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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불펜 수난 시대 이슈&대세

GM수연아빠 (july***)
2015.04.24 15:46
  • 조회 4227
  • 하이파이브 1

KBO 불펜 수난 시대? 마무리가 불안하다!

 

 아무리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해도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다. 롯데와 기아의 경기가 펼쳐진 지난 목요일 밤,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는 정말로 드라마틱한 경기가 펼쳐졌고 불운의 캐릭터이자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이란 이름표는 현재 진행이 되어버렸다. 그 주인공은 시즌 첫 승과 1,355일만의 승리를 눈앞에 남겨 두고 있던 롯데의 미남투수 심수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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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코어 6-2로 패색이 짙은 기아의 9회말 공격이 시작될 때만해도 트레이드마크처럼 따라다니는 KBO 18연패라는 불운의 이미지를 씻어 내고자 올 시즌부터 투구 폼을 교정하고 포크볼을 장착한 롯데의 선발투수 심수창의 승리를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이 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한 심수창은 5와 2/3이닝을 책임지며 결정구인 130km/h 후반대의 낙차 큰 포크볼을 앞 세워 기아타선을 상대로 탈삼진을 무려 8개나 뽑아내며 승리투수의 요건을 갖춘 채 불펜투수들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9회 단 한 차례의 마지막 수비만이 남아있었고 넉 점차의 넉넉한 점수차이였음을 감안할 때 그의 시즌 첫 승은 거의 9부 능선을 넘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심수창이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1승은 진땀나는 마무리 투수 김승회의 거짓말 같은 방화로 인해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같은 날 목동구장에서는 어지간해서는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는 넥센의 수호신 손승락의 뒷문도 9회 초 두산 김현수의 역전 투런포로 인해 활짝 열려 버렸다. 올 시즌 들어 유난히 끝내기 승부가 많이 펼쳐내고 있는 KBO의 불펜이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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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직한 클로저가 없다! 야구장이 극장으로 변하는 순간
 

 마치 전염병처럼 퍼져버린 마무리투수의 집단 부진사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마무리투수의 수난시대’는 개막전부터 예고된 일이었다. 가장 먼저 블론쇼를 펼치며 이 사건을 시작한 선수는 개막전에서 9회 마무리로 올라 기아의 브렛 필에게 역전 투런 끝내기 홈런을 허용하며 고개를 숙여야만 했던 LG의 클로저 봉중근이었다. 2013시즌 방어율 1.33으로 38세이브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철벽 마무리 봉중근은 2014시즌에는 방어율 2.90에 30세이브를 기록하며 2년 연속 팀의 가을야구를 이끈 선봉장 역할을 수행해 왔지만 2015년 그의 초반 페이스는 최악이다. 오히려 리드를 당한 상대팀은 봉중근이 마운드에 등장하면 그의 이름을 연호하면서 은근히 역전 드라마가 써지기를 내심 기대하는 모습이다. 편안하게 경기를 마무리해야 하는 클로저의 등판에 오히려 LG팬들이 아슬아슬하게 가슴을 졸이며 차마 눈을 뜨고 경기를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비록 시즌 초반이라고는 해도 방어율 24.30이라는 도무지 믿기 힘든 수치는 물론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피안타율이 0.733에 이르는 최악의 위기관리능력까지 마무리 투수의 최소한의 기본기마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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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을 끄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불펜이 오히려 불을 지르는 방화사건은 단지 앞서 이야기한 몇 몇 팀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24일 현재 마무리 투수들의 성적표를 보면 그 심각성이 더욱 눈에 들어온다. 김승회와 이정민이 상황에 따라 클로저로 번갈아 나서고 있는 롯데의 사직구장은 시쳇말로 ‘롯데 시네마’라는 애칭이 붙여졌을 만큼 평균 10점에 가까운 두 선수의 평균 방어율은 결코 경기를 매조지 지어야 하는 클로저라는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표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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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최고 몸값을 받으면서 메이저리그에서 유턴한 기아의 마무리 윤석민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일찌감치 기아의 클로저 임무를 부여받고 스프링캠프에서 마무리 수업을 받고 있던 좌완 파이어볼러 심동섭의 영 미덥지 못한 제구력에 불안감을 느낀 김기태 감독이 총 액 90억이란 거액을 들여 영입한 에이스를 마무리로 쓰기로 결정하면서 팬들은 기아의 뒷문이 좀 더 탄탄해질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윤석민이 비록 4세이브를 기록하고는 있지만 지난 10일에는 끝내기 홈런을 맞으며 첫 패전의 멍에를 안았고 사흘 뒤 컨디션 점검 차 올라 온 경기에서 3점 홈런을 내주는 등 평균 자책점 5점대의 믿음직한 철벽 마무리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초라한 중간 성적표를 받아 들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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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투저 속에 떨어진 구위와 자신감, 과감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거듭되고 있는 블론 세이브로 인해 경기막판 승부의 주도권을 잡고 우위를 지키는 쪽은 투수가 아니라 타자라는 점이다. 일단 마운드에 오르면 더 이상 손 써보기 힘든 삼성 라이온스의 끝판대장 오승환의 일본진출 이후 리그를 지배하는 강력한 마무리가 사라졌고 동시다발적으로 구위가 다소 떨어진 임창용, 봉중근, 손승락 등 팬들의 마음을 든든하게 해주던 기존의 클로저들이 세월의 무게와 연일 계속되는 접전 속에 난타를 당하며 자신감을 상실하고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자 팬들 사이에서는 세대교체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먼저 세대교체를 감행한 팀은 6세이브로 이 부분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는 윤길현 카드를 꺼내들은 SK 와이번스와 2015시즌 최고의 히트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윤규진과 권혁을 내세운 한화 이글스가 연착륙에 성공하면서 가장 먼저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두 팀은 지키는 야구가 성공한 덕분에 현재 팀 성적도 작년에 비하면 나쁘지 않다. 박빙의 승부 상황인 터프세이브의 개수가 적다는 이유로 황제 세이브 논란에 시달렸던 NC의 김진성도 비록 출전기회가 적었지만 3세이브와 무실점의 완벽피칭으로 팀의 수호신으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다만 이용찬의 군 입대로 인해 클로저 임무를 부여받은 두산의 새로운 마무리 윤명준은 라이벌 LG전에서 좀처럼 기억에서 떨궈내기 힘든 연속 역전포를 허용하며 팀의 근심거리를 키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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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들 경기의 마지막 가장 중요한 순간에 등장하는 마무리투수의 성품은 타고 나야 한다고 한다. 자신이 던진 공 하나가 팀원들이 경기 내내 지켜오던 리드를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 수도 있고 내 뒤에는 아무도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벼랑 끝까지 내몰리기로 한다. 상대를 삼진으로 돌려 세울 수 있는 강력한 구위와 칼 날 같은 제구력도 중요하지만 클로저의 성품은 심적인 요인이 더 크다는 점이다.

 

 마무리투수는 매일 계속되는 정규시즌에서 한 순간도 긴장감을 놓지 않아야 하며 박빙의 순간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마운드에 올라 평정심을 유지한 채 경기를 끝낼 수 있는 대범함과 자신의 공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마운드에서 정면승부보다는 도망가기에 급급한 현재 중하위권을 달리고 있는 팀들의 마무리 투수들이 보여주는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자신감을 상실한 멘탈적인 요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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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 페넌트레이스에서 일 년 농사를 구상하며 시즌직전에 정해 놓은 보직을 일순간에 바꾸는 것은 감독의 입장에서도 팀 전체에 있어서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만약 누구보다 냉정해야 할 마무리투수가 상대타자에게 ‘자신감의 결여’라는 약점을 노출하면서 지속적으로 멘탈적인 요인이 흔들리고 있다면 불펜의 등판순서와 출전 타이밍을 조정하면서 팀의 마무리가 빠른 시간 내에 평정심과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거나 과감한 세대교체로 차선책이나 새로운 대안을 찾는 것이 결코 무리한 변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자칫 심리적으로 예민해지기 쉽고 한번 리듬이 깨지면 쉽게 회복하기 어려운 포지션인 마무리야말로 맹목적인 믿음의 야구가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때론 과감한 세대교체를 결정하고 그 결과를 책임질 수 있는 것이 감독의 능력이고 역할이다.

 
당분간 “극장”은 계속 될 전망, 끝까지 눈을 떼지 마라.
 

 과연 그럼 “불펜 투수들의 수난시대는 언제까지 계속될까?”라는 이슈에 대해 당분간 KBO는 경기후반 허약한 불펜 싸움으로 인해 믿기 힘든 드라마 같은 막판승부가 대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FA계약에서 큰돈을 만질 수 없는 불펜에 비해 대접받는 보직인 선발투수가 가진 메리트가 워낙 크게 작용한 탓에 최근 몇 년간 좋은 불펜투수를 찾는 일은 더욱 어려워졌다. 철저하게 분업화되는 것이 현대야구의 특징임에도 외국인 용병투수들과의 선발 경쟁에서 뒤쳐진 토종 선수들이 불펜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인지 많은 선수들은 가능하면 팀의 선발의 한 축을 차지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야구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빅리그 진출을 노리는 투수들에게 마무리라는 보직은 결코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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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뜩이나 타고투저의 추세가 대세로 자리잡아가는 가운데 올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프로야구 10구단 체계로 인해 KBO의 마운드가 하향 평준화되었고 더욱 얇아진 투수층과 예년과 달리 휴식일이 주어지지 않는 강행군속에 과부하가 걸린 불펜과 클로저들이 연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게임셋을 알리는 시그널이 울리기 전까지는 어떠한 상황이 전개될지 아무도 모르는 긴장감속에 팬들은 미리 승부를 속단할 수 없고 마무리투수들의 집단 난조로 인해 9회 말 투아웃 이후라고 해도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드라마틱한 역전극과 끝내기 승부에 열광하는 야구팬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보는 사람들에 따라서는 지금 KBO에서 펼쳐지는 난타전과 대혼전의 상황이 짜릿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프로야구는 프로다워야 하기에 하루 빨리 각 팀의 마무리투수들이 정상궤도에 진입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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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인가 KBO에서는 양 팀의 걸출한 에이스급 투수들이 모든 것을 쏟아 부으며 완투, 홀로 9이닝을 모두 책임지면서 최종스코어 1-0으로 끝나는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게 되는 팽팽한 투수전의 명승부가 사라져 버렸다. 아무리 타자들의 기량의 발전이 투수의 발전보다 한걸음 앞 서 간다고 해도 프로야구선수들인 만큼 아마추어 사회인야구에서나 볼 것 같은 대량득점과 대량실점이 계속 반복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이대로 경기후반 불펜의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10점 차이의 리드도 절대로 안심할 수 없다고 ‘이기는 팀의 도루자제’ 같은 야구의 불문율이 마치 허세처럼 느껴지게 되는 우울한 날만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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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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