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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한 우천취소 결정, 과연 경기감독관만의 문제인가? 이슈&대세

GM수연아빠 (july***)
2016.04.07 11:17
  • 조회 6112
  • 하이파이브 4

금주의 핫이슈, 성급한 우천취소 결정은 과연 경기감독관만의 문제인가?

 지난 일요일,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는 당초 예정에 없던 봄 비가 아침부터 부슬부슬 대지를 적시고 있었다. 오전 11시 리그경기가 예정되어 있던터라 일기예보에 없던 가랑비에 그라운드 사정이 조금은 걱정이 되었지만 야구경기가 취소될 정도의 양은 아니였다. 실제로도 수도권에 위치한 대부분의 생활야구리그들은 수시로 현장상황을 확인하고 그라운드를 정비해가며 분주히 움직이긴 했지만 정상적으로 일정을 무리없이 소화했다. 리그경기후 팀원들과 해장국 한그릇을 먹고 야구중계를 볼 요량으로 TV를 틀었지만 뜻밖에도 서서히 비가 잦아들고 있던 오후 2시 잠실에서 펼쳐질 예정이였던 한화 Vs LG의 개막 3연전중 마지막 경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우천으로 인해 취소되어 버렸다. 시즌개막으로 인해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던 4월의 첫번째 일요일의 우천취소는 봄나들이를 겸해 직접 잠실야구장을 찾은 야구팬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해 보이는 장면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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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욱이 9년만에 맞이한 잠실 홈개막전에서 불펜을 풀가동하면서 사상초유의 개막2연전 연속 연장 끝내기 승부를 펼친 LG와 한화의 라이벌 매치는 "그들만의 한국시리즈"라는 비아냥까지 들었을 정도로 모든 것을 쏟아부은 총력전 개막시리즈 3차전의 마지막 승부처였다. 사전예매분 입장권이였던 19,000장은 이미 일찌감치 동이 난 상황. KBO는 당연히 정상 진행될 것을 예상하고 경기장을 찾았다가 우천취소 결정으로 헛걸음을 한 성난 야구팬들의 항의를 달래기 위해 기존의 관행에 따라 우천취소 결정을 내렸던 애꿎은 김재박 경기감독관에게 "6경기 출전 징계"라는 웃지못할 해프닝의 결과물을 만들며 비난의 화살이 자신들을 피해가길 바라는 모습이였다. 원래 야구는 기상조건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경기로 일반적으로 경기시작전 비가 꾸준히 내리고 있는 상황이라면 우천취소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받아들여진다. 뜨거운 핫 이슈가 된 이번 KBO의 우천취소결정 프로세스, 과연 현장에 있던 김재박감독관이 혼자 독박을 써야만 했던 큰 잘못이였을까?

조금만 비가 내려도 우천취소를 당연시하는 KBO의 관행

 이번 사건을 재구성해 보면 이렇다. 3일 오전 9시부터 잠실야구장에는 가랑비가 흩날리기 시작했고 구장관리책임이 있는 홈팀 LG트윈스는 마운드에 원형 방수포를 깔았다고 한다. 오전 10시 반이 되어서야 KBO 경기운영위원장인 김재박 경기감독관이 각 베이스와 타석에 추가로 방수포를 덮도록 지시했고 관중입장을 위해 게이트를 열어야 하는 오후 1시경 일단 우천취소여부는 좀 더 지켜본 뒤 신중히 결정하기로 하고 관중의 입장을 허용했다고 한다. 만약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경기진행을 위해 그라운드 정비를 지속적으로 지시하던 경기감독관은 경기시작 30분전까지도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안개비와 당초 예보와는 달리 오히려 더 높게 수정발표된 기상청의 오후 강수확률을 참고한 뒤 오후 1시 30분경에 전격적으로 우천취소를 결정했다고 알려졌다. 여기까지는 큰 무리없이 일반적인 프로세싱에 의해 우천순연이 결정된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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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경기 개시시간인 오후 2시경 비가 잠시 그치면서 이미 야구장에 입장했다가 헛걸음을 한 관중들이 이정도 비에 주말 빅매치를 취소한 KBO의 처사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였다며 큰 불만을 표시했고 신중치 못한 판단이였다는 항의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결국 KBO는 상벌위원회를 열어 "우천에 따른 조기 방수 조치가 미흡하였고, 관객 입장 이후 그라운드 정리를 통해 경기를 거행할 수 있음에도 우천 취소를 결정해 경기장에 입장한 관중에게 불편함과 혼선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김재박 경기감독관의 출전정지라는 징계를 결정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오전 9시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정오무렵에는 상당히 굵어졌고 만약 비가 완전히 그치지 않는 경우라면 경기감독관은 자체적인 판단과 그라운드 사정에 따라 경기시작 3시간전부터 얼마든지 취소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정해놓은 KBO의 기준과 규정에 따라 움직였던 것이기에 이번 징계가 쉽사리 이해가 되지는 않는 부분이다.

 올해부터 KBO는 팬들에 대한 약속을 강조하면서 경기감독관에게 ​우천취소에 대한 결정을 내릴때는 보다 신중히 판단해 달라는 주문을 했다고 강조하지만 무리하게 경기를 진행시키고 나서 비가 그치지 않게 되어 그라운드 사정이 더욱 악화되면 이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경기감독관의 몫으로 남겨 놓았다. 따라서 경기시작시점에 조금만 비가 내려도 팬들이 납득하기 힘든 아쉬운 결정이 매번 반복되고 있는 곳이 바로 KBO의 룰이자 관행였던 셈이다. 우천예보가 있는 상황에서 무리해서 경기를 강행시켜 경기가 중단되거나 도중에 취소되어 욕을 먹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거나 강수확율이 높게 예보되면 일단 경기일정을 순연시키고 보는 것이 당연히 여겨지던 기존의 잣대로 지켜보면 김재박 경기감독관의 이번 판단은 그다지 놀라울 것도 없는 지극히 평범한 결정인 셈이였다.​

미네소타와 볼티미어 두차례 경기지연, 어떻게든 경기는 진행하는 것이 원칙

 자연스레 야구팬들의 비교대상은 한국야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된 박병호와 김현수가 소속된 미네소타와 볼티미어의 메이져리그 개막전으로 시선이 모아진다. 비록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행사하면 25인의 남은 김현수는 홈팬들의 야유를 받으며 벤치를 지켜야 하는 아쉬운 신세로 전락해 버렸지만 미네소타 트윈스의 박병호가 6번타자로 선발출전하며 빅리그 첫 안타를 신고한 이 날 경기는 개막전 식전 행사직후 현지의 기상악화와 비바람으로 인해 예정보다 약 1시간 40분 가량 늦게 시작되었다. 3회부터 다시 빗줄기가 강해지면서 미네소타의 3회초 공격을 앞두고 우천으로 인해 두차례나 경기가 지연된 끝에 경기중반부터는 가랑비를 맞으며 진행된 경기는 무려 5시간 44분이 걸린 우중혈투가 펼쳐지면서 악천후속에서도 정상적으로 게임을 치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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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O와는 달리 MLB의 경우 어지간한 기상이변이나 도저히 경기진행이 불가능할 정도의 엄청난 폭우가 아니라면 일단 경기를 강행하시는 경우가 많다. 야구를 할 수 있는 여건과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경기개시시간이 조금 지연되거나 그라운드 정비에 다소 시간이 소모된다고 하더라도 정규 게임일정을 정상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전제로 한 우천순연에 대한 대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양대리그에 속한 30개 메이저리그 구단의 일정을 조정해서 취소된 경기일정을 다시 편성하는데 어려움도 있지만 만약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되면 다음날 더블헤더를 펼쳐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우천취소의 결정은 결코 쉽게 내려질 수 없다.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렸다가 경기를 시작하거나 경기중간에 잠시 그라운드를 정비하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은 게임은 진행되는 것이 기본원칙이고 팬들 역시 어지간한 우천에는 경기가 정상진행될 것이라는 믿음속에 자리를 지켜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네 실정은 많이 다르다. 경기감독관의 주관적인 판단근거에 따라 경기가 취소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고 구장을 관리하는 홈팀의 팀사정과 입김에 따라 비슷한 조건에서도 우천취소여부는 완전히 다르게 결정되기도 한다. 어쩌면 이틀간의 혈전을 펼친 한화와 LG, 두팀의 수장들은 오히려 일요일 경기가 취소되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용병투수를 뽑지 못해 시즌초반 선발로테이션에 부담을 느낀 LG의 양상문감독은 연장혈전끝에 챙긴 2승후의 우천취소가 반가웠을지도 모를 일이다. 메이져리그처럼 어지간한 비가 아니고는 무조건 경기를 강행하겠다는 리그측의 강한 의지도 없고 다음날 더블헤더가 아닌 시즌말미에 추후 재편성되는 일정을 감안하면 굳이 무리해가면서 비가 그치지 않은 상황에서 우천경기를 진행하자고 주장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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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작스런 잠실구장의 우천취소 결정에 실망한 야구팬들은 같은 시각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 넥센과 롯데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우천취소의 해결책으로 돔구장을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넥센구단 역시 잦은 우천취소에 따른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올여름 장마기간이 길어지고 타구장에서 펼쳐지는 경기들이 여러차례 우천순연될 경우 기상에 영향을 받지 않는 고척돔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넥센은 꾸준히 홈구장에서 시즌일정을 빠짐없이 소화해내야 하고 시즌말미에 편성되는 경기가 모두 지옥의 원정길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만약 시즌말미에 치열한 순위경쟁이 펼쳐지기라도 한다면 히어로즈의 입장에서는 후반기 추가일정이 모두 원정경기로 편성되는 스케쥴이 상당한 부담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돔구장을 가진 팀이 받는 또 다른 불이익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기에 우천취소 결정은 예년에 비해 보다 더 신중히 내려져야 한다는 점이다.

 

​사회인야구의 우천취소 결정은 훨씬 더 신속하고 신중해야 한다.

 비가 내리는 주말 일정은 수많은 생활야구인들을 피곤하게 한다. 사회인야구 리그를 뛰는 팀의 감독과 총무는 아침부터 내리는 비소식에 팀원들의 출석여부를 다시 한번 체크해야 하고 리그관계자는 오늘 경기 정상진행되냐는 문의전화를 수도 없이 받아야 한다. 가장 난감한 경우는 일단 경기는 정상진행될 예정이니까 야구장으로 나오라는 답변을 해놓고 막상 시합을 시작도 못해보고 그라운드에 모인 양팀 선수들을 해산시키면서 하염없이 하늘만 원망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때이다.

 보통 12월까지 빡빡하게 짜여진 리그일정을 감안할 때 우천순연이 결코 반갑지 않은 리그가 처한 각기 다른 사정이 존재하겠지만 만약 토요일부터 적지 않은 비가 내리고 있고 일요일에도 지속적인 비예보가 발표된 경우라면 리그운영자측에서 설사 해가 쨍하게 떠서 욕을 먹는 한이 있더라도 신속한 판단을 내려 일찌감치 일정취소공지를 통해 사회인야구인들의 헛걸음을 방지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만약 취소결정이 늦어져서 두 팀이 그라운드에 모인 상황이라면 경기는 무조건 속개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비가 어느정도 내리더라도 예정대로 일정을 진행하다가 도저히 경기를 속개할 수 없는 정도의 그라운드 상황에 처해지면 그 때 "강우콜드가 아닌 노게임"을 선언하는 운영의 묘가 지켜진다면 양팀 모두 리그측에 최소한의 서비스를 받았다는 만족감을 느끼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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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절없이 내리는 비를 바라보면서 마냥 하늘만 원망할 것이 아니라 만약 새벽에 우천예보가 있다면 전날밤에 베이스주변에 방수포를 미리 준비해두거나 비가 그치면 그라운드 정비와 복토에 필요한 여분의 흙을 준비해두는 대비책을 마련해두고 이른 새벽 미리 구장에 나와 그라운드상황을 수시로 체크하면서 일정이 있는 팀들과 실시간적으로 소통하는 운영자의 최소한의 노력과 신속하고 신중한 판단이 이루어진다면 비오는 주말 사회인야구인들의 우왕좌왕하며 길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혼선과 불만의 목소리는 조금이나마 줄어들게 될 것이 분명하다.

​기준과 원칙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현장 매뉴얼이 필요하다!

 

 KBO는 올 시즌을 앞두고 10개구단 담당자들에게 공문을 발송해 내야를 덮을 수 있는 대형방수포와 그라운드 정비 인력의 추가 확보 등의 노력을 촉구했다고는 하지만 스스로의 개선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상당히 아쉽다. 오로지 경기감독관의 육안과 개인적인 판단에 모든 것을 의지하고 있을 뿐 좀 더 정교하고 세밀한 우천 취소에 대한 지침과 매뉴얼은 아직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우천취소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였다. 지난해 야구팬들이 쉽게 이해하기 힘든 우천취소가 발생하자 SBS Sports는 주간야구를 통해 우천 취소 매뉴얼의 필요성을 강조한 사례가 있다. 추후 비예보가 없을경우 충분히 기다리는 과정이 전제되어야 하고 가능하면 경기시간이 다소 지연되거나 중지되는 한이 있더라도 긍정적인 입장을 기본으로 경기진행여부가 판단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각 구장별로 강우량에 따라 그라운드의 사정이 동일할 수는 없겠지만 단지 경기감독관에게 재량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강우량에 따른 기본적인 기준점을 제시해주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단순히 현장감독관에 책임으로 미룰것이 아니라 KBO 사무국에서 더블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의 도입도 필요하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우천 방수조치가 미흡할 경우 구단에 천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압박을 가할 것이 아니라 취소된 경기는 추후 휴식일인 월요일에 경기를 하거나 다음날 더블헤더 일정편성을 해서라도 홈팀이 적극적으로 경기일정을 소화할 수 있는 자세를 만들게 하는 규정을 준비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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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천취소를 바라보는 입장의 차이와 각각 다른 시각이 존재하겠지만 결국은 야구를 즐기는 대상, 즉 고객을 만족시킬수 있어야만 한다는 대전제만 지켜진다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프로야구 혹은 생활야구를 따로 구분하지 않더라도 리그측에서 팬들과 참가팀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경기진행을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최선을 다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노력을 스스로 실천하고 이에 걸맞는 ​기준과 원칙이 바로 세워져 있다면 우천취소에 대한 이번 논란이 조금은 해결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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