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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고시엔의 기적같은 9회말 끝내기 이슈&대세

GM수연아빠 (july***)
2017.08.21 23:26
  • 조회 15987
  • 하이파이브 26

우승후보 오사카 토인을 무너뜨린 기적의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만약 야구를 정말 좋아한다면 8월 한 여름의 뜨겁다 못해 녹아내릴듯한 무더워속에서 야구소년들이 혼신을 다해 모든 것을 던지고 있는 고시엔구장을 꼭 한번쯤 체험해보라고 권해주고 싶을 만큼 갑자원의 현장은 실로 대단했다. 아직 성장중인 고교야구선수들의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열정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진심이 묻어나지만 그 중에서도 최고의 순간은 고시엔 대회에서 9회 경기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순간 마치 최후에 가진 모든 힘을 쏟아 붓겠다는 듯 질주를 멈추지 않고 온 몸을 던지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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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판 승부의 토너먼트전에서 단 한번의 패배는 탈락을 의미한다. 9회 마지막 아웃카운트는 결국 더이상 대회에 살아남을 수 없는 야구소년의 여름이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미 아웃임을 뻔히 알면서도 온 몸을 내던지는 다소 무모해 보이는 마지막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은 자신이 가진 모든 걸 아낌없이 던진 여름의 고시엔에서의 멋진 추억의 상징이자 세레모니인 셈이다. 1루에 쓰러진 타자주자는 자신의 고교야구가 이렇게 마무리되는 큰 아쉬움에 한동안 일어서지 못하지만 후회없는 일전을 펼친 선수들에게는 고교야구시절의 멋진 추억이 가슴깊이 새겨지게 된다. 그렇게 아웃임을 알면서도 마지막 순간을 뜨겁게 불태우다 보면 가끔 얄궂은 야구의 신은 뜻 밖의 기적을 선물하며 어린 선수들에게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다"라는 인생의 교훈을 알려주기도 한다. 9회말 투아웃 이후에 펼쳐진 보고도 믿기힘들 정도로 너무나 드라마틱해서 오히려 비현실적인 기적같은 역전 명승부가 펼쳐진 고시엔의 현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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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투수전, 오사카 토인 선발 카키 Vs 센다이 이쿠에이 에이스 하세가와


 오사카 토인고교는 지난 봄 선발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명실상부 최고의 강자로 발돋움했고 사상 최초로 봄,여름대회를 2번 동반 석권하며 야구명문으로 거듭나겠다는 야심찬 행보를 이어나갔다. 시속 145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만 해도 에이스 등번호를 단 1번피쳐 토쿠야마 소마(3학년)와 2학년생임에도 18명만 등록할 수 있는 벤치멤버를 넘어 당당히 주전자리를 꿰 찬 10번 네오 아키라(중학교 3학년 시절 최고구속 146km/h 기록)와 11번 카키기 렌으로 이루어진 세 명의 강속구 파워 피쳐가 마운드를 단단하게 지키면서 단언컨대 2017년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 고시엔 우승후보 일순위로 손꼽히는 최강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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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센다이 이쿠에이고교의 경우 에이스 하세가와가 1회전 무실점경기에 이어 2회전에서는 1대0 완봉승을 기록하며 튼튼한 마운드를 구축하고 있었기 때문에 양팀의 승부는 조심스럽게 팽팽한 투수전이 예상된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고시엔 야구장의 4만 7천석을 가득 메우며 빅매치를 현장에서 지켜보던 수많은 고교야구팬들의 기대와 바램처럼 양 팀은 7회까지 팽팽한 0의 행진을 이어가는 명품 투수전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22이닝 무실점 행진의 하세가와를 공략하며 먼저 리드를 잡은 쪽은 8회초 공격에서 귀중한 선취득점에 성공한 오사카 토인쪽이였다. 게다가 토인의 좌익수 야마모토는 8회말 동점 적시타로 기록될 수 있었던 이쿠에이의 홈쇄도를 정확한 홈송구로 저지하면서 8회 자신이 만든 한 점을 결승득점으로 지켜낼 대단한 기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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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신의 장난, 2아웃이후에 펼쳐진 대단한 역전 드라마


 스코어 1대0의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던 9회말 센다이 이쿠에이의 마지막 공격, 2아웃을 당하면서 패색이 짙어보이던 경기는 2사이후에 중전안타와 도루, 볼넷으로 2사 1,2루의 찬스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후속타자가 성급하게 초구를 받아치면서 유격수 정면으로 흐르는 평범한 내야땅볼, 혹시 모를 내야수의 악송구와 같은 별다른 상황이 펼쳐지지 않는다면 그대로 경기는 종료가 되는 상황이였다. 오사카 토인의 유격수의 손을 떠난 공은 정확하게 1루미트에 꽂혔다. 이쿠에이의 타자주자는 일찌감치 아웃을 직감했지만 온 몸을 던지는 마지막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로 뜨거운 여름과의 작별을 고하는 모양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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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순간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돌발 상황이 벌어진다. 공을 받은 1루수의 오른발이 베이스를 찾지 못하면서 그대로 경기가 종료되어야 할 상황이 기적같이 2사 만루가 된 것이다. 아마도 고시엔에 살고있는 야구신의 소행으로 보이는 얄궂은 장난은 이쿠에이에게는 마치 행운의 여신처럼 다가왔겠지만 토인의 입장에서는 지독한 악령과도 같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굿바이 끝내기 역전 적시타로 도무지 믿기 힘든 경기가 마무리되고 만다.

 


 9회 2사까지 완벽하게 경기를 지배하고 있던 토인 입장에서는 도무지 상상하기 힘든 실책에 이은 대역전패로 망연자실한 선수들이 일제히 울음을 터트렸고 우승은 실력을 떠나 하늘이 점지해주어야 한다는 야구의 오래된 명언이 다시금 떠오는 장면이였다. 그렇게 경기가 종료되는 마지막 순간 온 몸을 던지는 것이 전통처럼 이어지는 고시엔의 마지막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은 결코 무의미한 행동이 아니라는 청춘의 새로운 전환점이라는 크나 큰 교훈을 남겨 준 센다이 이쿠에이고교의 기적의 9회말은 최종 스코어 1대2로 거짓말같이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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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하얗게 불태운 센다이 이쿠에이의 허무한 탈락


 기적같은 역전 끝내기 안타를 기록한 이쿠에이고는 오사카 토인고를 상대하면서 이미 방전된 체력을 가지고 다음날 곧바로 8강전을 치루는 지옥의 일정속에 이렇다 할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대패로 대회를 마무리한다. 전날 마운드 위에서 9이닝동안 모든 힘을 쏟아 부은 에이스 하세가와를 뒷받침해 줄 투수가 남아 있지 않았고 뒤늦게 불을 끄기 위해 올라온 하세가와는 전날 토인을 상대하던 구위가 아니였다. 마치 슬램덩크의 북산고가 산왕고와의 다음을 기약하지 않고 자신들이 가진 모든 것을 아낌없이 쏟아붓는 명승부 직후 허무하게 3회전에서 탈락해버리던 만화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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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력한 우승후보를 격파했다고 해서 다음 라운드에서 순항을 거듭할 수 없다는 것 또한 고시엔 대회에서 흔히 일어나는 평범한 장면의 하나일 뿐이다. 이변이 없는 한 우승이 확실시 된다고 평가를 받던 오사카 토인고의 마스크를 쓴 주장 후쿠이 쇼고가 마지막 역전의 순간에 보여준 흐느낌과 울먹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만 같은 멋진 명승부속의 드라마가 우리에게 주는 메세지는 무엇일까?

 


 야구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기 전까지는 어떤 일이 벌어질런지 아무도 속단하고 단정지어서는 안된다. 특히 경험이 많지 않는 고교생들의 야구라면 9회 투아웃 이후에도 조그만 방심의 틈으로 인해 얼마든지 승부의 결과가 180도 변할 수 있는 좀처럼 믿기 힘든 만화스토리같은 드라마틱한 결과가 펼쳐지기도 하는 것이다. 아직은 완전하지 않은 불확실성의 플레이와 흙먼지를 뒤집어 쓰면서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고교생들의 전력질주, 어쩌면 우리의 인생과 너무나 닮아있는 이것이 일본 야구팬들이 매년 펼쳐지는 여름의 축제인 고시엔대회에 그토록 열광하고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는 진짜 매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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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베스트4, 4강팀이 모두 결정된 2017 고시엔 여름의 드라마는 아직도 현재 진행중으로

최후의 우승을 향한 고시엔대회 결승전은 8월 23일(수) 오후 2시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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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서준원 / 수연아빠의 야구장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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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9

    • 등급 이성철
    • 2017.08.22 10:07
    • 답글

    역시 야구는 끝내기가 짱~~~

    • 등급 GM수연아빠
    • 2017.08.22 16:40
    • 답글

    이성철님,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참으로 드라마틱하죠~

    • 등급 백낙현
    • 2017.08.22 17:33
    • 답글

    저렇게 정열적으로 야구하는모습이 멋지네요

    • 등급 GM수연아빠
    • 2017.08.22 20:43
    • 답글

    백낙현님, 저렇게까지 올인할 수 있는 환경이 너무나 부럽습니다.

    • 등급 김성화
    • 2017.08.22 17:41
    • 답글

    여름의 축제 고시엔 고교야구 시합은 언제나 멋집니다. 

    • 등급 GM수연아빠
    • 2017.08.22 20:43
    • 답글

    김성화님, 최고죠!

    • 등급 올드앤뉴
    • 2017.08.22 17:56
    • 답글

    우리나라 봉황대기가 같은느낌 으로 진행되고 있으니 목동야구장에서 만나요 고교생 야구부 화이팅

    • 등급 GM수연아빠
    • 2017.08.22 20:44
    • 답글

    올드앤뉴님, 정말 봉황대기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고교야구의 관심이 프로야구로 선순환되는 구조가 참 바람직한데 말입니다.

    • 등급 야구용품의 정석
    • 2017.08.22 17:59
    • 답글

    숨 죽여 봤네요~^^ 

    • 등급 GM수연아빠
    • 2017.08.22 20:45
    • 답글

    야구용품의 정석님, 초집중하게 되는 경기~

    • 등급 gohn0***
    • 2017.08.22 18:02
    • 답글

    관중 수 ㄷㄷㄷㄷ

    • 등급 GM수연아빠
    • 2017.08.22 20:45
    • 답글

    gohn0***님, 4만 7천석이 거의 항상 매진이더라구요~ ㅎㄷㄷ

    • 등급 ace7***
    • 2017.08.22 18:16
    • 답글

    선수들의 마음을 알기에 같이 울음이 나오네요!수고했다!아이들아!

    • 등급 GM수연아빠
    • 2017.08.22 20:46
    • 답글

    ace7***님, 저도 살짝 울컥했습니다...안타까우면서도 이게 고교야구지 싶네요~

    • 등급 쭈욱닷컴
    • 2017.08.22 19:35
    • 답글

    감동이네요 ^^*

    • 등급 GM수연아빠
    • 2017.08.22 20:46
    • 답글

    쭈욱닷컴님, 감동의 도가니탕 ㅎㅎ

    • 등급 낭만야객
    • 2017.08.22 21:14
    • 답글

    동영상 보면서 저절로 눈물 찡 콧물 찡....하고 보니까 1루수 등번호가 저랑 같은 3번이네요ㅎ

    • 등급 GM수연아빠
    • 2017.08.22 21:34
    • 답글

    낭만야객님, 2학년으로 알고 있습니다. 내년엔 더 강하지겠죠?

    • 등급 백승호
    • 2017.08.22 21:23
    • 답글

    이긴학교 교가 나올때 진 학교 선수들도 운동장 옆에 도열...잔인하기도하고 교육적이기도하고...멋지네요 고시엔

    • 등급 GM수연아빠
    • 2017.08.22 21:51
    • 답글

    백승호님, 패배를 인정하는걸 배우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뭔가 비장하기도 하지만 나름 교훈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등급 야구소년
    • 2017.08.23 08:48
    • 답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등급 GM수연아빠
    • 2017.08.23 09:42
    • 답글

    야구소년님, 오사카 토인팬들의 흠집내기가 있었지만...ㅋ
    어느새 대망의 결승전이네요!!!

    • 등급 전현수
    • 2017.08.23 13:38
    • 답글

    NHK를 통해 서울에서 TV로 봤는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좋았습니다. 

    • 등급 GM수연아빠
    • 2017.08.23 19:19
    • 답글

    전현수님, NHK로 보는 방법도 있었네요^^ 전 4강전은 인터넷으로 ㅎ

    • 등급 오모
    • 2017.08.23 21:46
    • 답글

    크아 야구의 맛!
    멋진글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 등급 GM수연아빠
    • 2017.08.24 11:43
    • 답글

    오모님, 염통이 쫄낏쫄낏해지는 경기였습니다.
    오사카 토인을 응원한 것도 아닌데 괜시리 눈물이...ㅠ.ㅠ

    • 등급 동휘야
    • 2017.08.23 23:05
    • 답글

    하아 저때 오사카에 잇엇는데 한낮에 살인적인 날씨엿는데 ㅋㅋ 쿄세라돔에서 야구본 제가 부끄럽네요 ...

    아주 좋은 갑자원 직관후기 잘봣습니다

    제가 고시엔구장 갈땐 미식축구를 하든데 ㅠㅠㅠ

    • 등급 GM수연아빠
    • 2017.08.24 11:44
    • 답글

    동휘야님, 교세라 돔에서의 한신 경기도 좋죠? ㅎㅎ
    엄청 많이 탔습니다. 언젠가 고시엔엘 다시 가게 된다면 중무장하고 가야겠습니다.

    • 등급 chulky***
    • 2017.08.24 10:48
    • 답글

    • 등급 칠리
    • 2017.08.24 15:33
    • 답글

    마지막 토인 포수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저렇게 경기를 해 봤던 적이 언제였나 생각이 드네요.
    정말 좋은 내용 잘 봤습니다

    • 등급 GM수연아빠
    • 2017.08.25 17:23
    • 답글

    칠리님,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저토록 간절했던 적이 있었을까 싶습니다.

    • 등급 야구배트
    • 2017.08.25 12:27
    • 답글

    현장의 감동이 그려지네요. 정성 가득한 포스팅 감사합니다!

    • 등급 GM수연아빠
    • 2017.08.25 17:22
    • 답글

    야구배트님, 이게 고교야구의 참 맛이죠...생활체육의 현장이구요~ 우리도 봉황기를 이렇게 만들어 보자고 해도...누군가가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닌거 같습니다...스포츠가 생활의 일부가 되어야 가능한 이야기

    • 등급 야이노마
    • 2017.08.25 13:47
    • 답글

    응원가가 혹시 코요테 순정인가요? 저만 그렇게 들리는 건가?

    • 등급 GM수연아빠
    • 2017.08.25 16:54
    • 답글

    야이노마님, 맞습니다...올해는 트와이스의 TT도 등장했고^^ 이정현의 "와"도 튀어나옵니다 ㅎ

    • 등급 이진명
    • 2017.09.04 18:59
    • 답글

    정말 감사합니다
    수현아빠님.

    • 등급 GM수연아빠
    • 2017.09.12 11:08
    • 답글

    이진명님, ^*^ 내년 100회대회 한번 다녀오심이~

    • 등급 재택근무
    • 2017.09.05 05:46
    • 답글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이렇게 미화하다니 ... 학생들의 열정엔 공감하지만 이건 아닌 듯

    • 등급 GM수연아빠
    • 2017.09.07 08:23
    • 답글

    재택근무님, 저도 부상위험이 있는 무리한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은 반대합니다만 글에 써놓은 것처럼 고시엔경기 마지막 순간만큼은 인정하려합니다.고교야구와의 작별을 알리는 세레모니이자 후회가 남지 않게 하는 일종의 의식같은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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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 닉네임 어쩌고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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