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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엔 야구역사관의 교훈, 우리에게도 괜찮은 야구박물관이 필요한 때! 이슈&대세

GM수연아빠 (july***)
2018.01.16 22:52
  • 조회 4793
  • 하이파이브 8

표류중인 한국야구 명예의 전당 건립, 과거가 없다면 미래도 없다!


 KBO가 2017년 3월 개장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던 한국야구의 발자취를 돌아볼 수 있는 명예의 전당 설립 계획은 당초 계획에서 한발짝 물러나 2019년 3월 이후로 연기를 발표하였고 지난 연말까지 마무리하겠다던 설계 공모안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다시 2019년 8월경으로 개장이 잠정 연기되는 난항을 겪고 있다. 대한야구협회는 2014년 부산 기장군에 국비와 지자체의 협조를 받아 야구 명예의 전당 건립과 사회인야구장을 포함한 복합 야구테마파크 조성에 대한 협약을 맺었지만 국비지원 부족과 부산광역시의 미온적인 태도로 인해 아직까지 이렇다 할 공사의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다가 명예의 전당 건립 계획 자체가 무한 연기되거나 자칫 백지화되는 것은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들려온다. 흔히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망언을 일삼는 일본을 향해 "역사를 잊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로 그릇된 일본인들의 역사관을 채찍질 하지만 야구에서만큼은 아직도 배워야 할 부분이 너무도 많다. 고시엔의 한 켠에 자리잡은 고시엔역사관 견학을 통해 우리에게도 이제 제대로 된 야구박물관 하나쯤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이슈를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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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역사의 고시엔 야구장엔 17,22번 게이트가 없다.


 올해로 의미있는 100번째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 대회를 앞두고 있는 고시엔 야구장은 '일본야구의 역사'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굳이 청춘과 젊음을 상징하는 일본 고교 야구선수들의 꿈의 무대인 고시엔의 여름을 이야기 하지 않더라도 한신 타이거즈가 홈구장으로 사용중인 고시엔구장에는 볼거리들이 가득하다. 원형으로 구성된 고시엔 야구장 내부로 입장하는 방식은 22개 게이트를 통해 가능하다. 대회 출전 고교의 단체응원석이 위치하고 있는 1루 내야 알프스 관람석의 출입구인 1번 게이트를 시작으로 흔히 고교야구 오다쿠들이나 은퇴한 야구원로들이 주로 이용하면서 유명세를 타게 된 "8호문 클럽"의 배경이 되는 중앙석 입장 게이트인 8번, 그리고 외야에는 15~24번까지의 게이트가 그라운드를 둘러싸고 시계방향으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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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신 고시엔야구장 홈페이지)


 여기서 재미난 점이라면 당초 17번과 22번으로 사용되던 출입구를 폐쇄하고 야구장 출입구 대신 고시엔 역사관의 입구로 사용중이라는 점이다. 고시엔 야구장은 별도의 시설물에 투자하거나 새로운 건축물을 만들지 않고 기존 외야 출입구인 17번 게이트를 활용해서 외야석 스탠드 하부공간에 야구장과 함께 살아 숨쉬는 야구박물관을 조성하여 야구팬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고시엔 야구대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100년이 넘는 일본야구의 역사가 고스란히 간직된 의미있는 공간에서 역사를 체험하고 과거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는 필수코스로 자리잡게 만든 뛰어난 접근성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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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시엔 역사관의 입장료는 성인기준으로 600엔이지만 내부를 둘러보면 볼거리들이 제법 많이 존재한다. 특히 숨막히게 살인적인 간사이 지방의 8월 무더위에 노출되어 고시엔 외야석을 지키고 있다가 잠시 더위를 피해 땀을 식히기에 이보다 더 쾌적한 공간은 찾아 보기 힘든만큼 절대로 입장료가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지난 100년간의 발자취가 질서 정연하게 자리잡은 대회기념구를 필두로 박물관내에 전시된 까까머리 고교생들의 땀과 눈물이 녹아 있는 각종 야구용품들은 잠시나마 국적을 뛰어 넘어 그들의 야구문화가 질투나게 부러워질 정도로 흥미로웠다. 대회가 끝날때마다 명승부의 장면을 하나씩 추가하면서 점점 늘어갈 선수들의 흔적들은 매년 야구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끊임없이 양산해내고 있음이 실감나는 곳이다.


프로야구와 고교야구가 공존하는 공간, 고시엔 야구 역사박물관


 고시엔 역사관에는 단순히 고교야구의 역사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매년 고시엔의 계절 8월이면 기꺼이 홈구장을 내주고 지옥의 원정길을 떠난다는 스토리텔링으로 대인배의 품격을 스스로 만든 일본 프로야구 인기구단 한신 타이거즈의 스토리가 함께 전시되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몇 해전 부터 쾌적한 환경이 조성된 돔구장인 교세라돔에서 여름 홈경기를 치루기로 결정하면서 지옥의 원정길대신 오히려 체력안배가 가능한 시원한 한여름을 보내고 있다는 한신 타이거즈의 팬이라면 절대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 바로 이곳 고시엔 야구 역사박물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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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히 일본프로야구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재일교포로 알려진 가네모토 감독을 시작으로 돌부처 오승환의 흔적이 너무나 반갑게 우리를 맞이한다. 고시엔은 결국 아마추어와 프로가 공존하며 상생할 수 있는 공간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뛰어난 가치를 가지고 있는 특별한 공간인 셈이다. 아직 한국에는 공식적으로 개장한 야구박물관이나 명예의 전당이 전무한 실정인 만큼 제대로 된 야구인의 공간이 조성되려면 프로야구에 국한되지 않고 KBO와 KBA의 발자취를 모두 아우를수 있는 공간이여야 한다고 생각된다. 이미 1959년도에 명예의 전당의 문을 연 일본야구는 1960년부터 매년 헌액자를 선정하고 있는 우리보다 약 58년을 앞 서 가고 있는 대선배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야구에는 아직도 스토리텔링과 컨텐츠가 충분하지 않다.


 고시엔역사관에서 부러웠던 점은 단순히 야구를 대표하는 하드웨어적인 전시물이 아니였다. 일본야구는 끊임없는 스토리셀링을 통해 야구를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발전 시켜 나가고자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프로야구가 큰 인기를 얻고 매년 관중동원수를 갱신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선수들의 뛰어난 경기력과 명승부, WBC와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에서의 좋은 성적과 메이저리그 해외파들의 맹활약 등이 종합적으로 뒷받침되어야만 하겠지만 정말 팬들과 가까이에서 한 호흡으로 살아 숨쉬기 위해서는 생활속으로 야구라는 스포츠가 보다 친밀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야구와 관련된 스토리가 끊임없이 재생산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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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히 어린이들을 위한 오락거리이자 저급문화라고 치부해버리고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가치를 낮게 보는 한국의 현실에 비해 일본야구계는 야구만화라는 장르를 인정하고 상당부분을 고교야구 혹은 프로야구와 관련된 컨텐츠로 채워나가며 유소년기에 야구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흥행몰이를 위한 장기플랜을 차곡차곡 준비해나가고 있다. 두 명의 야구천재 히로와 히데오가 소꿉친구 히까리, 하루카와 만들어 가는 가슴떨리도록 달달한 고교생의 야구이야기를 다룬 아다치 미츠루의 명작 'H2'와 오른팔 부상을 당하자 거짓말같이 왼쪽팔로 메이저리그를 평정한다는 '메이저'의 주인공 시게노 고로는 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슬기로운 깜빵생활의 김제혁의 모티브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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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도 어린시절 오혜성이 엄지를 위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외인구단이 되는 로맨스 스토리에 열광하고 독고탁의 드라이브볼과 더스트볼로 대표되는 판타지 야구에 웃음지었던 베이스볼 키즈가 과거를 추억할 공간은 많지 않다. 생활야구가 하나의 스포츠이기 이전에 문화현상이 될 수 있도록 과거를 돌아보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명예의 전당이 당장 개장된다고 해도 아직은 턱없이 부족할 수 밖에 없는 한국프로야구 컨텐츠를 어떠한 방식으로 채워나가야 하는 고민해야 하는 입장에서 무게를 잡거나 근엄한 잣대를 들이내기 보다는 야구 만화, 야구 드라마, PC 및 스마트폰 게임 등을 아우르는 문화와 역사를 한 자리에 모두 모아놓고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야 말로 정말 우리가 원하는 입장료가 아깝지 않은 그럴싸한 야구박물관이 되어 주지 않을까라는 교훈을 얻어왔다.


개발의 논리에 밀린 동대문야구장과 미래가 불투명한 잠실야구장의 운명


 근대 야구의 메카와도 같았던 동대문야구장은 2007년 12월 18일 철거를 시작하여 역사속으로 사라졌고 지금은 그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어 졌다. 동대문 디자인 파크(DDP)라는 이름을 가진 주변 풍경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초현대적인 감각이라는 괴기스러운 외관을 가진 전시공간과 너무나도 친숙한 이름이였던 동대문운동장역 대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이라는 지하철 안내멘트를 들을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수가 없다. 우리는 역사적인 가치를 지닌 동대문야구장을 도시환경 재생과 개발의 논리로 잃어 버렸다.

​ 지난 1982년에 개장한 잠실야구장은 84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와 88서울올림픽을 거쳐 프로야구 LG와 두산이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준공된 지 30년이 넘으면서 노후화된 시설과 편의시설, 열악한 원정팀 라커룸 등으로 전면적인 개보수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낡은 야구장이다. 서울시에서 구상중인 잠실운동장 일대 종합개발계획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현재 야구장위치를 북서측의 한강변으로 자리를 옮겨 신축하고 관중석도 현재 2만6천석에서 3만5천석 규모로 키운다는 기본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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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서울특별시)


 서울시의 계획대로라면 어쩌면 몇 년후에는 잠실야구장도 지금의 자리를 관광 호텔 및 복합 컨벤션 시설에 자리를 내주고 새로운 부지를 찾아 한강변으로 이전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처지가 된 것이다. 새로운 시대적인 흐름에 따라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피해갈 수 없는 숙명이겠지만 현재를 있게 만든 역사를 중요치 않게 여기고 과거를 기억하려 하지 않으며 뒤돌아보지 않는 사람들에게 밝고 희망찬 미래의 청사진을 이야기 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넌센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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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잠실야구장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철거 및 이전을 해야 한다면 이번에는 의미있는 서울 야구역사관의 조성을 야구인이 한 목소리로 적극적으로 요구해 보는 것은 어떨까? 많은 야구팬들이 힘들이지 않고 접근할 수 있는 새롭게 지어질 신설 야구장내에서 잠실구장과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명승부를 추억하고 서울을 대표하는 LG와 두산팬들이 즐거워 할 수 있을만큼 멋들어진 야구박물관을 하나쯤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혹시라도 부산 기장군에 계획 추진중인 명예의 전당 건립 사업이 이번 가을까지도 별다른 움직임없이 제자리걸음이라면 야구팬들의 편리한 접근성과 관람객 확보를 위해서 과감하게 방향을 수정하는게 좋을 듯 싶다. 한국 야구 최초의 명예의 전당이 프로야구 경기장과 동 떨어진 별도의 공간이 아닌 야구경기가 열리는 대도시권 야구 그라운드곁에 위치할 수 있도록 계획 자체를 전면 재검토해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개인적인 바램을 가져본다. 이제 우리도 박철순의 눈물젖은 유니폼과 선동렬의 낡은 글러브, 이종범의 스파이크, 이승엽의 홈런볼을 한자리에서 구경할 수 있는 괜찮은 야구박물관을 하나쯤 가질때가 되지 않았을까?



글 : 서준원 / 수연아빠의 야구장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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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등급 김선회
    • 2018.01.21 20:32
    • 답글

    저도 여기 가봤는데 첨엔 600엔이 아깝지만 시간이 남아서 가봤다가 600엔이 전혀 아깝지 않더군요... 너무 좋았답니다. 

    • 등급 GM수연아빠
    • 2018.01.21 20:36
    • 답글

    김선회님, 무조건 강추입니다. 우리도 이정도 컨텐츠는 준비하고 개관했음 좋겠는데요...왠지 적극적이지가 않아 보입니다.

    • 등급 김선회
    • 2018.01.21 20:55
    • 답글

    GM수연아빠님, 구단이 콘텐츠를 준비한거던데 울나라도 좀 제데로된 컨텐츠를 준비해서 개장하기를 빕니다.
    근데, 오승환도 있더군요 무척반갑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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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 닉네임 어쩌고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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