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야구? 예능야구라고 우습게 보면 곤란해!
2009년에 수많은 사야인을 토요일마다 브라운관 앞으로 모여들게 하고 보는 야구에 열광했던 프로야구팬들을 직접 하는 야구인 사회인 야구의 길로 인도하면서 수많은 생활야구팀 창단의 산파역활을 수행한 KBS의 야구예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천하무적 야구단을 기억하시는지요?
당시 오랫동안 사회인야구를 해왔던 제 입장에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너도 저렇게 웃기게 동네야구하냐?” 혹은 “천하무적 야구단이랑 시합하면 이길 수 있냐?”는 질문을 들게 했던 천하무적 야구단의 실력은 사실 보잘 것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야구예능을 제의했던 임창정과 김창열, 이하늘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인 야구의 룰조차 모르는 초보자 수준의 연예인들로 이루어진 생활야구팀이였던 천하무적 야구단은 저에게는 야구라기보다는 그냥 예능으로 비추어졌습니다. 하지만 4년이란 시간이 지난 지금 다시 만난 그들은 많이 달라져 있었고 좀 더 강해져 있었습니다. 이번주 이슈앤대세에서는 BBC대회에서 만난 야구하는 연예인, 그들을 향한 냉정한 평가는 어느정도가 좋을지 한번 살펴보는 시간을 준비해 볼까 합니다.
달라진 천하무적 야구단의 막강한 공격력이 돋보인 1회전
아마도 당시 천하무적 야구단이라는 프로그램이 런칭을 하고 두달정도가 지난 상황에서 경기도 3부 최정예 대표팀이라는 타이틀로 소개가 된 모팀과의 시합이 방영된 방송을 본 직후 남긴 포스팅에서 상대팀이 선수구성이나 투수운영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고 아슬아슬한 점수차이로 스코어의 발란스를 맞춰가면서 느슨한 플레이를 하는 것을 보고 저건 실제와 많이 다르다라는 글을 쓴 적이 있었습니다. 그 글에 놀랍게도 당시 천하무적 야구단의 담당PD가 직접 찾아와서 “연예인들은 다큐를 하려고 하는데 오히려 사회인야구인들이 스스로 예능을 한다” 면서 기회가 되면 천무야구단의 코를 납작하게 해 줄 수 있겠냐는 질문을 건냈고 자신있게 “네~ 기회가 된다면 기꺼이...”라고 대답할 수 있었을 만큼 그들의 야구가 만만해 보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몇 해가 흐른 지난 일요일...방송이 종료된 이후에도 꾸준히 레슨을 받고 팀을 정비해서 진짜 사회인야구에 빠져서 사는 천하무적의 경기를 직접 관전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가끔 지면상으로 접하는 천무야구단의 경기결과라던가 연예인리그의 경기내용으로는 정확한 팀컬러와 직접적인 전력분석을 해 볼 수가 없어서 너무 아쉬웠던 천하무적 야구단, 못보던 사이에 분명 그들의 야구는 많이 성장했고 좀 더 강해졌으며 이제는 연륜과 경험으로 무장을 하여 짜임새를 갖춘 모습으로 달라져 있었습니다.
이날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뭐니뭐니 해도 천무야구단의 타선을 이끈 톱타자 마리오였습니다. 워낙 하드웨어적으로 좋은 체격을 지닌 마리오는 4개의 안타와 볼넷 하나를 골라내며 다섯번의 타석에서 모두 살아나가는 수준급의 야구실력을 뽐냈고 김창열도 승부를 결정짓는 결승타를 포함한 3안타를 기록하면서 공격의 선봉장에 나서는 만만치 않은 활약을 보여주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상하위타순의 구분없이 쉬어 갈 틈을 찾을 수 없었던 천하무적 야구단의 타선과 공격력만큼은 그 어떤 사회인야구팀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강력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브라운관을 떠나 예능이 아닌 진짜 사회인야구 동호인으로 거듭나고 있는 천하무적 야구단의 일취월장한 실력은 이제 4년전 TV속의 사회인야구 초년병 시절에 외야에서 만세를 부르던 천하무적 야구단의 모습을 생각해서는 안될 정도로 변모해 있었습니다. 더 이상 방송용 야구팀이 아닌 진짜 사회인야구단 중에 하나로 성장한 천하무적 야구단의 플레이를 종합적으로 평가를 해보면 약 3부 중상위권정도의 전력을 가진 괜찮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현대자동차 더 브릴리언트 클래식 사회인야구 대회의 기대되는 다크호스팀이 아닐까 하는 평가를 조심스레 가져봅니다.
경기운영능력이 조금 아쉬웠지만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 개콘 메세나
일요일 저녁 안방의 웃음을 책임지는 개그콘서트의 인기 개그맨들 역시 얼마전부터 사회인야구의 재미에 푹 빠져서 주말을 야구와 함께 보내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왔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개그콘서트의 주축 멤버들로 구성된 연예인 야구팀 개콘 메세나야구단입니다.
함성대신 열정으로! 포기대신 죽기살기로 야구를 한다는 용감한 녀석 박성광을 필두로 안타치러 왔어요~ 정여사 코너에서 깜찍한 여장을 선보이고 있는 김대성, 있는사람이 더 득점을 한다는 푸념을 늘어 놓는 잘생긴 개그맨 송병철까지...개콘 메세나의 멤버는 굉장히 화려했습니다.
개그 콘서트 메세나 야구단은 현대자동차 무한질주를 만나서 예상외로 탄탄한 내야수비와 선발투수 이동윤의 호투를 발판으로 일방적인 흐름속에 4회까지 11대1로 앞서 나가면서 1회전통과의 부푼 기대를 가질 정도로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여는 신생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아직은 경험부족과 집중력결여라는 과제를 들어내면서 결국 역전을 허욤, 다잡은 대어를 놓치고 마는 아쉬운 경기운영능력의 한계를 들어내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개콘 메세나의 선수들은 연예인답지 않게 결코 몸을 사리지 않고 과감히 던지는 투지와 경기내내 보여 준 이들의 진지함만큼은 결코 그라운드에서 웃음을 주기 위해 모였다기보다는 진한 감동을 전해줄 수 있는 팀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답니다.
야구를 향한 뜨거운 열정~ 진지한 야구를 추구하는 웃기는 녀석들! 오도씨 야구단~
이번 대회에는 2008년 창단해서 이제 5년차를 맞고 있는 또 다른 연예인 야구단 오도씨 야구단이 참가했습니다. 팀 이름은 오도씨는 개그맨들 사이에서 애드립이나 슬랩슬틱 코미디로 큰 웃음을 터트렸을 때 개그맨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단어인 ‘오도시 쳤다’에서 처음 비롯됐지만 빗물의 온도가 섭씨 5도라는 점을 착안해서 ‘비가와도 야구를 하는 팀’이라는 의미로 ‘오도시’를 ‘오도씨’로 바꾸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도씨 야구단의 주요 멤버를 살펴보면 개그맨 변기수, 문세윤, 이광채, 박충수 등으로 웃찾사와 코미디빅리그에 출연하는 개그맨들이 주축이 되어 있는데 바쁜 스케줄을 쪼개 사회인 리그에 수시로 참여하며 야구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는 웃기는 녀석들이지만 시합이 시작되면 정말 진지하게 하나하나씩 최선을 다해 플레이 하는 사야인이라는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오도씨 야구단의 오랜 꿈인 천하무적야구단과 반드시 정식 토너먼트대회에서 꼭 한번 실력을 겨루어 보고 싶다는 꿈이 현실이 되었지만 경기결과는 아쉽게도 많은 잔루를 기록한 오도씨 야구단이 완패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승리도 중요하지만 좋은 대회에 참가해서 멋진 상대를 만나 즐거운 추억을 남기고 경기력에서도 한수 배울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을 쌓았다면서 더욱 탄탄한 팀을 만들고 야구를 재미나게 하면서도 잘하는 팀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며 쓴잔을 마시더라도 계속 전국무대에 도전장을 던지겠다는 오도씨 야구단의 결코 가볍지 않은 열정에서 살짝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당신에게 연예인야구는 어떤 느낌입니까? 가끔은 부러울 정도의 특혜속에 야구를 즐기는 축복받은 집단, 혹은 우리와는 다른 세상에 있는 별개의 선수라는 느낌으로 이질감을 받으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얼마전까지 그러한 편견의 색안경에서 결코 자유롭지는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지난 주말 그라운드에서 만난 그들은 더 이상 예능야구를 추구하는 콧대높은 연예인들의 모습은 분명 아니였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주말야구 생각으로 일주일을 설레이며 기다리는 평범한 사야인의 모습에 가까웠습니다. 연예인들은 모두 웃기는 야구를 할 것이라는 편견에서 깨어날 시간입니다. 이제 연예인 야구라고 우습게만 봐서는 안될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