가 마운드에서 비굴하게 상대타자에게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여야 하냐고 반문하는 투수들이 아직도 많이 있는 듯 하다. 정말 고의가 아니였다면 그냥 눈인사가 아닌 정중하게 모자를 벗고 타자에게 미안함을 표시하는 의사표현을 분명히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시 마운드에 올라 씩씩하게 피칭을 하는 모습이야 말로 뒤를 지키는 야수들이 보기에도 훨씬 든든한 동료이자 에이스의 모습으로 비춰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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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추어 야구경기도 분명 승부이기에 이기고 지는 승패가 중요하지 않다고는 말 할 수 없다. 하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스코어와 매너에서 모두 승자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 이번주말부터는 상대에게 매너에서도 인정받는 승자가 되어보려는 진심어린 노력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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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 강팀엔 강하게 약팀엔 배려의 마음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하는 사회인야구이니 상대방을 위하는 매너가 필요하죠. ㅎ

  • 매너도 지키고 승리도 얻는 일석이조의 야구인 되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타자 몸에 맞추고 미안하다는 표현을 하면 그 투수는 다음 타자에게 몸쪽 공을 안던지겠다는 신호를 준 것이다라고 하여 프로에선 (정확히는 김성근감독님) 투수에게 금지시킨다고 하지만 사야에선 투수가 미안하다고 예절을 지켜야죠.. 좋은 글 감사^^

    • 등급 GM수연아빠
    • 2014.09.18 11:47
    • 답글

    아...김성근 감독님이 그러셨어요?? ㅋ 하여간 승부사~ 우린 프로랑은 다르니까 매너게임하자구요!

    • 등급 No.51 조봉근
    • 2014.09.22 10:22
    • 답글

    병살타, 삼중살, 2사 등 무시무시한 한국 야구 용어가 많죠,, 원다이, 투다이가 크게 문제 될까요?!

    • 등급 GM수연아빠
    • 2014.09.22 14:20
    • 답글

    실제 야구용어가 아닌 국적불명의 콩글리시인 경우 사용을 자제했으면 바램입니다~정 싫으시다면 어쩔수 없구요^^

  • 원다이 투다이란 표현 저두 좋지않다고생각합니다.몇명 죽었네란 표현자체가 좀 저속해보인달까요?(그것도 맞는표현도아니지만.ㅋㅋㅋ)저두 작년부터 원아웃 투아웃 표현을하지만 사실 원다이 투다이가 더 입에 감키는건 사실이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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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 닉네임 어쩌고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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