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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LG트윈스의 야구선수다. 적토마 이병규의 파란만장한 야구인생 이슈&대세

GM수연아빠 (july***)
2017.07.13 02:47
  • 조회 4170
  • 하이파이브 5

인생지사 새옹지마, 비운의 야구천재 이병규의 뜨거운 안녕 


 전국적으로 일요일 아침부터 오락가락 장마비가 요란스럽게 내리더니 오후들어 빗줄기는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LG트윈스의 레전드 9번 이병규의 은퇴식과 영구결번식이 준비된 잠실야구장의 하늘만큼은 조금 달랐다. 경기시작전까지만해도 아슬아슬하게 한바탕 폭우를 쏟아낼 것 같이 잔뜩 찌푸렸던 하늘은 신세대 4번타자 양석환의 역전투런으로 살짝 개이는가 싶더니 베테랑 박용택의 우전 적시타로 떠나가는 대선배의 마지막 퇴장을 화려하게 빛내기 위한 레드카펫을 멋지게 깔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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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LG가 스코어 3대2의 아슬아슬한 한 점차이 리드를 유지하고 있던 7회, 떠나가는 레전드에게 마지막 선물을 전해주려는 것처럼 40분동안 물폭탄같은 장대비를 쏟아부으면서 선발투수 허프의 갑작스런 햄스트링 부상으로 인한 불펜의 불안함을 안도감으로 바꾸어놓은 행운의 강우콜드승으로 LG팬들에게 천금같은 1승을 선사했다. 그리고 영구결번식을 시작하려는 순간 "LG의 이병규~ LG의 이병규"를 연호하는 잠실팬들의 함성에 감명한 하늘은 거짓말같이 비를 멈춘 잠실뻘은 마치 롤러코스트를 탄 것 같이 극적인 반전과 반전을 거듭한 아찔한 하루였다. 자신의 은퇴식을 구단에서 제시한 9월 9일이 아닌 7월 9일로 선택한 LG Twins의 레전드 적토마 이병규는 더이상 야구선수가 아닌 새로운 삶의 시작을 알리면서 등번호 9번이 새겨진 자신의 줄무늬 유니폼을 구단에 반납하고 그렇게 훌쩍 우리곁에서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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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으로 던져달라는 당돌한 신인, 적토마 이병규


 단국대를 졸업하고 프로에 입단한 첫 해부터 주전 외야수 한 자리를 차지한 이병규는 데뷔 시즌이였던 97년 126경기에 출전, 151안타를 때려내며 타율 0.305, 7홈런, 69타점, 82득점, 23도루의 좋은 성적으로 당당히 신인왕을 차지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거침없이 방망이를 휘두른 신인 이병규는 4월초 해태 타이거즈와의 경기이후 인터뷰에서의 내뱉은 한 번의 말실수로 인해 당돌한 신인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험난한 프로생활을 시작해야만 했다. LG와 해태의 시즌 첫 대결에서 당시 해태의 에이스였던 칠색조 조계현을 상대로 3안타의 맹타를 기록한 이병규는 경기후 소감을 묻는 자리에서 "신인이라고 봐주지 마시고 좀 성의 있게 던져 주셨으면 좋겠다”는 대선배를 향한 도발성 짙은 경솔한 인터뷰 때문에 양팀 덕아웃은 한바탕 난리가 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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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분한 해태 투수들이 호랑이 무서운줄 모르는 하룻강아지를 따끔하게 혼줄을 내줘야 한다며 대놓고 빈볼을 던지겠다고 공헌했을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해져 갔다. 경기전 LG의 베테랑 정삼흠과 김용수에 이끌려 해태 덕아웃을 찾아가 정중하게 사과를 했고 조계현이 사과를 받아주면서 불상사를 모면할 수 있었다. 당시 조계현 선수는 "신인의 패기를 높이 산다며 좋은 선수가 될 것 같다"는 덕담을 건냈다고 전해진다. 만약 이병규가 지금처럼 SNS를 통해 대중들에게 악의적인 이야기가 빠르게 재생산되고 인터넷상에서 악플이 난무하는 현시대에 살았더라면 아마도 신인선수 이병규는 싹을 피어보지도 못하고 정상적인 선수생활을 이어가지 못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비록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는 흑역사의 한 장면이지만 이 일로 인해 패기와 자신감을 앞 세워 우쭐거릴수도 있었던 철부지 야구천재가 인성적으로 한 단계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신인선수 이병규에게는 좋은 약이 된 사건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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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렁설렁 동네 슈퍼로 라면 사러가던 야구천재 라면병규


 프로 3년차였던 1999년 192개의 안타를 쳐 최다안타 1위를 차지한 이병규는 30개의 홈런과 31개의 도루를 훔치면서 잠실야구장을 안방으로 쓰는 선수중 유일한 30-30클럽에 가입하며 화려한 질주본능을 시작했다. 1999년~2001년까지 3년 연속 최다안타 1위로 안타제조기의 진면모를 보여주었고 프로통산 무려 7번의 골든글러브를 차지했을만큼 꾸준함이 돋보였던 9번 이병규는 2005년 시즌에는 0.337의 타율로 타격왕에 오르면서 한국야구를 평정하고 활동영역을 넓혀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로 진출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LG의 이병규의 활약은 단순히 국내무대에 국한되지 않았다. 대학재학시절이였던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에서 처음 태극마크를 단 이병규는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금메달을 따냈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과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과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까지 10년동안 국가의 부름에 응답하면서 누구보다 꾸준하게 국가대표로써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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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마지막 국대유니폼믈 입은 WBC대회에서의 부진때문에 국제무대에서 펼친 10년간의 활약은 폄하되기 시작한다. 평소 동물적인 운동신경과 뛰어난 타구판단능력으로 누구보다 쉽게 낙하지점을 선점하고 손쉽게 타구를 처리하는 이병규의 플레이 스타일이 마치 건성 건성 동네슈퍼에 라면사러가는 모습과 흡사하다면서 일부 야구팬들은 최선을 다하지 않는 이병규를 빗대어 라면병규, 라뱅수비의 창시자로 비아냥대기 시작한 것이다. LG팬들은 이병규의 천부적인 수비능력을 시샘하는 발언일뿐 라뱅이란 표현이야말로 어려운 타구를 아무렇지도 않게 처리하는 야구천재의 또다른 증거라는 주장으로 자기위안을 삼기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수비를 잘 한것이 오히려 원인이 되어 얻은 "라뱅"이란 호칭은 결코 듣기 좋은 닉네임은 아니였음은 확실한 팩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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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의 배드볼 히터, 주니치에서 라뱅 쓰리런 기술을 완성


 한국에서의 성공적인 성적을 바탕으로 FA 자유계약선수가 된 이병규는 2007년 현해탄을 건너 주니치 드래곤즈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면서 해외진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맞추는 재주만큼은 세계 최강의 자질을 가졌다는 이병규는 현미경야구로 통하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나쁜공도 안타를 만드는 배드볼 히터의 장점이 오히려 약점으로 노출되면서 지독할만큼 철저하게 유인구를 앞세운 승부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일본에서 3년동안 남긴 통산 기록은 타율 0.254와 28홈런, 97득점, 119타점의 보잘것 없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실패작으로 마무리되고 말았다. 한국의 이치로라는 평가를 무색하게 만든 적토마는 잠시 주춤했지만 오히려 주니치는 일본시리즈를 제패하면서 그토록 원하던 첫번째 팀우승의 경험을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였던 일본에서 얻어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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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뱅 쓰리런이란 단어 하나에 그토록 열광하는 LG팬들이지만 사실 라뱅 쓰리런은 주니치에서 별다른 활약없이 허송세월을 보낸 3년동안 이병규가 뜻밖의 활약을 펼쳤을때 야구 관련 커뮤니티의 이용자들이 놀라움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며 희화화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었음을 아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무대로 컴백한 이병규의 부활로 인해 라뱅 쓰리런은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지만 오히려 이병규에게는 잊고 싶은 순간의 집합체일런지도 모를 참으로 얄궂은 운명적인 키워드였던 것이다. 어쩌면 7월 9일은 한국(등번호 9번)과 일본(등번호 7번)에서의 20년 생활을 모두 아우를수 있는 기념일로 택했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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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령 수위타자와 사이클링 히트, 10연타석 안타의 대기록


 LG트윈스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KBO에서 활약한 17년동안 1,741경기에 출전하며 통산타율 0.311를 기록했다. 총 안타수 2,043개중에 161개의 홈런과 371개의 2루타(역대 4위)를 기록하면서 호타준족의 상징이 된 밑거름이 된다. KBO 역사상 유일한 원맨팀 2,000안타를 대기록을 작성했고 992번의 득점과 972번의 타점을 바탕한 꾸준함이야말로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비결이였다. 특히 나이를 잊은 절정의 타격감으로 2013년 타율 0.348로 최고령 타격왕을 차지한 것도 모자라 거침없는 안타행진으로 같은 해 7월 1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NC와의 경기에서 10연타석 안타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완성했다. LG팬들에게 "안타"하면 이병규란 단어가 연상될만큼 KBO 최고의 타자였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2016년 그의 마지막 시즌을 "팀리빌딩"이라는 명목으로 희생시키지 않았다면 적토마는 1,000득점 1,000타점을 넘어 더 힘차게 마음껏 달릴수 있었을 것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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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개인적으로 대단한 커리어를 쌓은 이병규에게 부족한 것은 우승반지였다. 팀의 두번째 영구결번선수라는 명예로운 순간에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해 본 경력이 없는 최초의 영구결번 선수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이 또 다시 늘어난 것이다. 팬들의 아쉬운 평가와 스스로로 만족할 수 없는 결과에 대해 무척이나 섭섭한 마음이 들었는지 “36년 역사의 한국프로야구에서 13번째 영구결번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영광이다. 후배들이 잘해줘서 LG가 꼭 우승을 했으면 좋겠다”고 의미심장한 소감을 밝혔고 영구결번식 내내 비장한 표정으로 자신의 부족함과 미안함에 대한 당부와 배려를 잃지 않았다. 2013년 7월 5일 목동구장에서 만 38세 8개월의 나이로 최고령 사이클링 히트의 기록을 갈아치우던 역사적인 순간에도 팀이 패하는 바람에 대기록이 빛을 바랜 이병규는 개인적인 영광과는 별개로 따르지 않은 팀성적까지는 동시에 허락받지 못한 비운의 스타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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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인터뷰를 통해 “후배들이 더 단단해졌으면...”이라고 당부의 인사말과 함께 멋지게 퇴장한 이병규는 하루도 지나지 않아 단단해지기를 바랬던 후배의 느슨한 행동으로 인해 영구결번의 감격을 반납해야 하는 안타까운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무척이나 화려해보이지만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이병규의 야구인생은 순간순간의 성적이나 상황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는 "새옹지마"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할 만큼 파란만장한 장면의 연속이다. 영구결번식에서 지도자로써 반드시 LG팬들의 곁으로 돌아오겠다는 포부를 밝힌 9번 이병규의 미래는 어쩌면 후배들의 몫으로 남겨 둔 숙제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누구보다 월등한 커리어와 뛰어난 야구실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무관의 제왕, 라뱅수비의 창시자"라는 타이틀을 LG팬들과 함께 프랜차이즈 스타출신 우승감독이라는 기쁨으로 지워낼 마지막 순간만큼은 "온전한 해피엔딩"이였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글 : 서준원 / 수연아빠의 야구장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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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 등급 정우진9
    • 2017.07.14 11:23
    • 답글

    아 병규형 ㅜㅜ

    • 등급 GM수연아빠
    • 2017.07.19 09:28
    • 답글

    정우진9님, 굿바이...적토마

    • 등급 그레이색이야
    • 2017.07.14 16:49
    • 답글

    수고하셨습니다!!

    • 등급 GM수연아빠
    • 2017.07.21 12:57
    • 답글

    그레이색이야님, 덕분에 지난 17년이 즐거웠습니다 ^^

    • 등급 이도형
    • 2017.07.15 08:01
    • 답글

    레전드~~

    • 등급 GM수연아빠
    • 2017.07.21 12:56
    • 답글

    이도형님, 부디 꽃길만 걸으시길..

    • 등급 고경환
    • 2017.07.19 01:01
    • 답글

    수연아빠님~글 잘 읽었습니다ㅎㅎ 살곶이에서 수욜 야간경기때 뵙겠습니다.

    • 등급 GM수연아빠
    • 2017.07.19 09:28
    • 답글

    고경환님, 네~ 수욜에 또 만나요^^

    • 등급 스포티즘
    • 2017.07.20 12:25
    • 답글

    신인때 저런일도.있었군요 ㅎㅎ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 등급 GM수연아빠
    • 2017.07.21 12:56
    • 답글

    스포티즘님, 적토마의 신인시절 대단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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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 닉네임 어쩌고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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