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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남자의 드라마? 이슈&대세

GM수연아빠 (july***)
2015.02.06 15:50
  • 조회 1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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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남자의 드라마? 진짜 야구 드라마!

 

흔히 야구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합니다. 그만큼 결말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치열한 승부가 주는 매력은 시청자들에게 짜릿한 즐거움을 선물해 주기 때문이겠지요. 이렇게 짜릿한 끝내기와 역전의 이야기 거리가 가득한 일일드라마를 월요일을 제외한 일주일 내내 매일같이 시청하다가 요즘같이 야구중계가 없는 비시즌 기간에는 어쩌다가 칼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와 저녁에 TV를 틀면 사실상 볼만한 프로그램이 많지 않음을 느끼게 됩니다. 야구중계가 없어서 무료한 시간에 또 다른 즐거움은 없을까라는 갈증을 느끼는 생활야구인들을 위해 몇 편의 재미난 시청각 자료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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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된 “응답하라!1994“의 드라마 속 주인공인 칠봉이가 야구선수라는 사실만으로도 쉽게 채널을 돌리지 못했던 생활야구인은 비록 저 뿐만은 아니겠지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등장인물이 야구선수 혹은 야구 동호인라는 설정의 작품은 눈에 띄지만 본격적인 야구경기를 소재로 한 드라마는 쉽게 접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고교야구가 프로야구에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일본에서는 야구를 소재로 한 다양한 야구 드라마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 이슈앤대세에서는 각본이 짜여져 있는 진짜 드라마, 야구를 소재로 한 겨울에 볼만한 일본 드라마 몇 편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영원한 야구만화의 고전, 히로와 히데오의 맞대결을 다룬 H2!

 

2005년 TBS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H2~ 너와 있던 날들”은 잔잔한 그림체와 극의 전개로 유명한 아다치 미츠루의 장편만화인 H2를 드라마화한 작품으로 고교야구라는 주제를 풋풋한 고교생들의 첫사랑과 우정에 관한 이야기로 녹여 낸 성장 드라마입니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팀 메이트로 함께 전국제패의 꿈을 키워오던 에이스 투수인 히로와 4번 타자 히데오는 둘도 없이 절친한 친구사이였지만 돌팔이 의사의 오진으로 인해 둘의 운명은 크게 갈리게 됩니다.

 

주인공 히로는 팔꿈치 부상으로 인생에서 가장 좋아했던 야구를 버리고 도망치듯이 평범한 고등학교로 진학을 선택하며 첫사랑의 경쟁마저 포기해 버렸지만 운명적으로 다시 야구공을 들고 초고교급 투수로 부활을 하게 됩니다. 결국 고시엔 무대에서 또 사랑과 우정사이에서 히로와 히데오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의 라이벌로 만나게 된다는 설정의 야구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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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스파이스의 “고백”이라는 노래의 도입부인의 “중 2때까진 늘 첫째 줄에...겨우 160이 됐을 무렵 쓸 만한 녀석들은 모두 다 이미 첫사랑 진행 중~” 의 가사의 모티브가 이 작품에서 가져 왔을 만큼 소꿉친구였던 여자 친구인 히까리와의 삼각관계를 야구의 투수와 타자의 심리적인 부분에 제대로 대입을 해서 만든 작품으로 주인공을 둘러 싼 심리묘사와 야구에 대한 깊이와 이해도가 상당히 높은 드라마입니다.

 

원작에 비해 드라마의 경우 11부작이란 시간에 맞추다 보니 극의 흐름이 너무 빠르다는 지적이 있고 조금은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인 주인공들이 초고교급 야구선수라는 설정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배우들의 야구실력이 살짝 눈에 거슬리지만 그래도 두근거리는 여름의 고시엔의 뜨거운 열정을 잘 표현한 수작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듯싶네요. 만약 진지한 야구드라마를 원하신다면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한 야구만화의 영원한 고전을 감상하기 쉽게 만든 야구드라마 H2를 추천합니다. 야구는 결국 투수놀음이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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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혈질 폭력 서클 고교생들의 고시엔대회 도전기, 루키즈!

 

H2가 엘리트 고교야구의 이야기와 라이벌과의 우정, 첫사랑이라는 달콤쌉쌀한 초콜렛 같은 청춘의 주제를 다루었다면 “루키즈”는 폭력 서클 야구부, 처리 곤란한 문제 학생들의 야구 이야기를 다룬 역시 만화가 원작인 야구드라마입니다. 2008년 방영된 루키즈는 야구부를 이끄는 단순무식한 열혈 선생님과 경기 중 폭력을 일삼는 문제아들로 구성된 폭력서클로 낙인찍힌 야구부원들이 야구라는 공통의 매개체를 통해 팀워크를 다지고 인생의 새로운 목표를 얻게 된다는 줄거리에 다소 과장된 액션이 더해져 유머코드를 섞어가면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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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즈는 보통의 일본 학원물에 비하면 이야기상 두 손이 오글거리는 핑크빛 러브라인도 전혀 찾아 볼 수 없고 “가위바위보? 남자라면 무조건 주먹!”을 주장하는 진정한 마초남들을 위한 야구드라마입니다. 조금 과장해서 폭력사건에 휘말려 제대로 된 학교생활조차 불가능했던 문제학생들이 고시엔이라는 목표를 통해서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면 일본 내에서 야구가 단체스포츠로 지니는 교육적인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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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야구를 잘하는 팀원이 없어도 모두가 하나가 되어서 싸울 수 있다면 생각지도 못한 큰 힘을 가질 수 있다는 교훈을 전해주면서도 너무 지루하지 않게 코믹한 설정이 돋보이는 야구드라마입니다. 학창시절 공부보다는 운동이나 주먹에 소질이 많아 학생부 지도실을 제 집처럼 드나들었던 생활야구인들이라면 한 번쯤 고개를 끄덕이면서 볼 만한 드라마입니다. 단, 드라마 끝부분마다 야구부 지도 선생님이 선수 한명, 한명의 이름을 호명하면서 너무나 상투적이며 진부적인 연설로 인생을 격려해 주는 닭살장면은 빠르게 돌려보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공부 잘하는 야구 열등생의 이야기, 약해도 이길 수 있습니다!

 

야구 잘하는 고교생의 이야기 H2와 싸움 잘하는 고교생의 이야기 루키즈가 있었다면 이번에는 공부 잘하는 모범생들의 야구 드라마인 “약해도 이길 수 있습니다”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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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인 2014년 2분기에 방영된 독특한 설정의 야구드라마라고 할 수 있는 “약해도 이길 수 있습니다”는 동경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명문 사립고교에 임시직으로 부임한 선생님이 공부는 잘하지만 운동은 젬병인 그야말로 오합지졸 야구부를 맡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입니다.

 

명문 조오토쿠 고교를 졸업하고 동경대, 그러니까 우리로 따지면 서울대를 나와 이공계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던 아오시는 야구에 대한 엄청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야구는 정말 좋아하지만 실력이 너무 형편없어서 승부에서 늘 도망을 치기 일쑤였죠. 그러다가 연구소가 1년간 잠시 문을 닫으면서 돌아 온 모교에서 교장선생님의 추천으로 실력이 형편없는 야구부 후배들을 맡아서 지도하게 됩니다. 보통의 야구선수들과는 차원이 다른 공수주가 모두 사회인야구 5부 이하 수준인 그들의 실력으로는 고시엔 진출이라는 허무한 꿈보다는 1승을 거두는 것조차도 기적 같은 일로 여겨질 만큼 약해도 너무 약한 고교 야구부가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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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해도 이길 수 있다 라는 제목처럼 선수 개개인의 단점을 극복하기 보다는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무조건 승부에서 이기는 것만이 진정한 승리가 아니라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면 그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 라는 지극히 평범한 결론을 이끄는 드라마입니다. 야구 실력이 조금 부족하다고 캐치볼을 남들보다 잘 못한다고 해서 결코 인생의 패배자는 아닐 겁니다. “이기는 야구”와 “즐기는 야구”의 딜레마에 빠져있는 생활야구인들이 한번쯤 고민하면서 볼 만한 작품입니다. 역시 세상은 그래도 조금은 공평해서 공부도 잘하면서 야구까지 잘하는 건 역시 반칙이랄까요? 제가 이 드라마를 보고 얻은 결론은 “물론 약해도 이길 순 있겠지만 정말 쉽진 않겠구나.” 였습니다. 그나저나 우리 주변엔 왜 야구에 푹 빠진 예쁘고 귀여운 매니저가 한 명도 없을까란 의구심이 들긴 합니다.

 

매니아를 위한 사회인야구 이야기, 키사라즈 캣츠아이!

 

마지막으로 다소 실험적이고 매니아틱한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들을 위해 소개(?)드리고 싶은 키사라즈 캣츠아이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생활야구 드라마를 가장한 인생 드라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일본에서도 상당히 실험적인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은 “키사라즈 캣츠아이”는 평소 사회인 야구팀 활동을 하는 5명의 선수들이 밤마다 모정의 사건을 벌이는 동네 친구들의 유쾌하면서도 다소 무거운 주제를 함께 다룬 드라마로 인생을 야구경기에 직접적으로 비유하고 있습니다.

 

야구경기의 이닝과 동일하게 총 9화로 구성된 이야기는 2002년 방영 당시 특수카메라를 이용하여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독특한 편집과 시한부 선고를 받은 주인공의 인생을 야구게임에 비유하여 1회~9회로 부제를 달은 독창적인 세계관이 수많은 컬트 팬들을 양산하여 골수팬을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야구라는 주제로 선뜻 시작하였으나 도무지 무슨 이야기인지 머릿속에 정리가 되지 않아서 전편을 모두 시청하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 작품으로 기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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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일본 드라마 매니아 층에서는 이 작품에 대한 평점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혹시라도 주변의 누군가가 야구를 소재로 한 일본드라마 중에 “키사라즈 캣츠아이”를 시청하겠다고 한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극구 말리고 싶은 실험적인 색깔이 정말 너무도 강한 난해한 작품이 되겠습니다. 아직도 이 드라마를 다시 떠올리면 머릿속이 하얗게 복잡해질 정도랍니다.

 

그럼 지금까지 소개해드린 몇 편의 야구 드라마 중에서 야구중계가 없는 무료한 저녁시간을 대체할 대세 드라마로 추천하고 싶은 작품을 딱 한 편만 골라달라는 다소 어려운 질문이 이어지겠지요? 지금까지 시청해 본 일본 야구 드라마 중에서 최고의 대세 작품이라면 단언컨대 “H2”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히까리와 하루카 사이에서 고민을 하는 히로가 이해가 되지 않을 만큼 최고의 캐릭터를 소화해 낸 어리버리하지만 순수한 팀 매니저 “이시하라 사토미”가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부정할 순 없겠네요~ 하지만 원작이 워낙 탄탄한 작품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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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아주 가끔은 이런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부럽기도 한 이유는 오로지 고시엔 야구대회와 생활 속에 깊숙이 뿌리 내려 있는 그들의 야구문화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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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 등급 홈런왕박!
    • 2015.02.07 22:12
    • 답글

    시간내서 꼭 다 보고싶네요

    • 등급 원하루
    • 2015.02.09 09:46
    • 답글

    약해도 이길 수 있습니다~ 라는 드라마 빼고는 전부 봤던 드라마네요 ^^ 가장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드라마는 역시 H2 인듯~~루키즈는 너무 오글거려서..;; 저는 쿠도 칸쿠로 감독 좋아해서 키사라즈 캣츠아이를 재미있게 봤지만 워낙 매니아틱해서 말씀하신대로 추천하기는 힘드네요~ㅎ \"시간 되면 \"약해도 이길 수 있습니다\" 봐야겠습니다~좋은 정보 감사해요~

    • 등급 GM수연아빠
    • 2015.03.05 18:55
    • 답글

    루키즈는 손발이 오글거리죠~ 문제아들이 감동먹는 장면이 특히나 오글오글

    • 등급 비니감독
    • 2015.02.10 10:29
    • 답글

    요약 내용 읽어보며 H2 한번 보고 싶어지네요~ 어디서 영상 구할 수 없나요 ㅋㅋ

  • H2 드라마 있을듯 한데. 토렌트 찾아보시면 있을듯합니다. 잼나게 봤는데. .

  • 왜 다 일본드라마일까요. 일본을좋아하지않는데.....

  • 우리나라 드라마는 아예 야구 주제로 한게 없구요. 죄다 막장 아니면 현실에선 단 1%도 발생할 수 없는 말도 안되는 판타지거나요. 그 외 나라에선(예를들면, 미국) 야구 주제로 한 드라마가 있나 모르겠네요. 생각보다 야구를 하는 나라가 적어서요ㅎ

    • 등급 박래욱
    • 2015.02.11 19:26
    • 답글

    일본드라마는 딱히....

  • 저거 다알면 야구환자를 넘어서 야구폐인인증일까요?ㅋㅋ 저도 추천을 드리면 (일본편이니 일본쪽으로 ^^;;) 매우 매력적인 캐릭터의 주인공이 나오는 소프트보이즈, 응원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일본사회의 곳곳에 남아있는 무사적 속성을 느낄 수 있는 플레이플레이소녀, 요 정도가 떠오르네요

    • 등급 GM수연아빠
    • 2015.03.05 18:54
    • 답글

    소프트보이즈~ 역시 대단하시네요~ 야구폐인인정합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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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 닉네임 어쩌고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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