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수연아빠 (ju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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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생활야구 그라운드 관리와 정비, 과연 누구의 책임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얼마전 SNS를 통해 올라 온 한 장의 사진이 야구계의 이슈가 된 바 있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문제의 사진은 장마철이였던 지난 7월 목동야구장에서 개최된 청룡기 야구대회에서 경기전 직접 그라운드 정비에 나선 고교야구 선수들의 모습이였다. 수많은 현장 관리인들이 체계적으로 그라운드 관리에 나선 일본의 고시엔구장의 풍경과 바지를 걷어 부치고 삽을 든 관리인과 까까머리 고교생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대한민국의 열악한 야구경기장 관리수준을 한탄하는 야구팬들의 성토의 댓글이 이어졌다.
하지만 모 신문사에서 이런 한탄의 목소리를 보고 "고교 선수들에게 그라운드는 교실인만큼 필요한 경우 담당구역 청소 정도는 할 수 있는것이 아닌가?"라는 반문의 기사를 작성했다. 일본의 고시엔대회처럼 전폭적인 지역 주민의 자원봉사와 고시엔구장을 홈으로 쓰는 프로야구팀 한신 타이거즈의 헌신적인 노력, 고교야구를 바라보는 양국의 예산과 관심의 범위가 크게 다른만큼 4~5명의 관리인들에 의존하는 목동야구장의 경우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그라운드 정비에 나선 것을 단순 비교하며 관리 수준을 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그라운드 상태에 신경쓰지 않고 야구에만 열중하도록 하고 구장 관리인들에 의해 그라운드 안팍이 깔끔하게 정비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식이지만 문화와 환경이 다름을 인정하고 경기준비과정을 학생체육의 일환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떨까라는 취지의 글이였다.
우리가 매주 사용하는 사회인야구 경기장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경기에 이긴팀은 게임이 끝난후에 선수들이 직접 남아서 의무적으로 평탄화 작업을 뜻하는 "나라시"를 해야만 한다. 팀원중에 가장 나이가 어리거나 굳은일을 도맡아 하는 총무, 코치진들은 끝까지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하고 마지막 임무까지 수행한 뒤에야 장비가방을 챙길수 있는 것이 대한민국 생활야구의 현주소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생활야구장의 관리와 그라운드 정비는 과연 어떤이의 주도하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가장 최적의 대안인걸까?
주장1_적지 않은 참가비를 내고 참여한만큼 리그 운영진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지역과 리그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수도권을 기준으로 한 생활야구팀은 1년에 평균 300만원이라는 금액을 지불하고 정규리그에 참가한다. 사회인야구 리그비에는 심판, 기록, 야구공을 비롯한 야구경기를 위한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만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운동장 사용료, 즉 대관료이다. 물론 단순하게 대관료라는 것이 일정시간 야구장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뜻하지만 넓은 의미로는 야구장을 관리하고 그라운드를 정비하는 비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서로간의 암묵적인 약속인 셈이다. 따라서 가장 합리적인 접근방식은 리그 운영진이 구장관리인을 별도로 고용하거나 리그 운영자가 직접 그라운드 정비에 나서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주장이다.
하지만 극소수의 생활야구리그를 제외하면 그라운드 관리인의 개념은 전무하다. 구장 매니저라는 이름으로 연간 리그 일정을 계획하거나 팀들간의 비상연락망을 가동하고 시합시간을 조율하는 위치에 있는 관리자를 제외하면 리그측에서 자발적으로 경기가 끝난 중간 클리닝타임을 활용해서 구장관리에 나서는 경우는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문 경우라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식의 체계적이고 깔끔한 그라운드 관리가 아니라 불편없이 야구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그라운드를 리그가입자들에게 제공하는 최소한의 서비스조차 제공되어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리그운영자들의 입장에서는 별도의 관리자를 고용할 할 경우 추가되는 인건비와 리그운영비의 증가는 결국 생활야구인들의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말로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새벽까지 비가 내린 이른 아침시간, 직접 삽과 스폰지를 들고 그라운드의 물을 빼보지 않은 리그운영자라면 야구인들의 단순한 돈벌이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가슴깊은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주장2_거마비를 더 주더라도 경기진행 심판원들의 경기중긴 정비는 어떨까?
만약 별도의 그라운드 키퍼나 구장 관리인을 고용하는 것이 어렵다면 경기를 진행하는 심판원들을 투입해서 경기가 끝날때마다 잠시 클리닝 타임을 갖게 하는 것은 어떨까라는 주장이 제기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심판원들은 실비에 가까운 인건비 수준인 교통비와 식대를 포함한 "거마비"를 받고 주말마다 뜨거운 태양과 싸우며 야구장으로 나서고 있다. 정말 진심으로 야구를 좋아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극한 직업군중에 하나가 바로 생활야구 심판원들인 셈이다. 하지만 재능기부나 자원봉사로 경기에 투입되는 것이 아닌만큼 거마비를 조금 더 챙겨주고서라도 리그운영진을 대신해서 간단한 그라운드 관리의 임무를 부여하는 것도 결코 나쁜 생각은 아니라는 관점의 접근이다.
실제 야구장관리의 책임이 심판원들의 몫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미 라인정비, 타석주변정리 등 상당부분 그라운드의 관리는 심판원들이 자발적으로 책임을 지고 있다. 리그 운영자가 직접 심판원으로 투입되는 경우 운동장 정비에 나서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경기를 진행하기 위해 초빙된 심판원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원활한 경기의 진행이지 경기장의 유지보수와 관리가 아닌 셈이다. 마치 그라운드를 학교에 비유해서 "선생님정도의 지위를 갖는 심판원들이 낡은 칠판과 책상을 직접 보수하면 좀 어떻겠냐?"는 다소 억지스러운 주장과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싶다. 결정적으로 현재 2시간으로 제한된 경기시간내에서 심판원들이 신경쓰는 것은 오로지 정해진 시간내에 빠르게 경기를 진행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는 추세도 심판원의 주도하에 확보된 클리닝 타임은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또 다른 이유가 될 것이다.
주장3_뒷정리는 선수들 스스로가 주인의식을 갖고 하는게 깔끔하다.
그렇다면 결국 마지막 대안은 야구에 죽고사는 야구인들 스스로가 불규칙 바운스로부터 스스로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그라운드 평탄화 작업을 직접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식, 아니 유일한 대안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대부분의 식당에서도 "물은 셀프"라고 하는데 경기에 이긴팀이 승리의 세레머니의 일환이자 승자만의 특권으로 다음경기를 준비하는 리그소속팀들을 위해 동료애를 발휘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자발적인 서비스정도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게 된다. 리그운영자와 심판원들이 아무리 적극적으로 나서고 신경을 쓴다고 한들 직접 그라운드에서 뒹구는 선수들만큼 평탄화작업의 절실함을 느낄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몇 년전에 리그를 함께 뛰던 "블루버드"라는 팀은 다른팀이 모두 잠들어 있는 이른 새벽시간에 누구보다 먼저 그라운드에 나와서 직접 운동장의 상태를 체크하고 전날 내린 많은 비로 인해 대부분의 리그들은 우천취소가 된 궂은 날에도 그토록 기다리던 야구경기를 즐기기 위해서 손수레로 모래를 퍼나르며 일정을 소화한 작은 기적을 만드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결코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뜨거운 열정이 녹아 있는 작은 노력과 땀방울이 모이면 분명 생활야구를 즐기는 우리의 환경은 조금 더 나아질 것은 확실하다. 또한 경기중에 눈에 띄는 작은 돌을 하나씩 골라내는 크지 않은 수고가 누군가의 치명적인 부상을 방지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주인의식에 기초한 자발적인 참여와 노력이야말로 생활야구가 가지는 진정한 의미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론적으로 그라운드의 정비의 책임은 생활야구인의 몫이라고 말할수는 없다. 언론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내 주변을 가꾸고 방과후에 청소와 뒷정리를 하는 과정이 그라운드 정비이자 학생야구의 또 다른 의미라는 것과는 별개로 관리의 책임은 순전히 리그운영자나 대회를 주관한 단체인 야구협회에 있다. 그들이 최선을 다했음에도 일어나는 불의의 사고와 천재지변에 의한 부득이한 구장상황이 아니라 최소한의 준비과정이나 시스템도 갖추지 않고 이용자 스스로가 해결하는 것이 아마추어 정신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자발적인 참여는 책임전가이자 강요일뿐이다.
최소한 하루일정을 시작하는 첫 경기의 경우 리그측에서 야구를 할 수 있는 완벽한 그라운드 상태를 준비해 놓은 뒤 아침경기를 시작해서 대기팀이 충분한 준비운동과 스트레칭 등으로 게임에 집중하고 좋은 환경에서 경기를 끝낸 팀들이 다음팀들을 위해 기꺼이 그라운드 뒷정리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만 한다. 경기에 투입된 심판원들은 경기외적요인으로 집중력을 잃지 않도록 휴식시간을 보장하고 선수들의 경기력이 저해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야구인들의 자발적 참여가 정착되어 한 발씩 양보하고 배려하는 건강한 야구장 문화를 희망해 본다.
글 : 서준원 / 수연아빠의 야구장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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